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연재종료 > 소마의 DVD 라이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작 <라비앙 로즈>
영화 속에서 에디뜨 삐아프는 자신이 지닌 유일한 재능인 노래로 삶 전체를 뚫고 나가는 인물이다. 그녀에게 삶은 곧 노래이고 곧 사랑이다.
올해의 오스카 여우주연상 수상작 <라비앙 로즈 SE>
올해 80회를 맞이한 아카데미 시상식은 어느 해보다 어수선한 가운데 치러졌다. 작가 노조의 파업으로 인해 오스카의 전초전이라고 할 수 있는 골든 글러브 시상식은 기자 회견으로 대체되었고 겨우 시상식에 임박해서야 파업이 마무리되면서, 작가 노조에 지지 의사를 보이며 여러 시상식에도 참여하지 않았던 배우 노조의 동조 파업 역시 마무리됨에 따라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들이 오스카 시상식에 참석할 수 있게 되며 지구상에서 가장 쇼적인 요소가 많은 이 시상식이 온전히 개최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예년에 비해 금년도 아카데미 시상식은 화려한 비주얼이나 쇼적인 측면이 많이 약화된 모습을 보여주었고 사회자인 존 스튜어트가 밝혔듯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의 준비만으로 이루어진 시상식이었기 때문에 이벤트 자체의 화려함은 많이 부족한 모습이었다. 더구나 국내에 위성 생중계된 화면은 위성 상황이 좋지 않아 시상식 내내 툭툭 끊긴 화면을 선보였다.
#1.오프닝 : 영화의 첫 장면에서 에디뜨 삐아프(마리온 꼬띠아르)는 격정에 찬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다가 무대에 쓰러지고 만다. 감독 올리비에르 다한은 삐아프를 연기한 마리온 꼬띠아르가 노래를 잘해서 극 중 노래를 부르게 하는 것도 고려해 보았으나 삐아프라는 인물을 설명하는 데는 원래의 삐아프의 목소리를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꼬띠아르는 극 중에서 모두 립싱크를 하는데, 촬영 중 가장 어려운 부분이 립싱크 장면들이었다고 한다. |
#2.불행한 삐아프의 어린 시절. 거리의 가수인 어머니의 손에서 외할머니의 손으로 넘겨진 삐아프는 다시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노르망디 매춘 업소의 주인인 친할머니의 손으로 넘겨진다. 하지만 삐아프를 따뜻하게 대해주는 가족은 없다고 말해도 무방할 정도다. |
#3. 어린 삐아프를 보고 모성애를 느끼는 여인은 창녀인 티틴. 가상의 인물인 티틴은 감독의 경험에 의해 만들어진 인물이라고 한다. 티틴은 어린 삐아프를 자신의 딸처럼 돌보고 어린 삐아프는 티틴을 통해 일종의 종교적 체험을 하게 된다. 이 영화에서 삐아프는 마치 잔다르크와 같이 종교적 열정과 순수함에 위치한 인물처럼 묘사되고는 한다. |
#4. 티틴과의 행복했던 시절도 결국 아버지에 의해 서커스단으로 가게 되면서 끝이 난다. 이런 에디뜨 삐아프의 모성애 박탈은 후에 에디뜨 삐아프 자신의 쓰라린 모성의 경험을 예고한다. |
올해의 아카데미상, 의외의 선택들
하지만 금년도 아카데미 시상식은 시상식의 본질적인 측면인 수상 후보들의 질로 보자면 어느 해보다도 풍성한 편이었다. 작품상과 감독상, 남우조연상 그리고 각색상을 가져간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몇 년만에 등장한 코엔 형제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영화였고 남우주연상과 촬영상이라는 알짜배기 두 개 부문을 수상한 폴 토마스 앤더슨의 <데어 윌 비 블러드> 역시 코엔 형제의 영화 못지않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었다.
