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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선택의 연속이고, 옳은 선택은 기회로 이어진다

몇 분 뒤면 회사를 매각할 예정이었다. 2000년 4월이었고 10년 전 어머니 부엌에서 시작한 클리프바 회사에 대한 매각 협상도 마무리 지었다. 거대 다국적 기업의 임원진들이 샌프란시스코에서 우리와 만나 계약서에 사인할 순간만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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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리 에릭슨(클리프바 창업자) - 게리 에릭슨(Gary Erickson)은 아내 키트와 공동으로 에너지 영양식 업계의 선두주자인 클리프바(Cliff Bar & Co.)를 세운 창업자이자 소유주다. 사이클을 즐겼던 게리는 등산이나 사이클 등 스포츠 활동 중 짧은 시간에 간단하게 섭취할 수 있는 영양과 칼로리가 풍부한 식품의 필요성을 느꼈는데, 그 결과 탄생한 것이 클리프바였다. 경륜 선수, 재즈 엱자, 등산가, 오지 가이드로도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클리프바 성장기Raising the Bar』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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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분 뒤면 회사를 매각할 예정이었다. 2000년 4월이었고 10년 전 어머니 부엌에서 시작한 클리프바 회사에 대한 매각 협상도 마무리 지었다. 거대 다국적 기업의 임원진들이 샌프란시스코에서 우리와 만나 계약서에 사인할 순간만 기다리고 있었다.

전문가들마다 나와 내 사업 파트너에게 더 이상 버텨나갈 수 없으며 클리프바를 한 단계 더 도약시키기 위해서는 거대한 자금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우리의 경쟁 상대였던 두 회사는 이미 다국적 기업에 팔렸다. 전문가들은 클리프바를 팔지 않는 것은 제 무덤을 파는 일이며 결국에는 무일푼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리는 그들의 충고를 따랐다. 이제 한 시간 후면 클리프바는 좀 더 경쟁력 있는 회사가 될 것이고 나와 사업 파트너는 각각 6,000만 달러씩을 쥔 채 거리로 나서게 될 것이었다. 아버지의 표현을 빌리자면 “카터가 강탈해간 것보다 더 많은 돈”이었다. 그 돈이면 평생 일하지 않고도 먹고살 수 있었다.

계약서에 사인하러 가기 위해 사무실에 서서 기다리는데 갑자기 온몸이 떨리고 숨을 쉴 수 없었다. 내 인생에 처음 찾아든 불안 발작이었다. 나는 파트너에게 근처를 한 바퀴 돌고 오겠노라고 말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이 나를 압도하여 눈물이 쏟아졌다. 반쯤 걸었을까, 엄청난 깨달음이 나를 강타했다. 나는 걸음을 멈추었다. “이 일을 하지 않아도 되잖아!” 웃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고 마음이 날아갈 듯 자유로워졌다. 아직 끝나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사무실로 달음박질쳐 돌아갔다.

파트너가 우리 변호사와 전화통화를 하고 있었다. 그녀에게 말했다. “그 사람들 돌려보내요. 회사를 팔지 않을 테니까.”

뜻밖의 행동에 파트너는 난색을 표했지만 내 동의 없이는 회사를 팔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 뒤 7개월 동안 그녀의 지분을 매입하기 위한 협상이 이어졌다. 경제적으로 따지면 말도 안 되는 결정이었지만 그 길이 옳다는 데 대해 추호의 의심도 없었다.

그 후 몇 달간 회사는 혼란에 빠졌다. 회사를 팔기로 했다고 발표해놓고선 다시 결정을 뒤집었기 때문이다. 다들 물었다. “뭐라고요? 클리프바는 대기업의 거대한 자금 없인 굴러갈 수 없다고 말씀하셨잖아요. 그런데 이제 와서 우리끼리 할 수 있다고요?” 그러잖아도 관리팀은 몇 년간 위기의식을 느껴왔는데 이제 그것이 해소되기는커녕 더욱 악화된 것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일은 사업 파트너와 결별을 앞두고 협상하는 것이었다. 그녀의 계획은 회사를 매각해 자기 몫의 대가를 받고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것이었다. 그런데 막판에 내가 망쳐버린 것이다. 나는 그녀의 지분을 사주어야 했고 회사를 운영할 자금도 확보해야 했다.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해치워야 하니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 무렵 얼마 전 클리프바를 떠난 임원의 비서였던 레슬리가 내 비서로 자리를 옮기면 안 되겠느냐고 물어왔다. 나는 레슬리를 좋아했기에 즉시 승낙했다. 하루는 내가 힘들어하는 것을 보더니 책 한 권을 건네며 말했다. “이거 읽어보셔야 되겠어요.”

