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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타나모에서는 지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관타나모로 가는 길>

이미 제3세계 소년의 고통스런 이민 과정을 다룬 <인 디스 월드>를 통해 제1세계의 젊은 감독들 중 가장 논쟁적이며 정치적인 영화를 만들어 온 마이클 윈터바텀의 영화 <관타나모로 가는 길>은 바로 그 관타나모에서 이루어지는 충격적인 반인권의 현실을 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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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 메이드 정치 다큐 드라마 <관타나모로 가는 길>

웰 메이드 정치 다큐 드라마 <관타나모로 가는 길>

지난 주말 모 시사 프로그램에서 방영된 내용은 충분히 국민들의 공분(共忿)을 자아낼 만하다. 낯선 소말리아의 해적들에게 구금, 폭행당하며 150여 일을 보내고 있는 한국의 어부들 그리고 사회적 약자인 어부들의 구출에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우리의 외교 당국. 주위의 사람들이 때로는 한없이 낯선 조국을 등지고 안정된 나라를 찾아 떠나려 할 때마다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그 끝없는 무력감은 바로 그런 국가의 태도로부터 기인하는 것은 아닐까 ?

아무튼 언론에 소개된 소말리아의 현실은 우리를 충분히 아연하게 할 만하다. 스폰서를 얻어 일종의 비즈니스로 행해지는 해적 행위. 내전과 빈곤으로 얼룩진 소말리아의 현실은 지난 아프가니스탄에서 소위 탈레반이라고 스스로 지칭하는 세력들에 의해 이루어졌던 피랍 사태의 악몽을 다시 한 번 떠오르게 했다.

#1. 영화의 초반부에 등장한 익숙한 얼굴. 그는 언제나처럼 자신의 적들을 '사악하다'고 말한다.

#2. 영화에서 아무 말 없는 블레어 전 총리. 영국인 감독의 자신의 행정부에 대한 불만이 드러난다.

#3. 파키스탄계 영국 청년들은 결혼식 때문에 파키스탄에 왔다가 아프가니스탄으로 넘어간다. 하지만 그것이 불행의 시작인 것을 모른다.

오! 관타나모

20세기의 가장 낭만적인 혁명가라는 체 게바라가 피델 카스트로 등과 함께 가장 낭만적이라는 사회주의 혁명을 성공시킨 쿠바에는 아이러니하게도 (쿠바의 적인) 미군 해병대의 기지인 관타나모가 있다.

영화 팬들에게는 톰 크루즈와 잭 니콜슨이 군대 내의 반인권행위로 맞붙었던 <어 퓨 굿맨>의 문제의 사건이 일어난 곳으로 유명한 동시에 9/11 이후 미국에 의해 구금된 각국의 테러리스트 또는 테러리스트로 의심된 사람들이 수용된 수용소가 있는 곳인 관타나모에는 지금 이 순간에도 340여 명의 사람들이 수용되어 있다. 또 ‘인권 국가’ 미국의 수감자들에 대한 갖가지 반인권 행위를 벌인 곳으로도 유명하다.

이미 제3세계 소년의 고통스런 이민 과정을 다룬 <인 디스 월드>를 통해 제1세계의 젊은 감독들 중 가장 논쟁적이며 정치적인 영화를 만들어 온 마이클 윈터바텀의 영화 <관타나모로 가는 길>은 바로 그 관타나모에서 이루어지는 충격적인 반인권의 현실을 고발한다. 전작 <인 디스 월드>와 마찬가지로 다큐 드라마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관타나모로 가는 길>은 실제로 별다른 혐의 없이 2년 이상을 수용소에 수감되었던 청년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이 놀라운 이야기를 감독 마이클 윈터바텀은 극적인 드라마로 만들지 않았다. 마이클 윈터바텀은 현재 진행 중인 이 이야기에 사실감을 높이기 위해 실제 인물들의 인터뷰를 집어넣고 중간중간 당시의 뉴스 클립들을 포함시켰으며 영화의 많은 부분을 주인공들이 겪었던 사실들을 재연하는 데 주력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영화의 줄거리는 사실 매우 간단하다. 파키스탄계 영국 청년이 결혼을 위해 파키스탄으로 가고 절친한 친구들도 결혼식을 위해 파키스탄으로 간다. 그러던 와중 미국이 침공 중이던 아프가니스탄에 의협심 반 동정심 반으로 넘어갔다 오기로 한다. 하지만 아프가니스탄에 발이 묶이고 탈레반으로 오인받아 수용소로 끌려간다. 결국 영국인임이 밝혀졌지만 그들은 배신자로 낙인 찍혀 관타나모 기지에 수용되고 무려 2년 반이나 반인권적인 감금과 폭행이 이루어지는 수용소 생활을 하게 된다.

#4.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의 공격에 휘말려 버린 청년들. 그들은 전쟁의 고통스런 현실을 목도하게 된다.

#5. 탈레반으로 의심되어 북부 동맹에 의해 수용된 포로들. 열악한 환경에 처한다.

