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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선택 전엔 한 박자 쉬고

코앞에 닥친 일에서 잠시 눈길을 돌릴 때 더 많은 것을 보게 되는 것은 자동차를 살 때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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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앞에 닥친 일에서 잠시 눈길을 돌릴 때 더 많은 것을 보게 되는 것은 자동차를 살 때만은 아닐 것이다.

초콜릿, 골라 먹는 재미보다 못 고른 미련이 크다

7명의 식구가 한 침대에서 자고 양배추로 끓인 묽은 수프가 저녁식사의 전부인 가난한 소년 찰리. 그의 소망은 윌리 웡카의 비밀스런 초콜릿 공장에 가보는 것이다. 바로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 나오는 이야기다.

윌리 웡카의 초콜릿 공장에 들어선 순간 찰리는 놀라워하며 즐거움을 만끽하는데, 그 장면을 본 많은 사람은 찰리 못지않게 들뜬 기분을 맛보았을 것이다. 영화 속 초콜릿 공장에서는 움파룸파족*이 다양한 맛이 나는 갖가지 초콜릿을 만들고 아이들은 그 앞에서 무한한 행복을 느낀다. 그런데 과연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도 그와 같은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

이와 관련해, 초콜릿에 관한 재미있는 실험이 하나 있다. 여러 명의 학생을 두 집단으로 나눈 다음, 한 집단에는 여섯 가지의 초콜릿을 맛보게 하고, 또 다른 집단에는 서른 가지의 초콜릿을 맛보게 했다. 그런 뒤 자기가 맛본 초콜릿에 어느 정도 만족하는지 물었다. 얼핏 생각하기엔, 골라먹는 재미가 있는 서른 가지 초콜릿을 맛본 학생들의 만족도가 더 높았을 것 같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오히려 여섯 가지 초콜릿을 맛본 학생들 쪽에서 만족스럽다는 대답이 더 많이 나왔다.

이번에는 실험에 참여한 대가로 돈 대신 초콜릿을 받는 것이 어떻겠냐고 물었다. 말하자면 돈과 초콜릿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게 했는데, 둘 중에서 초콜릿을 선택하겠다고 대답한 비율도 여섯 가지 초콜릿을 맛본 학생들 쪽이 더 높았다. 이 실험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우리는 선택의 여지가 많을 때 거기서 얻는 행복이 더 클 거라고 생각한다. 특히 물건을 살 때 더욱 그렇다. 그런데 막상 과학적인 심리 실험을 해보면 반대의 결과를 보여준다. 선택의 폭이 다양할수록, 그래서 더 많은 것들 가운데 골라야 하는 상황일수록 고민은 더 커지고, 선택을 하고 나서도 그것이 옳은 선택인지 아닌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또, 결정을 내린 후에도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한 미련이 남는다.

케이블 TV와 위성방송 채널이 생기면서 예전에 비해 볼거리는 더 풍성해졌지만, 한 프로그램을 진득하니 즐기지 못하고 쉴 새 없이 리모컨을 눌러대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선택에 관한 인간의 오묘한 심리학을 꿰뚫어본 사진작가 앙드레 브레송은 이런 말을 남겼다.

“우리에게 두 가지 선택이 주어진다면, 후회가 남을 가능성도 두 가지이다.”

*움파룸파족
영화에서 카카오를 먹기 위해 웡카의 초콜릿 공장에서 일하는 난쟁이 부족. 웡카는 월급으로 카카오를 주겠다는 달콤한 말로 밀림에 살던 움파룸파족을 꾀어 초콜릿 공장에서 일을 시킨다.


중요한 선택 전엔 한 박자 쉬고

고무장갑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색깔은 뭐니 뭐니 해도 빨간색일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좀 다른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고무장갑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업체에 따르면, 현재 생산되는 고무장갑은 분홍색이 67%, 빨간색이 28%, 상아색이 5% 정도를 차지한다고 한다.

그 업체도 고무장갑을 처음 만들기 시작했을 때는 100% 빨간색만 만들었다고 하는데 왜 하필 빨간색이었을까? 우리나라는 요리를 할 때 고춧가루나 고추장을 많이 쓰기 때문에 벌건 색이 물들어도 표가 나지 않는 빨간색을 채택한 것이다. 그런데 시대가 바뀌고 취향이 다양해지면서 빨간 고무장갑은 분홍 고무장갑에 패권을 넘겨주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요즘은 고무장갑 색깔이 무척 다양해졌는데, 그 때문에 소비자들은 고무장갑 앞에서도 고민하게 되었다. 무슨 색깔로 살까 하고 말이다.’


최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대학의 연구팀이 선택의 기로에 관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고무장갑을 고를 ?는 그런 식으로 신중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지만, 자동차를 고를 때는 적당한 선에서 고민을 끝내고 잠시 머리를 식히라는 것이다. 얼핏 생각하기엔 그 반대여야 할 것 같은데 어찌 된 일일까?

암스테르담 대학 연구팀은 한 가지 실험을 했다. 몇 가지 종류의 가상의 자동차를 설정한 다음, 학생들에게 그 차들에 대한 간단한 정보를 네 가지씩 제공했다. 네 가지 정보란 연비나 내부 공간 등에 관한 정보였다. 학생들에게 그 정보를 읽고 나서 4분 동안 고민한 다음 가장 좋은 차를 골라보라고 하자, 대부분 가장 좋게 설정된 차를 선택했다. 이번에는 또 다른 학생들에게 차에 대한 정보를 열두 가지나 주고 제일 좋은 차를 선택하게 했다. 그러자 괜찮은 차를 골라낸 비율이 25%에 그쳤다.

끝으로 또 다른 실험 참가자들에게는 열두 가지 정보를 주되, 선택의 순간 몇 분 전에 간단한 퍼즐게임을 하고 나서 차를 고르게 했다. 그랬더니 제일 좋은 차를 골라낸 비율이 60%로 올라갔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 것일까?

바로 두뇌 활동의 특징 때문이다. 두뇌가 괜찮은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도 필요하지만, 정보의 양이 많을 때는 그것을 정리하고 원래 알고 있던 지식과 연결시키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고무장갑을 어떤 색깔로 사느냐 하는 단순한 문제는 끝까지 고민해도 좋지만, 자동차처럼 고려해야 할 정보가 많고 복잡한 경우에는 어느 정도 정보를 알아낸 다음에 생각의 ‘휴지기’를 갖는 것이 유리하다는 이야기다.

코앞에 닥친 일에서 잠시 눈길을 돌릴 때 더 많은 것을 보게 되는 것은 자동차를 살 때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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