줄리아 버터플라이 힐(Julia Butterfly Hill)이 쓴 『나무 위의 여자The Legacy of Luna』였다. 그녀는 대학을 졸업하고 앞으로 할일을 찾기 위해 노던캘리포니아로 갔다. 삶의 목적도 찾고 사회봉사도 하고 싶었다. 훔볼트에 정착한 그녀는 그 지역의 오래된 삼나무 숲이 파괴될 위험에 처해 있어 환경운동가들이 이를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키가 60~90미터나 되는 거대한 삼나무들은 천 년 동안 그 자리를 지켜온 터줏대감이었다. 환경운동가들은 나무에 올라가 그 위에서 먹고 자며 내려오지 않았다. 줄리아는 환경보호론자를 자처한 적은 없었지만 벌목꾼으로부터 나무를 지키기 위한 이 비폭력 저항운동에 동참하고 싶었다. 사람들은 ?녀가 야외에서 생활하며 거칠게 자라났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녀는 로프며 안전줄, 벨트와 풀매듭 등을 사용하여 어떻게 나무에 올라가는지부터 배웠다.

나무 지킴이를 하는 것은 더 힘들었다. 지극히 원시적으로 먹고 마시고 자고 배설해야 한다는 것 외에도 삼림의 소유자로부터 여러 가지 압력에 시달려야 했다. 그들에게 벌목을 중단시킨 나무 지킴이는 눈엣가시와 같은 존재였다. 그들은 사람이 올라가 있는데도 나무를 베어버리겠다고 위협하는가 하면 나무 지킴이에게 음식을 공급하지 못하도록 각종 방해공작을 펼쳤으며 헬리콥터로 주위를 돌며 겁을 주기도 했다.

1997년 12월 10일부터 1999년 12월 18일까지 2년 8일간을 줄리아는 루나라고 불리는 나무에서 한 번도 내려오지 않았다. 바람이 시속 80~96킬로미터로 불어오고, 우박과 비가 퍼붓는 혹독한 겨울을 두 번이나, 그것도 60미터 높이의 나뭇가지에 마련된 가로 180센티미터 세로 240센티미터의 오두막에서 보냈다. 루나를 영구히 보존한다는 약속을 받아내기 전까지는 나무 위에서 한 발짝도 내려오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그 책을 읽고 얼마나 흥분했는지 모른다. 앉아서 조용히 책을 읽는 것보다는 하이킹이나 등산, 사이클 등 야외활동을 더 좋아하는 내가 『나무 위의 여자』는 손에서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내가 왜 회사를 팔지 않겠다는 중대한 결정을 내렸는지, 그리고 그 선택이 내게 준 기회가 무엇인지 뚜렷이 이해할 수 있었다.

클리프바는 나의 나무였다. 내가 전 세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회와도 같았다. 책에 나온 이벤트와 내 인생의 이벤트 사이에는 비슷한 점이 많았다. 줄리아처럼 나도 어디로 들어서는지도 모른 채 첫발을 내디뎠다. 나는 그저 맛있는 에너지바를 만들고 싶었다. 클리프바가 그 뒤 15년간, 아니 어쩌면 더 오래 내 인생의 가장 중요한 초점이 될 줄은 짐작하지 못했다.

일단 클리프바에 몸담은 이상 누가 말리건 끝을 보고 싶었다. 줄리아는 루나 위에서 계속 머물렀다. 나무 지킴이 경험자들과 전문가들은 말했다. “이봐요, 줄리아. 너무 위험해요. 이제 내려와요. 당신 차례는 지났어요. 당신은 할 만큼 다 했다고요.”

하지만 줄리아는 듣지 않았다. “아뇨, 안 내려갈래요. 이 일에 내 인생을 걸었어요. 안 내려갈 거예요.”라고 말하며 그대로 머물렀다. 나무 위 오두막집은 그녀의 사무실이 되었다. 그곳에서 휴대전화로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기도 하고, 변호사들과 함께 루나를 지키기 위한 계약서를 만들기도 했다. 전 세계 기자들과 전화 인터뷰도 했다. 사람들이 그녀를 보기 위해 몰려왔다. 그 가운데는 가수 보니 레이트, 존 바에즈, 영화배우 우디 해럴슨도 있었다. 어떤 이들은 그녀를 보겠다고 나무를 타고 오르기도 했다. 이후 그녀는 《피플》이 선정한 ‘가장 주목받는 올해의 인물 20명’에 드는 등 환경운동의 대모로서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했다.

