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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념은 내면의 나를 발견하고 존중할 때 생긴다

내 어린 시절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아버지는 이탈리아에서 막 이주해왔고, 어머니는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일했다. 나에게도 나만의 꿈이 있었다. 세상에 나만의 족적을 남기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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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밀리아 안토네티(소프웍스 창업자) - 가난한 이탈리아 이민자의 딸로 태어난 아밀리아 안토네티(Amilya Antonetti)는 아이를 키우는 평범한 주부에서 천연비누 회사 ‘소프웍스(Soapworks)’의 창업자로 변신해 수십억 달러의 거대 기업으로 키워내는 성과를 일궜다. <오프라 윈프리 쇼> 《타임》 《피플》 등에도 소개되면서 미국인들에게는 친숙한 인물이다. 저서로 『데이비드가 화요일을 싫어한 이유Why David Hated Tuesdays』『브로큰 쿠키 신드롬The Broken Cookie Syndrome』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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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린 시절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아버지는 이탈리아에서 막 이주해왔고, 어머니는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일했다. 나에게도 나만의 꿈이 있었다. 세상에 나만의 족적을 남기는 것이었다. 하지만 부모님은 나를 쓸데없는 공상에 가득 찬 아이라고만 생각했다. 부모님을 늘 중요한 일을 할 사람은 하버드나 MIT에 가야 한다고 했다. 그러니까 그 사람들은 세상을 바꾸겠지만 난 아니라는 것이었다. 나는 가난한 이민자의 어린 딸이었다. 부모님은 내가 쓸데없는 몽상 따위는 집어치우고 시집이나 잘 가기를 바랐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나도 ‘그 사람들’처럼 될 거야.”라고 말하고 다녔다. 난 어떻게든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믿었다.

다른 아이들 같으면 기가 죽었을 환경이었지만 나는 달랐다. 내가 어디로 가야 할지를 알려주는 직감, 내면의 안내자 같은 것이 내 속에 있다고 믿었다. 비록 그것을 딱 꼬집어 표현할 순 없었지만 말이다. 사람들이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라고 물었다면 난 “그냥 알아. 이쪽으로 가야 한다는 걸.” 하고 대꾸했을 것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 내면의 목소리를 항상 따를 만큼 용감하지는 못했다.

우리 가족의 삶은 더 나빠질 수 없을 만큼 고단했다. 우울증으로 고생하던 어머니는 내가 열일곱 살 때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나는 내 운을 시험해보기 위해 집을 떠났다. 비록 꿈꿔왔던 멋진 대학들은 내 인생의 패에 들어 있지 않았지만 위대함으로 가는 길을 찾을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 길을 안내해줄 지도도 없었지만 열심히 일하고 실수와 성공에서 배우며 증기를 가득 채운 기관차처럼 그저 앞으로만 나아갔다.

처음엔 사업 프로젝트에도 손을 대보았다. 하지만 머지않아 대기업의 시스템을 이해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들이 어떻게 목표를 성취해내며 취약점은 무엇인지도 알아야 했다. 다른 사람들은 이미 대학에서 배운 것들을 나도 배우고 싶었다. 지멘스, MCI, AT&T 등 대기업에 취직해 능력을 인정받았다. 세일즈 신기록을 세웠고, 상도 받았으며, 이른 나이에 남성들이 꿰차고 앉았던 자리로 승진했다.

더할 나위 없이 값진 경험이었지만 기업에서 보낸 시간은 그리 녹록하지 않았다. 어딜 가든 다 비슷비슷했다. 나이가 적고, 여자인 데다 가방끈이 짧다는 이유로 정당하게 대우받지 못했다. 에너지가 넘치는 데다 늘 업무 절차를 끈덕지게 질문하는 바람에 상사는 나를 불편해했다. 왜 이런 이상한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 따져 물으면 언제나 “예전부터 이렇게 그래왔다”는 게 그들의 대답이었다. 창의성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다는 것은 여간 기가 꺾이는 일이 아니었다. 그러고도 어떻게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성공하는지 혼란스러울 정도였다. 많은 것을 성취했지만 공허했고 사람들이 내 말을 귀담아듣지 않는 것처럼 여겨졌다. 나는 아직 대단한 일을 해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다시 한 번 성공을 위해 내면의 안내에 귀 기울였다. 주변의 목소리가 내면의 목소리를 삼키도록 그냥 둘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 무렵 그 같은 진실을 조명해주고 내 믿음이 옳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한 권의 책을 만났다.

