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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의 수사 과정을 정공법으로 보여주는 휴머니즘 만화 - 『강력 1반』
미스터리 소설가 요코야마 히데오의 원작을 토코로 주조가 그린 『강력 1반』의 제목은 엄밀하게 말하면 옳지 않다. 『강력 1반』의 무대는 F현경 수사 1과 강력범 수사계 1, 2, 3반 전체다.
미스터리 소설가 요코야마 히데오의 원작을 토코로 주조가 그린 『강력 1반』의 제목은 엄밀하게 말하면 옳지 않다. 『강력 1반』의 무대는 F현경 수사 1과 강력범 수사계 1, 2, 3반 전체다. 1권에는 수사계 1반, 즉 강력 1반의 구치키 야스마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지만 2권은 2반, 3권은 3반으로 이어진다. 마지막인 4권은 1, 2, 3반을 지휘하는 수사과장 타바타가 주인공이다. 권마다 하나의 사건을 제시하고, 각 반에서 해결하는 과정을 통하여 카리스마 넘치는 반장들의 성격과 스타일을 보여주고, 4권에서는 그들이 함께 활동하는 수사과에서 관철되는 조직의 윤리를 말해준다.
원작자인 요코야마 히데오는 기자로 일하다가 소설가로 데뷔한 인물이다. 기자로 일하면서 경찰서에 드나든 경험을 바탕으로, 경찰과 신문사 등의 조직 내부를 그리는 데 탁월한 솜씨를 보여준다. 기자가 되면 처음 하는 일은 경찰서에 출입하며 매일 벌어진 사건을 체크하여 기사화할 만한 사건을 추려내는 것이다. 단순히 조서만 보고는 파악할 수 없으므로, 뭔가 감이 오면 형사에게 개인적으로 취재를 하거나 피해자를 만난다. 경찰서 내부의 권력관계와 역할 분담, 개인적인 스타일까지 꿰는 기자가 취재에서는 강점을 보일 수밖에 없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기자 경험이 있으면 하나의 사건을 총체적으로 보는 눈이 생기는 일이 많다. 아니, 그것이 사실상의 목표다. 수많은 정보로 이루어진 사건을 구체적으로 틀을 잡고 논리적으로 구성하는 것. 요코야마 히데오는 하나의 사건을 통해 경찰과 신문사의 조직 내부를 훤히 그려내는 것과 함께 인간적인 ‘감동’을 끌어내는 작가로 유명하다. 사건을 고발하는 것보다는 그 이면에 깔린 사람들의 고뇌와 감정에 천착하여 독자를 끌어들인다. 국내에 출간된 소설 『사라진 이틀』『클라이머즈 하이』『종신 검시관』에서 요코야마 히데오의 세계를 만끽할 수 있다.
『강력 1반』 1권의 부제는 ‘침묵의 알리바이’다. 강간 전과가 있고, 이번에는 강도 살인을 저지른 범인 유모토가 법정에서 모든 것을 번복한다. 자백은 강요에 의한 것이었고, 자신은 알리바이가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강력 1반에 배치된 새내기 시마즈 쿠니오의 실책이었다. 쿠니오는 상사에게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고 도망치려고만 한다. 하지만 강력 1반의 반장은 ‘1과의 파란 귀신’이라고 불리는 구치키 야스마사다. 구치키는 임무 수행 중 한 아이를 죽게 했고, 부모에게서 ‘죽을 때까지 웃지 않겠다고 맹세해 주세요’라는 말을 들은 후 정말로 웃음을 잃어버린 남자다. 대신 구치키는 또 하나를 맹세한다. ‘나는 다시는 웃지 않을 거다. 그리고 너희 악당이 웃는 것도 용납하지 않겠어. 절대로.’ 구치키는 절박한 상황에서도 절대 포기하지 않고 유모토의 허점을 잡아낸다.
