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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여행의 시대가 왔다고?

마이크 멀레인의 우주왕복선 관련서를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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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정부는 다른 나라의 재화와 용역을 굽실거리며 사들여 우리 국민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는다. 이 나라 최초의 ‘우주비행인’을 둘러싼 논란 또한 ‘쇠고기 스캔들’만큼이나 어이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런 짓은 뭣 하러

대한민국정부는 다른 나라의 재화와 용역을 굽실거리며 사들여 우리 국민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는다. 광우병 발생이 크게 우려되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그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이를 여기서 거론할 생각은 없다. 다만, 이 나라 최초의 ‘우주비행인’을 둘러싼 논란 또한 ‘쇠고기 스캔들’만큼이나 어이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253조 원의 2008년 예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러시아 소유즈 우주선 탑승비 260억 원은 적은 돈이 아니다. 부대비용을 합하면 300억 원이 넘었다 한다. 나는 기본적으로 귀중한 나라 예산을 낭비하는 이런 식의 눈요기 이벤트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런데 지난달 어느 권장도서 선정회의에서 모 일간지 기자에게 들은 음모론은 기가 막혔다. 그 기자는 다들 알 거라며 말을 꺼냈지만 나는 그날 처음 듣는 얘기다.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비행인’이 러시아 우주정거장에 체류할 때, 그녀를 ‘볼모’로 러시아가 우리에게 무기구입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 나라 최초 ‘우주비행인’의 지구귀환에 따른 덜컥거림, 다시 말해 그녀가 탑승한 소유즈 우주선의 착륙이 매끄럽지 못한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는 문자 그대로 음모론이다. 이게 만약 사실이라면 대한민국정부는 정말 한심하다. 무엇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으니 말이다. 적잖은 우주선 삯을 지불하고도 ‘국가대표’ 승객의 안전조차 책임지지 못하니 말이다.

내가 그 기자에게 물었다. “이상한 게 있다. 어째서 우리 최초의 ‘우주비행인’은 맹방 미국의 우주선을 안 타고 옛 적성국의 소유즈 우주선을 탔느냐?” 기자는 ‘싼 맛’ 때문이라 했다. 내 질문의 속뜻은 ‘미국은 우주사업이나 우주비행에서 우리를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아 그런 게 아니냐?’였지만, 더 이상 따져 묻지 않았다.

지나가는 말로 “그런 (이상하고 엉뚱하며 바보 같은 닭)짓은 왜 하느냐?” 하고 말았다. 그 기자였는지 다른 누군가가 그랬는지 몰라도 ‘이익이 있다’는 반응이 왔다. 그 기자는 이런 말도 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 탄생을 맞아 출간된 우주비행 관련서적이 40여 권에 이른다는 거다. 이제 그 중 몇 권을 훑어보겠다.

『지구는 푸른빛이었다』(김장호?릴리아 바키로바 옮김, 갈라파고스, 2008)는 1961년 4월 12일 보스토크 1호를 타고 지구궤도 비행에 성공한 인류 최초의 우주비행사 유리 알렉세예비치 가가린(1934-1968)의 소박한 자전에세이다. 그런데 이 책 표지에 담긴 우주복을 입은 가가린의 모습이 낯익다. 나는 ‘소년소녀발명발견과학전집’(국민서관, 1971)의 열두 번째 권 『우주여행-로키트에서 달 정복까지』에서 그를 처음 만났다.

우주여행은 위험하다. 미국의 천체물리학자 닐 코민스(Neil F. Comins)의『위험하면서 안전한 우주여행 상식사전』(이충호 옮김, 뿌리와이파리, 2008)은 “우주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실제로 우주로 나갔을 때 부닥치게 될 위험을 아주 자세하게 소개하는 일종의 우주여행 가이드북이다.”(옮긴이)

이 책의 원제목은 'The Hazards of Space Travel'이다. 골프용어로 우리 귀에 낯설지 않은 해저드(hazard)는 위험, 모험이라는 뜻이다. 우연, 운에 맡기기라는 뜻도 있다. 아무튼 편집자가 우주여행의 위험성을 완화할 목적으로 한국어판 제목에 덧붙인 “안전한”은 부적절하다.

