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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게 부활한 80년대 SF 영화의 걸작 <블레이드 러너>
하지만 <블레이드 러너>는 다시 부활한다. <블레이드 러너>는 비디오를 통해서 감상되면서 완전히 새롭게 ‘재평가’를 받고 혹평의 한 원인이 되었던 ‘지나치게 어두운 영화의 비전’은 <블레이드 러너>라는 영화만이 지닌 독특한 세계로 재평가받는다.
마니아를 위한 결정적 선물 <블레이드 러너 파이널 컷 SE> 이토록 많은 버전이 존재하는 영화가 또 있을까? <블레이드 러너>가 북미에 공개된 1982년, 이 해는 <이티E.T.>의 해였다. 막 80년대에 들어선 미국인들은 (가장 과대평가된 대통령으로 꼽히는) 레이건을 자신들의 리더로 선출했고 다시 고도의 경제 성장을 기대하며 새로운 경제 유토피아를 꿈꿨다. (왠지 익숙한 상황?) 그런 상황 속에서 외계인과 행복하게 만나고 모든 것이 희망적인 가족 영화 <이티>는 공전의 히트를 이루며 박스 오피스의 역사를 다시 썼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명과 암이 있는 법. 스필버그가 <이티>의 예상을 뛰어넘는 큰 성공에 어쩔줄 모르는 사이 <이티>와는 정반대의, 어둡고 암울한 두 편의 SF 영화는 흥행에서 완전히 참패하고 마는데, 하나는 존 카펜터의 남극 SF 호러 걸작 <괴물The Thing>였고 또 하나는 바로 리들리 스콧의 <블레이드 러너>였다. 물론 <블레이드 러너>는 완성 전부터 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상태였다. 초기의 예산과 일정은 일찌감치 초과해버린 <블레이드 러너>를 두고 이 영화의 투자자들은 불안을 감추지 못했고 마침내 공개된 영화는 나이가 지긋하신 투자자들이 보기에는 ‘이해 불가’의 영화였다. 결국 감독 리들리 스콧은 재편집의 압박에 시달리다가 1982년 6월에 일반 공개된 ‘극장판(북미판)’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 주인공 데커드(해리슨 포드)의 내레이션이 대거 삽입되고 결말 역시 재촬영해 영화는 데커드와 레이첼(숀 영)이 자연으로 떠나는 해피 엔딩신으로 마무리된 버전으로 공개된다. (엔딩 시퀀스의 자연 장면은 스탠리 큐브릭 <샤이닝>의 오프닝 시퀀스를 위해 촬영했지만 사용하지 않은 아웃테이크를 빌려왔다.) 감독으로서는 많은 불만이 쌓인 버전이었지만 이런 상업적 선택에도 불구하고 <블레이드 러너>의 극장 흥행 스코어는 참담한 수준이었을 뿐 아니라 저명한 영화 평론가 로저 에버트를 비롯한 미국 평론가들의 혹평(당시 미국에서 평론가들의 영향력은 대단했다)이 이어졌다. 당시 평단의 대부분은 <블레이드 러너>에 대해 ‘시각적 표현력은 뛰어나지만 내용은 부실하며 너무 어두운 비전의 영화다.’라는 평가를 내려 이 영화의 제작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던 제작진을 더욱 좌절하게 한다. #1. 웅장하게 <블레이드 러너>의 오프닝을 여는 첫 장면의 미래 도시 비주얼은 실은 착시 효과를 이용한 작은 모형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불덩어리는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자브리스키 포인트>를 위해 만들어졌으나 영화에서는 활용되지 않았던 필름 소스를 활용했다고 한다. #2. 아래 캡처에 나오는 타이렐 사의 피라미드와 함께 몽타쥬되는 눈은 감시의 시선을 의미한다고 한다. 감독 리들리 스콧에 의하면 <블레이드 러너>의 미래인 2019년의 로스앤젤리스는 3,4개의 거대 기업에 의해 운영되는 극단적 자본주의 국가의 모습으로, 양극화가 극에 달한 상황이라고 하며 영화에서 상류층은 고층 빌딩의 높은 자리에, 하류층이 지상에 있다고 한다. #3. 영화에서 레플리컨트를 제조하는 타이렐 사의 건물 역시 그다지 크지 않은 모형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더구나 이 모형은 만들어진 부분이 앞면과 옆면 뿐이었으며 안에는 커다란 전구만 있었다고 한다. <블레이드 러너>는 CG가 전혀 사용되지 않은 SF 영화로 그때까지 발달되었던 아날로그 시각 효과로 모든 특수효과를 만들어냈다. #4. 