2권 ‘제3의 시효’의 주인공은 공안 출신의 2반 반장 쿠스미 마사미다. 여인을 강간하고 남편을 살해한 후 도망친 남자의 시효가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다. 일주일 남은 시효를 기다리며 2반의 형사들은 잠복을 한다. 쿠스미는 차가운, 뱀 같은 남자다. 공안은 국가의 안보에 위협이 되는 범죄를 수사하는 곳이다. 특정 범죄라기보다는 사상범이나 내부 스파이를 찾는 데 주력한다. 증거도 필요하지만, 때로는 음모와 폭력으로 사건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공안 출신인 쿠스미의 특기는 범인을 갖은 방법으로 궁지에 몰아넣는 것이다. 때로 동정이 갈 만한 범죄자에게도 쿠스미는 똑같은 태도로 일관한다. 심지어 감정이 결여된 공안이라며 후배들도 백안시할 정도다. 하지만 쿠스미는 원칙에 충실하다. 동정을 한다고 해서 범죄가 사라지거나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단지 쿠스미의 방법이 음흉할 뿐이다.
3권 ‘밀실의 구멍’에서는 감을 중시하는 무라세 미치오가 나온다. ‘1반의 야스마사가 정공법으로 이치를 따지고 드는 형, 2반 마사미 반장이 기습형, 모략형이고 3반의 무라세는 번득이는 형이다.’ 3반의 형사들은 현장에서 무라세가 처음으로 내뱉는 말에 주목한다. 현장의 분위기를 읽고, 발견된 증거를 통해서 느끼는 무라세의 감이 틀린 적이 없어서다. 3권에서는 무라세의 활약과 함께, 내부 조직의 경쟁도 보여준다. 무라세는, 검둥수리가 두 개의 알을 낳는데 먼저 부화한 새끼가 나중에 부화한 녀석을 쪼아 죽여 버린다는 이야기를 후배에게 들려준다. 그것은 다음 반장을 노리는 동기 이시가미와 히가시데에게 하는 말이다. 경쟁에서 이기려면 잔인해지고 악랄해져야 한다. 다른 반과의 경쟁도 마찬가지다. 1, 2, 3반은 동료지만, 검거율은 물론 사건 해결에 걸린 시간까지 따질 정도로 치열하게 경쟁하는 라이벌이다.
언뜻 보기에는 ‘강력범’과 싸우는 강력반답게 지나칠 정도로 삭막하고 야수적이다. 4권 ‘죄수의 딜레마’의 주인공 수사 1과장 타바타 아키노부도 그렇게 생각한다. ‘정감 없는 직장이고, 과거의 형사가 가진 여유와 멋스러움이 없다고 생각’하며 한마디로 내뱉는다. ‘사막이야, 우리 형사실은.’ 세 명의 반장은 과장에게 보고하지도 않고 거의 독단으로, 경쟁심으로 사건을 수사한다. 실력은 충분하기에 뭐라고 질책할 수는 없지만, 타바타는 늘 불만이다. 그러나 결국 타바타는 알게 된다. 지독하게 자신만을 생각하며, 오로지 경쟁만을 생각한다고 여겼던 반장들에게도 ‘배려’가 있음을 알게 되는 것이다. ‘사막에 피는 꽃을 놓쳐서는 안 된다.’
『강력 1반』은 요코야마 히데오의 장기가 잘 드러나는 만화다. 조직 내부의 모든 것을 적나라하게 그리면서도 각 반장의 스타일을 통해 ‘사건 수사’의 다양한 과정을 함께 보여준다. 〈CSI〉의 라스베이거스, 마이애미, 뉴욕의 반장들이 저마다 스타일이 다른 것처럼 『강력 1반』의 반장들도 강한 개성을 드러내며 범인을 추적한다. 『강력 1반』은 정공법으로 형사의 수사 과정을 보여주면서 육감, 치밀한 논리 때로는 음모까지도 강력 범죄와 싸우는 데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그 안에 사람이 살고 있음을 또한 알려준다. 역시 요코야마 히데오는 성실한 휴머니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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