마이크 멀레인과 우주왕복선

미국 육군사관학교 출신 공군대위 마이크 멀레인(R. Mike Mullane, 1945- )이 우주왕복선의 첫 우주비행사 후보로 선정되고 실제로 우주왕복선에 세 차례 탑승한 것은 ‘뉴 아메리칸 드림’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우주체험에 바탕을 둔 책 두 권이 우리말로 옮겨졌다.

『우주비행사가 들려주는 우주여행설명서』(김범수 옮김, 한승, 2008)는 우주비행에 관한 500문 500답이다. 1999년 같은 출판사에서 나왔던『우주에서는 귀가 멍해지나요』를 이번에 제목을 바꾸는 등 개정판으로 새로 펴냈다.

우주물리, 우주왕복선 준비와 발사, 우주왕복선의 궤도에서의 임무, 우주생활, 우주생리학, 대기권 재돌입과 착륙, 그리고 우주비행사에 걸쳐 다양한 궁금증을 풀어준다. 발사도중 폭발한 챌린저호에도 한 장을 할애한다. 청소년 독자의 눈높이를 맞췄다. 어린이가 읽기는 좀 버거워 보이고, 이 주제에 무관심한 일반인에게도 그리 쉽지만은 않다.

나는 우주왕복선 1호 컬럼비아호를 갖고 있다. 물론 모형이다. 거의 30여 년 전 조립한 메이드인유에스에이 프라모델 키트를 얼마 전, 아내가 본집에서 가져왔다. 부모님 집 다락방을 격납고로 삼은 까닭에 바퀴는 다 부러졌어도 형체는 그런대로 온전하다. 그러나 우리 집에 오자마자 아들 녀석이 화물칸의 장비를 거의 부러뜨렸다.

컬럼비아호 모형 앞바퀴와 조종석 창 사이의 동체 양 옆면에 나있는 타원형 홈들의 정체를 이제야 안다. 그건 반작용조종장치(RCS: Reaction Control System)라고 하는 조그만 로켓 분사 구멍이다. 이 “44개의 로켓은 왕복선의 머리와 꼬리 부분의 위, 아래 그리고 옆에 붙어 있어 켜졌다 꺼졌다 하면서 왕복선의 자세를 제어”한다.

“우주왕복선은 재사용할 수 있는 우주선으로서 사람이나 기자재, 인공위성들을 궤도로 운반하거나 이미 올려진 허블 망원경과 같은 인공위성을 정비하거나 다 쓴 것을 회수하는 등의 일을 합니다. 우주왕복선은 달이나 화성에 가기 위해 제작된 것이 아니고, 우주에 오랫동안 머무는 연구실로 제작된 것도 아닙니다.”

평균 발사 비용은 4억 7천만 달러다. 멀레인은 우주왕복선이 ‘엄청난’ 국가 예산을 사용할 당위성이 있는지 미국의 독자들은 반드시 따져야 한다고 하면서도 자신은 당연히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어떤 사람은 우주왕복선의 계획과 경비에 대해 매우 비판적입니다.”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그런 비판자의 대표자였다. 나는 세이건이 몰두했던 외계지적생명체탐사(SETI)도 별로다.

어떤 사람이 연구비가 지나치게 비싸다고 한다면 멀레인은 이렇게 반문하겠단다. “어떤 결과에 비해서 비싸지요?” 하지만 “만약 암이 완치된다면 우주정거장에 300억 달러를 투자할 가치가 있습니까?”라는 이어지는 반문은 개연성이 거의 없는 장밋빛 환상이다. “지구상에서는 재현할 수 없는, 장시간의 무중력 상태에서 만들어질지 모르는 그 어떤 것을 그냥 놓쳐 버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압력이 높은 심해(深海)나, 땅속 깊은 곳에서도 뭔가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 “우주왕복선을 방문한 러시아 우주인도 자기들 것과 차원이 다른 조종 장치의 복잡함에 놀라곤 하지요”는 유치한 ‘자뻑’이지만, 우주왕복선 조종사가 착륙 연습을 800번 하는 것은 놀랍다. 개정 번역판이니만치 “최초의 우주비행사였던 앨런 셰퍼드” 앞에는 ‘미국’이 붙었어야.

