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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한 폭력은 가능한가? <브레이브 원>

<브레이브 원>은 단순한 복수 영화라는 외피 안에 ‘뉴욕’이라는 특정 도시 또는 이 시대의 도시성을 탐구하는 영화가 되며 그 도시성에 대한 반응은 조디 포스터가 연기하는 주인공 에리카 베인의 심리에 의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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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브 원> 리뷰

정당한 폭력은 가능한가? <브레이브 원>

<브레이브 원>의 줄거리를 요약하면 무척 간단하다. 뉴욕의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 에리카 베인(조디 포스터)과 그녀의 연인은 어느 날 길거리에서 불량배들에게 지독한 폭행을 당하고 에리카는 그녀의 연인을 잃게 된다. 심각한 육체적·정신적 충격을 받은 에리카는 그 후 뉴욕의 밤거리를 배회하다가 결국 복수를 감행하게 된다.

따지자면 <브레이브 원>의 표면적인 줄거리는 70년대에 만들어진 할리우드의 B급 영화에 가깝다. 집단 강간을 당한 여성이 가해자 남자들에게 더욱 끔찍한 방법으로 복수했던 <네 무덤에 침을 뱉어라, 1979>나 남자들에게 딸을 잃은 부모가 처절하게 복수하는 내용의 잔혹 공포물 <왼편의 마지막 집, 1972> 같은 영화들의 줄거리와 유사하다. 이런 영화들의 분위기를 잘 모르시는 분이라면 퀀틴 타란티노의 <데스 프루프, 2007>를 예상하시면 좋을 것이다. ‘엑스플로테이션 영화(선정 영화)’라고 불리던 이런 영화들 속에는 연기력보다는 몸 좋은 여인네들이 복수하는 내용이 꽤 많았다.

하지만 <브레이브 원>의 주인공이 조디 포스터라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조디 포스터는 아마도 현재의 할리우드에서 육체적 여성성을 내세우지 않는 유일무이한 여배우라고 할 수 있다. 또 그녀는 일찍이 어린 나이에 당시의 뉴욕 거리를 깊이 사유했던 마틴 스콜세지의 영화 <택시 드라이버, 1976>의 히로인이기도 하다. 이렇게 조디 포스터가 이 영화의 제작자이자 주연 배우라는 사실은 <브레이브 원>이 단순한 복수 영화 이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브레이브 원>은 단순한 복수 영화라는 외피 안에 ‘뉴욕’이라는 특정 도시 또는 이 시대의 도시성을 탐구하는 영화가 되며 그 도시성에 대한 반응은 조디 포스터가 연기하는 주인공 에리카 베인의 심리에 의존한다.

#1.오프닝 & 타이틀 시퀀스 : <브레이브 원>의 첫 부분은 에리카 베인(조디 포스터)에 대한 소개로 채워진다. 위 이미지 중에서 보듯 도시와 겹쳐지는 그녀의 이미지와 그녀의 코멘트는 그녀의 뉴욕에 대한 깊은 애정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녀가 뉴욕의 순수함을 상징하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2. 에리카는 연인인 데이빗(나빈 앤드류스)과 곧 결혼을 앞두고 있는 행복한 중산층이다. 하지만….

#3. 그러나 두 연인은 산책을 하던 중 무지막지한 폭력을 당한다. 불량배들은 이들을 조롱하고 폭행하는 장면들을 동영상으로 촬영한다.

그녀는 왜 ‘걷는 여자’인가?

