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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에 만끽한 화끈한 힙합 물결, 블랙 아이드 피스 내한공연

이윽고 아무런 예고 없이 무대에 오른 블랙 아이드 피스. ‘Hey Mama’의 도입부가 연주되고, 퍼기가 순식간에 골반 웨이브를 선사하자, 객석은 단숨에 환호성을 뿜어내며 모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리고 그 뒤 2시간 동안은 다시 자리에 앉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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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아이드 피스(The Black Eyed Peas)’라는 이름은 설혹 알지 못하더라도, 그들의 노래 서너 곡은 익히 들어 알 것이다. 영화 음악으로, 국내에서는 CF 음악으로 알게 모르게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힙합 그룹이지만, 펑크와 팝, 록, 레게 등 다양한 장르를 접목한 블랙 아이드 피스의 노래는 그래미상 3연패라는 명성답게 그야말로 세계 젊은이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그리고 그 안에는 국내 젊은이들의 열정이 생각보다 훨씬 큰 몫을 차지한다.

8월 15일, 광복절. 태극기 물결이 휘날리던 이날, 올림픽공원 주변에는 블랙 아이드 피스를 만나려는 힙합 팬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공연 시간이 임박해 퍼붓던 천둥, 번개를 동반한 소나기를 간신히 피해 체조경기장에 입성하자, 만여 명이 금방이라도 ‘대한민국 독립 만세’를 외칠 듯한 상기된 얼굴로 무대를 바라보고 있다. 다이나믹 듀오가 한바탕 스치고 지나간 무대는 생각보다 소박하다. 이윽고 아무런 예고 없이 무대에 오른 블랙 아이드 피스. ‘Hey Mama’의 도입부가 연주되고, 퍼기가 순식간에 골반 웨이브를 선사하자, 객석은 단숨에 환호성을 뿜어내며 모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리고 그 뒤 2시간 동안은 다시 자리에 앉을 수 없었다.

퍼기의 화려한 무대 매너

얘기가 나온 김에 퍼기부터 짚고 넘어가자. 홍일점 퍼기, 그러나 그녀가 없는 블랙 아이드 피스는 매력 제로다. 이번 무대를 통해 두 눈으로 직접 확인했으니, 퍼기의 카리스마와 힘 있는 가창력은 단련된 복근에서 나왔음이 분명하다. 탱크톱 사이로 드러난 그녀의 복근은 멀리서 봐도 툭 불거진 것이 무슨 미사일을 단 듯 시선을 제압한다. 무대를 뛰어다니며 쉼 없이 터트리는 노래며, 누구라도 잡아끌 듯한 요염한 춤사위, 카메라를 겨냥한 각종 퍼포먼스 등 섹시하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퍼기의 무대매너는 단연 돋보였다.

퍼기의 화려한 무대매너는 단연 돋보인다

특히 모두를 까무러치게 한 무대는 그녀의 텀블링 묘기! 마이크를 들고 노래를 부르던 퍼기는 어느 순간 한쪽 팔로 3중 공중제비를 선보였다. 객석의 크나큰 술렁임과 달리, 음정 박자 하나 놓치지 않고 노래를 이어가던 퍼기는 또다시 아무렇지 않게 반대 방향으로 연속 3회전 텀블링을 펼치며 노래하는, 묘기 중의 묘기를 선사했다. 그야말로 강력한 ‘복근 파워’다. 더불어 그녀는 당일 탱크톱이나 몸에 딱 들러붙는 바지 등 섹시한 의상으로 자신의 매력을 한껏 자랑했는데, 미니스커트에 우리의 족두리(공연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 때 선물 받았다)를 쓰고 나와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실력파 재간둥이 윌 아이 엠