영화에서 주인공인 릭 데커드(해리슨 포드)가 등장하는 장면의 쇼 윈도우에는 일본어가 쓰여 있는데, 이 말은 ‘기원’을 의미한다고, 아는 사람들을 위한, 영화의 주제에 관한 힌트다. <블레이드 러너>의 부활 하지만 <블레이드 러너>는 다시 부활한다. 80년대에는 가정용 비디오의 보급이 급속하게 이루어진 시기였고 <블레이드 러너>는 비디오를 통해서 감상되면서 완전히 새롭게 ‘재평가’를 받고 혹평의 한 원인이 되었던 ‘지나치게 어두운 영화의 비전’은 <블레이드 러너>라는 영화만이 지닌 독특한 세계로 재평가받는다. 이런 상황은 국내에서도 재현되는데 <L.A. 2019>라는 괴상한 제목으로 출시된 <블레이드 러너>는 대표적인 ‘비디오 가게의 숨은 보물’로 알려진다. 이런 팬덤 현상을 통해 ‘최고의 SF 걸작’으로 등극한 <블레이드 러너>는 그 지난한 제작 과정이 알려지면서 당초 감독의 의도가 반영된 편집 버전을 보고자 했던 팬들의 요구도 높아진다. 그 와중에 등장한 것이 1992년에 공개된 감독판(Director's Cut)이다. 이 버전은 애초에 감독 리들리 스콧이 원했던 대로, 데커드의 내레이션과 해피엔딩 신이 모두 제거되고 데커드가 꿈꾸는 유니콘 신을 삽입하여 공개된다. 뒤늦게 국내에서 극장 개봉 기회를 얻었던 <블레이드 러너>의 버전 역시 이 버전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가 알던 바와 달리 이 버전의 최종 편집은 리들리 스콧이 아니었다고 한다. 당시 스콧은 너무나 바쁜 일정에 쫓겨 자신이 생각했던 바를 이 버전에 충분히 담아내지 못했다. 스콧은 이 버전에 대해 평하기를 “감독판에 가까운 버전일 뿐 진정한 감독판은 아니”라고 말한다. #5. 영화에서 경찰서 건물의 실내로 촬영된 건물은 유니언 역으로 현재도 사용되고 있는 건물이며 미술팀은 이 역을 깜쪽같이 미래의 경찰서로 탈바꿈시켰다. #6. 영화 속에서 레플리컨트에 대한 신상정보가 담긴 모니터 화면의 이미지는 360도로 회전하는데,이 장면을 위해 배우들은 둥근 판 같은 곳에 올라가 제작진이 돌리는 상태에서 가만히 있어야 했다고 한다. #7. 이 DVD에서는 레플리컨트(Replicant)를 모두 ‘복제인간’으로 표기하는데, 생화학적으로 만들어진 일종의 생체로봇인 레플리컨트를 이런 식으로 표기하는 것은 혼동을 줄 수 있다고 생각되며 차라리 영화 초기에 ‘레플리컨트’의 의미를 자막으로 처리하고 ‘레플리컨트’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더 적절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8. 냉동 실험실 장면인 이 장면은 실제로 냉동 창고를 빌려 몹시 추운 환경 속에서 촬영을 강행하였으며, 2,30분의 시간이 지나면 촬영 기자재를 다시 녹이는 작업을 해야 했다고 한다. 이 영화에서 아시아계 생체업자로 등장하는 제임스 홍은 DVD에 담긴 메이킹 필름에서 ‘다시는 그런 환경에서 촬영하고 싶지는 않다.’라고 회상한다. <블레이드 러너>는 대표적인 고예산 영화로 기억되지만, 영화의 규모를 생각해 보면 2,000만 달러 라는 예산은 그다지 많은 편은 아니었다고…. 마침내 ‘파이널 컷’ 2000년, 마침내 리들리 스콧은 DVD 프로듀서 찰스 드 로지리카(이 DVD 버전의 프로듀서)와 함께 <블레이드 러너>의 완전판 DVD를 만들 기회를 얻는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판권문제가 발생하고 그 문제는 2006년에야 해결된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판권 문제의 발생은 오히려 스콧에게는 기회가 된다. 디지털 복원 기술은 그동안 장족의 발전을 하고 스콧은 마침내 자신이 꿈꾸던 최고의 <블레이드 러너>를 탄생시킨다. 그것이 바로 이 글에서 소개하는 <블레이드 러너 파이널 컷> DVD다. 작년 연말에 출시된 <블레이드 러너 파이널 컷> DVD는 모두 세 종류가 출시되었다. 하나는 이 리뷰의 기준이 된 두 장짜리 SE(Special Edition)과 5장의 디스크로 구성된 UCE(Ultimate Collector's Edition)의 일반판과 한정판(수납 보관함과 특별 선물 내용이 다름)이 그것이다. 