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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어긴 사회계약, 시민은 클레임을 걸어라! - 『사회계약론』
한반도의 1987년 6월도 그러했을 것입니다. 계엄과 반란을 통해, 그리고 광주에서의 피로 쓴 역사를 통해 집권한 정치세력과, 그에 맞선 6월 10일의 거대한 군중들이 보여주었던 대립은 저 문장이 우리에게 던지는 뉘앙스가 남다를 수 있는 이유입니다.
“국민이 강요된 복종을 그대로 따른다면 이는 현명한 처사이다. 그런데, 이 국민이 속박을 뿌리칠 힘을 갖고 또 그 속박을 실제로 뿌리치고 자유를 찾는다면 이건 더욱 현명한 일이다. 왜냐면, 국민에게서 자유를 빼앗아 간 것과 똑같은 권리에 기대어 자유를 찾는 것이므로 결과적으로 그 국민의 행위가 정당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자유를 빼앗은 쪽이 정당치 않거나 둘 중 하나가 성립하기 때문이다.”
서구 계몽주의가 한참 발흥할 즈음에 군주제와 민주정 간의 논란이 여러 가지로 많았습니다. 위에 언급한 문장은 폭력에 의해 형성된 군주제와 그 군주에게 자유를 이양한 국민들이 되찾고자 하는 시민 주권을 찾는 방법에 대한 기술입니다.
한 문장에 담긴 내용은 참 여러 가지입니다. ‘폭력’이라는 권리 양도의 수단이 정당하다면 국민들의 폭력 혁명도 정당해지고, 그 폭력이 부당하다면 애초에 폭력으로 권좌를 얻은 군주 자체가 부당한 세력이 된다는 논리는 프랑스 대혁명이나 미국 독립전쟁 등 민주정치의 역사 속에서 매우 중요한 기둥이 되기도 했습니다.
한반도의 1987년 6월도 그러했을 것입니다. 계엄과 반란을 통해, 그리고 광주에서의 피로 쓴 역사를 통해 집권한 정치세력과, 그에 맞선 6월 10일의 거대한 군중들이 보여주었던 대립은 저 문장이 우리에게 던지는 뉘앙스가 남다를 수 있는 이유입니다. 1987년 6월을 기리며, 그리고 다시 돌아온 2008년의 6월을 위해 오늘 함께 꺼내 드는 책은 위에 발췌한 문장의 원전이자 민주주의의 원전 중 하나가 된 장 자크 루소의 소책자, 『사회계약론』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자연적으로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는 권리를 소유하며, 이는 한 개인이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전제들이며, 그렇기 때문에 어떠한 상황에서도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 『사회계약론』이 가진 기본 사상입니다. 다만 인간은 변화하는 자연과 외부 환경으로부터의 도전에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집단으로 모여 협동과 사회라는 개념을 만들었으며, 이 과정에서 전체 집단의 효율을 위해 개인과 사회가 일련의 계약을 맺는 것이 사회의 시작이라고 보는 것이 사회계약론의 핵심 요지입니다.
고등학교 윤리 교과서에 나올 법한 저 짧고 간결한 설명이 사실상 200페이지가 넘는 책의 핵심 요지입니다. 『사회계약론』은 그 핵심적인 요지 하나를 위해 인간이 처음부터 가졌던 조건과 주권이라는 개념의 형태에 대한 정의, 정부의 구성과 정당성, 종교와 사회제도 등 전반적인 내용 하나하나를 짚어내며 근거를 만들어 가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는 『사회계약론』의 1부에서 루소는 사회계약이라는 핵심개념을 위한 본질적이고 원론적인 고찰을 시도합니다. 힘은 어떠한 권리도 만들어낼 수 없음을 통해 전제주의는 그 성립 자체가 부당함을 이야기하고, 개인의 권리가 합리적으로 국가에 이양되기 위한 개념으로 ‘계약’을 강조합니다. 개인이 집단을 위해 포기하고 이양하는 몇 가지 권리 대신 집단은 개인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형태를 갖추는데, 이것이 국가라는 이야기입니다. 이를 통해 인간은 최초 자연인으로서의 개인에서 이른바 ‘시민’의 신분으로 변모하며, 현대 국가 사회 속에서의 시민은 자신의 생존과 자유가 보장되는 국가 속에서 자연권의 일부를 반납하고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구성된 국가와 국민 사이에 작동하는 주권과 법률의 문제를 루소는 2부에서 다룹니다. 주권의 본질적인 형태는 절대 분할될 수 없고, 모든 법의 기본적인 요건은 만인에게 평등한 적용이라는 보편 가치를 루소는 강조합니다.
3부에서 루소는 정부 조직과 기구 등에 관한 이야기를 합니다. 법이라는 사회계약의 기본형태를 실제 집행하기 위해 필요한 정부라는 기구가 역사 속에서 가져왔던 여러 가지의 형태를 설명합니다. 단 한 사람에게 모두 복종하는 군주 정치, 소수에게 다수가 귀속된 귀족 정치, 만인 또는 절대다수를 위한 민주정치를 설명하고, 의회라는 대의제 기구를 통해 권력의 속성과 집행을 지속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틀을 이야기합니다.