물론 이 두 영화의 수상은 어느 정도 예상되었다는 점에서 이번 시상식의 진정한 승자는 예상 밖의 선전을 보인 두 편의 영화, <라비앙 로즈>와 <본 얼티메이텀>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아카데미 취향이라고 할 수 없는 액션 블록버스터로서 기술상 부분의 올해의 승자인 <본 얼티메이텀>의 승리도 예상 밖이기는 하지만, 1963년 소피아 로렌의 수상 이후 무려 40여 년 만에 비영어권 국가의 여배우에게 주어진 오스카 여우주연상 트로피는 가장 놀라운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금년도 오스카 여우주연상 수상자인 <라비앙 로즈>의 마리온 코틸라르는 아직까지 세계적인 지명도가 그리 높지 않은 배우이지 않은가?
그래서 그런지 마리온 코틸라르는 시상식 순간에도 스스로 무척 놀라면서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하고 감격에 취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실제로 <라비앙 로즈>의 DVD 서플먼트에 담긴 인터뷰에서, 제작자는 은근히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을 기대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 외의 상을 기대하고 있지는 않은 듯하다. (의외로 <라비앙 로즈>는 외국어 영화상 부분의 후보에도 오르지 못하고 예상하지 못했던 여우주연상과, <캐리비언의 해적: 세상의 끝>을 제치고 분장상을 수상했다.)
#5. 승승장구하던 시절의 삐아프는 술에 취해 있다. 자기 중심적인 스타로서의 기분에 도취되어 있는 삐아프의 모습은 불손해 보인다. |
#6. 스무 살 시절, 몽마르뜨에서 거리의 가수로 생계를 이어가는 에디뜨 삐아프. 그녀의 곁에는 오랜 친구인 모몬느(실비 테스튀)가 있다. 싸구려 포도주를 들고 다니며 술에 취해 노래하는 에디뜨의 삶은 여전히 피폐하다. 그녀의 부모들은 에디뜨에게 돈을 갈취하려고 할 뿐이다. |
#7. 거리에서 카라베의 주인 레플레(제라르 드빠리디유)에게 픽업된 에디뜨. 레플레는 에디뜨에게 ‘작은 참새’라는 뜻의 ‘라 몸므 삐아프’라는 애칭을 붙여준다. 실제로 에디뜨 삐아프는 150cm도 안 되는 작은 키의 소유자였지만 거리의 가수 출신답게 강렬한 가창력을 지니고 있었다. |
#8. 카바레(우리나라의 이미지와 달리 카바레는 작은 뮤직홀같은 곳이다)에서 처음 노래하게 된 에디뜨. 무대 경험이 없어 힘들어 하지만 뛰어난 가창력으로 관객을 사로잡게 된다. |
<라비앙 로즈>, 삐아프의 격정적인 삶
잘 알려진 것처럼 <라비앙 로즈>는 ‘파리의 목소리’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위대한 가수 에디뜨 삐아프의 일생을 다루고 있는 뮤지컬 전기 영화다.(이 장르가 특히 아카데미의 사랑을 받고 있기는 하다.) 국내에는 <크림슨 리버 2> 정도로 알려진 올리비에 다한 감독이 연출한 <라비앙 로즈>는 시간의 흐름대로 영화를 끌고 가는 전통적인 방식 대신 말년의 삐아프가 어린 시절의 자신을 회상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라비앙 로즈>의 이런 이원적 시간 구성 역시 시간의 흐름대가 규칙적으로 나뉘어진 것은 아니어서 영화의 시간대를 정확히 이해하려고 한다면 약간 혼란을 느낄 수도 있는데 이는 <라비앙 로즈>가 삐아프의 감정 선을 따라가는 데 집중하는 영화라는 점에서 기인한다. 물론 <라비앙 로즈>에는 어느 정도 잘 알려진 대략적인 성공담과 연애담이 스토리텔링에 들어 있기는 하지만 정작 이 영화에는 로맨틱한 기승전결은 담겨 있지 않으며 마치 파편적 기억처럼 영화에 들어 있다. 따지고 보면 이 영화를 이루는 여러 이야기 중에서 한 부분만 가지고도 장편영화 한 편 분량을 이룰 수 있을 정도고 실제로 끌로드 를루슈의 1983년작 <에디뜨와 마르셀>은 <라비앙 로즈>에도 나오는 에디뜨 삐아프와 마르셀 세르당의 비극적인 연애담을 이용해 한 편의 영화가 되기도 했다.
