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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이웃은 안녕하십니까? <인베이젼>
우리 주위 사람들의 인성이 정체불명의 원인에 갑자기 변해버린다면? <인베이젼>은 이런 가설에서 시작한다. 외계에서 온 정체불명의 포자에 감염된 사람들은 인간적인 감정을 잃고 매우 이성적이지만 잔혹한 존재로 변한다.
당신의 이웃은 안녕하십니까? <인베이젼> 우리 주위 사람들의 인성이 정체불명의 원인에 갑자기 변해버린다면? <인베이젼>은 이런 가설에서 시작한다. 외계에서 온 정체불명의 포자에 감염된 사람들은 인간적인 감정을 잃고 매우 이성적이지만 잔혹한 존재로 변한다. 더구나 그들은 외형상 기존의 존재와 동일한 존재로 취급된다. <인베이젼>은 50년대에 나온 잭 피니의 SF 소설의 네 번째 리메이크 영화판으로 이전의 세 편 모두 국내에 DVD로도 출시된 바 있는데(현재 78년도와 93년 버전은 절판됨) 1956년의 돈 시겔 버전, 1978년의 필립 카우프만 버전, 1993년의 아벨 페라라 버전이 그것이다. 이전 세 편의 영화들은 당대의 정치적 불안감을 담아냈다고 할 수 있는데, 돈 시겔의 50년대 버전이 당시 확산되던 공산주의와 매카시즘에 대한 공포감을 담고 있다면, 78년 버전은 당대의 신흥 종교 등에 대한 불안감을 담고 있었다. <인베이젼> 역시 최근에 사람들이 느낄 만한 공포를 영화 속의 공포와 연결시키는데 그것은 ‘전염병’에 대한 공포로 구체적으로 형상화된다.
#1.오프닝 & 타이틀 시퀀스: 영화의 시작은 중후반부로 넘어간다. 영화 속에서 긴장감을 만드는 요소인 '잠'을 안 자기 위해서 약을 뒤지고 청량음료를 마시는 등 애쓰는 캐롤(니콜 키드먼)의 모습. 하지만 문 뒤에서는 외침이 들려온다. 캐롤은 과연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2. 우주 왕복선 ‘패트리어트’의 추락과 함께 지구로 온 정체불명의 유기체.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것으로 파악된다. #3. 미 질병관리국의 고위 임원이자 캐롤의 전 남편 터커(제레미 노덤). 외계의 유기체에게 쏘인 후 고통스러운 잠에 빠져든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떤 것 56년도 판에서 외계 생명체는 식물의 형태, 즉 옥수수의 형태로 형상화되면서 구체적인 물리적 모습을 띠게 된다. 반면 2007년판 <인베이젼>에서 그 모습은 ‘감염’ 즉 신체 내부에서 일어나는 변화의 양상으로 변화된다. 무서운 변화는 내부에서 이루어지기에 더욱 은폐되어 나타난다. 하지만 영화적인 긴장감에 있어서 <인베이젼>은 과거의 영화들에 미치지 못한다. 당초 이 영화의 로케이션 지역이 워싱턴이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 영화의 야심은 꽤 큰 것이었다.(56년판은 한 마을이 배경이었다.) 하지만 <인베이젼>이 끌어내는 정치적 기호는 사람들의 심리를 건드리지 못하고 단순히 생물학적 차원의 문제로 국한된다. 전작들이 정말 무시무시했던 것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변해버린다’는 드라마적인 설정에 있었다. 56년작에서 주인공은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여인이 변해버리는, 가장 두려운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78년작에서는 더욱 충격적인 결말이 기다리고 있고 가족의 구성원들이 변해버린다. <인베이젼>에도 그런 순간이 존재하지만 아쉽게도 충격의 강도가 그리 높지 않다. 대신 이 영화에서는 주인공 캐롤(니콜 키드만)의 아들 올리버(잭슨 본드)에 대한 모성애를 강조하는 것으로 영화의 주요 테마가 변화했다. 하지만 이런 테마가 그다지 강렬하게 살아있지 못한데, 이는 이 영화의 순조롭지 못한 제작 과정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4. 캐롤의 환자 웬디(베로니카 카트라이트). 웬디는 정신과의사인 캐롤에게 ‘자신의 남편이 변했다’고 말한다. 웬디라는 캐릭터는 56년작에서도 주인공(56년작에서는 남자 의사)에게 주변인들의 변화를 말했던 인물과 동명인이기도 하다.이 영화에서는 영화의 후반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5. 