영화의 도입부에서 영화가 알려주는 정보는 주인공 에리카 베인이 라디오 프로그램 특히 뉴욕의 거리를 거닐고 과거의 뉴욕을 추억하는 프로그램의 진행자라는 것이다. 그녀는 뉴욕의 기억들이 체화되어 있는 인물이며 영화 속에서 직접 도시를 걸으며 도시의 소리를 녹음하는 것을 업으로 삼는다. 결과적으로 이토록 도시의 변화에 예민한 인물이라는 에리카 캐릭터에 대한 설명은 이로 인해 에리카가 더욱 도시의 어둠과 변화에도 더 깊은 상처를 받을 인물이라는 것을 유추하게 한다. 즉, 이 영화의 초반부에 제시된 에리카의 내면은 직접 도시의 폭력의 희생자가 되면서 도시의 공포에 대한 신경증적인 인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영화의 연출자가 아일랜드 출신의 닐 조단이라는 점은 내부인으로서는 둔감할 수 있는 도시의 폭력성(수많은 사건 사고에 둔감해진 우리의 모습을 보라) 또는 외부자가 바라보는 뉴욕이라는 도시의 속살을 담아내는 데 일정 정도의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영화에서 에리카는 가공할 폭력에 노출되고 그 자신이 생면부지의 폭력을 사용하는 데 익숙해지는, 일종의 ‘자경단’으로서 성장해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날카롭게 뉴욕이라는 도시의 더러운 폭력의 속살을 보여주었던 조디 포스터의 출세작 <택시 드라이버> 이후 30년을 다루고 있는 이 영화는 외면적으로 평화롭게 보이는 ‘뉴욕’이라는 도시의 속살은 여전히 어둡기 짝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미 공화당의 대선 후보이기도 했던 줄리아니의 뉴욕 시장 재임 후 뉴욕은 외면적으로 과거보다 깨끗하고 말끔한 도시로 인식되어 왔다.)

#4.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 머서 형사(테렌스 하워드)는 도시의 폭력을 일상적으로 접하는 인물이며 영화의 주제를 설명하는 데 적절한 인물이다.

#5. 갑작스러운 폭행을 통해 3주간이나 혼수 상태에 빠져 있던 에리카. 깨어나자마자 에리카는 자신의 연인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6. 간신히 건강을 회복한 에리카는 힘겹게 거리에 나선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편안하게 뉴욕의 거리를 받아들일 수 없다.

#7. 자신을 엄습하는 불안감 때문에 에리카는 결국 총기 구입을 결정한다. 한 달이나 걸리는 정식 총기 구입 대신 불법 총기를 구매하는 에리카.

뉴욕의 밤, 그 어두운 속내

DVD의 서플먼트 속 인터뷰에서 닐 조단(닐 조단의 경우 할리우드와 아일랜드를 오가며 작업을 했으나 집은 아일랜드에 있다)은 ‘뉴욕이 과거에 비해 많이 좋아진 것으로 알았으나 알고 보니 변한 것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말하는데 이런 그의 인식은 영화 속에 반영되어 <섹스 앤 더 시티> 등의 세련된 뉴요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뉴욕’의 풍경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이 영화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영화의 도입부에서 에리카 베인은 폭행 살인 사건 이전 주로 뉴욕의 낮거리를 자유롭게 거닐던 인물이다. 하지만 그녀는 사건 이후 뉴욕의 밤거리와 조우하게 되는데, 그녀가 만나는 뉴욕의 밤은 온통 폭력으로 도배된 곳이다.

이 영화는 에리카 베인의 야행(夜行)을 통해 일종의 폭력의 여정을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에리카 베인이 폭력과 만나는 방식이 인위적으로 조성한 것이 아닌 일종의 우연에서 출발함은 흥미롭다. 이 영화에서 에리카는 네 번의 살인을 저지르는데, 그중 처음의 두 번은 본인이 의도한 것이 전혀 아니다. 그녀는 그저 뉴욕의 밤거리를 거닐다가 우연히 폭력을 만나고 결과적으로 이 두 번의 사건을 통해 에리카는 익숙한 킬러가 되어간다.

영화는 일방적 폭력의 대상자였던 여성/피해자였던 에리카 베인의 위치를 가해자의 위치로 역전시키면서 도시의 폭력성에 대한 도덕적 질문을 던진다.

