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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으로 본 2007, 그리고 2008

‘그래, 나는 2007년 한 해 동안 이토록 많은 공연을 봤고, 이렇게 많은 배우와 가수들을 만나 인터뷰했으며, 이다지도 많은 글과 방송으로 무대를 소개했다. 장한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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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저물었다. ‘지난 365일 동안 도대체 무엇을 했단 말인가?’라는 깊은 절망에 빠지지 않기 위해 개인적으로 작성했던 공연 달력과 수북이 쌓인 공연 티켓을 매만지고 들춰보며 스스로를 응원하고 있다. ‘그래, 나는 2007년 한 해 동안 이토록 많은 공연을 봤고, 이렇게 많은 배우와 가수들을 만나 인터뷰했으며, 이다지도 많은 글과 방송으로 무대를 소개했다. 장한지고!’ 이런 생각을 며칠째 하다 보니 자연스레 공연과 함께 살았던 2007년이 정리되고, 또 2008년 무대에 대한 기대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자, 공연으로 본 2007, 그리고 2008년을 함께 살펴보자.

봇물 터진 세계 유명 뮤지션들의 내한공연

2007년, 음악 팬들은 달마다 환호성을 내질러야 했다. 에릭 클랩튼, 뉴트롤즈, 뮤즈, 후바스탱크, 블랙 아이드 피스,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비욘세, 엔니오 모리꼬네, 스콜피온스, 린킨파크 등 그야말로 세대와 장르를 불문한 수많은 대형 뮤지션들이 잇따라 국내 무대에 오른 것이다. 생애 처음이거나 또는 마지막이 될 그들의 무대를 몸소 느끼며 세포 하나하나에 집어 넣었던 그 벅찬 감흥.

3월에 내한공연 하는 셀린 디온

감흥은 2008년에도 이어진다. 새해에도 해외 유명 뮤지션들의 내한공연이 줄줄이 잡혀 있기 때문이다. 1월 드림시어터의 무대를 필두로 마이 캐미컬 로맨스, 나나 무스꾸리의 콘서트가 마련되고, 2월에는 비욕, 3월에는 셀린 디온과 마룬 파이브가 각각 한국 팬들을 찾을 예정이다. 가슴 저 한구석에서 함성이 터진다. 무대에 오른 그들을 생각하니 정신이 혼미해지는 데다, 하늘 높은 줄 모르는 티켓 값에 목마저 꺾일 지경이다. 보험이라도 들어야겠다.

소극장 공연 붐, 창작 작품 속속 전용극장 마련

2007년 공연계는 해외 대형 뮤지션들의 대규모 내한공연과 함께 국내 스타급 가수들의 소극장 콘서트도 눈에 띄었다. 이문세, 이소라, 빅마마, 이적 등이 연달아 매진 행렬을 이어가며 소극장 무대를 채웠고, 앙코르에 앙코르 무대까지 이어가는 진기록으로 팬들의 환호에 보답하기도 했다. 화려하고 볼거리 많은 대형 공연도 좋지만, 역시 가수는 노래와 짙은 감성으로 관객과 소통하는 것. 새해에도 내로라할 뮤지션들의 멋진 소극장 무대를 기대해 본다.

롱런하는 대학로 대표 연극 <라이어>

그런가 하면 뮤지컬이나 연극도 대형 작품보다는 <김종욱 찾기> <루나틱> <오! 당신이 잠든 사이> <라이어> <뉴 보잉보잉> 등 소규모 공연이 연일 90% 이상의 관객 점유율을 차지하며 성황을 이뤘다. 수많은 창작뮤지컬과 연극 가운데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은 이들 작품은 2008년에도 새로운 모습으로 관객들을 찾을 예정이다. 이렇게 한 작품이 롱런하면서 <난타> <점프> <사랑은 비를 타고>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처럼 전용극장을 마련하고 몇 년째 무대를 이어가는 공연이 늘어가는 것도 공연계 색다른 풍토로 자리 잡았다. 철마다 새로운 배우를 발굴하는 만큼, 연기자들의 등용문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베테랑 배우들의 연이은 무대 나들이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는 공연계의 가장 큰 트렌드 가운데 하나다. 다시 말해서 드라마나 영화가 뮤지컬이나 연극처럼 무대 예술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신세대 배우들을 중심으로 ‘뮤지컬배우’나 ‘영화배우’라는 타이틀을 잠시 뒤로하고 ‘멀티 배우’로서 스크린과 브라운관, 뮤지컬과 연극 무대를 넘나드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보다 반가운 것은 베테랑 배우들의 무대 나들이가 아닐까.

2007년 김혜자, 조재현, 고두심, 조민기, 최민식 등이 참여했던 연극 무대는 연일 빈자리를 찾기가 힘들었다. 같은 배우의 같은 연기지만, 카메라를 통하지 않는, 스크린이나 브라운관이 가로막지 않는, 관객과 바로 시선을 나누고 함께 호흡하는 공연은 무대에 서는 배우도, 무대를 바라보는 관객에게도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또한 편집이라는 중간 장치가 없는 만큼 무대에 오르는 배우는 자체만으로도 나름의 실력과 담력을 인정받는 것이다.

황정민 <나인>으로 뮤지컬 나들이

새해에도 연기파 배우들의 무대 나들이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일단 카리스마 넘치는 배우 황정민이 뮤지컬 <나인>에서 바람둥이 천재 감독 ‘귀도’ 역을 맡아 15명의 여배우들과 황홀한 무대를 펼칠 예정이다. 또 한국 연극 100주년을 맞아 13개월 동안 진행될 <연극열전> 시리즈에서는 조재현을 비롯해 이순재, 나문희, 추상미, 유지태, 고수 등이 대중적이면서도 예술성을 인정받은 모던한 12개 작품을 통해 연극 무대에 오른다.

사고로 얼룩진 2007년, 2008년이 받는 여파

공연이 넘쳐났던 2007년. 그만큼 사고도 많았다. 최근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무대 장치 이상으로 공연을 취소한 뮤지컬 <맘마미아>를 비롯해 잠실 실내체육관에서는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가 음향사고로 공연이 중단됐다. 앞서 가수 이문세의 전국 투어 공연 일부가 건강상의 이유로 취소됐고, 연대 노천극장에서 열렸던 <시월에 눈 내리는 마을>은 퍼붓는 비에 관객들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

가장 큰 사고는 역시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화재다. <라 보엠> 공연 도중 발생한 화재와 보수에 관한 문제는 점점 커져, 결국 10개월 동안 문을 걸어 잠그고 완전 복구하겠다는 방향으로 결론이 났다. 관람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겠다는 국내 최대 공연장의 발상이 참으로 결연해 보인다.

예술의 전당 공연 취소된 <위윌록유>

그러나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될 예정이었던 수많은 대작들은 이제와 어디로 가란 말인가. 이번 결정으로 모두 9개 단체, 19건의 공연이 취소돼 피해 보상과 관련한 논란의 불씨가 다시 타오르고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했던가? 팬들의 입장에서는 작은 불씨로 <브라케티쇼>와 <위윌록유> 등 대작에 대한 커다란 기대를 단숨에 잠식당한 꼴이다. 힘의 논리가 아니라 모두를 위한 성숙된 방법으로 문제가 해결되기 바란다. 그것이 진정한 공연문화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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