내가 만약 클리프바의 매각 계약서에 서명을 했다면, 그것은 줄리아가 나무에서 내려오는 것과 같은 일이었을 것이다. 그럼 어떻게 되었을까? 클리프바의 미래는 보장되지 못했을 것이며 나는 채 끝나지도 않은 일에서 손을 털고 나와야 했을 것이다. 그 무렵 우리는 우리의 진정한 사명이 무엇인가를 알아가는 변곡점을 지나고 있었다. 자라나는 아이들처럼 사업도 제 모습을 드러내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어쩌면 줄리아가 루나에 오른 지 1년 만에 “보셨죠? 나는 이 나무를 위해 할 만큼 했어요.”라고 말하며 나무에서 내려왔을 수도 있었듯이 나 역시 우리 사업을 팔아치울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랬다간 나무는 당장 베여 없어졌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내가 회사를 팔았다면 클리프바 역시 쓰러져 넘어가고 말았을 것이다. 우리가 회사 안에 심기 시작했던 모든 가치는 싹이 나기도 전에 잘려나갔을 것이다. 나와 내 파트너는 회사의 가치들은 주인이 바뀐 뒤에도 지켜져야 할 것이라고 서로 얘기하곤 했다. 하지만 스스로를 속이고 있었던 것이다.

7개월간의 협상 끝에 파트너는 회사가 매각되었을 경우 그녀가 거머쥐었을 대가 이상의 액수를 만들어주겠다는 내 제안을 받아들이고 “나무를 떠났다.” 그녀는 우리가 살아남으리라고 믿지 않았기에 자신의 지분을 내가 매입하도록 요구했다. 나는 아직도 이 합의에 따라 돈을 지불하고 있다. 어떤 투자자의 도움도 없었기에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이제 빚 청산에 거의 가까워졌다. 5년 동안 거대한 부채는 나를 나무 위에서 떨어뜨리기 위해 머리 위를 선회하는 헬리콥터와 같았다. 이익의 마지막 한 푼까지 부채 청산에 써야 했기 때문에 곤궁하기 그지없었다. 결코 편안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두 해를 보낸 줄꺸아의 작은 오두막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다. 회사를 매각하지 않기로 한 뒤 클리프바의 가치는 열 배나 상승했다. 그 무렵 직원들에게 내 결심을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부채가 청산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지금부터 유기농 사업과 지역사회 봉사, 자선재단이나 환경단체에 매출의 1퍼센트를 기부하겠습니다. 언젠가 하고자 했던 것들을 지금부터 시작하는 것일 뿐입니다.”

줄리아 버터플라이 힐은 루나를 구한 뒤에도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순환의 섭리(Circle of Life)’라는 비영리단체를 조직해 사람들에게 모든 생명의 상호연관성에 대해 교육했다. 줄리아의 책이 너무 인상적이었기에 개인적으로 그녀를 만나보기도 했다. 지금 나는 이 단체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줄리아처럼 나 역시 클리프바에 머무르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그것은 단지 첫 번째 발자국이었을 뿐이다. 과거 사업 파트너는 돈이 많이 든다고 항상 유기농을 반대했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 제품의 60퍼센트 이상이 유기농이다. 또한 제빵실과 사무실에서 쓸 에너지원으로 풍력을 사용한다. 지난해엔 사우스다코타에 있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풍력 발전시설을 지원하기도 했다. 상자와 사무실에서 쓰는 종이는 100퍼센트 재생지를 사용한다. 하지만 음식물 포장지는 아직도 문제다. 생물분해성 재활용 물질을 이용해 만들고 있지만 식품 보존이 제대로 되지 않고, 저장기간이 11개월은 되어야 한다는 요구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태스크 포스 팀을 꾸렸고 개발은 시간문제다.

이 모든 것을 하면서도 우리는 성장할 수 있다. 나는 이를 ‘위대한 실험’이라 칭한다. 손익 계산만 따지며 성과를 평가하는 대신 다섯 개의 평가 지표를 설정했다. 지속 가능한 사업을 하고 있는가, 브랜드 가치를 지키고 있는가, 직원들을 지속적으로 만족시키는가, 지역사회에 봉사하는가, 환경을 보호하는가 등이다. 단순히 주주가 원하는 가치를 창조하는 것 이상의 비즈니스 모델이다.

내가 ‘나무’에 머물기로 결정했을 때는 솔직히 그 이유를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저 그렇게 했고 그것이 옳은 일이라고 믿었을 뿐이다. 진정한 깨달음은 줄리아를 통해 얻을 수 있었다. 그게 어째서 옳은 일이며 다음엔 어디로 가야 할지를 알려준 줄리아에게 감사한다.

※ 운영자가 알립니다.
<내 인생을 바꾼 한 권의 책>은 ‘리더스북’과의 제휴에 의해 연재되는 것이며, 매주 화요일 2개월간(총 8편) 연재될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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