그런 점에서 영화의 또 다른 축을 담당하는 형사 머서(테렌스 하워드)의 존재는 각별하다. 그는 누구보다 도시의 폭력과 직접적인 연관 관계를 맺고 있으며 그에 대한 증오를 품고 있는 인물이지만 ‘법’이라는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을 남용하지는 않는 인물이다. 매우 신사적이며 정의로운 형사임에도 머서의 삶은 그리 생기롭지 못한데, 이는 폭력에 감염된 도시에 대한 염증 또한 그를 엄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영화 상에서 머서는 에리카의 캐릭터와 대척점에 서 있는 인물이기도 한데 에리카가 ‘여성/폭력 체험자/비합법’이라는 위치에 처해 있다면 머서는 ‘남성/폭력 관찰자/합법’이라는 위치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둘은 동시에 도시의 폭력에 대한 깊은 혐오감을 지니고 있는 인물이기도 한데, 이로 인해 두 캐릭터의 긴장과 교감이 가능해지며 닐 조단은 둘의 심리적 갈등을 꽤 훌륭하게 묘사하는 뛰어난 연출력을 보여준다.

#8. 한편 머서는 변호사인 전처를 만나 자신이 맡고 있는 사건의 목격자의 무료 변론을 요청하지만 현실적인 전처는 거부한다. 이 대목에서 이상주의적인 형사인 머서의 면면이 보여진다.

#9. 에리카의 첫 번째 살인은 우발적으로 벌어진다. 밤 늦게 들어간 편의점에서 살인 사건을 목격하게 되는 에리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방아쇠를 당긴다.

#10. 도시의 폭력과 자신에 대해 우울한 고민에 빠져드는 에리카는 라디오를 통해 자신의 슬픔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11. 에리카의 두 번째 살인 역시 우발적이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에리카는 좀 더 침착해졌고 정확히 상대방을 응시하며 방아쇠를 당긴다.

정당한 폭력은 가능한가?

<브레이브 원>이 다루고 있는 영화적 주제는 과거 프랑스의 바칼로니아 시험에 출제되었다는 철학적 질문과 맞닿아 있다. 중후반부까지 펼쳐지는 이 영화의 깊이 있는 자세는 결말부에서 좀 ‘깨는’ 편이며, 이는 표면적으로 위의 질문에 대한 어떤 대답을 말하는 것 같다.(스포일러가 되므로 이 글에서는 그에 대한 언급은 자제한다.)

하지만 <브레이브 원>이라는 영화적 분위기와 전개를 놓고 보았을 때 평범한 할리우드 장르 영화의 결말과 별반 다르지 않은 듯한 이 영화의 결말부만 놓고 이 영화를 평가하는 것은 조금 위험한 일이다.

‘일차원적 용기’를 뜻하는 제목이 의미하는 것처럼 <브레이브 원>은 최근 할리우드의 장르 영화에서 보기 힘든 꽤 깊은 영화적 통찰을 보여주는 영화다.

고통 어린 폭력 경험에 근거한 ‘외상 후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주인공 에리카 베인은 결국 폭력을 통해 도시를 정화하려는 시도를 한다. 하지만 그녀의 폭력에 대해 가장 깊이 회의하는 것은 그녀 자신이기도 하다. 단세포적인 액션 히어로들과 달리 에리카 베인은 도시의 폭력과 자신의 폭력 모두에 대해 깊이 회의하는 인물이며 이것이 바로 <브레이브 원>이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아마도 영화 팬이라면 이런 질문도 가능할 것이다.

<택시 드라이버> 이후 30년, 당신들의 뉴욕은 변했는가?’

그리고 <브레이브 원>은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뉴욕은 변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당신들의 도시는 어떠한가?’라고…. ★★★

메인 메뉴

장면 선택 메뉴

#12. 살인 사건 후 현장에서 도망친 에리카. 다시 사건 현장에 갔다가 머서 형사를 만난다.

