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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가족이 함께 - 뮤지컬 <소리도둑> & 슬라바의 <스노우쇼>

그중에서도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물론 함께 공연을 보러 가는 것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무대가 내포하고 있는 감각의 범위가 넓고 다양해서 각자 나름의 감동과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공연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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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문득 ‘나중에 아이와 하고 싶은 일’을 생각할 때가 있다. 한가로운 공원에 널브러져 있기, 큰 책방에서 각자 놀기, 단둘이서 여행 가기, 함께 노래하거나 악기 연주하기 등 어른 못지않게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는 요즘 아이들을 보자면 대부분 다소 뜬구름 잡는 생각들인데, 그중에서도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물론 함께 공연을 보러 가는 것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어린이를 위한, 그래서 어른인 나는 지루하고 유치한 공연이 아니라, 무대가 내포하고 있는 감각의 범위가 넓고 다양해서 각자 나름의 감동과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공연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최근에 봤던 두 편의 공연, 뮤지컬 <소리도둑>과 슬라바의 <스노우쇼>는 가족이 함께 보기에 딱 좋은 작품이다. 일단 어린이 관객을 대상으로 만든 공연이 아니기 때문에 어른들, 특히 객석에 앉아 있는 두 시간을 고문처럼 여기는 아빠들도 참을 만한 작품이다. 반면, 다양한 무대 연출과 공감의 폭이 넓은 스토리 라인은 아이들에게도 나름의 ‘느낌’을 갖게 하리라 생각한다. 따라서 공연장을 나온 뒤에는 어른과 아이가 동등하게 무대의 감동을 얘기하는, 필자가 꼭 해보고 싶은 멋진 담화의 장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상처, 사랑과 치유의 메시지 뮤지컬 <소리도둑>

뮤지컬 간판스타, 남경주와 최정원이 나란히 출연해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게다가 어린 소녀들이 비중 있는 역할을 차지해, 또래 아이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뮤지컬 <소리도둑>. 그러나 내용은 오롯이 아이들만을 위한 뮤지컬은 아니다. 아이들에게는 다소 어려울 수도 있겠다. 어린 ‘아침이’는 아빠의 죽음을 계기로 소리를 도둑맞는다. 그러니까 말하고 듣는 능력을 상실하는데, 엄마인 인경(최정원)의 고향에 갔다 별 볼일 없는 작곡가 유준(남경주)을 통해 노래에 반응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스토리는 아침 햇살처럼 긍정적이라서, 시시콜콜 간섭도 많고 말도 많던 마을 사람들은 어느덧 하나로 똘똘 뭉쳐, 결국 아침이의 소리를 되찾아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얼굴에 패인 주름만큼 골 깊은 어른들의 상처도 하나씩 치유된다.

뮤지컬 <소리도둑>의 동화 같은 무대

<소리도둑>은 뮤지컬 <천사의 발톱>, 연극 <미친키스> 등 강하고 선 굵은 작품들을 선보여 왔던 연출가 조광화의 예상외의 작품이다. 그는 ‘내 딸이 행복해할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는데, 아이들보다는 어른들의 마음을 정화해준 작품이 아닌가 한다. 실제로 극이 진행되는 동안 객석에서 울고 웃으며 유난히 감정의 기복을 드러낸 부류는 대부분 어른들이었다. 아이들은 확실히 밝고 맑은 것에 반응했다. 한 사람이 겨우 들어갈 만한 올망졸망한 집이며, 배우들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이나 몸짓, 꽃밭이나 오솔길을 드러낸 고운 무대, 반짝반짝 빛나는 반딧불 등 아이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요소들은 많았다.

남경주, 라준 등 배우들 연기 돋보여

단연 돋보였던 것은 배우들의 연기가 아닐까 한다. 남경주, 최정원을 주축으로 소녀 아침이와 마을 사람들의 감칠 나는 연기. 특히 바보 치린이를 연기한 라준의 발견은 새로운 수확이었다. 아이들이 이 작품을 보고 어떤 느낌을 얻어갈지는 미지수다. 아마도 어른들이 느낀 ‘상처나 사랑, 치유, 희망’과는 전혀 다른 별난 이미지가 아닐까!

상상의 자유로움 슬라바의 <스노우쇼>

전 세계 100여 개 나라, 3백만 관객이 열광했다는 슬라바폴루닌의 <스노우쇼>를 보기 위해 오케스트라석에 앉았다. 그러니까 라이브 연주가 있는 공연이라면 그 연주를 담당하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앉는 무대 바로 앞자리다. 뭐 별일이야 있겠냐 싶었는데, 덕분에 많은 일을 당했다(^^). 일단 <스노우쇼>는 공연 제목이나, 광대가 나온다는 말에 어린이들을 위한 공연으로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역시 아이들만을 위한 공연은 아니다. 대사가 전혀 없고 특별한 스토리 라인도 없기 때문에 아이들에게는 밋밋할 수 있는 작품이다. 아니, 오히려 많은 고정관념으로 얽혀있는 어른들에게 더 어렵게 다가올 퍼포먼스일 것이다.

광대예술의 백미 <스노우쇼>

무대가 열리면 샛노란 옷에 빨간색 목도리와 신발을 착용한 빨강머리 광대가 등장한다. 커졌다 줄었다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몸이며, 변화무쌍한 표정, 쓰러졌다 날아다녔다 새털만큼 가벼운 몸놀림은 ‘광대예술’이라는 말을 새삼 떠오르게 만든다. 그런데 무대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없었던 필자는 슬쩍슬쩍 리플릿을 훔쳐보았다. ‘도대체 뭘 말하려고 하는가?’ 그러는 사이에도 여기저기에서 웃음꽃이 피어났고, 급기야 광대는 객석으로 뛰어들어 관객들 사이로 거침없이 파고들었다. 그 뒤에는 리플릿을 볼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광대들이 시도 때도 없이 객석으로 뛰어드는가 하면, 떨어지고 날아오는 뭔가를 막느라 바짝 긴장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우스꽝스러운 모습의 광대들

<스노우쇼>는 광대들의 몸짓과 표정, 마임이 뛰어난 작품이다. 특히, 대사도 없이 슬픔과 기쁨, 환희와 고통을 전달하는 모습에서는 배우가 이겨내야만 했을 자신만의 싸움과 응축된 집중력에 소름이 돋기도 했다. <스노우쇼>는 그러나 앞서 말했듯 스토리가 기승전결을 갖췄거나 배꼽을 잡고 웃을 만한 광대극은 아니다. 덕분에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필자는 리플릿을 보고 극을 이해하려고 애를 쓰다, 불현듯 그동안 너무 틀에 박힌 작품만을 봐왔던 것은 아닌가 생각해보았다.

그런 면에서는 아이들의 사고가 훨씬 유연한 것 같다. 한바탕 신나게 웃고 노는 모습이 ‘쇼’를 제대로 즐길 줄 안다. 하기는 무대를 모두 이해할 필요는 없다. 그냥 보고 느끼면 되지 않겠는가. 잘 모르는 여백은 감동의 여운이나 상상력을 펼칠 공간으로 남겨두면 되고 말이다. 그래서 <스노우쇼>를 보고 난 뒤에는 같은 장면을 두고 아이들과 생각을 얘기해보면 정말 재밌을 것 같다. 한 가지 귀띔을 해 준다면 <스노우쇼>는 단순히 보는 공연이 아니다. 다소 빈 공간이 있는 유연한 마음과 가벼운 옷차림은 필수라는 점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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