또 국내판 블루레이의 발매도 예정되어 있기도 하다. #9. 레이첼을 연기한 숀 영은 당시에 완전한 초보 배우였다. 감독 리들리 스콧은 레이첼 역에 새 얼굴을 원했고 당시 19세였던 숀 영은 리들리 스콧이 생각했던 레이첼의 이미지에 맞아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숀 영은 혹독한 연기 트레이닝을 거쳐야만 했다. #10. 파이널 컷에서 보정된 대표적인 장면. 이전 버전에서는 대사와 배우의 입 모양이 전혀 맞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디지털 보정을 통해 그런 문제를 완전히 고쳤다. #11. 파이널 컷의 또 다른 보정 장면. 92년 감독판(맨 위)과 파이널 컷(위)을 비교해 보면 배우의 얼굴이 바뀐 것을 알 수 있다. 레플리컨트 조라가 데커드의 총에 맞아 유리창을 깨뜨리며 쓰러지는 이 장면에서, 리들리 스콧은 조라를 연기한 조안나 캐시디의 안전을 위해 스턴트우먼을 고용했다. 하지만 스턴트우먼이 쓴 가발이 캐시디의 머리 모양과는 달라 팬들은 이 장면의 ‘옥의 티’를 금새 알아냈다. ‘파이널 컷’에서는 재촬영과 디지털 작업을 통해 조안나 캐시디의 얼굴과 머리 모양을 완벽히 복원해냈다. #12. 데커드와 레이첼의 러브신은 사실 좀 더 자극적인 버전이 존재한다. 메이킹 필름에서 그 장면을 확인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파이널 컷’은 그 이전의 버전들과 뭐가 다를까? 겉으로 보자면 ‘파이널 컷’은 92년판 ‘감독판’과 편집 구성상 큰 차이점이 없다. 플롯상의 구성에서 감독의 의도는 ‘감독판’에 대부분 담겨 있었던 것. 그러나 ‘파이널 컷’에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은 아니다. ‘파이널 컷’은, 일단 일반 관객들은 잘 모르고 넘어간 부분일 수도 있지만 매니아층에게는 줄곧 지적받아 왔던 영화의 실수를 디지털 복원 기술의 힘을 빌려 고쳤다. 가령, 레플리컨트 조라(조안나 캐시디)를 데커드가 살상하는 장면에서 배우가 아니라 스턴트우먼이 연기한다는 것이 확연히 드러나는 장면, 영화에서 형사들이 타고 다니는 미래 자동차 ‘스피너’가 떠오르는 장면에서 보이는 와이어, 데커드의 수사 과정에서 대화 장면 립싱크 실수 부분, 화면 질감이 확연히 차이 났던 유니콘 신 등을 모두 새롭게 고쳤다. 또 4K 디지털 복원 프로세스를 거쳐 영상을 복원하여 최초 개봉 버전인 70mm 필름 버전보다도 더 좋은 화질로 개선하였으며 음향 역시 초기에 녹음된 6트랙 마스터를 새롭게 손보아 전체적인 영상과 음향 퀄리티의 수준을 최신 영화를 능가하는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한 것. 또 5장의 UCE버전 DVD는 진정한 마니아들을 위한 아이템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동안 공개되었던 82년 미국판과 인터내셔널판(미국판에 비해 폭력 장면이 더 추가됨) 그리고 최초 공개 버전으로 알려졌으나 실제로 본 사람은 얼마 없었던 82년 워크프린트 그리고 92년 감독판까지 모두 수록하였으며 그간 <블레이드 러너>에 팬들이 가졌을 만한 여러 가지 의문과 제작 비화 등 엄청난 분량의 서플먼트까지 모두 담았다. 좀 더 영화 본 편에 대한 글을 읽고 싶으신 분은 필자의 <블레이드 러너 감독판 리뷰>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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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화면 비교 1> 맨 위로부터 97년에 나온 초기 버전, 2006년에 국내 발매된 감독판 리마스터링 버전, 맨 아래가 파이널 컷이다. 색감이 점차 선명하고 또렷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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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화면 비교 2> 순서는 위에 설명한 것과 같다. 