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 전형은 많이 다르지만 다행히 필자도 수능 세대다.^^ ‘수능시험이 끝나고 뭘 했더라?’ 곰곰이 생각해 봤으나, 본고사 때문에 며칠 도서관을 들락거렸던 일이며 그때마다 귀를 뚫고 나타나는 친구들이 하나 둘 늘어가던 모습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그리고는 입학 전까지 서울에 입성해 있던 언니 집에 미리 올라왔으나, 친구도 없고 길도 모르던 필자는 언니가 돌아올 때까지 하루 내 잠을 자거나 음악만 들었다. 그렇게 한 달을 보냈더니 얼굴이 누렇게 뜨고 말았지만, 그것이 그간 스트레스와 후회, 다가올 새로움에 대한 긴장을 달래는 유일한 방법이었던 것 같다.
자, 선행자로서 큰일을 치러낸 어린 양들에게 밀려들 허전함과 답답함을 어찌 모른 척 하겠는가. 수험생들의 묵은 스트레스를 시원하게 날려줄 공연들을 골라봤다. 특히, 인생을 살아가면서 ‘수험생’이라는 호칭을 아무 때나 붙일 수 있는 것도 아니니, 그로 인해 누릴 수 있는 특혜가 있다면 톡톡히 누려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 수험생들에게 많게는 티켓 가격의 절반 이상을 할인해 주는 공연도 있으니, 잘 살펴서 재미와 실속을 동시에 챙길 일이다.
신나고 흥겨운 뮤지컬
* 뮤지컬 <헤어스프레이>
| <헤어스프레이>의 정준하 & 왕브리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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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뚱하고 엉뚱한 트레이시가 자신만의 끼와 따뜻한 마음으로 사랑과 꿈을 찾아가는 뮤지컬이다. 뚱뚱한 트레이시에는 <러브 인 카푸치노>에서 방방 튀지만 사랑스러운 연기를 펼쳤던 왕브리타와 뮤지컬계의 만능 재주꾼 방진의가 더블 캐스팅됐는데, 날씬한 몸매가 빛을 발하지 못하는 무대도 있으니, 선천적으로 이기적인 몸매를 타고난 방진의. 뚱뚱한 트레이시를 연기하기 위해 종아리까지 라텍스를 돌돌 둘러매고 춤추고 노래하느라 살이 더 빠질 지경이란다. 또 트레이시 엄마 역에는 ‘식신’ 정준하와 ‘맥도널드’ 김명국이 캐스팅돼서 웃음을 더하고 있다. 복고풍의 신나는 춤과 노래가 시종일관 몸을 들썩이게 하고, 화려한 무대와 컬러풀한 의상도 눈을 즐겁게 한다. 수험생에게는 50% 할인 혜택이 있다.
* 뮤지컬 <펑키펑키>
| 명동에서 만날 수 있는 뮤지컬 <펑키펑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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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도 홍대도 강남도 아닌 명동 한복판에서 만날 수 있는 공연이다. 새롭게 모습을 바꿔가며 벌써 4년째 이어지고 있는 창작 뮤지컬 <펑키펑키>. 한때 컬트삼총사 멤버였던 정성한이 연출을 맡아 주목받았던 이 작품은 역시 개그맨의 발상답게 진한 감동이나 눈물이 아닌 ‘웃음’으로 관객들에게 다가서고 있다. 전용관인 펑키하우스의 독특한 구조와 작품 곳곳에 숨은 개그적인 요소, 그리고 공연이 끝난 뒤 접할 수 있는 배우들의 융숭한 배웅도 인상적이다. 수험생은 만 원에 관람할 수 있다.
이밖에 김우형과 윤공주가 꿈과 사랑을 노래하는 뮤지컬 <컨페션>, 신나고 파워풀한 비보이들을 만날 수 있는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 실화를 바탕으로 뜨거운 가족애를 생각하게 할 뮤지컬 <샤인>,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아버지 조지 엠 코핸의 일대기를 화려한 탭댄스와 노래로 담아낸 뮤지컬 <조지 엠 코핸 투나잇> 등이 모두 수험생에게 할인 혜택을 주고 있다. 또 12월 9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천 원의 행복> 공연은 유명 뮤지컬의 히트 넘버를 모은 갈라 콘서트로 꾸며지는데, 수험생들에게 예매 때 우선권을 준다.
엉뚱해서 재밌는 연극
* 장진의 <서툰사람들>
| 장진 감독의 연극 <서툰 사람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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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와 대학로를 번갈아가며 특유의 독특한 감각을 피력하고 있는 장진 감독이 오랜만에 연극 무대에 돌아왔다. 연극 <서툰 사람들>은 장진 감독이 23살 때 직접 쓴 작품으로, 귀엽고 서툰 여교사와 그녀의 아파트에 침입한 정 많고 역시 서툰 도둑의 하룻밤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장진 작품의 단골 배우들인 류승룡, 강성진을 비롯해 요즘 대학로에서 가장 사랑받는 장영남과 처음으로 연극 무대에 도전하는 바비인형 한채영을 만날 수 있다. 수험생은 물론 각종 시험 응시생들은 장진식 코미디를 30% 할인된 가격에 만나볼 수 있다고 하니, 역시 엉뚱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 패러디극 <웁스> & 연극 <머쉬멜로우>
| 낮 시간대 만날 수 있는 연극 <머쉬멜로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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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웁스>는 말 그대로 각종 영화와 드라마를 적극 패러디했다. 짜깁고 비틀고, 게다가 소극장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관객들의 배꼽을 바로 공략한다. 코미디 연극 <머쉬멜로우> 역시 관객들이 직접 무대에 오를 수 있는 공연이다. 특히 “왜 공연은 항상 밤에만 하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던 관객들에게는 요일 상관없이 낮 1시 30분부터 90분 간격으로 즐길 수 있는 특이한 공연이다. 수험생들은 두 공연 모두 2천원 할인된 가격으로 관람할 수 있는데, 배꼽은 잃어버려도 책임지지 않으니 스스로 잘 간수해야 한다.
이밖에 예쁜 무대와 노래, 어른들을 위한 동화가 있는 연극 <나쁜 자석>, ‘공중그네’와 ‘인더풀’을 무대에 올린, 소설만큼이나 웃긴 연극 <닥터 이라부>, 아이들을 위해 시작했다 이제는 어른들이 더 찾는 감동 드라마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쟁이> 등도 수험표를 제시하면 할인된 가격에 볼 수 있다. 또 해마다 겨울이면 무대에 오르는 따듯한 연극 <늙은 부부의 이야기>는 특이하게 수험생 자녀를 둔 부모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뮤지컬 <헤어스프레이> 2007/11/13 ~ 2008/2/7 충무아트홀 대극장 |
뮤지컬 <펑키펑키> 2007/10/3 ~ 2007/12/30 명동 우림 펑키하우스 |
연극 <서툰 사람들> 2007/12/7 ~ 2008/3/2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
패러디극 <웁스> 2006/6/1 ~ 2007/12/31 대학로 키득키득아트홀 |
연극 <머쉬멜로우> 2006/10/10 ~ 2008/3/3 대학로 키득키득아트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