에디뜨 삐아프는 살아생전 상당히 많은 스캔들을 일으켰던 인물이고 그와 사귀었던 인물 중에는 이브 몽땅, 샤를르 아즈나브르, 조르쥬 무스타키 등의 유명 인사들도 포함되어 있었으며 장 꼭또 같은 저명한 친구들도 있었다. 하지만 <라비앙 로즈>에는 이들과의 관계를 거의 묘사하지 않는다. 대신 <라비앙 로즈>는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시작해서 위대한 예술가의 반열에 오른 삐아프의 삶 전체를 설명하려는 데 집중하면서 개별 사건을 묘사하기보다는 삐아프의 삶 자체에서 보여지는 일종의 ‘뉘앙스’를 표현하는 데 애쓴다. 영화는 단지 에디뜨 삐아프라는 특정한 개인에 대한 묘사뿐 아니라 예술가라고 통칭되는 사람들의 광기에 가까운 집착과 심리를 삐아프라는 캐릭터에 투영하는 방향으로 연출되었고 그런 점에서 <라비앙 로즈>는 보편성을 어느 정도 획득했다고 할 수 있다.
감독의 이런 ‘탈삐아프’적인 연출이 잘 드러나는 설정은 특히 삐아프라는 인물의 근원이 담긴 유년기에서 나타나는데, 거리에서 나고 자란 삐아프가 부모들에게 버림받거나 무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에서 보여지는 먹먹함과 그와 대비되는 (가상 인물인) 창녀 티틴의 모성애적인 보살핌과 타의에 의한 이별 등이 이 영화의 전반부에서 주요한 사건으로 묘사되는 것은 ‘박탈과 상처에 의한 예술’을 설명하는 일반적인 장치라고 할 수 있다. 따지고 보면, 실제의 에디뜨 삐아프는 평생의 삶을 하나의 ‘여성’으로 기억되지 결코 ‘모성’으로서 기억되는 인물이 아닌데, 삐아프 캐릭터의 이런 ‘모성의 부재’는 영화 속에서 어린 삐아프에게 유일하게 주어진 모성적 존재인 티틴과의 이별에서부터 유래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9. 피폐한 몸으로 요양하고 있는 삐아프. 실제로 에디뜨 삐아프는 자신의 나이보다 스무 살은 족히 더 나이가 들어 보였다고 한다. 정보 없이 본다면 영화 속에 묘사되는 에디뜨 삐아프의 나이는 일흔이 넘어 보이지만, 에디뜨 삐아프는 불과 48세로 운명을 다했다. 아직 30대에 불과한 마리온 꼬띠아르는 뛰어난 연기력으로 삐아프의 고통스런 말년 연기를 잘 해낸다. |
#10. 자신을 가수로 이끌어준 레플레의 사망 사건의 배후 인물로 지목되어 곤욕을 치르던 삐아프를 구원해 준 것은 시인인 레이몽 아소. 레이몽은 타고난 가창력 하나로 승부하던 삐아프를 교육시켜 연극적인 요소를 도입한 진정한 무대의 가수로 태어나게 한다. 역사 속에서 레이몽 아소는 교육받은 적이 없었던 에디뜨 삐아프에게 파스칼을 비롯한 다양한 인문학적 교양을 쌓게 했다고 전해진다. |
#11. 잠시 무대 공포증에 시달리지만 무대 위의 에디뜨 삐아프는 관객을 사로잡으며 전국민적인 스타로 떠오르게 된다. 이 극적인 삐아프의 귀환 장면에서 감독은 노래 소리를 지우고 노래 위해 표정과 연기를 도입한 삐아프의 변화에 주목한다. |
#12. 에디뜨 삐아프의 수많은 연인 중에서도 가장 큰 사랑을 나누었던 권투선수 마르셀 셰르당과의 에피소드는 이 영화에서 꽤 중요하게 묘사된다. 마르셀에게는 이미 아내가 있었지만 삐아프에게 그런 사실은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다. 사랑의 순간에 모든 것을 거는 삐아프의 모습이 잘 드러나 있다. |
예술가의 삶의 근원
