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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박물지』 두 번째 이야기

디지털 시대에 들어서면서 많은 사람들은 책이라는 미디어의 종말을 예고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책은 인간의 지성을 깨우고 감성을 채우는 가장 영향력있는 매체로 남아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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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이, 논길, 물레방아, 병풍, 비녀, 엽전, 그리고 산사의 처마에 매달린 풍경. 그저 나름의 쓸모를 가진, 평범한 사물들입니다.

그런데 이 물건들앞에 이런 수식이 붙으면, 그 의미는 달라집니다. 악기가 된 평화로운 곤봉 '다듬이', 움직이는 벽 '병풍', 마음의 빗장 '비녀', 우주를 담은 돈 '엽전' 그리고, 대기를 헤엄치는 물고기소리 '풍경'.

이렇게 평범한 사물에서 우리 문화의 숨겨진 의미를 찾아내는 마술같은 일. 『우리문화박물지』에서 펼쳐집니다.

안녕하세요, 책 읽어 주는 사람 신윤줍니다.

모두 읽어요 / 날마다 읽어요
좋아하는 책을 읽어요 / 그냥 읽기만 해요

이 프로그램은 책을 가장 빠르고 싸게 사는 방법
인터넷 서점 예스24와 함께합니다.

보이는 라디오 책 읽는 사람들, 어제에 이어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지성, 이어령 교수의 『우리문화 박물지』 함께 읽어봅니다.

서양 사람들은 가방을 만들었고, 한국인들은 보자기를 탄생시켰다. 가방의 원형은 상자이다. 들고 다닐 수 있는 상자가 곧 가방인 것이다. 그래서 물건을 많이 얺었을 때나 혹은 아예 물건을 넣지 않았을 때라 할지라도 가방 자체의 크기와 형태는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보자기는 그 싸는 물건의 부피에 따라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하고 또 물건의 성질에 따라 그 형태도 달라진다. 그러다가 풀어버리면, 3차원의 형태가 2차원의 평면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보자기는 싸고, 쓰고, 두르고, 덮고, 씌우고 가리고 맬 수 있는 것이다. 복면도 되고, 가방도 되고, 심지어 붕대도 되는 것이다.

이 융통성과 다기능. 만약에 모든 인간의 도구가 보자기와 같은 신축자재의 기능과 컨셉으로 변하게 된다면 현대의 문명은 좀 더 융통성있게 달라졌을 것이다.

만약 모든 도구, 모든 시설들이 가방이 아니라 보자기처럼 디자인되어 유무상통의 그 철학을 담게 된다면 앞으로의 인류 문명은 좀 더 인간적이고 좀 더 편하지 않겠는가. 보자기에는 탈근대화의 발상이 숨어있다.

이어령 교수의 통찰력과 명쾌한 문장력이 녹아있는 명문들을 접하다 보면, 다독, 다작, 다상량의 산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언제 그 숱한 책을 읽고 쓰고 연구할 수 있는 걸까요? 뭔가 특별한 비결이 있는 건 아닐까요?

“그러한 경지에 가지 않으면은 문화라고 하는 건 하나하나 사전의 항목 찾듯 하는게 아니다. 하나를 꿰뚫어보고 임파텐션 되면은 그 다음엔 한국문화가 딱 보면 눈에 착착 띈다는 거죠.” 디지털 시대에 들어서면서 많은 사람들은 책이라는 미디어의 종말을 예고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책은 인간의 지성을 깨우고 감성을 채우는 가장 영향력있는 매체로 남아있는데요.

이어령 교수는 디지털 기술로 무장한 다매체 시대에 책이 가지고 있는 효용성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그러니까 지금 인터넷이 방송이니 기자재는 많이 바뀌어도 이거 뭐 많이 바뀌어봐야 옛날하고 비슷하잖아요, 별 차이 없잖아요.”

이어령 교수는, 지금도 여전히 서가에 꽂힌 못 다 읽은 책들의 유혹에 시달리며 가슴뛰는 설렘을 느낀다고 하는데요..우리가 책을 읽는다는 것의 의미를 그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한국 여성들은 화장대와 장독대를 통해 얼굴을 보였다. 곧 외면의 얼굴과 내면의 얼굴이다. ‘화장대’ 앞에서 자신의 아름다움을 가꾸고 지켜갔듯이 ‘장독대’ 앞에서는 가정의 맛과 그 화평을 가꾸고 지켜갔다.

장을 담는 장독, 장독이 놓인 장독대. 이어령 교수는 이 평범하기만 한 장독대의 의미를 이렇게 새롭게 밝히고 있습니다. 사전에서도, 역사책에서도 읽을 수 없는 문화가 『우리문화 박물지』에 담겨있습니다. 오늘 들으신 프로그램 KBS 홈페이지 kbs.co.kr과 온북티브이 홈페이지 onbooktv.co.kr을 통해 언제든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책 읽어 주는 사람 신윤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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