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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시한 남자 백조 무대를 휘감다!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

차이코프스키의 발레 음악 <백조의 호수>가 매튜 본의 손을 통해 ‘댄스 뮤지컬’로 탈바꿈했다. 역시 배우가 직접 표현하는 대사나 노래는 없다. 그러나 그들의 동작과 춤, 표정을 통해 스토리를 이해할 수 있으니 신기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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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보는 데는 일단 적지 않은 돈과 그 돈을 쓸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공연을 보려면 적어도 서너 시간은 객석에 앉아 있어야 하니 말이다. 그러나 돈이나 시간에 앞서 갖춰야 할 것이 바로 ‘부지런함’이 아닐까 한다. 어떤 공연은 단 하루 또는 몇 주 만에 무대에 섰다 사라지는데, 대부분의 사람이 공연 시장을 주식 시장처럼 면밀히 관찰하지는 않는 만큼, 때로는 돈이나 시간을 갖고도 좋은 공연을 놓치기 일쑤니 말이다. 그래서 올해는 시작과 함께, 없는 부지런함을 그러모아 달력에 주요 공연을 적어두는 공을 들였다. 그 결과, 두 번이나 놓쳤던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를 보고 있다.

댄스 뮤지컬 <백조의 호수>

차이코프스키의 발레 음악 <백조의 호수>가 매튜 본의 손을 통해 ‘댄스 뮤지컬’로 탈바꿈했다. 역시 배우가 직접 표현하는 대사나 노래는 없다. 그러나 그들의 동작과 춤, 표정을 통해 스토리를 이해할 수 있으니 신기할 따름이다.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는 엄격하게 통제된 삶 속에 갇힌 한 왕자의 외로움을 담고 있다. 그의 어머니는 젊은 연인들과 사랑을 나누지만, 정작 아들에게는 따뜻한 손길 한 번 주지 않는다. 이때 나타나 그를 돌보는 백조는 왕자의 ‘이상’이다. 백조는 매우 강하면서도 한없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왕가의 위엄은 일단 막이 열리면서 등장하는 커다란 침대에서 드러난다. 왕자가 그 침대에서 내려올 때면 여자 시녀들이 등으로 계단을 만들어줄 지경이다. 젊은 남자들과 사랑을 나누는 여왕은 바비 인형처럼 비정상적으로 가늘고 긴 몸매에 풍성한 치맛자락으로 그녀의 권위와 매력을 풍긴다. 그런가 하면 왕자보다 두 배나 길게 드러난 여왕의 그림자 등을 통해 왕자의 외롭고 숨 막히는 생활이 표현되기도 한다. 또한 음악은 발레곡처럼 느리지 않고 속도감 있는 데다, ‘댄스 뮤지컬’답게 디스코 음악까지 곁들여져 지루하지 않다.

한쪽 팔과 다리를 들어 백조를 표현했다

이렇듯 화려하면서도 기발한 의상과 조명, 음악은 대사가 없는 무대에 활력을 불어 넣으면서도 춤으로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게끔 장면을 단순화한다. 또한 왕자의 푼수 애인이며 무도회의 춤 대결 장면 등 곳곳에 웃음을 자아낼 수 있는 요소까지 담고 있다.

까무러치게 멋진 남성 백조

사랑에 목말라 하던 왕자가 호숫가에서 자살을 시도하려던 순간, 백조 무리가 등장한다. 배꼽 아래로 무릎까지 풍성한 깃털을 단 이들은 모두 남자다. 덕분에 벗은 상체를 그대로 드러낸 이들은 단단한 근육을 보이며 부드러운 날갯짓을 선보이는 이율배반적인 몸동작으로, 객석의 마음을 흥분과 감동 사이에서 방황하게 한다. 이마에서 눈썹 사이를 까맣게 칠하고, 오른쪽 팔을 머리 앞쪽으로 구부리거나 허리를 90도로 꺾어 종종걸음으로 내달리는 모습은 영락없는 백조의 모습이다.

‘사람이 새의 모습을 이렇게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구나’ 놀라는 사이, 드디어 주인공 백조가 등장했다. 그리고 ‘군계일학(群鷄一鶴)’이라는 말이 난생처음 피부를 뚫고 신경계로 직접 와 닿았다. 정말 까무러치게 멋지다. 주위에서는 군무가 멋졌다는 평이 많았지만, 나는 단연 메인 백조의 독무에 주저 없이 한 표를 던진다. 아니, 오히려 일사불란하지 못한 군무는 다소 실망스러웠다. 댄스 뮤지컬이지만 백조의 군무는 발레 동작이기에 잘 추는 춤으로 흉내를 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가능하다면 ‘백조 무리는 일반 댄서가 아닌 발레 전공자들로 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까지 있었다.

고혹적인 남자 백조

메인 백조와 무리의 차이는 역시 카리스마와 돋보이는 근육 그리고 정교한 춤 실력에 있다. 메인 백조가 뿜어내는 카리스마. 그가 한 번씩 고갯짓을 할 때마다, 두 팔로 날개를 펄럭일 때마다,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사뿐히 뛰어오를 때마다 두 팔에 소름이 돋는다. 그의 상체는 생선뼈처럼 가지런한 갈비뼈 사이로 적당한 크기의 근육을 톡톡 드러내었는데, 근육도 성형수술을 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아름답다. ?리고 춤. ‘춤을 얼마나 잘 추느냐’는 내적인 느낌을 끌어올려 외적으로 얼마나 정교하게 표현하느냐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메인 백조가 단연 돋보인 것은 바로 정교한 춤 동작, 포인(발레에서 발끝을 쭉 펴는 동작)한 발끝이며 어깨와 매혹적인 각도를 이루는 턱선에서까지 고혹적인 느낌이 묻어났기 때문이다. 3막에서는 그 백조가 낯선 남자로 나타나 여인들을 유혹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 몸동작이 얼마나 우아하면서도 섹시한지 금방이라도 하늘로 날아오를 듯하다.

매튜 본에 대한 기대

올해 국내 무대에 서는 <백조의 호수>에는 2명의 메인 백조가 있다. 한 명은 <호두까기 인형>부터 매튜 본과 오랫동안 작업해 온 사이먼 윌리엄스(공연 포스터나 광고에 나왔던 백조다)고, 다른 한 명은 이번에 새롭게 합류한 영국 로열 발레단의 솔로이스트, 토머스 화이트헤드다. 사이먼은 토머스가 메인 백조를 맡을 때는 성격이 전혀 다른 왕자 역할도 맡았다. 개인적으로 토머스가 메인 백조를 맡고, 사이먼이 왕자를 맡을 때 무대가 훨씬 고혹적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백조는 낯선남자로도 등장해 섹시한 춤을 선보인다

솔직히 나는 매튜 본과 궁합이 맞지 않는지, 그의 작품에 대한 감흥이 다른 사람들보다는 낮은 편이다. 어떤 부분은 지루하기도 하고, 다른 생각을 하거나 심지어 졸기도 한다. 그러나 그의 작품에는 환상적인 무대 연출이나, 강인하면서도 우아한 남자 백조 등 유독 돋보이는 부분이 있어 마지막에는 기립박수를 치게 된다. 매튜 본은 오는 2009년 <카 맨(The Car Man)>으로 국내 무대를 다시 찾는다. 역시 성적 매력이 물씬 풍기는 남성 카르멘이 등장할 예정이다. 그의 또 다른 기발함을 벅찬 마음으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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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튜 본의 댄스 뮤지컬 <백조의 호수>
2007년 7월 4일 ~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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