영화 속에서 삐아프는 미래를 예측하는 인물이 아니다. 순간 순간의 감정에 자신의 모든 것을 송두리째 던져버리는 삐아프의 삶의 태도는 평범한 사람으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기는 하지만, 영화 속에 삽입된 에디뜨 삐아프의 노래와 겹쳐지면서 특유의 설득력을 얻게 된다. 바로 이 점에서 삐아프를 연기한 마리온 코틸라르의 연기가 설득력을 얻게 된다. 역사 속에서 에디뜨 삐아프는 자신의 실제 나이를 훨씬 상회해 보이는 늙은 얼굴을 지녔었으며 48세로 숨을 거둘 당시에는 완벽한 노인의 얼굴이 되어 있었다. 영화 속에서는 실제 기록 필름에 남겨진 삐아프의 사진보다도 더 늙어 보이는 얼굴의 인물로 삐아프를 그리고 있는데, 굳이 비판을 가하자면 <라비앙 로즈>에서 코틸라르의 연기는 조금은 과잉된 듯한 느낌을 주기까지 한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이런 코틸라르의 연기는 폭발적인 에너지를 지닌 삐아프의 목소리와 겹쳐지면 이 영화의 내적인 설득력 이상을 보여주는데 영화 속에서 늘 위태로운 감정선을 드러내는 삐아프의 심리 상태와 그녀를 둘러싼 고통과 위기는 삐아프가 남긴 위대한 노래들의 실제적인 기반이 되는 것으로 설명됨에 따라 나름의 설득력을 지니게 되는 것이며, 특히 삐아프가 연인 마르셀의 사고 소식을 듣고 자신의 호텔 방을 배회하다가 무대 위에 서는 장면으로 마무리되는 시퀀스는 이런 영화의 핵심적인 주제를 단적으로 설명해 주는 시퀀스라고 할 수 있다.
<라비앙 로즈>는 미학적으로 새로운 영화라고는 할 수는 없다. 이 영화가 영화의 시간을 분절하는 방식이 순차적인 형태를 취하기보다는 주인공의 순간적인 감정선을 따라간다는 점에서 새롭기는 하지만 이 영화의 스타일은 고전적인 전기 영화에 많은 것을 빚지고 있으며 그건 마리온 꼬띨라르의 연기 역시 마찬가지다. (그녀는 현대 프랑스 영화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고전적인 메소드 연기를 한다.) 그러나 <라비앙 로즈>는 적어도 에디뜨 삐아프라는 역사적인 인물을 단순히 과거의 시간에 가두어 두지 않았다는 점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영화다. 에디뜨 삐아프에 대해 생소한 관객이라도 삐아프가 자신의 삶의 부정적인 부분까지도 송두리째 껴안으며 살아가려 했다는 점을 이해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영화 속에서 에디뜨 삐아프는 자신이 지닌 유일한 재능인 노래로 삶 전체를 뚫고 나가는 인물이다. 그녀에게 삶은 곧 노래이고 곧 사랑이다. <라비앙 로즈> 속에서 삐아프는 아무래도 불행하게만 보이는 인물이지만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에디뜨 삐아프는 자신의 노래를 통해 고통스러운 자신의 삶을 ‘후회하지 않아’라고 말한다. ★★★★
|
|
#13. 마르셀과의 연애가 시작되면서 영화 속 콘서트장에서는 ‘라비앙 로즈’, 즉 ‘장밋빛 인생’이 들려온다. 삐아프의 노래 중에서도 가장 낙천적인 이 노래는 삐아프의 감정을 그대로 담아낸다. 이 영화에서 노래의 가사는 고스란히 삐아프의 심리를 그대로 드러내는 역할을 하는데, 실제로 에디뜨 삐아프의 노래는 자신의 실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라비앙 로즈’의 경우 역시 이브 몽땅과의 행복했던 연애 시절에 만들어진 노래라고 한다. |
#14. 마르셀이 권투 경기에서 승리하자 삐아프는 하늘을 쳐다보고 기쁜 미소를 짓는다. 영화 속에서 삐아프는 '성녀 테레사'를 자신의 수호신처렴 여기며 계속 기도하는 모습을 보인다. 삶의 순간 순간에 행복해 하는 삐아프의 모습이 잘 표현된 장면. |