파울로 코엘료(Paulo Coelno)의 『연금술사The Alchemist』가 나타나 내 여행은 나 스스로 걸어가야 할 몫이라는 것을 상기시켜주었다. AT&T에 다닐 때 동료의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이 책을 발견했는데, 제목에 단박 마음이 끌렸다. 연금술사라는 말은 처음 듣는 것이라 무슨 뜻인지도 몰랐다(나중에야 연금술사가 현대 과학자들의 아버지로 금속을 황금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평생 매달렸던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이거 나 가져도 돼?” 하고 동료에게 물었다. 그는 흔쾌히 허락했다. “그럼. 누군가 거기 놓고 간 거야. 가져.”

왜 그 책을 갖고 싶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내면의 직감에 따라 책을 집어들었다. 책에는 위대한 삶을 꿈꾸며 여행을 떠나는 양치기 소년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사람들은 계속 말했다. “네 일은 양을 치는 것이야.” 어떤 이는 양치기로 사는 삶이 뭐가 어떠냐면서 화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양치기는 자신의 존재가 더 나은 무엇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이집트 피라미드를 찾아 사막을 건너고 싶다고 말하자 사람들은 미쳤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남이야 어떻게 생각하건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사막을 어떻게 건너야 할지는 몰랐지만 첫발을 어떻게 내딛는지는 알았다. 그 여정에서 양치기는 가장 큰 스승이 되어준 연금술사를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파울로 코엘료는 단순한 우화처럼 보이는 이 이야기에서 많은 교훈을 제시한다. 특히 나를 사로잡았던 것은, 사람들은 모두 여행 중이며 작가의 용어를 빌리자면 예언, 즉 길잡이는 오직 그 여행자의 눈에만 보인다는 것이었다. 타인은 그것을 볼 수 없다. 그건 그들의 길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행자가 만들어가는 여행과 선택은 다른 이들에겐 의미가 없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얼마나 흥분이 되었던지 처음에는 단어 하나하나에 매달렸고 문장마다 주의를 기울였으며 여백에다 뭔가를 적기도 했다. 책은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믿음이 옳다는 것을 입증해주었다. 때문에 이 책을 읽는 것은 내겐 큰 도전이었다.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것이 진실일 수 있을까? 자기 자신을 믿어야 한다는 것이? 자신의 직감이 보편적 지혜나 이미 확립된 권위와 배치될 때조차도?

『연금술사』는 내 영혼을 뒤흔들어놓았지만 사업적 성공을 추구하고 세상에 족적을 남기겠다는 생각은 잠시 밀쳐두어야 했다. 결혼 후 아들 데이비드가 태어날 날을 기다리며 인생의 새 장에 대한 기대로 들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데이비드가 태어나자 들떴던 기분은 순식간에 근심으로 바뀌었다. 아기에게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아이는 온몸에 생긴 피부발진과 호흡곤란으로 끝없이 울어댔고 때때로 자지러질 듯했다. 몇 달간 병원을 드나들었지만 아이를 고통스럽게 하는 병의 원인을 찾아내지 못했다. 데이비드의 증세가 좀처럼 호전되지 않자 마침내 의사는 말했다. “아기를 보내줘야 할 것 같습니다.” 태어나서 그렇게 무섭고 주체할 수 없이 혼란스러웠던 순간은 없었다.

데이비드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간호사나 의사,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말에는 무조건 귀를 기울였고 하라는 것은 뭐든지 다 해보았다. 오로지 내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들이 제시한 치료법이 아무런 효과가 없을 때도 적어도 전문가들이 초보 엄마보다는 나으려니 믿었다. 그때 내 직감은 데이비드에게 나타난 숱한 문제점들의 근본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의사들은 포기했지만, 나는 ‘됐어, 이제 충분해. 이젠 내 마음이 느끼는 대로 할 거야.’라고 생각했다. 아기의 침대 머리맡에 앉아 기도했다. “하느님, 이 아이를 지킬 수 있게 해주신다면 제가 달라질 것을 맹세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진 모르지만 무언가를 하려고 합니다. 아이를 지킬 수 있게 해주세요.” 그날 밤 병원에서 나는 내면의 목소리를 따르기로 결심했다. “어떻게 하지?” 하며 우왕좌왕하느니 차라리 싸우다가 패하는 쪽을 택하기로 했다. 더 이상 힘을 소모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아무도 내 여행을 대신 해줄 수는 없었다. 오직 나만이 예언을 볼 수 있고 안내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아기를 집으로 데려온 후 병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일상생활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일일이 기록했다. 마침내 한 가지 사실을 발견했다. 집 청소를 하는 화요일에 특히 아기의 증세가 악화된다는 것이다. 청소에 쓰는 제품을 조사했더니 빙고! 뭔가 잡히는 게 있었다. 제품에 들어 있는 염산과 암모니아, 화학 성분들이 아기에게 호흡곤란과 피부발진을 일으키고 있었다. 화학제품들을 모두 없애버리자 아기는 마침내 울음을 그쳤고 증세가 서서히 호전됐다.