최근 출간된 우주비행 관련서를 훑어보면서 마이크 멀레인에 대한 단독 리뷰를 할 생각이 들지 않은 건 아니었다. (안 그래도) 이 글에서 그의 책 두 권의 비중은 높다. 하지만 그의 이력 때문에 생각을 고쳐먹었다. 멀레인은 월남전 참전용사다.

“나는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공군에서 복무했지만 조종사는 아니었다. 조종사가 되기에는 시력이 너무 나빴다. 그러나 정찰기 후방에서 거의 1500시간을 비행한 기록이 있었다. 영화 <탑 건>의 구스처럼, 나는 뒤에 타는 사람이었다. 경력 10년 동안 베트남전에 134회 출격했고, 항공엔지니어링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공군USAF 테스트파일럿스쿨의 시험비행 엔지니어 과정을 졸업했다.”(『우주비행, 골드핀을 향한 도전』)

이와 함께 그의 흥미로운 회상기『우주비행, 골드핀을 향한 도전』(김은영 옮김, 풀빛, 2008)의 다소 경박한 구석이 걸렸다. 경박한 부분 또한 군인들과 관련 있다. 나는 베트남전의 전장에서 양심선언을 한 정신과전문의 고든 리빙스턴 같은 이는 존중할 뿐만 아니라 존경해마지 않는다. 그러나 ‘전쟁기계’들은 혐오한다.

구소련과의 “달 정복전” 운운하는 것도 못마땅하다. 미?소 두 나라의 우주경쟁은 대륙간탄도탄(ICBM) 개발과 직결된다. 우주비행사에서 은퇴한 멀레인은 전업 강연자로 일하며 등반에 취미를 붙인 모양이다.『우주비행, 골드핀을 향한 도전』의 앞표지 저자 소개란에는 이런 문구가 있다.

“콜로라도에 자리한 4200미터가 넘는 산봉우리들의 정상 정복에 도전하고 있다. 이미 여섯 개의 봉우리를 정복했으며, 아직도 47개의 봉우리들이 남아 있다고 한다.” 나는 ‘정복’이라는 표현 탓에 국내외 등반가들의 업적에 시큰둥하다. 그들은 다만 산꼭대기에 올랐을 따름이다.

멀레인은 이제 우주왕복선은 민간위성을 띄우거나 과학실험을 하는 상업적 용도로 사용된다고 한다. 그러나 첩보위성을 띄울지 누가 알겠는가. 엄밀히 말하면, 마이크 멀레인은 우주왕복선 비행사가 아니다. 그는 ‘파일럿 우주비행사’가 아니라 ‘군 출신 미션 스페셜리스트’로 선발되었다.

유인우주선의 달 착륙과 관련한 이 책의 각주는 오류가 있다. “1967년에 아폴로 11호를 타고 세계 최초로 달에 착륙한 우주비행사”(60쪽)는 닐 암스트롱을 가리키는데, 1969년이 맞다. “1969년에 아폴로 11호를 타고 세계 최초로 달에 착륙한 우주비행사”(81쪽)라는 짐 러벨이 누군지 모르겠으나, 이 각주는 객관적 사실과도 어긋난다.

아폴로 11호의 ‘선원’은 선장 닐 암스트롱과 승무원 버즈 올드린, 마이클 콜린스 이렇게 셋이다. 달착륙선 독수리호를 타고 달 표면으로 내려간 사람은 암스트롱과 올드린이다. 콜린스는 사령선에 남았다. 짐 러벨은 아마도 최초의 달 뒷면 비행에 성공한 아폴로 8호 우주선의 세 우주비행사 가운데 한 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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