매트 페인팅을 통해 왼쪽의 배경이 그림인 이 장면에서 최근 버전일수록 좀 더 확실한 입체감이 있음을 알 수 있으며 위의 이미지처럼 작은 크기의 이미지보다는 큰 사이즈로 확대해 보면 그 차이는 좀 더 뚜렷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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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파이널 컷의 또 다른 보정 장면. 데커드와 레플리칸트 로이 베티(룻거 하우어)의 대결 장면이 끝나고 날아가는 비둘기의 모습은 그 동안 팬들로부터 '옥의 티'로 지적받아왔는데, 그것이 개선되었다. 영화에서 데커드와 로이는 심야에 싸움을 벌이는데, 비둘기가 날아가는 장면을 보면 푸른 하늘이 보였던 것(맨 위). 파이널 컷에서는 영화의 배경과 융화된, 어둡고 캄캄한 하늘을 향해 비둘기가 날아가는 모습으로 교체되었다. |
최신작을 넘어서는 영상퀄리티
1981년에 만들어진 <블레이드 러너>는 이 파이널 컷에서 마침내 새 생명을 받은 느낌이다. 첨단의 4K 디지털 복원 프로세스를 통해 복원된 영상 퀄리티는 최초 공개되었을 당시의 70mm 프린트의 생생함을 넘어서는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작년 미국 내에서 ‘2007년 최고의 DVD’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 극상의 영상 퀄리티는 이 어두운 비전의, 만들어진 지 20년도 넘은 영화를 최신작 이상의 느낌으로 만나게 한다. DVD로서는 가히 레퍼런스급의 영상 퀄리티라고 할 수 있으며 필름 소스의 영화로 뽑아낼 수 있는 최고의 영상 퀄리티를 지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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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을 뛰어넘는 임팩트
파이널 컷 DVD 작업에 들어가면서 DVD 제작진과 리들리 스콧은 영화의 본래 사운드트랙인 6트랙으로 사운드 디자인을 진행해 나갔으며 그 결과물을 이 DVD에서 만날 수 있다. 영상만큼이나 뛰어난 음향을 체험할 수 있는데, 최신작들처럼 서라운드 효과와 우퍼의 사용까지 홈시어터의 모든 스피커가 적절히 사용된다. 영화에서 내내 비가 내리므로 서라운드 스피커에서는 쉴 새 없이 비가 흘러내리고 반젤리스의 전설적인 사운드트랙은 마치 듣는 사람을 감싸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일부 액션 시퀀스에서의 임팩트 역시 흠잡을 데 없이 뛰어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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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들리 스콧 감독의 소개 본편이 시작되기 전 등장하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 소개. ‘모든 버전 중에서 이 버전(파이널 컷)이 가장 마음에 든다’는 감독의 소개를 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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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성 해설 본편이 수록된 첫 번째 디스크에는 모두 세 개(!)의 음성 해설을 선택해서 들어볼 수 있으며 모두 한글 자막이 지원된다. 첫 번째 음성 해설은 리들리 스콧 감독이 단독 진행하며 영화 전반에 관한 풍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스콧은 이 영화에 투입된 2,000만 달러의 예산은 당시 수준에서도 아주 많은 편은 아니었다고 이야기하면서 영화의 각종 효과를 만들기 위한 노력과 이 영화의 영향력, 제작 의도, 제작 과정 에피소드 등을 차분한 톤으로 전해준다. 영화에 대한 여러 가지 궁금증과 의미 등을 알 수 있으므로 반드시 들어보면 좋을 만한 음성 해설.
