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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 또 앙코르 <이적 소극장 콘서트>

소극장 공연의 또 다른 매력. 보여줄 것이 많지 않기에 끊임없이 들려준다는 것. 이적은 기타와 피아노, 키보드를 번갈아 연주하며 ‘내가 말한 적 없나요’ ‘기다리다’ ‘그땐 미처 알지 못했지’를 노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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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이문세를 시작으로 포문을 연 대형 스타들의 소극장 공연이 이소라, 빅마마 등 굵직굵직한 뮤지션들이 바통을 이어받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 대열에 빼놓을 수 없는 가수가 있으니, 바로 이적이다. 이적은 3집 발표 이후 지난 7월 마련한 소극장 무대를 시작으로 8월 앙코르 공연에 이어, 9월 두 번째 앙코르 무대를 마련할 예정이다. 이번에도 아쉽게 티켓을 놓친 팬들을 위해 이적의 소극장 콘서트 <나무로 만든 노래>를 살짝 공개한다.

이적 소극장 콘서트 '나무로 만든 노래'

공연이 임박해지자 객석은 빈자리 하나 남기지 않고 꽉 들어찼다. 아니, 양쪽 계단에도 손바닥만 한 보조의자(이른바 낚시의자)에 간신히 엉덩이를 놓은 행렬이 두 줄로 이어졌으니, 넘쳐났다고 하는 게 맞겠다. 바글바글한 객석과 달리, 뒤편에 나무 형상이 드리워진 무대는 지극히 건조하다. 세션도 달랑 드럼, 기타, 베이스. 소극장 공연치고도 참으로 소박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찰라, 이적이 무대에 올랐다. 기타를 치며 ‘아무도’와 'UFO'를 부르자 무대는 순식간에 달아오른다.

“공연을 하다 보면 나이를 느껴요. 예전에는 이쯤 하면 다들 일어나서 난리가 났거든요. 그런데 7월 공연 때도 그렇고 아무도 안 일어나.” 정말 그렇다. 20대 후반에서 30대가 주를 이루는 객석은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마음과 달리, 무거운 엉덩이와 부실한 관절 덕에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앉아 있다. 속내를 들켜 모두 웃지만, 절대 꿈쩍하지 않는다. 뮤지션과 팬들이 서로서로 이해하는 넘치는 인간미, 소극장 공연만의 정겨운 모습이다.

소극장 공연의 또 다른 매력. 보여줄 것이 많지 않기에 끊임없이 들려준다는 것. 이적은 기타와 피아노, 키보드를 번갈아 연주하며 ‘내가 말한 적 없나요’ ‘기다리다’ ‘그땐 미처 알지 못했지’를 노래했다. 팬들은 행복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무대에 푹 빠져든다. 그러나 가수에게는 소극장 무대의 또 다른 부담. 무대 밖에서는 볼 것이 많지 않기에 과도한 집중력을 발휘해 열심히 노래만 듣는다는 것. “학생들 같아요, 너무 집중해. 좀 떠들어도 되거든요.” 까르르. 웃음도 짧다. 또 노래를 들려달라는 것이지.

이적의 노래와 연주만으로 가득한 소극장 공연

이적은 객석의 환호에 부응이라도 하듯 ‘적군의 방’으로 팬들을 초대한다. 피아노 앞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뿔’과 ‘그녀를 잡아요’ ‘미안해’ ‘노래’로 분위기를 up & down하며 열기를 더한다. “패닉 앨범에 있는 노래, 카니발, 제 솔로 곡들이 다 얽혀있습니다. 악기도 많지 않고, 뭐랄까, 앨범에 실리기 전 제 방에서 들을 수 있는 좀 더 풋풋한 모습의 노래들이에요.” 물론 이렇게 다소 덜 다듬어진 노래를 들을 수 있다는 것 역시 소극장 공연의 큰 묘미다.

이어서 이적이 친히 ‘인생 3부작’이라고 명한 무대가 펼쳐진다. 노래를 들어보니 타이틀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바로 ‘강’ ‘거위의 꿈’ ‘내 낡은 서랍 속의 바다’. 꿈꾸는 소년의 이미지가 그려지지 않는가? 피아노를 연주하며 ‘달팽이’를 부르는 이적을 보고 있노라니, 10여 년 전 데뷔했을 때나 지금이나 참 변함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무엇을 보고 듣고, 무엇을 꿈꾸기에 여전히 세상에서 한 켜 벗어나 있는 듯한 노랫말을 써 내려가는 것일까? 마지막 곡으로 ‘다행이다’를 부르는 그를 보면서, 변함없이 꿈꾸는 소년으로 우리 곁에 남아 있어 참 ‘다행이다’라는 말을 건네 본다.

2시간여 동안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던 팬들, 드디어 앙코르를 외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철저한 체력 안배, 역시 30대의 연륜이 느껴진다. 다시 무대에 오른 이적은 마치 악동 같은 모습이다. 악기를 연주하느라 계속 앉아만 있던 그도 ‘로시난테’를 부르며 펄쩍펄쩍 뛰어오른다. 그러고 보니 세션이 달랑 3명이라고 했던가? 숫자상으로는 3명이 맞다. 그런데 3명이 코러스에 안무에 다른 악기까지 연주하며 9명의 역할을 해냈으니,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게다가 80년대생들의 넘치는 열정과 체력은 지칠 줄을 모른다.

자, 대망의 마지막 곡은 ‘하늘을 달리다’. 조그마한 공간에서 모두 미친 듯이 노래하며 폴짝거리다 보니, 정말 태양 가까이 하늘을 달리는 듯하다. 이제 나이도 잊는다. 너무 뛰어서 내일 두 다리가 풀린들 어떠하리. 모르겠다, 맘껏 뛰어보자!

이적 멋진 연주실력 선보여

지난 7월 첫 번째 소극장 공연에 이어, 8월 앙코르 공연 그리고 9월 연장공연까지. ‘이적은 공연이다’라는 그들의 부제가 무색하지 않게, 25회 공연은 모두 매진 행진을 이어갔다. 무려 만여 명의 팬이 공연장을 찾은 것이다. 소극장 공연은 가수에게 체력 소모가 크다. 대극장이면 하루, 이틀이면 끝날 무대를 25회나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부분 노래만으로 이끌어가는 무대는 하루에 20곡 이상 부르는 강행군을 요구한다.

비록 가수로서는 체력적으로 또는 금전적으로 힘든 일이라 하더라도, 노래와 연주만으로 무대를 풍성하게 채울 수 있는 가수와, 그 가수와 노래만으로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 팬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내로라할 가수들이 소극장 무대를 찾는 이유는 여기에 있을 것이다. 이적의 9월 연장 공연도 풍성하게 채워지길 바라본다. 혹시 모르지 않는가? 앙코르의 앙코르, 또 앙코르 무대가 마련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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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 소극장 콘서트 <나무로 만든 노래>
2007년 8월 22일 ~ 9월 16일
동덕여대 예술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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