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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전사들과 미친 듯이 놀아보자, Summer Big4 Concert

역시 물이 다르구나! 일단 체조경기장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이들의 연령층이 낮다. 옷차림도 남다르다. 특히 남아들은 두건을 두르거나, 머리를 깎거나 땋거나, 헐렁한 힙합바지에 민소매를 입은, 왠지 다들 춤꾼 같은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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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1일과 22일, <서머 빅4 콘서트Summer Big4 Concert>가 열렸다. 첫째 날은 ‘exciting star’로 힙합 가수 네 팀이, 둘째 날은 ‘fantastic star’로 발라드 가수 네 팀이 무대에 올랐다. 평소 같으면 발라드 쪽에 관심이 더 쏠렸겠으나, 얼마 전 t윤미래 공연을 놓친 게 못내 아쉬웠던 데다 다이나믹 듀오 공연이 그렇게 재미있다는 소문도 들은 터라, 이래저래 힙합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무엇보다 넘치는 자유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역시 물이 다르구나! 일단 체조경기장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이들의 연령층이 낮다. 옷차림도 남다르다. 특히 남아들은 두건을 두르거나, 머리를 깎거나 땋거나, 헐렁한 힙합바지에 민소매를 입은, 왠지 다들 춤꾼 같은 모습이다. 플로어는 스탠딩. 우르르 몰려 있는 팬들은 무대가 열리기 전부터 팔짝팔짝 뛰며 열기를 돋우고 있다.

포스터 촬영 현장의 힙합전사들 (출처: 좋은콘서트)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 드렁큰 타이거

첫 무대는 국내 힙합계의 큰 형님, 드렁큰 타이거의 타이거JK가 현란한 랩으로 열어젖혔다. “당신들은 내 심장세포야. 당신들이 멈출 때… 난 죽어!” 이어질 함성이야 짐작하고도 남을 만하지 않은가? 어떤 노래 가사는 웬만한 시보다 나을 때가 있는데, 랩퍼들이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말을 잘 듣고 있으면 울컥 눈물이 날 때가 있다. 가슴 저 깊은 곳에 와 닿는, 인생 저 밑바닥에서 맛봤던 설움과 아픔, 그 질퍽한 인생살이가 그대로 녹아들었다고나 할까. 타이거JK 역시 달변이다. 말을 할 때마다 욕이 섞이기는 했지만(조명이 꺼진 공연장에 나풀거리는 야광 막대를 보며 ‘** 아름다워’라고 말하는 남다른 감성~), 그래서 죄송하다고 사과까지 했지만, 듣기 싫으면 나가라는 당찬 발언까지. 역시 세상에 무서울 것도, 꿀릴 것도 없다는 저 무데뽀(막무가내) 정신! 왠지 뻥 뚫리는 기분이다.

검은 행복! t윤미래

드렁큰 타이거가 조금은 거칠게 무대를 포효하고 있는 사이, 이번 공연의 홍일점, t윤미래(타샤)가 무대에 합류했다. 힙합이라는 장르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타샤를 싫어하는 이는 드물 것이다. 그 옛날 업타운 시절부터 랩도 잘하고, 노래도 잘하고. 자그마한 몸에서 터져 나오는 엄청난 파워며, 이내 흐물흐물 마음을 녹이는 뜨거운 감성까지. 진짜 멋있다는 생각이 가슴을 거쳐 머리끝까지 파고들면서 입이 떡 벌어진다. 게다가 요즘 더 예뻐졌다. 공연장에서의 그녀는 방송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에너지가 넘친다. 드렁큰 타이거와 함께 ‘pay day’ ‘검은 행복’ ‘난 널 원해’ 등을 부르며 무대를 장악하자, 체조경기장은 그야말로 폭발 직전이다. 언제 숨을 쉬는지 모를 현란한 랩핑에 웨이브를 비롯한 요염한 춤사위까지, 정말로 제대로 노는 그들을 보고 있노라니 나도 모를 행복감에 젖어든다.

신나? 다이나믹 듀오

빅4 +1으로 초대된 양동근(자신이 왜 +1이냐며 거북해했다는 후문이 있다)이 무대에 오르면서 다소 느긋해진 무대는 다이나믹 듀오의 등장으로 다시 호들갑스러워졌다. 우스꽝스러운 복장으로 무대에 들어선 그들은 지칠 줄도 모르고 노래하고 돌아다니고 뛰어오르며 열기를 실어 나른다. “여러분의 속옷까지 땀으로 적셔드리겠어요”라고 외친 그들은 점프에 파도타기까지 시키며 객석을 들쑤신다. ‘지구본 뮤직’ ‘복잡해’ ‘ring my bel’ ‘진짜’ 등에 맞춰 내달리는 다이나믹 듀오와 댄서들(매니저였으나 이제는 매니저를 두고 방송계에서 활동하는 LJ도 가면을 쓰고 나와 정신없이 춤을 췄다), 현란한 조명과 영상, 불꽃에 이미 플로어는 물론이고 2, 3층 관객들도 무아지경이다. 모두 나름의 방법으로 열정을 불태우며 신나게 놀고 있다.

날아봐! 에픽하이

마지막 주자는 에픽하이. 앞선 무대의 열기가 너무 뜨거워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닐 듯하다. 하지만 타블로와 미쓰라 진, DJ 투컷츠는 전혀 굽힘없이 자신들만의 분위기로 무대를 이어간다. 특히 생각보다도 왜소한 타블로는 어디에서 그런 에너지와 광기가 나오는지, 무대를 휘젓는 그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커 보일 지경이다. ‘Yesterday’ ‘선곡표’ ‘FAQ’ 등으로 다소 무겁게 시작된 무대는 ‘Fly’와 ‘Love Love Love’ 등 다소 친숙하고 가벼운 노래가 이어지자 또다시 후끈 달아올랐다. 이제 무대와 객석을 따로 구분할 필요도 없다. 저마다 흥에 겨워 춤추고 노래하는 이들의 얼굴에는 함박웃음이 가득. 모두 통째로 날아올라 하늘을 달릴지도 모를 일이다.


영혼을 자유롭게, 삶을 충만하게

얼마 전 운동하다 목을 다쳐 조심했건만, 음악만 나오면 리듬을 타는 유전인자 덕분에 ‘빅4 콘서트’에 다녀온 나는 파스를 덕지덕지 붙이고 로보캅처럼 머리와 몸통을 함께 움직이고 있다. 그래도 기분은 좋다. 세 시간 가까이 힙합전사들의 거침없는 랩핑을 듣고 나니 거추장스러운 옷을 벗어 던진 듯 가뿐하다. 인생 뭐 있나, 깨질 때도 있고 초라해질 때도 있고 다 그런 거지 하는 생각도 든다. 플로어에서 두 팔을 번쩍 들고 허리를 구부정하게 꺾고 함께 힙합을 즐기는 이들을 보니 지금보다 조금 더 느슨해져도, 조금 더 가벼워져도 되겠다 싶다. 게다가 힙합 좋아하는 후배 녀석에게 클럽에서 하는 힙합 공연을 찾아보라고 독촉해 놨다. 다음에는 나도 타샤처럼 민소매에 헐렁한 바지 입고 제대로 한 번 놀아볼 생각이다.

몸무게가 1kg만 줄어도 몸이 훨씬 가볍게 느껴진다. 마음의 무게를 1kg 덜면 어떨까? 그래, 세상의 기준 같은 거 중요하지 않다. 영혼을 더 자유롭게 풀어주자. 분명히 삶이 지금보다 훨씬 충만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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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er Big4 Concert - Exciting Star
2007년 7월 21일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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