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채널예스 독자 여러분. 오랜만입니다. 지난 번 운영자 레터를 쓸 때는 이렇게 한참이나 지나서 다시 인사를 드리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어요. 앞으로는 더욱더 자주 찾아뵙겠습니다. (양치기청년이 되지 않아야 할 텐데 조금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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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2008년이 시작되었습니다. 저에게 2007년은 그 어느 해보다도 의미 있고 소중하고 즐거운 한 해였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얻고 연애를 하고… 단조롭던 일상에 크고 작은 일이 많았죠. 여러분은 어떠셨나요?
제게 일어났던, 무엇보다도 가장 큰 변화는 많은 사람을 만났다는 사실입니다. 전 그다지 활동적이지 않은 성격이어서 그동안 가까운 친구를 제외하고는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가 거의 없었거든요. 하지만 올해에는 가까이는 YES24의 좋은 사람들부터 채널예스를 풍성하게 해주시는 여러 필자들, 출판사 관계자들,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만난 관계사 직원들, 그리고 직접 만날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작가님들까지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치열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분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 자극도 많이 받고 조금은 우쭐하던 자신감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기도 했습니다. 세상에는 정말 배울 것도 많고 내가 아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도 깨달았죠.
사실 연말이 되면서 은근히 업무량이 많아져서 몸과 마음이 조금은 지쳐 있었나 봅니다. 무덤덤하기로 유명한(?) 제가 요 며칠 조금씩 짜증을 내는 저 자신의 모습에 놀라기도 하고 일주일쯤 전에는 개인적으로 아쉬운 일이 생기기도 하는 바람에 더더욱 의기소침해지기도 했죠. 최근 몇 주 동안 끼니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않고'라는 말이 더 적절하겠지만) 나태한 일상을 보냈습니다. 그러다가 어제 저녁쯤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어찌 되었든, 일단 밥부터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오랜만에 하숙집에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밥과 반찬을 입에 넣고 우물거리면서 ‘아, 집에서 먹는 밥이 이렇게 맛있는 거였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러분도 어쨌든 밥은 꼭 챙겨 드세요. (결론이 좀 엉뚱한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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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에는 오랜만에 오래된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피곤해서 집에서 자려는 절 자꾸 불러내더라고요. 결국 밤 열두 시가 다 되어서 집을 나섰습니다. 눈이 펑펑 쏟아지더군요. 바람도 세게 불고요. 버스를 기다리다가 결국 택시를 탔습니다. 혼자서 어디에 갈 때 택시를 탄 건 거의 손에 꼽을 정돈데요, 그날은 왠지 택시를 타고 싶었어요. 목적지인 인사동에 도착해서 내리면서 기사 아저씨에게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고 인사를 건넸습니다.
도착했다고 친구에게 전화를 하고 약속장소로 가다가 마중 나온 친구를 만났습니다. 여전하더군요. 조그만 주점에 들어가는데 안에 있던 다른 친구 하나가 나와서 절 와락 끌어안았어요. 거의 일 년 만에 보는 아이였는데, 조금 가슴이 뭉클해졌어요. 또 그동안 연락이 뜸했던 자신이 약간 부끄러워지기도 했고요. 전 술을 못 마셔서 음료수만 마시면서 다음 날 아침까지 친구들과 함께 있었습니다. 그런 건 정말 몇 년 만이었죠. 다들 7년째 만나는 사이지만, 예전 그대로더군요. 저 역시 살이 좀 빠진 것 말고는 별로 달라진 게 없었고요. 아! 그러고 보니 전 그새 대학생에서 직장인이 되었군요. 가장 많이 변한 건 저였네요.
저는 이제 우리나라 나이로 서른이 되었습니다. 누군가는 나이를 먹는 게 싫다고 하지만, 전 얼른 서른이 되고 싶었답니다. 사실 별로 내세울 것도 없고, 아직 능력도 많이 부족하지만, 제가 꿈꿔온 서른의 제 모습은 아주 평범하면서도 무척 자신만만하고 자신의 일에 열심히 임하는 직장인이었거든요. 그리고 서른이 되면 반드시 그런 모습이 되어 있을 거라고, 아무런 준비도 대책도 없이 자신했답니다. 지금 생각해도 뭘 믿고 그렇게 자신만만했는지 참 신기할 정도로 말이죠. 이제 서른이 되었으니 저 자신이 꿈꿔온 서른의 제 모습이 현실이 되도록 노력할 겁니다. ‘매력적인 서른’이 될 작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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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위에 새 달력을 놓고, 새 다이어리에 이름을 쓰니 정말 새해가 된 기분이 드네요. 한동안은 업무를 하면서, ‘2007’과 ‘2008’을 헷갈리겠죠. 그런데 사실 해가 바뀌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그저 사람이 인위적으로 정해 놓은 태양력에 따른 구분일 뿐이죠. 하지만 사람은 ‘의미부여’의 동물이잖아요. 새해가 되었으니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새롭게 시작하는 것도 또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 아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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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책상입니다. 주인을 닮아 잘생기… 아니, 깔끔하죠? | |
지난 10월부터 채널예스에는 여러 가지 변화가 있었습니다. 새 코너를 많이 시작하고, 저자와 독자의 만남 이벤트를 적극적으로 진행하는 등 독자 여러분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시도를 많이 했어요. 덕분에 제가 야근도 좀 자주 했죠. ^^ 하지만 그만큼 뿌듯했답니다. 지금도 어떻게 하면 채널예스를 더 좋게, 풍성하게 할지, 어떻게 하면 독자와 더 가까이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으니 독자 여러분도 많은 기대와 응원 보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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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드디어 마지막으로 드리는 말씀.
전 제 2007년이 무척 좋았습니다. 여러분의 2007년은 어떠했나요? 2008년에도 여러분에게 좋은 일이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p.s.
운영자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댓글을 다신 분들 중 한 분에게 무라카미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 세트를 보내드리겠습니다. 지난번에 우연한 기회로 한 세트가 더 생겼거든요. 전 이미 가지고 있으니 다른 분에게 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아, 댓글을 많이 달아달라는 뜻은 아니고요. (정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