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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모든 걸 좌우하진 않는다."

'대지의 성자' 피에르 라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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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꾼 철학자 피에르 라비(Pierre Rabhi)와 관련된 번역서 세 권의 형식은 각기 다르다. 그에 대한 인물론이 있는가 하면, 대담집이 있고, 그가 쓴 장편소설도 있다.

피에르 라비는 1938년생인가? 1939년생인가?

농사꾼 철학자 피에르 라비(Pierre Rabhi)와 관련된 번역서 세 권의 형식은 각기 다르다. 그에 대한 인물론이 있는가 하면, 대담집이 있고, 그가 쓴 장편소설도 있다. 번역서는 세 권 모두 한 출판사를 통해 나왔다. 그것도 올해 다 펴냈다. 그런데 한국어판은 피에르 라비의 이력 가운데 어떤 요소가 차질을 빚고 있다.

그의 출생연도가 제각각이다. 인물론의 책날개엔 “피에르 라비는 1939년 아프리카 알제리 남부의 케낫사 오아시스에서 태어났다.”라고 돼 있다. 하지만 ‘옮긴이의 말’과 ‘연보’에선 1938년생이다. 대담집의 저자 소개 글과 장편소설의 책날개는 다시 1939년 출생이다. 어느 게 맞나 모르겠다.

피에르 라비의 출생지는 알제리 남부의 광활한 모래사막 안에 작은 섬처럼 떠 있는 오아시스다. 그는 네 살 때 어머니를 여읜다. 대장장이였던 아버지를 자랑스러워한다. 그렇지만 교육을 받게 해주겠다는 프랑스인 부부에게 입양된다. 이 부부는 탄광회사 일로 알제리에 온 사람들이다. 남편은 기술자였고, 아내는 교사였다.

그리고 피에리 라비는 마치 구경꾼처럼 알제리 독립전쟁을 치른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프랑스 군사령관의 연설을 들으며 무심코 “군사령관이라면 좀 더 씩씩한 목소리로 연설을 해야지.”라고 했다가 양아버지로부터 24시간 안에 집을 나가라는 얘길 듣는다. 순식간에 길거리로 내쫓긴 것이다.

피에르 라비 육성의 비중이 높은 인물론

『농부 철학자 피에르 라비』(장 피에르 카르티에?라셀 카르티에 지음, 길잡이 늑대 옮김, 조화로운삶)는 카르티에 부부의 “위대한 사상을 가진 인물” 탐방기 중 하나다. “그는 체구가 작고 말랐으며, 수염과 머리카락이 얼굴을 반쯤 뒤덮고 있었다. 그는 따뜻했고, 언제나 그렇듯이 정중하게 우리를 대했다.” 장 피에르 카르티에가 묘사한 피에르 라비의 첫인상이다.

카르티에 부부가 만난 유명인사들 가운데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심지어 전화도 받지 않고 꼬박 일주일 동안 카르티에 부부에게 시간을 내준 건 피에르 라비가 처음이었다.

“피에르 라비 앞에 처음 섰을 때, 라셀과 나는 그가 그토록 열정적이고 실천적인 삶을 살아왔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그만큼 그는 수수하게 생긴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가 말을 시작하자, 그의 눈에서 때로는 불꽃같은, 때로는 논리 정연한 열정이 타오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은 일종의 절제된 열정이었다.”

이 책은 인터뷰집의 성격이 짙다. 카르티에 부부는 피에르 라비의 발언을 그대로 전달하거니와 그의 목소리가 차지하는 비중 또한 낮지 않다. 첫날, 장 피에르 카르티에는 불현듯 피에르 라비의 나무에 대한 견해를 듣고픈 충동을 느낀다. 피에르 라비는 “나무는 우리 행성에 난 털과 같습니다.”로 말문을 연다.

“나무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창조물 중 하나입니다. 나무는 살아 있는 존재입니다. 조용히 침묵만 지키는 것 같지만 나무는 노래도 할 수 있습니다. 바람에 나뭇가지가 흔들리며 내는 소리와 새들의 지저귐이 곧 나무의 노래입니다. 그 노래는 인간에게 큰 기쁨을 줍니다. 나무는 또한 자신에게 상처를 주는 요소들에 민감하게 작용하며 화를 낼 수도 있습니다.”

출생연도가 어긋난 탓이 크지만, “그 학교에는 ‘새카만 발(알제리에 살고 있는 프랑스인을 지칭하는 말)’ 학생이 단 두 명 있었는데, 바로 나와 카더라는 아이였습니다.”에서 ‘새카만 발’은 외려 프랑스인이 아닌 사람을 가리키는 것 같다. 카더는 터키인인 데다가 피에르 라비는 알제리 원주민 태생이잖은가.

