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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에 머무르는 영혼을 자유롭게 하는 영매사 이야기 - 『저속령 데이 드림』
희한한 제목 때문에 『저속령 데이 드림』(원작-오쿠세 사키/그림-메구로 산키치)을 보기 시작했다. 대체 무슨 뜻일까? 추정을 해보면 저속령(低俗靈)은 이 세상에 머무르는 영혼, 귀신을 말하는 것 같다.
희한한 제목 때문에 『저속령 데이 드림』(원작-오쿠세 사키/그림-메구로 산키치)을 보기 시작했다. 대체 무슨 뜻일까? 추정을 해보면 저속령(低俗靈)은 이 세상에 머무르는 영혼, 귀신을 말하는 것 같다. 이승을 떠돌면서 사람들 눈에 쉽게 뜨이거나, 사람에게 해코지를 하는 영혼은 아마 그리 높은 단계의 존재는 아닐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흔히 ‘저속하다’고 말하는 의미대로 저속령이라고 불러도 좋지 않을까.
그렇다면 Day dream이란 무엇일까? 동양에서는 낮이 양, 밤이 음의 세계이기에 귀신이 주로 밤에 활동한다고들 한다. 하지만 낮에도 여전히 귀신은 존재한다. 어떤 공간에 붙어 있는 지박령 등 많은 귀신은 언제나 존재한다. 다만 밤에 조금 더 기운이 왕성해지는 것이다. 죽은 영혼이 이승에 머무르는 것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고들 한다. 우선 <주온>처럼 억울한 죽음을 당하여 원한이 있는 경우다. 이 경우는 죽은 장소나 관련된 물건에 영혼이 붙어 있으면서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원한을 마구 퍼부어 버린다. 혹은 <식스 센스>에 나오는 것처럼, 영혼이 뭔가 할 말이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남겨야 할 중요한 말이 있다거나, 중요한 비밀을 남겨두었다든가 하는 것들. 이런 경우는 그 말을 전하고, 비밀을 밝히고 나면 영혼은 평온하게 저승으로 떠나가게 된다. 또는 죽은 후에도, 자신이 죽은 것을 자각하지 못하고 계속 머무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죽었다는 것을 알아야만 저승으로 갈 수 있는데, 계속 이승에 애착이 남아 그대로 영혼이 머무르는 것이다.
조금씩 이유가 다르지만, 이승에 남은 영혼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들이 꿈꾸는 것이 결국은 밤이 아니라 낮의 세계인 이승이라는 것이다. 이승에서 못다 한 무엇인가를 풀고자 원한을 갖거나, 호소하거나, 머무르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영혼에 인간은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원한이 있는 귀신이라면 당연하고, 그저 말을 전하려는 영혼의 존재도 두려움을 부르게 마련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그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도 없다. 그래서 영혼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을 찾아다닌다. 무당이나 영매사 등은 그런 영혼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한을 풀어주는 사람이다. 그런 영매사를 찾지 못하면 영혼은 기가 맞는 사람에게 달라붙기도 한다. 흔히 귀신 들렸다고 하거나 잠시 넋이 나가 다른 목소리를 내거나 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정신적이나 신체적으로 무리를 주므로 보통 사람은 되도록 피해야 하는 일이다. 그럼에도 그것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바로 무당이나 영매사다.
멀리 돌아왔지만, 『저속령 데이 드림』의 주인공인 미사키가 바로 그런 능력을 지닌 영매사다. 만화 속 말을 빌리자면 ‘영혼과 공수’하는 능력이다. 어렸을 때부터 영혼을 보았던 미사키는 점차 나이가 들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때로는 원혼과 싸우는 영매사가 된다. 도쿄도 환경국 생활대책과에 근무하는 카도타케 소이치로의 의뢰로 아파트에 나타난 영혼을 퇴치해 주기도 하고, 가끔은 주변의 기괴한 사건을 해결하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저속령 데이 드림』은 전형적인 퇴마사 만화라고 할 수 있다. 『저속령 데이 드림』은 통상적인 퇴마사 만화의 구성으로 흘러가다가 점차 하나의 굵직한 사건으로 좁혀진다. 자살 사이트를 이용하여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YUO라는 악당의 존재가 드러나고, 그의 정체를 밝히고자 모두 힘을 합친다.
하지만 『저속령 데이 드림』에는 묘한 매력이 존재한다. 이 만화에 빨려들게 되는 이유는 캐릭터의 독특함이다. 마사키의 본업은 SM여왕이다. SM클럽에서 남자들을 때리고, 지지고, 군림하면서 성적 흥분을 느끼게 해 주고 돈을 받는 것이다. 퇴마사 일을 할 때는 여전히 야한 복장에, 살아 움직이는 키누이라는 밧줄을 몸에 감고 다닌다. 미사키의 아버지는 생활대책과의 과장이지만, 거의 얼굴도 보지 않는 사이다. 그러면서도 아버지의 의뢰로 퇴마사 일을 하고 있다. 소이치로는 뛰어난 무술 실력을 지녔지만 너무나도 귀신을 무서워한다. 귀신이 있는 곳에는 아예 들어가지도 못하고, 귀신이 옆에 있는 것을 알면 꼼짝도 하지 못한다. 그리고 미사키를 좋아한다. SM클럽에 왔다가 미사키에게 반해 스토커가 된 고등학생 스토커 미츠루도 있다. 미사키의 뒤를 쫓으며 이상한 사진을 찍기도 하지만, 사건의 단서가 되는 중요한 것을 알려주기도 한다. 1권에서 언니와 조카를 잃고 방황하는 여고생 아이도 이후 중요한 조연으로 등장한다. 『저속령 데이 드림』의 인물은 아주 복잡한 유형의 인간들이다. 오히려 미사키와 소이치로는 전형적인 캐릭터에 가깝고, 미츠루와 아이 같은 조연이 더욱 난해한 캐릭터다. 그들의 마음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그들의 환경이 어떤지 보고 있으면 무척이나 심란해진다.
영매사란 존재는 끔찍한 경험을 수없이 해야만 하는 운명이다. 한 사람의 인생에서 있었던 일, 그것도 아주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기억을 수없이 받아들이고 토해내야만 한다. 『저속령 데이 드림』은 곳곳에 코믹한 요소가 깔렸지만, 그 아래에는 너무나도 암울한 세상의 고통이 흐른다. 지독하고 비참한 세상의 어두운 것을, 영매사는 보아야만 하고 또 풀어줘야만 한다. 그것이 또한 『저속령 데이 드림』을 계속 보게 하는 힘이다.
<오쿠세 사키> 글/<메구로 산키치> 그림3,420원(10%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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