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면도하지 않으면 뇌졸중에 걸릴 확률이 높다?
해마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등장하는 남자들이 몇 명 있다. 최고령 남자는 산타클로스, 지치지 않는 중년 대표는 <다이하드>의 브루스 윌리스, 로맨틱 가이의 대표는 <러브 액츄얼리>의 휴 그랜트, 그리고 최연소 남자는 맥컬리 컬킨. 뭐 이 정도가 아닐까?
1991년에 첫선을 보인 <나 홀로 집에>로 전 세계인의 크리스마스를 사로잡은 뒤 오랫동안 12월이 되면 우리의 안방으로 찾아오는 맥컬리 컬킨. 이 영화에서 맥컬리 컬킨의 귀여운 매력은 비명으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족과 떨어져 집에 홀로 남겨진 맥컬리 컬킨이 해방감과 자유를 만끽하며 제일 먼저 도전한 일 중에 하나는 면도다. 면도 후에 애프터 쉐이브 로션을 바르며 특유의 깜찍한 비명을 질러댄 것인데, 아마 많은 남성들이 웃으며 공감을 했을 것이다.
사내아이가 면도에 도전하는 이유는 단 하나! 면도는 다 자란 사내의 상징이자 성인으로 가는 통과의례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넓고 짙게 깔린 수염은 남성성의 상징이기도 하니까. 그런데 이런 수염에 대한 선망이 단순히 기분이나 관습 때문만은 아닌 모양이다. 단 하루만 면도를 건너뛰어도 거뭇거뭇한 수염으로 뒤덮이는 남자야말로 정력도 좋고 건강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기 때문이다.
영국 브리스톨 대학의 에브라힘 교수는 20년에 걸쳐 중년 남성 2,438명을 관찰했다. 그 결과 매일 한 번 이상 면도하는 남성들은 관찰 기간 동안 숨진 비율이 31%이지만, 매일 면도를 하지 않는 남성들은 사망률이 45%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즉, 수염이 많이 나는 남성들은 그렇지 않은 남성에 비해 오래 살더라는 이야기다.
수염은 대체 수명과 어떤 함수관계에 있는 걸까? 수염이 자라는 속도나 양은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과 관계가 깊은데, 이것이 왕성하게 분비되는 남성은 그렇지 못한 남성보다 뇌졸중에 걸릴 확률이 낮다고 한다. 브리스톨 대학 연구팀의 보고에 따르면, 2~3일에 한 번만 면도해도 괜찮은 남성은 매일 면도를 해야 하는 남성에 비해 뇌졸중에 걸릴 위험이 70%나 높게 나타난다고 한다. 이것을 보면 하루만 게으름을 피워도 수염이 덥수룩해서 짜증난다는 남성들은 이젠 그만 투덜거려야 할 듯싶다.
또한 영국 셰필드 대학의 연구팀에서는 우울증에 걸린 남성들에게 테스토스테론을 주사한 결과, 대상자들의 기분이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자신감도 회복하는 것을 관찰했다. 활력을 되찾은 그들은 수염도 훨씬 굵고 무성해졌을 게 분명할 것이다.
왠지 기운 없어 보이고 우울해하는 남편 혹은 남자친구 때문에 걱정이라면, 사랑하는 그가 면도를 얼마나 자주 하는지 한번 살펴보길 바란다. 윙― 하는 자동 면도기 소리가 며칠에 한 번밖에 들리지 않는다면 뜨끈한 보양식을 준비해야 할지도 모른다.
*테스토스테론
고환에서 추출되는 남성 호르몬으로 생식기의 발육을 촉진하고 제2차 성징이 나타나게 한다. 이에 비해 여성 호르몬은 에스트로겐이라고 한다.오래 살수록 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대형 할인점에서는 어느 날 갑자기 특정 식료품의 판매량이 껑충 뛰어오르는 기현상이 종종 나타나곤 한다. 그럴 때면 어김없이 그 전날 TV에서 그 식품을 언급하며 암 예방이나 치료에 특효가 있다고 대대적으로 다룬 경우다. 그래서 건강정보 프로그램에서 토마토가 좋다고 하면 토마토가 금방 바닥나고, 키위가 좋다고 하면 키위가 순식간에 팔려나가고, 양파가 좋다고 하면 할인점을 나오는 사람들의 장바구니에 양파가 가득 들어 있곤 한다.
이처럼 암 예방이나 치료에 좋은 음식이 사람들에게 인기를 끄는 것은 암에 대한 두려움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일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암에 대해 갈수록 두려움을 느끼는 이유는 주변에서 암 환자를 더러 봤기 때문일 것이다. 가족이나 친척 혹은 동료 중에 암에 걸린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면 누구나 ‘혹시 나는?’ ‘혹시 내가?’ 하는 불안감이나 두려움을 한 번쯤 느꼈을 것이다.
얼마 전 보험연구소에서는 암보험의 보장 범위를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해마다 암 환자는 늘어나는데 보험사들이 그들을 감당할 수 있겠냐는 것이 업체의 냉정한 입장이다. 실제로 현대사회에서 암으로 인해 사망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극심한 스트레스와 각종 공해물질 때문일까? 아니면 지나치게 풍요로워진 식생활과 절대적으로 부족한 운동량 때문일까?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만한 이유지만, 이와는 조금 다른 의견도 있다. 암 발병률이 증가하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스트레스나 공해보다는 오히려 ‘점점 길어지는 인간의 수명’ 때문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세계 최장수국에 속하는 일본의 경우 남자의 평균 수명이 77세 정도이고 암으로 인한 사망률은 25%에 이른다고 한다. 4명 중에 1명이 암으로 사망한다는 이야기니 굉장히 높은 수치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 산다는 사람들의 가장 큰 사망 원인 중에 하나가 암이라는 사실이 아이러니컬하게 느껴지지 않는가. 독일 최고의 장수마을로 꼽히는 브레멘 역시 암 사망률이 독일 내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반대로, 평균 수명이 짧은 베를린은 암 사망률도 낮다고 한다. 그러니까 암이란 오래 살다 보면 자연스레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인데, 인간의 수명이 짧았을 때에는 잘 몰랐다가 인간의 수명이 급속도로 늘면서 암 발생률도 더불어 자연스럽게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것을 종합해보면 수명과 암 발생률은 비례한다는 의견에 수긍이 가는데, 이 사실을 받아들인다면 암에 대한 막연한 공포도 조금은 거둘 수 있지 않을까?
암이 나한테 갑자기 들이닥친 불행이 아니라, 나이 듦에 대한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그렇다고 적극적인 치료에 무심해선 안 되지만 말이다.
“암 자체보다 암이 불러일으키는 두려움과 싸워 이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
20여 년간 수많은 암 환자를 치료해온 서울대 의대 방영주 교수의 충고도 바로 그런 막연한 공포에 대한 조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