#13. 에리카와 인터뷰를 하는 머서. 법을 준수하는 형사 머서는 비보도 조건으로 도시의 부당한 폭력에 대해 나직하게 분노를 토로한다.

#14. 밤거리를 거니는 에리카는 또다시 도시의 폭력과 조우하게 된다.

#15. DVD의 서플먼트에서 프로듀서가 뛰어난 장면이라고 언급하는 대화 장면. 두 사람은 서로 쳐다보며 대화를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거울을 바라보며 서로 바라보고 있다.

차가운 뉴욕의 이미지

세계 최고의 촬영 감독인 필립 루슬로가 촬영한 뉴욕의 이미지는 최근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보여지던 화려한 뉴욕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녹색과 푸른색이 두드러져 보이는 영상은 차가운 도시의 느낌을 잘 전해주고 있다. 최신작답게 영상의 질감 역시 우수한 편인데 실내 장면과 밤 장면 등 난이도가 높은 영상이 많음에도 별다른 화질의 열화가 보이지 않는다. 필름으로 촬영된 영화로서는 매우 우수한 영상. ★★★★

음성 선택 메뉴

나직한 대사음, 강렬한 총격음

<브레이브 원> DVD의 음향 표현은 나직한 대사음과 강렬한 총격음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요란한 사운드 표현은 그리 많지 않고 영화 전체적으로는 고요한 느낌이지만 이와 대비되는 액션 장면의 임팩트도 잘 살아 있다. 이 영화의 액션 시퀀스들은 모두 짧고 강렬하게 구성되어 있고 이런 영화적 구성과 잘 들어맞는 사운드의 표현을 들려준다. ★★★

스페셜 피처 메뉴

I Walk The City (21분 38초)

신작치고는 서플먼트가 그리 많지 않은 <브레이브 원> DVD에서 가장 핵심적인 서플먼트라고 할 수 있다. 제작자 조엘 실버, 감독 닐 조단을 비롯한 주요 스탭들, 조디 포스터와 테렌스 하워드의 인터뷰가 모두 포함되어 있으며, 단순히 장르 영화로 머물고 싶지 않았던 제작 의도의 면면을 엿볼 수 있다. 감독 닐 조단은 6주간 뉴욕 곳곳을 돌아다녔으며 당초 장르적 특성이 두드러졌던 초고 각본의 내용도 많이 변경되었다고 한다.

■ Assitional Scenes (6분 26초)

영화 속에서 추가 장면을 볼 수 있는 메뉴. 에리카가 거리를 거닐며 도시의 소음에 민감한 장면, 고통스러하는 에리카와 동료의 장면, 머서와 전 부인의 장면의 뒷 부분, 에리카의 살인을 추적해가는 머서의 장면 등이 들어있다.

양적으로 부족한…

일단 <브레이브 원> DVD의 서플먼트는 약 28분 분량으로 양적으로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다행히 서플먼트의 질은 그에 비해 괜찮은 편이라고 할 수 있는데, 할리우드 영화로는 보기 드물게 진지한 장르 영화로서 음성 해설 등이 지원되지 않는 점은 아쉽다. ★★★

<브레이브 원 The Brave One>

감독 : 닐 조단

주연 : 조디 포스터, 테렌스 하워드

■ Spec
화면 Anamorphic Widescreen 1.85:1
음향 Dolby Digital 5.1

더빙 영어, 태국어

자막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인도네시아어, 태국어

상영시간 122분

지역코드 DualLayer / Region 3

제작년도 2007년
                                        출시일자 2008-02-10


Special Features

- I WALK THE CITY (22분 3초)
- ADDITIONAL SCENES (7분 2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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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타가 공인하는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지성파 여배우 조디 포스터가 갱들에게 살해당한 약혼자의 복수를 위해 직접 총을 드는 여인을 연기하는 class=green '자경단원' 스릴러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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