#6. 영어를 한다는 이유로 끌려 나온 청년들. 하지만 그들을 대하는 미군 심문관의 태도는 매우 적대적이다.

지옥도(地獄圖)

영화의 초반부, 청년들은 비록 파키스탄계지만 정치적인 것에 별 관심이 없는 인물들이며 후반부 인터뷰 내용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처럼 실은 말썽꾸러기에 가까운 인물들이다. 하지만 청년들이 단순히 호기심 반 동정심 반의 심정으로 아프가니스탄을 찾는 순간 모든 문제는 정치적인 것이 되어버린다. 그러나 <관타나모로 가는 길>에서 청년들은 역경을 이겨내는 영웅이 아니며 관타나모에서 <프리즌 브레이크>의 석호필을 꿈꾸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영화의 상영 시간 내내 청년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지는 억압적인 상황들을 납득하지 못하며 논리적으로 납득하기도 어렵다. 청년들은 별 생각 없이 아프가니스탄에 갔다가 자신을 변호할 어떤 기회도 얻지 못하고 지옥을 경험하게 될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관타나모로 가는 길>은 현실 국제 정치의 혼돈 속에서 길을 잃은 세 청년이 경험하는 일종의 지옥도(地獄圖)라고 말할 수 있다.

<관타나모로 가는 길>에서 보여지는 영화적 현실은 충분히 고통스럽다. 무려 2년 여의 시간 동안 세 청년들에게는 아무런 선택의 자유도 주어지지 않는다. 감시자인 미국과 (청년들의 조국인) 영국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심문관들과 감시자들은 투옥된 포로들에게 모든 자유를 박탈한다. 겹겹으로 쌓여진 감시 속에서 생활하는 포로들은 이슬람식 기도를 드릴 수도 없고 동료들과 대화할 수도 없으며 심지어 감시자들을 쳐다보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영화는 청년들이 맞이한 시간을 한없는 인고(忍苦)의 시간으로 묘사한다. 어떤 의미에서 <관타나모로 가는 길>은 80년대 초반 제3세계 국가에서 끝없이 인권 유린을 당하는 미국 청년의 이야기를 그린 <미드나잇 익스프레스>의 뒤집혀진 버전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하지만 감독은 이 지점에서 매우 조심스럽다. 마이클 윈터바텀은 의도적으로 영화의 주인공인 청년들에게 개성을 부여하지 않으며 그건 청년들의 반대편에 서 있는 감시자들과 심문관들 역시 마찬가지다. 영화에서 표현되는 미군과 영국군 심문관들의 모습은 지극히 사무적이며 평면적으로 묘사되고 폭력을 행사하는 인물들의 얼굴은 제대로 보여지지 않는다. 바로 그 점이 <관타나모로 가는 길>에 묘사되는 인권 유린의 현장의 모습을 보면서도 관객들이 영화를 차분하게 받아들이게 하는 이유다. 관객들은 끊임 없이 실제 주인공들의 인터뷰와 그들을 연기하는 배우들의 모습을 번갈아 본다. 이런 평면적인 묘사 덕에 관객은 영화를 통해 다큐멘터리적인 사실성을 체험하면서도 관타나모의 현실 자체에 주목하게 되는 것이다.

#7. 객관적인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카메라의 시선.

#8.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개성이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국가적 폭력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묘사하기 위한 연출 의도로 보인다.

#9. 미군에 의해 관타나모 수용소로 끌려가기 이전의 포로들. 그들은 검은 두건이 씌어진 채 아프가니스탄에서 쿠바 관타나모로 이동하게 된다.

당신들의 전쟁은 정당한가 ?

사실 <인 디스 월드>나 <관타나모로 가는 길> 같은 마이클 윈터바텀의 정치 영화들을 두고 종종 평론계는 양분되고는 한다. 그건 앞서 서술한 것처럼 격정적인 소재를 무서울 만큼 차분하게 담아내는 윈터바텀 영화들의 면면에서 기인한다. 윈터바텀의 정치 영화들은 좋게 말해 매우 객관적으로 사실을 묘사하는 데 주력한다. 하지만 객관성의 기준이 늘 모호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때로는 윈터바텀의 정치 영화들의 이런 태도가 ‘제1세계 지식인의 시각’이라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관타나모로 가는 길>의 경우에도 관객들은 인물들의 내면적인 고통보다는 주인공들이 겪는 비합리적이고 물리적인 고통을 냉정하게 관찰하도록 요구받게 된다. 그러다 보니 비슷한 문제를 접근하는 제3세계 감독들인 바흐만 고바디의 <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 2000>이나 모흐센 마흐말바프의 <칸다하르, 2001> 또는 하니 아부 아사드의 <천국을 향하여, 2005> 같은 내부자의 시선을 지닌 영화들에 비해 <관타나모로 가는 길>에서는 감정적인 울림이 그다지 크게 느껴지지 못하게 된다.

