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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로운 금속음이 듣기 괴로운 이유는?

얼핏 생각하기엔 사람들은 소음이 전혀 없는 조용한 세상을 원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알게 모르게 적당한 소음을 즐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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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생각하기엔 사람들은 소음이 전혀 없는 조용한 세상을 원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알게 모르게 적당한 소음을 즐기기도 한다.

감자칩과 할리 데이비슨의 공통점

극장을 즐겨 찾는 영화 마니아라면 몇 년 전부터 극장에서 일어난 작은 변화를 눈치 챘을 것이다. 바로 ‘나초’라는 메뉴가 등장한 것 말이다. 나초는 바삭거리는 과자 위에 치즈와 독특한 소스를 얹어 먹는 멕시코 음식이다. 오랫동안 극장계의 왕좌를 지켜온 팝콘이 있는데, 어쩌다 나초가 등장한 것일까? 나초와 팝콘이 극장의 절대지존 자리를 놓고 자웅을 겨루게 된 배경을 따지자면, 간식계의 또 하나의 태두인 감자칩의 존재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감자칩은 서구인들, 특히 미국인들에게 절대적인 사랑을 받는 과자인데, 알다시피 먹을 때 씹히는 소리가 요란하다. 그래서 감자칩은 ‘귀로 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하지만 그 맛있는 ‘바삭’ 소리는 영화에 집중하는 데 방해가 되기 때문에, 극장에서 감자칩은 결국 금기 메뉴가 되고 말았다. 그래서 감자칩보다는 소리가 덜 요란하면서도, 감자칩만큼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팝콘이 극장 매점의 지존으로 자리 잡게 되었고, 팝콘이 지겨워진 사람들을 위해 나초가 등장한 것이다.

물론 나초 역시 감자칩만큼 소리가 요란한 과자이긴 하지만, 녹인 치즈를 뿌려 먹기 때문에 소음을 줄일 수 있다. 이렇듯 팝콘과 나초가 극장에 진출한 배경에는 감자칩이라는 변수가 숨어 있던 것인데, 요란한 소리 때문에 극장에선 쫓겨났지만 감자칩은 바로 그 소음 때문에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왔다.


이렇듯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고 좋아하는 소음을 ‘감성 소음’이라고 하는데, 그것을 잘 보여주는 또 다른 예가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다.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는 특유의 거친 엔진 소리로 유명하다. 할리 데이비슨 직원들이 “포테이토~ 포테이토~”라고 흉내 낸다는 이 엔진 소리는 우연히 만들어진 결과물이 아니다. 서부의 사나이를 태우고 거친 황야를 달려가는 말들의 힘찬 발굽 소리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만들어진 ‘고도로 계산된 소음’이다.

“할리 데이비슨을 이루는 세 가지 요소는 디자인(look), 느낌(feel), 그리고 소리(sound)이다.”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할리 데이비슨 특유의 엔진 소리는 특허까지 받은 터라 다른 오토바이는 이 소리를 흉내 낼 수 없게 되어 있다.

진공청소기 역시 감성 소음을 이용하는 대표적인 상품이다. 현재의 기술이면 청소기의 소음을 완전히 없앨 수도 있지만, 소음을 없앤 제품에 대해 사전 조사해보면 부정적인 반응이었다고 한다. 소비자들은 소음이 적당히 나야 먼지를 제대로 빨아들이는 것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마치 거울을 닦을 때 뽀득뽀득 소리가 나면 완전히 닦인 기분이 들고, 세수를 할 때도 어푸어푸 소리를 내야 개운해지는 것과 비슷한 심리라고나 할까.

얼핏 생각하기엔 사람들은 소음이 전혀 없는 조용한 세상을 원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이렇듯 알게 모르게 적당한 소음을 즐기기도 한다. 집 떠나면 어머니나 아내의 잔소리가 그리워지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까?

날카로운 금속음이 듣기 괴로운 이유는?

학창 시절 수업시간에 꾸벅꾸벅 졸다가도 선생님이 분필로 칠판을 긁는 소리에 깜짝 놀라 눈을 뜬 경험이 있을 것이다. 또, 쇠끼리 부딪치는 날카로운 금속음에 소름이 돋고 유리창을 손톱으로 긁는 소리에 귀를 막기도 했을 것이다.

이런 소리들은 우리를 소름 끼치게 만드는 대표적인 소음인데, 이렇게 듣기 괴로운 소리를 열심히 연구한 과학자들이 있다. 미국 일리노이 대학의 신경학자들이 그 주인공이다. 신경학자들이 몰두한 연구 과제는 아주 간단했다. ‘이런 소리들은 왜 소름 끼치나?’ 하는 것이었다.

연구팀은 그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몇 가지 실험을 했다. 우선 사람들이 싫어하는 소리들, 예컨대 쇠끼리 부딪치는 소리, 유리창 긁는 소리, 칠판 긁는 소리 같은 것을 녹음한 다음 그것을 분석해서 높은 주파수의 소리들을 제거했다. 기분 나쁜 소음의 원인이 아주 높은 소리에 있다는 통념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결과는 아주 의외였다. 높은 소리들을 제거했는데도 사람들은 여전히 그런 소음을 못 견뎌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소음의 볼륨을 조절하고 듣는 시간을 늘려봤지만 사람들의 느낌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이런 실험 끝에 연구팀은 유리나 칠판 긁는 소리, 쇠가 부딪치는 소리돃럼 사람들이 괴로워하는 소음은 높은 주파수나 다른 원인들 때문이 아니라 인간의 태곳적 기억 때문일 수도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즉 인간이 동물들과 어울려 생존경쟁을 벌이던 원시시대에 적에게서 들려온 위협적인 소리가 기억에 남아서 지금까지도 듣기 싫어하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연구 과정은 상당히 흥미진진했지만 그 결과는 어째 좀 싱겁다. 정밀한 결론이라기보다는 막연한 추측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연구는 우리에게 흥미로운 두 가지 궁금증을 던져준다.

첫째, 우리가 깨닫지는 못하지만 우리 몸속에 남아 있는 진화의 흔적은 과연 무엇일까?

둘째, 이러한 소음을 연구한 신경학자들은 과연 그 소름 끼치는 소리들을 어떻게 견디면서 연구와 실험을 진행했을까?

온갖 거슬리는 소음들의 집합소가 되었을 실험실을 상상해보라. 모르긴 해도 각각의 소리를 다양하게 실험하는 동안, 아마 과학자들도 인상을 쓰며 소름 돋는 몸을 문질러대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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