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릴 리치(TV 프로그램 제작자) - 셰릴 리치(Sheryl Leach)는 TV 프로그램 제작자이자 기업인이다. 육아 경험을 십분 발휘해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의 하나인 ‘공룡 바니’를 만든 주인공이기도 하다. CNBC 케이블 TV의 올해의 기업인상, 국립자유재단상을 수상했고 엘리노어 루스벨트 이래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유대인문화교육촉진협회(B'nai B'rith)에서 수여하는 국민 인도주의상을 받는 영예를 누렸다. 최근엔 셰일라 재단을 공동 창립해 고급 비주얼 잡지 <비저내어>, 미디어 프로젝트, 그리고 인간정신을 고양하고 자극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엔터테인먼트 채널을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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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 패트릭이 꼬마였을 때 난 항상 그 아이를 즐겁게 하고 바쁘게 만들 방법을 궁리하곤 했다. 때때로 비디오가 그 역할을 대신해줄 수도 있었지만 당시만 해도 그 또래 아이들이 볼 만한 비디오가 드물었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는 옛날 속담이 딱 맞아떨어졌다. 난 초보 엄마 때의 경험을 살려 어린이 엔터테인먼트 지적 소유권과 새로운 사업 영역을 창조해냈다. 만약 우리 아들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라면 다른 아이들에게도 통할 것이었다. 패트릭은 근사한 포커스 그룹(출시할 제품을 미리 테스트해보는 소비자 집단 ─ 옮긴이)이 돼주었다! 그렇게 해서 키 180센티미터의 자주색 공룡 바니가 태어났다.
팀을 꾸려 바니 시리즈를 만들면서 나는 인생에서 가장 창조적이고 스릴 넘치는 시기를 맞았다. 그로부터 19년이 지난 오늘날 패트릭도 자랐고 바니도 자라 또 다른 스릴 넘치는 프로젝트를 시도하고 있다.
3년 전 우리 가족은 카리브해에 있는 터크스케이커스 제도로 여행을 떠난 적이 있었다. 떠나기 직전 한 친구가 참을 수 없이 매력적인 책이라며 책 한 권을 소개해줬다. 에크하르트 톨레(Eckhart Tolle)의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The Power of Now』였다. 그녀는 “온통 미친 듯이 줄을 치고 있어. 정말 멋진 책이니까 꼭 읽어봐.”라고 말했다.
친구의 열정을 믿어보기로 한 나는 여행길에 동반할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오디오북을 샀다. 해변에서 보낸 첫날, 녹음기와 이어폰을 들고 자리를 잡은 나는 금세 오디오북에 빠져들었다. 책은 내 일상이 되었고 매일매일 다음 장을 고대하게 됐다. 문장 하나하나가 내 가슴에 날아와 박혔다. 너무나도 영감으로 충만한 책이었다.
도입부에서 톨레는 몇 년간 우울증을 겪은 끝에 철저한 절망의 나락에 빠져 ‘더 이상 나 자신으로 살 수 없다’고 생각했던 일을 털어놓았다. 자살을 결심한 순간 그는 문득 자신의 그런 생각이 얼마나 이상야릇한 것인지를 깨닫는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한다. “내가 나 자신으로 살 수 없다면 내가 둘이 있는 게 분명하다. ‘나’와 내가 함께 살지 못하는 ‘나 자신’ 말이다.”
이런 지적인 성찰에 이르자 톨레는 곧 급진적인 변화를 경험한다. 생각을 들여다보는 의식인 ‘나’와 그 생각을 실천하는 ‘나’를 의식하면서 처음으로 스스로가 자기 정신의 산물이 아니란 걸 이해하게 된 것이다. 그가 스스로를 자기 생각과 동일시하는 것을 멈추고, 생각들을 자신과 분리된 실체로 고찰할 수 있게 되자 과거엔 두려움과 고통으로 가득 찼던 자리에 사랑과 기쁨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그때부터 그의 삶에 영원한 평화의 강물이 흐르게 됐다고 그는 말한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톨레는 뒤집어 “나는 존재한다, 고로 생각한다.”고 말한다. 톨레의 책을 읽으며 우리 마음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건 그것이 내 모습 그대로가 아니란 걸 알게 됐다. 우리의 마음이란 그저 우리 자신의 도구일 뿐이다. 우리의 일부지만 진짜 우리는 아니다. 진짜 우리는 우리 마음 건너편에 있으며 우리 마음보다 훨씬 거대하다.