두 번째 음성 해설은 처음에 이 영화의 제작을 시작했고 초기 각본을 썼던 햄턴 팬셔와, 촬영 직전 투입되어 각본을 수정, 보완했던 데이비드 피플스 그리고 제작자 마이클 딜리와 캐서린 헤브너가 진행하는 음성 해설로, 각본을 썼던 두 사람과 제작 파트의 두 사람이 자기 짝끼리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으로 진행한다. 각본가들은 장난기 어린 농담을 섞어가며 편안하게 이야기를 진행하고 제작자들은 차분하게 당시의 기억을 회고한다. 세 개의 음성 해설 중 상대적으로 비중이 조금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 음성 해설은 이 영화의 특수 시각효과와 미술 파트의 음성 해설인데, 지금은 모두 할리우드의 거장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들이다. 영화의 미술적 비전을 담당했던 일러스트레이터인 시드 미드,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도 참여했던 시각 효과의 거장 더글라스 트럼블, 또 특수효과 분야의 데이비드 드라이어, 리처드 유시리치 그리고 미술 파트의 데이비드 스나이더와 래리 폴이 음성 해설을 진행한다. 기술적인 비중이 높은 영화니만큼 이들이 진행하는 음성 해설의 질은 굉장히 높은데, CG를 사용하지 않고 주어진 예산 범위 안에서 시각 효과를 내기 위한 여러 가지 노력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특히, 여러 가지 시각효과를 사용할 만한 부분이 많았으나 시간과 예산 관계로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장면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 흥미롭다. 애초 기획된 대로라면, 술집 세트, 조라의 방 등은 훨씬 복잡한 디자인의 내부 구조를 지녔으며 본편에 등장하는 일본 여인의 광고판 외에도 스모선수가 등장하는 거대한 광고판도 계획되었다고 한다. 또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원 프롬 더 히트>를 위해 사용된 네온 사인을 대여했다거나 도시 장면을 위해 여러 가지 미니어처를 재활용했다는 등 흥미로운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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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ngerous Days : Making Blade Runner (3시간 33분 57초) 두 장으로 구성된 <블레이드 러너 파이널 컷 SE>의 두 번째 디스크는 무려 3시간 34분여에 이르는 거대 메이킹 다큐멘터리인 <위험한 날들: 메이킹 블레이드 러너>에 할애되어 있다. 그야말로 <블레이드 러너>의 모든 것을 담았다고 말할 수 있는 이 다큐멘터리는 영화의 제작 초기 단계부터 제작 과정과 그 안에서 벌어진 불화, 특수효과 제작 과정, 개봉 후의 결과와 영향력 등 이 영화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담았기에 <블레이드 러너>의 팬이라면 결코 지나칠 수 없다. 다큐멘터리는 총 7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부분별로 선택하여 감상할 수도 있고 모든 내용을 한꺼번에 감상할 수도 있다. 본편처럼 아나몰픽을 지원하므로 와이드 사이즈의 TV로 감상하는 데도 전혀 문제가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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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CEPT DATE - 1980 SCREENWRITING AND DEALMAKING (30분 36초) 영화 제작 과정의 순서에 따라 구성된 다큐멘터리의 첫 번째 부분은 각본과 파이낸싱 등 프리 프로덕션 단계의 이야기다. 