물론 <관타나모로 가는 길>이 비판하고자 하는 것은 뚜렷하다. 영화에는 인터뷰와 재연 드라마 뿐 아니라 뉴스 클립 등이 뒤섞여 있고 우리가 영화의 첫 부분에 발견하게 되는 얼굴은 신나게 자신의 강경론을 피력하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부시의 연설을 멀뚱히 쳐다보는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의 모습이다. 이 영화는 근본적으로 그들이 ‘정의롭다’고 주장한 전쟁 자체를 회의한다. 관객들은 전쟁의 주역 도널드 럼스펠드의 ‘관타나모 기지는 인권이 지켜진다’는 인터뷰 장면 바로 뒤에 반인권적인 수용소의 실태를 만나게 되고 자유를 빼앗긴 채 구금되어 고통을 겪는 청년들의 모습 사이에서 영국에서 자유를 만끽하던 청년들의 모습이 담긴 인서트 컷을 발견하게 된다. 이런 극단적인 대비는 윈터바텀이 말하고자 하는 정치적 소견을 뚜렷이 드러내는 장점이 있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인위성이 두드러져 보여 영화적 약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10. 비인간적인 환경에 처하게 되는 청년들. 그들은 국가의 폭력을 체감하게 된다.

#11.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포로들의 작은 반항은 커다란 폭력이 되어 돌아온다.

#12. 수용소에서 포로들은 사방이 노출된, 마치 개장과 같은 장소에 수용된다.

하지만 적어도 마이클 윈터바텀이 제공하는 이 정치적 체험극은 그 이슈 자체로도 충분한 정서적 충격을 안겨준다. 적어도 윈터바텀은 사건 자체를 선정적인 주제로 포장하는 낭비를 하지 않는다. 영화는 내내 비극적이지만 차분한 음악으로 감정을 고양시키지 않은 채 사건 자체를 한 발 물러서서 관찰하도록 연출되었으며 감독은 극적인 편집술을 통해 그 비합리적인 고통의 순간들을 담아내는데 노력한다. 어떤 의미에서 <관타나모로 가는 길>은 세계를 이해하는 다른 방식을 담아내는 일종의 모색이라고 할 수 있으며 적어도 이 세계가 CNN과 제1세계의 메인 스트림 언론들에 의해 제공되는 정보들로 구성된 곳이 아니라는 다른 시각을 전해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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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심문을 받기 위해 안대와 수갑 그리고 족쇄까지 채워진 채 이동하는 포로들.

#14. 수갑과 족쇄가 채워지고 강렬한 사이키 조명 그리고 소음에 가까운 하드코어 음악에 장시간 노출해 놓고 고문을 가하는 미군들.

#15. 반어법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는 수용소의 구호.

#16. 고초를 겪은 실제 주인공. 그는 관타나모의 경험을 통해 세계관이 바뀌었다며 '세상은 그다지 좋은 곳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다큐멘터리적인 사실감을 중시한 영상

<관타나모로 가는 길>은 애초에 디지털 비디오(DV)로 촬영된 영상을 35mm 필름으로 블로우 업한 영화다. 그러므로 일반적인 극영화에 비하면 거친 질감을 지니고 있음은 당연하다. 하지만 다큐멘터리의 휴대성과 사실감을 높이기 위한 이 선택은 <인 디스 월드>나 <24 시간 파티 피플> 등 다큐멘터리 터치의 전작들에서도 사용된 방법으로 의도된 것이다. 인터뷰 클립이나 조명이 충분한 공간에서의 화면 질감은 나쁘지 않은 편이나 조명이 부족한 장면 등에서의 화질 열화가 심한 편이다. 중간중간 삽입된 뉴스 클립들의 화질 열화가 제일 심한 것 역시 당연하다. ★★★

음성 선택 메뉴

사실적인 음향

사실성을 강조한 영화지만 음악의 비중은 꽤 높은 편이다. 서글픈 메인 테마를 비롯해서 청년들의 버스 여행 중 들려오는 전통 음악 그리고 청년들에게 가해지는 고문 장면에 흘러나오는 하드코어 음악 등이 꽤 강렬하다. 그러나 음향의 방향감 등에 대해서는 애초부터 큰 관심을 두고 있는 영화는 아니므로 큰 기대를 하기는 어렵다. ★★★

스페셜 피쳐 메뉴

심하게 단촐한 서플먼트

아쉽지만 수록된 서플먼트는 국내용 극장용 예고편이 전부다. ★★

<관타나모로 가는 길>

감독 : 마이클 윈터바텀, 맷 화이트크로스

주연 : 리즈 아메드, 스티븐 벡킹햄, 낸시 크레인

■ Spec
화면 Anamorphic Widescreen 1.85:1
음향 Dolby Digital 5.1

더빙 영어

자막 한국어, 영어

상영시간 96분

지역코드 Dual Layer / Region 3

                                        제작년도 2006년
                                        출시일자 2007-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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