그 얘길 듣노라니 진정한 자유의 의미를 알 것도 같았다. 난 더 이상 내 마음의 소유물이 아니었다. 마음속에 두려운 생각이 떠오르더라도 ‘내’가 두려워하는 게 아니었다. 이런저런 감정들에 사로잡힐 필요 없이 그저 그것들이 들락날락하는 것을 지켜보면 그만이었다.
난 언제나 영감을 주는 책에 끌렸는데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는 그런 류의 ?정판 같았다. 톨레의 얘기가 새로운 것은 아니었지만 작가의 인생 경험담에서 나오는 것이었기에 엄청나게 명료하고 힘이 넘쳤다. 이 책은 마치 졸업반 과정 같았다. 그전의 모든 독서가 이 한 권의 특별한 책을 만나기 위한 과정 같았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톨레의 원칙들에 대해 지적으로 이해하고 있었을 뿐 경험적으로 다가가지는 못했다. 그의 개념들을 생생하게 느끼게 되기까지 내게도 개인적인 드라마가 필요했다.
휴가에서 돌아온 뒤 2주 동안은 모든 게 평상시처럼 돌아갔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자식을 가진 모든 부모들이 두려워할 만한 그런 전화였다.
“리치 부인인가요?”
“그런데요?”
“패트릭 일로 전화를 드렸는데요.”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아이가 다니는 고등학교의 교장 선생님이었다. 좋지 않은 소식이란 걸 직감했다.
“무슨 일이신데요?” 나는 물었다.
“아이가 발작을 일으켰어요. 지금 병원으로 옮기는 중입니다.”
나는 황급히 병원으로 달려갔다. 걱정과 두려움이 엄습했다. 그러면서 계속 생각했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열일곱 살 아이가 발작을 일으켰다면 이것은 무슨 의미일까.
의사들은 이것저것 각종 검사들을 했고, 끔찍하게 긴 시간을 기다려서야 아들의 병명을 들을 수 있었다. 뇌종양이었다. 의사들은 악성인지 양성인지는 불확실하다며 빨리 수술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한순간에 세상이 완전히 뒤집혀버렸다. 얼마 전까지 내가 품었던 계획이나 우선순위 따위는 모조리 마음속에서 사라졌다. 단지 같은 생각만이 맴돌았다. ‘패트릭은 어떻게 되는 거지? 아이가 이런 상황을 견딜 수 있을까? 암일까? 그렇다면 항암 치료를 받아야 할까? 앞으로 1년이 지나면 영영 세상을 떠나버리는 걸까?’ 위기에 처한 사람들이 이런 말을 했지. 심연을 들여다보는 것 같다고. 그게 무슨 뜻인지 이제 알 것 같았다. 내 마음은 이전엔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던 공포에 사로잡혔다. 속수무책의 무력감이 나를 괴롭혔다. 이 상황도 그 결과도 내가 도무지 어찌해볼 수 없는 영역의 일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모든 것들을 알아보았다. 문제점을 이해하려고 애썼고 실력 있는 외과의를 구하려고 했고, 그 밖에도 많은 것들을. 내 마음은 혼란에 빠져 거의 잠을 잘 수가 없었다. 패트릭이 어느 순간 또 발작을 일으켜 내 도움을 필요로 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웠다. 한편으로는 평상심을 유지해야 한다고 다독였다. 그것이 나를 위해서도 그렇고 패트릭을 돕는 길이기도 했다. 내가 근심하고 두려워한다면 그건 아이에게 너도 그래야 한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었다.
정신적 충격의 와중에서도 나는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를 떠올렸고 우리 둘 다에게 가장 나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매달렸다. 밤마다 테이프를 들었다. 톨레의 말들과 부드럽고 다정한 목소리를 들으면 비로소 두려움에서 벗어나 잠들 수 있었다. 이른 아침잠에서 깨었을 때 두려움이 엄습해오면 이어폰을 끼고 다시 테이프를 들었다. 그렇게 톨레의 부드러운 영혼과 그 외 여러 책의 심오한 메시지에서 위로를 받곤 했다. “두려움은 과거나 미래를 사는 데서 오는 것이다.” “과거나 미래는 우리 마음속에 있을 뿐이다. 현실에선 늘 ‘지금’뿐이다.” “우리가 지금 이 순간에 머무는 한 우리에겐 평화가 있다. 이걸 알게 되면 언제라도 평화를 선택할 수 있다.”