화려한 무대매너를 선보이고 싶어도 좋은 노래가 없다면 무대에 오를 기회조차 오지 않는 법. 블랙 아이드 피스가 세계적인 팀이 되는 데에는 세계적인 프로듀서 윌 아이 엠이 만들어낸 주옥같은 음악이 있지 않았겠는가. 그러나 무대에 선 그는 실력파 프로듀서가 아니라 재간둥이 힙합 뮤지션일 뿐이다. 음악과 상황을 표현하는 귀엽고 다채로운 표정, 같은 말을 되풀이해 관객의 계속되는 답변을 요구하는 익살스러움, 자신의 이름이 적힌 옷을 입고 나와 틈틈이 자신을 알리는 기막힘 그리고 음악 중간 중간에 ‘Korea’와 ‘Seoul’을 절묘하게 집어넣는 재치까지. 블랙 아이드 피스의 멋진 노래들은 그의 넘치는 상상력이 만들어낸 것임이 분명하다.

화끈하고 재밌는 블랙 아이드 피스 공연

윌 아이 엠 또한 진기한 모습을 선사했는데, 한 손으로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르면서 다른 한 손으로 드럼을 친 것이다. 엄청난 리듬감과 속도감에 눈이 휘둥그레지고, 묘기 일색의 재밌는 공연을 보느라 배꼽이 달아날 지경이다. 윌 아이 엠은 메인 래퍼답게 현란한 랩핑 실력도 드러냈으며, 9월에 발매할 솔로 앨범의 싱글 곡도 세계 최초로 선사했다. 래퍼인 타부와 애플딥의 솔로 무대도 인상적이었다. 특히 타부는 태극기를 들고 나타나 객석의 자긍심까지 한껏 끌어올렸으며, 두 사람이 각각 선보인 랩과 댄스도 일품이었다.

재밌는 무대 & 화끈한 관객

2시간 동안 블랙 아이드 피스의 셀 수 없이 많은 히트곡이 쉼 없이 이어진 무대는 재밌고 화끈한 공연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줬다. 물론 우리 관객들의 객석 파워도 환상적이었다. 남녀노소, 국적을 불문하고 모인 만여 명의 팬들은 ‘Shut Up’ ‘Where Is The Love’ ‘Don’t Phunk with My Heart’ ‘Pump It’ 등 블랙 아이드 피스의 히트곡이 나올 때마다 공중으로 뛰어올라 환호하는가 하면, ‘Korea’와 ‘Seoul’을 연호하고, 리듬에 맞춰 신나게 춤추고, 노래까지 기막히게 따라 불렀다. 외국 가수들이 웬만해서는 마이크를 객석에 주지 않는데, 블랙 아이드 피스는 노래마다 마이크를 객석으로 향하게 할 정도였으니 말 다했다.

블랙 아이드 피스가 반한 열정적인 한국 팬들

하기야 이번 공연이 어떻게 성사됐던가? 지난해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을 위해 내한한 블랙 아이드 피스가 폭우 속에서 공연을 즐기는 우리나라 팬들을 보고 감동한 일은 유명하다. 일본 ‘후지록 페스티벌’에서 다시 만난 블랙 아이드 피스와 프란츠 퍼디난트 멤버들이 열정적인 한국 관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는 후문도 있지 않았던가. 한국을 떠나기 싫다고 외쳤던 블랙 아이드 피스 멤버들은 1년 만에 열정적인 한국 팬들을 만나러 다시 돌아온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도 폭발적인 객석 매너에 흠뻑 취한 이들은 ‘곧 다시 오겠다’는 약속으로 팬들의 사랑에 화답했다.

공연은 ‘Let's Get Retarded'를 마지막으로, 정말 화끈하고 열정적인 무대로 끝을 맺었다. 블랙 아이드 피스 멤버들은 이번에도 크게 감동한 듯하다. 따라서 팬들은 약속대로 조만간 그들의 마스코트인 원숭이 마크를 무대 위에서 또다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문득 관객도 한류를 주도하는 당당한 문화 사도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윌 아이 엠, 퍼기, 타부, 애플딥이 또 어디에선가, 멋지고 열정적인 한국 팬들 얘기를 꺼내고 있을지 모르잖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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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아이드 피스 내한공연
2007년 8월 15일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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