이제 데이비드를 아프게 하지 않을 비누를 찾는 게 시급한 과제가 되었다. 하지만 시중에서는 그런 제품을 찾을 수 없었다. 뜻밖에도 구원자가 나타났는데, 할머니였다. 할머니는 당신이 젊었을 땐 여자들이 비누를 만들어 썼다며 그 방법을 알려주셨다. 할머니에게 우리 집으로 와서 직접 시범을 보여달라고 했더니 기꺼이 내 부탁을 들어주셨다. 부엌에서 할머니와 함께 비누를 만들고 있으려니 시간을 거슬러 먼 옛날의 아낙네가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정보를 모으고 수없는 질문을 쏟아내며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 끝에 마침내 우리 몸에 안전한 천연비누가 완성되었다. 문득 다른 엄마들과도 이것을 공유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들었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데이비드처럼 화학제품 접촉에 따른 질환이나 피부 트러블, 호흡곤란으로 고생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기에 사업의 가능성도 충분했다. 나는 곧 여러 유명인사들의 도움을 받으며 저자극성, 무독성의 안전한 세제를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다.

오늘날 ‘소프웍스’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세제시장에 진출해 성공적으로 경쟁하고 있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인간 중심, 환경 친화적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라는 거대한 목적을 꿈꿨던 욕망이 꿋꿋이 길을 가도록 밀어준 원동력이 됐다.

『연금술사』를 두 번 더 읽었다. 책은 인생의 어려운 시기에 마술처럼 다시 나타나곤 했다. 한 번은 내 인생의 청사진 속에 이혼이라는 것이 포함돼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고, 또 한 번은 회사가 어려움을 겪었을 때다. 『연금술사』를 읽으며 다시 한 번 심호흡을 하고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옳다고 믿는 대로 밀어붙여야 한다는 사실을 되새겼다. 모든 것이 다 잘될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일단 뛰어내리면 안전그물이 나타나리라는 예감이 들었다. 실제로 그랬다.

오늘날 내 인생은 과거에 꿈꿨던 것보다 한결 풍요로워졌다. ‘소프웍스’는 지속적으로 성장했다. 특히 <오프라 윈프리 쇼>에 출연한 이후 내가 쓴 책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 많은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켰다. 나와 데이비드의 삶 역시 행복하다. 내가 가야 할 길에 대해 어떤 확인이 필요할 때 또는 그저 책의 메시지를 다시 한 번 음미하고 싶을 때 종종 『연금술사』를 꺼내 읽는다. 인생이 모두 뜻한 대로 되지는 않겠지만 우리가 배우는 교훈이나 보상은 측정할 수 없을 만큼 많다.

이 멋진 책 덕분에 나는 시련의 담금질 속에서 무언가 멋진 것을 빚어내는 인생의 연금술사가 되었다. 그리고 인생의 모든 것이 가치 있는 것이라는 소중한 깨달음을 얻었다. ‘도전 카드’야말로 내가 쥐고 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다. 그것들이 내 에이스다. 아무도 내게 베팅하지는 않는다. 나는 뉴욕 벨몬트 경마장의 출발선에 선 크라이즈데일종 같았다. 누군가 내 귀에 대고 “이봐, 친구, 네겐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야.”라고 속삭이는 듯했다. 그래서 그들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더 열심히 일했다.

코엘료의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나는 아직도 외부에서 주는 확증을 찾으려 애쓰고 있었을 것이다. “너 그만하면 됐어.”라고 말해주는 자격증이나 학위를 좇으면서 말이다. 하지만 스스로를 궁극적으로 인정해줄 유일한 존재는 자신의 내면이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연금술사』의 양치기는 세상을 한 바퀴 돈 끝에 자신이 찾던 보물은 고향마을에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가 떠났던 바로 그 자리로 돌아온 것이다. 마찬가지로 나도 가장 귀한 보물─내면의 작은 목소리─은 귀 기울이기만 하면 언제나 여기 이곳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운영자가 알립니다.
<내 인생을 바꾼 한 권의 책>뫀 ‘리더스북’과의 제휴에 의해 연재되는 것이며, 매주 화요일 2개월간(총 8편) 연재될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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