4부는 주로 로마 정치사를 중심으로 하여 호민관, 독재관 등의 제도와 더불어 종교의 정치사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현대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개념들을 순차적으로 풀어내고 있는 루소의 『사회계약론』의 큰 흐름을 정리하자면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최초에 태어난 자연 상태의 인간은 스스로를 지키고 영속시키고자 하는 본능과 함께 그 본능을 실현시킬 권리를 가진 개체이고, 이 개체는 그 권리와 생존의 영속을 위해 다른 개체와 협력하여 사회를 구성하는 방식을 찾아냅니다. (가족의 예를 루소는 들고 있는데, 독립이 불가능한 어린이는 자신이 스스로 살아갈 수 있을 때까지 부모라는 존재에 의탁하다가 생존력을 확보한 뒤 독립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점에서 사회계약의 기초 단계라고 주장합니다.)
그렇게 구성된 사회 중 가장 거대한 집단이 국가입니다. 국가는 정부와 국민으로 구성되는데, 국민이 주권자이며 정부는 그 주권의 대리인입니다. 국민은 자신의 자연권 중 일부를 국가에 양도하여 생존과 자유를 보장받고, 국가는 부여받은 권리를 대리집행하며 주권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사회계약의 관계로 엮입니다.
이 둘의 계약관계를 정리하는 것이 법률입니다. 이른바 헌법이라 불리는 시민 국가 간의 기본계약부터 시작하여 주권자의 대리인으로서 정부가 해야 할 많은 일들을 정리한 계약서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며, 여기에는 또한 쌍무계약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주권자 즉 시민들이 지켜야 할 규정 또한 포함합니다.
그리고 이 법률이라는 계약서에 의거하여 일을 집행할 주권자의 대리인으로서 정부가 존재합니다. 이 둘의 관계는 한쪽이 의무를 저버릴 시 파기되는 쌍무계약으로 맺어져 있으며, 그렇기에 정부의 폭주나 시민의 불복종을 서로 제어할 수 있는 제도를 필수적으로 갖게 된다는 것이 『사회계약론』의 요지입니다.
많지 않은 분량에 민주주의에 대한 너무나도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이야기들을 풀고 있기에 책은 정치학 고전임에도 불구하고 일반인 수준에서 어렵지 않은 난이도를 유지합니다. 그렇기에 적어도 요즘같이 국가와 국민이 서로 다른 길을 걷는다는 느낌을 받을 때라면 주권자인 국민들이 한 번쯤은 읽어보면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루소의 이야기대로라면, 현재의 시국은 주권자의 권리를 보호하지 않는 정부의 존재가 주권자와 대립하는 형국으로 풀어낼 수 있습니다. 촛불집회의 핵심 주제인 ‘미국 쇠고기 재협상’은 주권자의 의식주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부분이 위협받는 현실을 시정하라는 주권자의 목소리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현재의 정부가 과거 역사 속에서처럼 폭력을 기반으로 하여 탄생한 군주제나 제정은 아닙니다. 현재의 정부는 명백히 국민이 직접 뽑은 대표체이며, 정부의 권한은 국민으로부터 나왔으므로 유효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선거와 절차는 헌법에 의해 규정되어 있으므로, 사실 정권 퇴진이라던가 하는 부분은 오히려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결과 값을 불러올 수도 있습니다. 다만 근본적인 시민의 주권이 침해받는 상황을 정부가 만들었다는 점에서 『사회계약론』을 근거로 바라볼 때, 이는 제어가 필요한 사항이며 루소는 책에서 다음과 같은 판단 근거를 제시합니다.
“첫째, 주권자는 현존하는 정지체제가 유지되기를 원하는가,
둘째, 국민은 현재의 정부가 계속 통치하기를 원하는가.”
국민의 안전을 위해 맺은 계약이 계약 당사자의 실수 혹은 무지 혹은 무개념으로 인해 위기에 빠진 상황이라면, 쇼핑몰에서 산 물건이 엉망일 때 환불과 교환규정에 따라 항의하고 손해를 보상받을 수 있듯이 정부 국민 간의 계약 또한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많은 국민들이 고객센터에 항의하다 못해 촛불을 들고 직접 클레임에 나섰고, 이에 대한 계약 상대 측의 반응은 간혹 무지했고 간혹은 화난 소비자의 마음에 기름을 끼얹습니다. 아니 애초에 ‘주권자’의 항의를 상대로 ‘사탄의 계략’, ‘배후에 뭔가 있다’고 떠들어대는 판매자가 시장에서 퇴출당하지 않는 게 오히려 신기하다고나 할까요……. 2007년 계약 상대를 잘못 고른 국민의 잘못도 없다고 할 수 없겠지만, 어쨌건 소비자보호원의 존재는 모든 소비자의 구제를 위해 있는 것이고,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또한 모든 시민의 정당한 불복종과 항의를 위해 존재합니다.
아마도 이 글은 6월 10일에 게시될 것 같은데, 그날 밤은 정말 큰 항의가 있겠군요……. 혹여나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서도 뭔가 꺼림칙하시다면, 클레임 한 번 거시는 건 소비자의 의무이자 권리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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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우아하고 고고한 이미지가 되어버린 책 읽기가 어느 날부터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고, 그 뒤로는 어디 가서 취미가 책 읽기라고 말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책보다 좋은 것은 먼지 날리는 시골 비포장도로에서 하루 두 번 오는 버스 기다리며 담배 한 대 피우는 시간이라고 말하는 그는 나이가 좀 더 들고 감성과 지성이 경륜으로 불릴 쯤이 되면 포크 가수로 전업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
<장 자크 루소> 저/<방곤> 역9,000원(10% + 5%)
『사회계약론』에서 제시하고 있는 루소의 정치사상은 일반의지가 관철된느 정치체의 형성과 인간이 자연 상태에서 가졌던 것과 같은 자유와 평등의 확보에 관한 문제라 할 수있다. 그리고 이러한 그의 사상은 프랑스 혁명과 근대적 정치 사회체제의 성립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