영성?순결주의?수익성?기술?현대성

“나는 현대인들이 영성에 대해 너무도 많은 말을 하고 있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우리가 말하는 것들에 확신이 없다는 것을, 또한 우리가 우리를 안심시킬 무언가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잘 설명해 줍니다. 만일 확신이 있다면, 우리는 그렇게 많은 말을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살아 있으며, 그것이 전부입니다.”

이와 아울러 피에르 라비는 순결주의를 경계한다. “순결주의에 빠져서는 안 됩니다.” 예컨대 “세계화의 가장 나쁜 점은 교환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세계화의 단점은 행성 전체를 마음대로 주무르는 힘이 그 안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빠른 정보 전달은 하나의 이데올로기를 낳고, 젊었을 때는 그런 이데올로기에 저항하기가 힘듭니다.”

그는 우리가 육체를 가진 인간으로 남아 있을 필요가 있으며,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한 행동을 강조한다. 수익성과 선을 긋기도 한다.

“수익성이 삶의 전부는 아닙니다. 우리처럼 흙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단지 생산을 위해서만 일을 하지 않습니다. 흙에서 일한다는 것은 삶의 기술을 가꾸는 것이고, 우리 자신이 밭과 자연, 그리고 계절에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는 것입니다.”

또한, 기술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고 우리 인간들이 변해야 한다는 점을 힘주어 말한다. 피에르 라비는 현대성을 속임수라 여긴다. “우리가 발전했다고 여기는 이 현대 사회는 참담합니다. 이런 발전으로 혜택을 입는 사람은 아주 적은 사람들뿐입니다.” 이어 금전만능주의에 일격을 가한다.

“돈이 모든 것을 좌우하지는 않습니다. ‘시간은 금이다.’라는 말을 중요하게 여겨서는 안 됩니다. 이 말은 행성 전체를 위협하는 정신분열증의 한 가지 원인입니다.”

대담과 장편소설

『미래를 심는 사람』(배영란 옮김)은 녹색평론가 니콜라 윌로와의 대담을 엮은 책이다. ‘제도적 틀 안에서 살 것인가, 밖에서 살 것인가?’에 관한 두 사람의 대화다.

니콜라 윌로 - “… 제가 걸어온 길을 돌아봤을 때, 저는 아마도 제도적 틀 안에서 변화를 시도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

피에르 라비 - “저는 제도라는 것이 사람의 운명을 미리 결정하고, 그 제도의 방향대로 사람들의 운명을 조직하는, 가혹하고도 구속력 강한 조직이라고 생각합니다. … 제 경우, 제도적 틀에 맞추면서 살아갈 수가 없었기 때문에, 땅과 함께하는 삶으로 돌아가면서 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가치들이 보존될 수 있는 조직체를 만들고자 노력했습니다. 제 인생의 목표와는 부합하는 길이었지만, 한계는 있었지요. 저 역시 자동차를 타고 다니고, 국제적 연대 차원의 일을 보러 가기 위해 비행기로 여행을 다니며, 원자력의 힘으로 불을 밝히고, 농사일을 할 때는 기계의 힘을 빌리고 있으니까요. 제도적 틀 안의 사회와 완전히 동떨어져 사는 것을 꿈꾼 것은 아닙니다. 저는 항상 공동체의 완전한 한 명의 구성원으로 남고 싶었습니다. …”

『사막의 정원사 무싸』(이재형 옮김)는 피에르 라비의 자전적 소설이다. 그는 이 작품을 “보다 주관적인 보완물이자 깊이를 갖춘 자서전으로” 간주한다.

“이 이야기는 특히 내 삶의 여정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으며, 동기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던 내 평화적 저항의 뿌리를 분명하게 밝혀 드러낸다. 이 저항, 이 비난의 대상은 현 세계의 지나치게 광물적이고 기계적이고 지배적이고 파괴적인 현대성이며, 그 목적은 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휴머니스트와 환경론자가 거기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예후디 메뉴인의 찬사

바이올린연주자 겸 지휘자인 예후디 메뉴인은 피에르 라비를 일러 이렇게 말했다.

“피에르 라비는 자신의 손으로 모래사막에 생명을 실어 날랐다. 생명은 하나이기 때문이다. 번식력이 강한 박테리아들은 모래를 새로운 종들의 터전이 될 수 있게 만들었다. 어찌 보면, 이 남자는 성자와 같다. 그는 분명하고 맑은 정신의 소유자이며, 그가 사용하는 언어의 시적 아름다움은 저마다의 삶에 열정을 불러일으킨다. 그는 우리가 계속해서 방해하는 생명의 그물망을 회복시키는 일을 한 사람이다. 그런 일들과 땀방울로 그는 먼지 이는 대지를 비옥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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