나는 이러한 지혜들을 깊은 차원에서 경험하기 시작했다. 내 두려움은 미래에 생길지도 모를 일 때문이었다. 그건 지금 이 순간의 현실이 아니다. 스스로 멈춰 서서 지금 이 순간 나쁜 일이 일어났느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아니다’였다. 패트릭은 살아 있고 우리는 함께 있으며 지금 이 순간 그 아이는 무사하다. 이렇게 마음을 위로하고 나면 평화와 감사를 느끼며 잠들 수 있었다.
패트릭의 수술을 기다리는 동안 날마다 몇 번이고 ‘지금 이 순간에 있는 법’을 연습했다. 어떤 차원에 이르자 톨레의 메시지와 그 속에 담긴 진실을 항상 유념할 수 있게 됐다. 미래는 미리 예상하기 두려운 것이고 과거는 흘러간 것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지금뿐이다. 나는 현재에서 평화를 누리는 법을 배웠고 그 순간들을 엮어 평화와 행복의 느낌을 패트릭에게 전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모든 일이 잘됐다. 패트릭은 더 이상 경련을 일으키지 않았고 수술은 합병증이나 뇌손상 없이 성공적으로 끝났으며 종양은 양성이었다. 그 경험으로부터 톨레가 설파하는 진실과 지혜가 일상생활을 살아가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위기에 처한 이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감정은 우리 마음을 들락거리지만 우린 그 감정이 욾니다. 감정들은 우릴 스쳐 지나갈 뿐이다. 언제라도 우리는 선택할 수 있다. 두려움과 의심에 사로잡혀 있을 것인지, 아니면 지금 이 순간에 기대어 평화를 찾을 것인지. 평화를 찾게 되면 그 지점에서부터 상황을 더 잘 다룰 수 있는 경지로 나아갈 수 있다. 우리 인생에 일어날 일들이야 똑같고, 우린 그에 대한 반응만을 바꿀 수 있을 뿐이다.
패트릭이 의사로부터 완전히 건강을 회복했다는 증명서를 받고 나자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 인생 그 자체마저도 빛을 발하며 반짝이는 듯한 심오한 기쁨과 감사를 느꼈다. 날이 갈수록 지금 이 순간을 살고 있으며 더욱더 안정되고 평온해지는 것을 느꼈다. 과거와 미래에 대한 상념과 걱정 때문에 정신이 산란해지지 않는 그런 평온함 속에서 멋진 것을 찾아냈다. 내 일시적 마음 저 너머에 있는 ‘나’는 현재와 연결돼 있는 어떤 것의 일부라는 사실이었다. 내가 지금 이 순간 찾아낸 평화는 모든 개개인의 핵심 속에 있는 것이자, 존재하는 모든 것을 포괄하는 ‘집단 존재’의 고갱이 속에 있는 것이다. 나는 시대를 통틀어 위대한 영적 스승들이 우리에게 일러준 것들을 체험하고 있었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하나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에서 받은 영감과 지혜는 오늘날 셰일라 재단 일을 하는 데도 도움을 주고 있다. 이 재단은 젊은이들을 지원하고 있으며, 미디어 관련 프로젝트를 주로 지원하고 있다. 프로젝트 가운데는 ‘행성에 말 걸기’라는 것도 있는데 이는 쌍방향 TV로 전 세계 아이들을 연결해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한 것이다. 바그다드에 사는 청소년과 맨해튼의 청소년이 연결되는 일이 수차례 일어났다. 그들은 데이트를 하고 학교, 음악, 전쟁 등등에 대해 수다를 떨다가 서로서로에 대해 실재하는 사람이 되어갔다.
젊은이들은 언어와 문화, 종교적 신념의 차이를 넘어 우리가 서로 다르다기보다는 같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진짜로 분리되어 있는 것은 없다. 우리가 타인에게 하는 일은 곧 우리 스스로에게 하는 일이다. 다른 이에게 상처를 주는 일은 스스로에게 상처 주는 것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단순한 진리를 이해한다면 지구촌 상황이 극적으로 달라질 것이다.
오늘날 나는 에크하르트 톨레의 메시지가 더 잘, 더 폭넓게 전파되도록 모든 노력을 쏟고 있다. 평화는 ‘지금’이라는 순간 속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메시지다. 두려움과 의심을 딛고 하나 됨과 평화의 장소로, 우리 개인뿐만 아니라 세계를 위해 새로운 현실을 창조해낼 그 곳으로 도약할 수 있음을 알게 된다면 우리의 힘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 운영자가 알립니다.
<내 인생을 바꾼 한 권의 책>은 ‘리더스북’과의 제휴에 의해 연재되는 것이며, 매주 화요일 2개월간(총 8편) 연재될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