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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같은 섹시함, 비욘세(Beyonce) 내한공연

비욘세의 공연은 이처럼 화려한 퍼포먼스와 독특한 무대 연출이 단연 돋보였다. 그녀는 ‘데스티니즈 차일드’ 시절 노래를 비롯해 모두 25곡에 달하는 히트곡들을 노래하며, 무대에 맞춰 무려 7번이나 옷을 갈아입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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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님, 지금 공항인데 비욘세가 나오고 있거든요, 바로 전화할게요.” 확인할 사항이 있어 기획사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비욘세를 영접 중인지 다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오, 정말 왔구나. 처음 비욘세 내한소식을 들었을 때 이게 꿈인가 싶었는데, 진정 국내에서 세계를 휩쓴 섹시한 무대의 정수를 확인할 수 있나 보다.

그리고 그 긴장과 설렘을 고스란히 품고 공연장에 서 있다. 30대에 스탠딩이라는 무리수를 안고 30분째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 벌써 다리가 경직되는 심각한 지경. 그런데 갑자기 무슨 연쇄반응처럼 연예인들의 모습이 포착된다. 이동건, 심은진, 유진, 왁스, SG워너비, 서문탁, 미나, 구준엽…. 다소 불편한 모습으로 앉아들 있지만, 내가 그들을 바라보는 신기한 표정으로 그들도 상기된 표정으로 무대를 바라보고 있다.

이윽고 그들의 표정이 밝아지면서 ‘와’ 하고 입이 열리는 걸 확인하고 무대를 바라보니, 비욘세가 이른바 미스코리아 머리에 화려한 은색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다. 첫 곡은 ‘Crazy in love.’ 어느덧 드레스 밑자락을 뜯어내고 두 다리를 훤히 드러낸 그녀는 역동적인 멜로디에 맞춰 파워풀한 춤으로 무대를 장악한다. 연이어 ‘Freakum Dress’와 ‘Greenlight’를 노래하는 우렁찬 목소리와 절도 있는 춤 동작. 비욘세는 섹시하다기보다 강인한 여전사 같다.

사진 제공: B4H 엔터테인먼트

그러나 필자의 생각을 대번에 뒤집듯, 검은색 비키니 드레스 차림으로 다시 무대에 오른 비욘세는 ‘Baby boy’를 부르며 관능미 넘치는 살사댄스를 선사했다. 계속해서 ‘Beautiful liar’와 ‘Naughty girl’로 이어진 화끈한 무대, 정말 멋진 비욘세. 글래머러스한 몸매에 의외의 온화한 미소, 게다가 물결 치는 복근과 현란하게 돌아가는 골반이 어우러진 미학이란. 사실 반라에 가까운 옷차림에 이성적으로는 너무 야한 것이 아닌가 생각했으나, 세상에서 다시 못 볼 신기한 웨이브에 눈이 휘둥그레져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봤음을 시인하지 않을 수 없다.

비욘세의 공연은 이처럼 화려한 퍼포먼스와 독특한 무대 연출이 단연 돋보였다. 그녀는 ‘데스티니즈 차일드’ 시절 노래를 비롯해 모두 25곡에 달하는 히트곡들을 노래하며, 무대에 맞춰 무려 7번이나 옷을 갈아입었고, 그때마다 파워풀한, 섹시한, 또는 귀엽고 상큼한 안무를 선사했다. 또 비욘세가 옷을 갈아입을 때마다 무대에는 밴드와 댄서, 보컬들이 (우리에게는 다소 어색하지만 그네들이 하기에 어쩐지 근사해 보이는) 색다른 퍼포먼스를 펼쳐보였다. 특히, 이들은 비욘세가 오디션을 통해 직접 뽑은 인물들로, 모두가 여성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사진 제공: B4H 엔터테인먼트

독특한 무대 연출. 이를 위해 이번 공연에는 모두 90여 톤에 달하는 장비와 80명의 현지 무대 팀이 함께 내한했다. 뭐 그 때문에 티켓 가격이 더 올랐겠지만, LED로 장식된 화려한 계단 형식의 무대와 최첨단 조명, 포스터에도 있었던 미러볼을 비롯한 다양한 특수효과 등은 앞선 공연예술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특히, 비욘세의 섹시함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무대 앞과 중앙에서 끊임없이 불어나오던 바람. 적정 세기의 바람은 그녀의 머리칼을 나풀나풀 흩날리며 때로는 여신처럼, 때로는 요정처럼 묘한 매력을 배가했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은 비욘세의 폭발적인 가창력이 있었기에 함께 빛날 수 있었다. 분명히 신이 내린 특혜인 측정할 수 없는 폐활량에 짱짱한 성대는 2시간 가까이 이어진 공연 내내 상상을 초월하는 열창을 뿜어내며 객석을 황홀하게 만들었다. 비욘세는 영화 <드림걸즈>의 주제곡인 ‘Listen’과 어쿠스틱 느낌의 ‘Irreplaceable’로 무대를 마무리했다. ‘Irreplaceable’를 부를 때는 마이크를 플로어로 향하기도 했는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노래를 함께 따라 불렀다. 그녀는 행복한 표정을 지으면서 ‘한국 팬들의 열정적인 모습에 감동 받았으며 서울 공연은 잊지 못할 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제공: B4H 엔터테인먼트

요즘 개인적으로 슬럼프다. 공연으로 얘기하자면, 공연 자체는 좋은데, 보는 것이 힘들고 예전만큼 큰 재미도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비욘세 공연도 보고 싶다는 강한 열망과 함께 귀찮다는 신체 신호 사이에서 방황해야만 했다. 그러나 공연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동행인으로부터 ‘공연 보기 싫은 사람 맞느냐?’는 놀림을 받아야만 했다. 공연이 시작되기 직전까지만 해도 스탠딩 자리를 원망하며 툴툴댔으나, 비욘세를 보는 순간 그녀가 발산하는 섹시함의 환각 상태에 빠져 미친 듯이 춤추고 노래한 것이다.

사진 제공: B4H 엔터테인먼트

진정한 섹시함에 대해 생각해본다. 비욘세는 분명히 글래머였지만 매체를 통해 본 것처럼 빼어난 몸매를 가진 것은 아니었다. 사실 튼실한 하체에 놀랄 정도였다. 또한 그녀는 섹시함을 드러내기 위해 기괴한 포즈나 표정을 만들어내지도 않았다. 오히려 하트 모양을 만들어 보이거나 벙글벙글 웃는 표정은 귀엽기까지 했다. 그녀는 우아하고 멋있었으며 있는 그대로 자연스러웠다. 그녀의 섹시함은 겉으로 드러나는 몸에 앞서, 안으로 가득 들어찬 자신감에 있다고 확신한다. 그리고 그녀의 넘치는 자신감이 참으로 부러웠다.

앞으로 한동안은 그녀가 뿌려놓은 마약 같은 아름다움이 잿빛 세상을 뿌옇게 보이게 했으면 좋겠다. 당분간은 그녀의 환상적인 공연이 선사한 재미와 감동이 일상의 지치고 짜증나는 일을 가볍게 웃어넘기게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녀의 자신감이 내 안에서도 멈추지 않고 세포분열을 해주길 바란다. 요 며칠 포털 사이트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는 비욘세. 그녀의 기사를 읽은 모든 이들에게 ‘비욘세 효과’가 퍼져 나가길 바라는 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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