친구에게 돈을 얻어 영화를 제작해보기로 한 햄튼 팬셔의 각본에서 시작해서 점차 제작 규모를 갖추고 부족한 제작비를 구하는 과정을 당사자들로부터 직접 들어볼 수 있다. 특히 당시 <에이리언, 1979>의 성공으로 승승장구하던 리들리 스콧이 감독을 맡는 과정이 흥미로운데, 스콧은 애초에 프랭크 허버트의 SF 소설 <듄>의 영화 감독(나중에 이 프로젝트는 데이비드 린치의 손에 넘어간다)으로 내정된 상태여서 이 프로젝트를 거절했다고 한다. 하지만 갑자기 스콧의 형이 사망함으로써 일에 매달리기 위해서 이 프로젝트에 뛰어들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흥미롭다. 스콧은 당시 매우 비관적이었고 결과적으로 스콧의 이런 심리 상태는 <블레이드 러너>의 절망적인 분위기에 한몫했음은 물론이다. 또 애초 원안자였던 햄튼 팬셔가 손을 떼고 데이비드 피플스가 각본 작업을 완료하게 된 이야기도 흥미롭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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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LUSH RESPONSE ASSEMBLIN THE CAST (22분 43초) 캐스팅 과정에 관한 파트. 의외의 사실을 접할 수 있었는데, 제작진이 애초에 주연으로 점찍었던 배우는 작은 체구의 더스틴 호프만이었으며 그전에는 ‘필름 누아르’임을 고려하여 로버트 미첨을 생각했었다고. 그러다가 <레이더스>를 찍던 해리슨 포드가 캐스팅되는 과정을 들을 수 있다. 또 폴 버흐벤의 네덜란드 시절 영화에 출연했던 룻거 하우어를 만나지도 않고 리들리 스콧이 캐스팅한 이야기, 스크린 테스트를 거쳐 레이첼과 프리스 역에 캐스팅 된 숀 영과 대릴 한나의 캐스팅 비화도 접할 수 있다. 레플리컨트 프리스 역에서는 밀려났으나 제5의 레플리컨트 역으로 캐스팅되었다가 배역이 사라진 스테이시 넬슨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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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 GOOD START : DESIGNIN (26분 34초) 영화의 제작 진행 과정의 초기부터 시작된 미래 도시와 메카닉 등에 대한 디자인과 제작 과정을 담은 부분. 영화에 등장하는 자동차와 건물 등을 디자인했던 일러스트레이터 시드 미드와 더글라스 트럼블 등의 인터뷰를 통해 처음부터 많은 공을 들였던 <블레이드 러너>의 영화적 컨셉과 디자인 진행 과정을 접해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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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YE OF THE STORM : PRODUCTION BEGINS (28분 46초) <블레이드 러너>의 미래 도시를 감싼 비와 안개는 사실 제작비 때문이었음을 알 수 있는 메뉴. 한정된 예산 안에서 최상의 퀄리티를 뽑아내고자 힘썼던 제작진의 악전고투를 간접적으로나마 접할 수 있다. <블레이드 러너>의 제작진은 밤샘 작업에 시달렸고 인위적으로 뿌려대는 연기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다녔으며 늘 비를 맞아 체력적으로 매우 고단한 생활을 해야 했다고 한다. 더구나 완벽주의자 감독 역시 악몽의 주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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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IVING IN FEAR : TENSION ON THE SET (29분 23초) <블레이드 러너>의 제작 현장 안팎에서의 어려움을 담은 부분. 