아들의 할로윈 사탕 바구니에서 괴유기체를 발견한 캐롤은 같은 의사이자 연인인 벤(다니엘 크레이그)에게 유기체를 가지고 간다. 점점 정체가 드러나는 유기체. #6. 체코대사관 파티에 벤과 함께 참여한 캐롤. 옆자리에 있는 러시아대사 요리시(로저 리스)는 ‘성악설’을 신봉하는 인물로 냉소적인 인간관을 전한다. ‘분쟁 없는 세상은 인류 종말 이후에나 가능할 거요.’라고 말하는 그의 관점은 영화의 도덕적 딜레마를 차지할 수 있을 만한 내용이나 후반부에는 용두사미가 되고 만다. #7. 영화 속에서 벤(다니엘 크레이그)은 다소 평면적으로 묘사된다. 낙천적인 남자 친구인 그는 캐롤을 위해 애쓰는 이상주의자로 묘사되기는 하지만 인간적인 묘사가 충분하지 못한 인물이다. 분쟁 없는 세상은 좋은 세상? <인베이젼>은 크레디트에 올라간 감독과 영화를 최종적으로 완성한 감독이 다른 영화다. 당초 이 영화의 감독으로 영화를 촬영했던 <엑스페리먼트>와 <몰락>의 독일 감독 올리버 히르비겔이 완성한 편집본에 대해 불만이 많았던 스튜디오는 <브이 포 벤데타>를 연출한 제임스 맥티그에게 영화의 완성을 맡겼고 그는 재촬영 장면들을 추가해 영화를 완성한 것. 하지만 이런 과정을 거친 영화들이 대개 그렇듯 영화의 전체적인 균형감이나 긴장감은 많이 상실되어버린 듯하다. 이런 아쉬움 속에서도 <인베이젼>은 우리가 생각해 볼 만한 주제를 던져주는데 그것은 바로 ‘완벽한 세상은 행복한 세상인가?’라는 질문이다. 영화 속에서 캐롤을 감염시키려 노력하는 캐롤의 전 남편 터커(제레미 노담)는 영화 속에서 캐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우리는 이와야키 히토시의 명작 만화 『기생수』에서 ‘과연 다른 동물을 조각 내어 포식하는 인간이 다른 동물들에게 먹히는 것은 잘못된 일인가?’라는 인간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받은 바 있었고 결코 아니라고 말하기 어려운 난처한 상황에 처한 바 있다. 마찬가지 이유로 <인베이젼>의 질문, 다시 말해 ‘분쟁을 없애는 하나의 이성이 지구를 점령하는 것이 과연 잘못된 일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순간 생각이 멈칫하게 된다. 실제로 영화의 한 장면에서는 미국의 대통령 조지 부시와 반미주의자이자 앙숙인 베네수엘라의 차베스가 서로 껴안고 있는 장면이 등장하기까지 한다.
#8. 밤 늦게 캐롤을 찾은 낯선 남자. 인구 조사를 하러 왔다지만 캐롤은 불안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 #9. 체코대사의 초빙으로 요리시의 상태를 보러 온 캐롤과 벤 일행. 렘 수면 상태에 들어간 요리시의 모습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다. #10. 아들인 올리버(잭슨 본드)를 데리러 갔다가 터커에게 공격 받은 캐롤은 지하철에 탔다가 공격을 받게 된다. #11. 간신히 올리버를 찾아간 캐롤. 올리버는 과연 감염되지 않았을까? 아쉽게도 <인베이젼>은 이런 질문을 끝까지 밀고 나가지는 못한다. 이런 ‘이상주의’를 지닌 외계인(또는 외계인에게 잠식당한 인간들)은 한편 전체주의적인 사고를 지닌 존재들로 등장하는데,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과 같은 존재가 될 수 없는 존재들은 박멸하겠다는 이들의 사고는 영화의 논리상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 된다. 결과적으로 <인베이젼>은 21세기 세계의 모럴을 좀 더 극단적으로 밀어붙일 영화가 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야심차게 시작한 영화의 시작은 안전한 결말을 향해 나아가게 되면서 약간의 여운을 남기는 정도로 마무리된다. (‘좋든 싫든 우리는 인간으로 돌아왔다’는 대사와 불안한 캐롤의 마지막 표정.) ★★★
#12. 극의 초반부에 감염된 터커는 캐롤을 뒤쫓는다. 감염된 자들의 특징은 감정이 없다는 점. #13. 터커에게 쫓기던 캐롤과 올리버. #14. 감정이 없는 터커는 자신의 아들을 위협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15. 벤의 동료인 닥터 스테픈(제프리 라이트)은 영화의 논리를 설명하는 인물. 극의 흐름에서도 꽤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16.