#15. 아마도 꼬띠아르를 올해 아카데미의 승자로 만들었을 것 같은 장면. 실제로 마르셀 셰르당은 영화에서처럼 에디뜨 삐아프에게 오다가 비행기 사고로 사망했는데, 영화 속에서는 에디뜨 삐아프의 주관적 시점에 따라 감정의 폭발을 다루고 있다. 스태디캠으로 촬영된 이 롱테이크 장면은 삐아프의 절망감을 잘 보여주는데, 이 장면의 끝에 공연장과 연결함으로서 자신의 삶의 정수를 무대에 쏟았던 삐아프의 예술가적인 면모를 잘 보여주고 있다. |
#16. 영화의 말미에 배치된 결론 같은 장면. 해변가에서 뜨개질을 하는 삐아프를 찾아온 기자는 ‘여인들에게 무엇을 충고하겠는가?’라고 묻는다. ‘사랑하세요.’라고 대답하는 삐아프. 자신은 사랑을 믿는다고 말하는 삐아프는 온통 고통으로 도배된 인생을 살아왔으면서도 모두에게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남긴다. 이 장면은 실제의 삐아프가 남긴 유명한 인터뷰에서 따온 장면. |
#17. 마지막 부분에 삐아프의 죽음과 겹쳐지는 노래 ‘Non je ne regrette rien 난 후회하지 않아요.’ 에디뜨 삐아프의 대표적인 말년의 명곡으로 손꼽히는 이 노래를 통해 삶의 모든 부분을 힘차게 살아갔던 한 예술가의 위대함에 대해 영화는 찬사를 보낸다. |
시대 분위기가 물씬 담겨진 영상
20세기 초반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영화답게 <라비앙 로즈>의 전체적인 색감은 조금 어두운 느낌을 준다. 시대적 배경을 묘사하는 데는 적절하다는 생각은 드는데, DVD 매체로서는 너무 짙게 검은 색을 표현하고 있어 색이 뭉개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인물의 질감이나 피부 표현은 적절하게 표현되는 편이나 일부 실내 장면의 배경 지글거림이 두드러져 보이는 것도 아쉽다. 하지만 전체적인 영화의 색 밸런스나 표현은 최신작다운 편이다. ★★★
|
강렬한 에디뜨 삐아프의 목소리
가끔씩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서 그냥 무시하듯 지나쳐 버리는 것이 있다. 필자 역시 에디뜨 삐아프 하면 그저 ‘프랑스의 국민 가수’ 정도로 인식하고 넘어가고는 했다. 하지만 <라비앙 로즈>를 보면서 삐아프의 그 가공할 만한 음악적 깊이에 탄복하게 되는데, 이는 이 영화 속에서 표현된 삐아프의 노래가 너무나 생생히 다가오는 탓이기도 하다. 깨끗한 사운드로 펼쳐지는 삐아프의 노래는 그녀의 목소리가 얼마나 강력한가를 다시 한 번 상기시키며 음악 영화로서의 매력 역시 배가시킨다. ★★★★
|
|
||
| ||
| ||
| ||
■ Makingof(25분 52초) 제작사에서 만든 메이킹 필름. 감독 올리비에 다한과 주연 배우인 마리온 꼬띠아르 등의 스탭진과 배우들의 목소리를 통해 영화 제작의 의도와 에디뜨 삐아프에 대한 감독과 배우의 해석, 영화적 입장에 대해 다루고 있다. 캐스팅 과정에 대한 언급과 영화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분장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으며, 미국산 메이킹 필름과 달리 배우들이 자신의 캐릭터에 대해 설명하는 것도 흥미롭다. | ||
| ||
| ||
| ||
■ Stepping into Character(7분 23초) 감독과 주연 배우가 에디뜨 삐아프를 어떻게 표현하려고 했는지, 그 의도를 알 수 있는 메뉴. 감독인 올리비에 다한은 삐아프의 거의 전 자료를 보면서 연구했으나 꼬띠아르에게는 두 권의 책과 영상 자료를 보기를 권했다고 한다. 감독과 배우 모두 삐아프를 무조건 흉내내는 것은 피하려고 했으며 자기들 나름의 해석을 시도하려했다는 점이 이 서플먼트에 잘 드러난다. |