고단한 제작 환경에 시달리던 <블레이드 러너>의 스태프들은 감독을 비하하는 티셔츠를 입고 다니기도 했다고. 그야말로 전쟁터와 다름없는 <블레이드 러너> 제작 당시의 현장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빗 속의 눈물’이라는 멋진 대사는 사실 각본에 없었으며 룻거 하우어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도 알 수 있으며 동시에 애초 각본의 계몽적인(?) 대사 역시 들어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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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EYOND THE WINDOW : VISUAL EFFECTS (28분 47초) 제작진 스스로 ‘최후의 아날로그 시각 효과 영화’라고 부르는 <블레이드 러너>의 고단한 특수효과 제작 상황을 비교적 상세히 담은 부분. 미래 도시를 위해 각종 광학적 트릭을 사용했던 제작진의 노고와 영화 속 장면 탄생의 비밀을 접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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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 NEED OF MAGIC : POST-PRODUCTION PROBLEMS (23분 5초) 편집 과정과 후반 작업을 다룬 부분. <블레이드 러너>의 여러 버전에 대한 실마리를 구할 수도 있는데, 특히 본편에서 볼 수 없는 여러 가지 삭제 장면 등이 흥미롭다. 5장짜리 UCE 버전을 갖지 못한 분들은 82년 극장판의 해피 엔딩신과 그 제작 비화를 들어볼 수 있으며 리들리 스콧이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내레이션 녹음 과정도 포함되어 있다. 또 내레이션에 긍정적인 입장과 그렇지 않은 입장을 대표해 길레르모 델 토로와 프랭크 다라본트가 등장하는 부분도 흥미롭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의 음악을 맡은 반젤리스와의 작업 과정에 대한 리들리 스콧의 회고도 담겨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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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O HADES AND BACK : RELEASE AND RESURRECTION (24분 9초) 82년 극장 공개 후 겪었던 흥행 실패와 평단의 비판, 그리고 그 실패를 넘어선 팬덤의 형성을 통한 영화의 부활과 현재적 의미를 담았다. <블레이드 러너>의 이미지를 차용한 조지 마이클의 뮤직 비디오(조셉 칸 연출)의 일부도 수록되어 있으며 후대에 대한 <블레이드 러너>의 영향력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다. |
더 이상 좋을 수 없다 !! 막강 서플먼트
<블레이드 러너 파이널 컷 SE> 서플먼트는 양과 질에서 압도적이다. 물론 이 버전의 DVD 세트를 능가하는 UCE 버전이 있지만 2장짜리 스페셜 에디션만으로도 배가 부르다. 일단 이 두 장의 디스크에 있는 모든 서플먼트만 보려고 해도 10시간 정도 걸린다. 본편이 거의 2시간에 육박하니 이 디스크에 담긴 전체 분량을 모두 보려면 하루가 꼬박 가버린다는 이야기다. 물론 음성 해설이 세 개나 되지만 3시간 34분에 이르는 메인 메이킹 필름 <위험한 날들>만 해도 본편의 상영 시간을 간단히 넘어선다. 이전의 DVD가 아무런 서플먼트도 담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팬으로서는 오랜 기다림을 충분히 만족할 만하다. 뭘 더 기대하겠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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