영화의 마지막 장면. 캐롤은 쓸쓸히 요리시의 경고를 다시 되새긴다. 깔끔한 영상 퀄리티
북미에서의 흥행 스코어는 썩 좋지 못했지만 <인베이젼>은 약 8,000만 달러의 예산이 소요된 준 블록버스터급 영화. 당연히 DVD의 영상 퀄리티는 꽤 우수한 편이다. 영화의 주요 배경이 된 워싱턴은 전반부에는 자연스러운 색감에서 점차 청회색톤으로 변화하는데 양 부분의 해상도가 모두 우수한 편이다. DVD 매체 포맷 자체가 한계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고 보면 전체적인 묘사나 색 표현력이 좋은 편이다. 일부 장면에서 나타나는 지글거림이 발견되기는 하지만 전체적인 완성도에 큰 문제는 없는 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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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음향 효과
<인베이젼>은 생각보다 특수 효과 장면이나 액션 시퀀스가 많은 편은 아니다. 전체적으로 영화의 긴장감을 조성하는 것이 관건인 영화니만큼 미세한 음향 효과 배경 음악의 표현력이 영화의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미세한 음향 효과와 배경 음악의 임팩트가 잘 살아있는데 특히 영화 후반부에 배치된 카 체이스 장면에서는 육중한 자동차 충돌음과 유리창 깨지는 음향 등이 리어 스피커에 잘 안배된 것을 느낄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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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e've Been Snatched Before : Invasion In Media History (18분 50초) 이 영화의 설정과 함의에 대해 SF 전문가와 의학 전문가 등의 목소리를 통해 들어볼 수 있는 피처릿. 4번이나 만들어졌던 영화들의 정치 사회적 의미나 전염병 특히 몇 년 전 동남아시아를 휩쓸었던 SARS의 전염 양상과 비교해보는 등 흥미로운 내용을 많이 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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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Invasion : A New Story (2분 54초) 영화의 제작 의도에 대해 정말 간단히 살펴볼 수 있는 피처릿. 제작자 조엘 실버와 배우들의 간단 인터뷰가 수록되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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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Invasion : On The Set (3분 21초) 영화의 프로덕션 디자인과 설정에 대한 피처릿.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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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Invasion : Snatched (3분 13초) 영화의 일부 촬영 장면과 분장 등을 볼 수 있는 피처릿. 간략한 서플먼트 <인베이젼>의 서플먼트는 말 그대로 간략하다. 18분 분량의 피처릿을 제외하고는 3개의 피처릿은 그다지 많은 내용을 담고 있지도 않다. 더구나 감독이 바뀐 탓인지 음성 해설도 지원되지 않아 많은 아쉬움을 준다. 니콜 키드먼이나 다니엘 크레이그 같은 스타급 배우들이 캐스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에 대한 반응이 미지근한 탓인지 여러 가지 흥미로운 요소들에도 불구하고 양과 질이 기대를 충족시키지는 못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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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고전 SF소설을 원작으로 하기 때문에 프로듀서 조엘 실버는 새롭게 영화로 제작하면서 좀 더 현대적인 공포감을 드러내려고 했다. 그렇다면 현대적인 공포란 무엇일까? 엄청난 파괴행위나 폭발사고가 아닌 바이러스처럼 아주 단순한 것이 현대사회에선 더 무섭게 느껴질 수 있다. 어디에서 왔는지 무슨 일이 벌어질 지 전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