||
| ||
■ Deleted Scenes 4 장면이 수록된 삭제 장면에는 삐아프의 공연을 바라보는 관객들의 모습, 에디뜨 삐아프를 돌보던 남편 테오와의 장면, 장 꼭토와의 대화 장면, 자신의 치유를 기적이라고 믿는 에디뜨와 의학의 승리라고 주장하는 의사의 장면이 들어 있다. 본편에는 포함될 이유가 별로 없는 장면들이지만 본편에 관한 소소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 ||
| ||
■ Surprise(1분 8초) 영화에서는 결코 만날 수 없는 세 배우, 에디뜨 삐아프를 연기한 두 명의 아역 배우와 성인 삐아프를 연기한 마리온 꼬띠아르의 장난스러운 모습을 담고 있는 메뉴. 어린 배우들이 삐아프의 노래 ‘Milord(주인님)’을 부르는데 끼어드는 노역 분장의 꼬띠아르의 모습이 재미있다. | ||
| ||
■ 'La Vie En Rose' at New York(12분 43초) 뉴욕에서 시사회를 진행하던 당시의 자료 필름. 관객과의 대화를 하거나 인터뷰를 하는 모습 등이 담겨 있으며 아카데미상에 대해 기대는 하지만 엊그저께 이루어진 대성공까지는 예상하지 못하는 제작자의 조심스러운 인터뷰도 담겨 있어 이채롭다. 이 영화 후 받은 출연 제안이 후했다는 마리온 꼬띠아르의 인터뷰도 들어 있는데, 아마도 지금쯤은 주가가 하늘을 찌를 듯. | ||
| ||
| ||
| ||
| ||
■ Documentary pf PIAF (26분 49초) <삐아프, 욕망의 대상>이라는 제목의 단편 다큐멘터리로서 문학적인 향취가 많이 나는 다큐멘터리다. 예상보다 자료 화면은 많이 담고 있지는 않고 영화 속 장면을 많이 인용하고 있는데, 포지티프의 영화 평론가 엘리즈 도메나크와 사회학자인 카뜨린느 뒤텔 뻬쎙 그리고 영화에서도 단역으로 출연한 바 있는 마야 바르소나의 목소리를 통해 에디뜨 삐아프가 프랑스에서 차지하는 사회학적 위치, 영화에서의 표현, 음악적 영향력을 다루고 있다. 조금은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구성이지만 좀 더 에디뜨 삐아프에 대해 심층적으로 알고 싶다면 볼만하다. 특히, 영화의 말미에 배치된 살아 생전의 에디뜨 삐아프와 남편 테오의 노래 장면은 놓치기 아깝다.삐아프에 대한 많은 정보를 담고 있는 서플먼트 약 75분 분량의 서플먼트는 다소 중복되는 내용이 있기는 하지만 에디뜨 삐아프라는 인물에 대해서 꽤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 세계적인 스타이기는 하지만 국내에는 의외로 별로 안 알려져 있는 인물이라 서플먼트의 내용을 보면 본편에 대해서도 더 많은 이해를 준다고 할 수 있다. 프랑스인 특유의 진지한 분위기가 서플먼트 내용을 채우고 있어 사람에 따라 조금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그만큼 많은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또 본래는 무척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마리온 꼬띠아르의 실제 얼굴을 확인할 수 있기도 하다. 영화 속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외모를 지니고 있으니 놀라지 마시기를.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