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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보다 더 재밌을까? 뮤지컬 <대장금>

60억 원의 제작비를 들였다는 뮤지컬 <대장금>. 공연장도 기세 좋게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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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대장금>. ‘창작뮤지컬의 해’인 2007년 무대에 오를 뮤지컬 가운데 가장 관심이 쏠렸던 작품이다. 온 국민이 함께 봤던 드라마 ‘대장금’을 원작으로 한 데다, <난타>나 <비보이 코리아> 등 독창적인 공연으로 흥행작품을 잇달아 내놓는 PMC(송승환 씨가 대표로 있다) 프로덕션이 기획한 작품인 만큼 기대가 더욱 컸다. 60억 원의 제작비를 들였다는 뮤지컬 <대장금>. 공연장도 기세 좋게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이다.

뮤지컬 <대장금>은 드라마와 같을까?

큰 기대를 모은 뮤지컬 <대장금>
기본 스토리는 같다. 장금이도 나오고, 민 종사관(정호), 금영, 최 상궁, 한 상궁도 모두 등장한다. 그러나 장금이의 파란만장한 인생 역정에 민정호와의 사랑 이야기를 감초로 집어넣었던 드라마와 달리, 뮤지컬에서는 장금이의 일과 사랑이 나란히 두 개의 큰 축을 이룬다.

‘오나라 오나라~’로 유명했던 드라마 O.S.T는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더욱 환상적인 뮤지컬 넘버가 기다린다. 장금이가 궁중 요리사로, 의녀로 동분서주할 때는 신명나는 음악이, 그리고 민정호와 사랑을 노래할 때는 감미로운 세레나데가 귀에 감긴다. 들으면 들을수록 음악이 예사롭지 않다 생각했더니,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꽃피는 봄이 오면> 등으로 유명한 음악감독 조성우 씨의 작품이란다. 국악기와 서양악기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환상의 멜로디라인은 뮤지컬 <대장금>의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다.

궁중의상도 차이가 있다. 드라마의 궁중의상이 더 차분하고 체계적이지만, 무대 위 의상은 TV에서는 접할 수 없었던 색다른 색감으로 생동감을 더한다. 비취색, 귤색, 감색 등에 광택이 더해져 더욱 화려하다.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단연 무대연출이다. 과연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을 어떤 형태로 메울까 궁금했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기대 이상이다. 화려한 궁중은 물론 고요한 숲 속,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 나무에서 잎이 떨어지는 모습, 배를 타고 이동하는 모습까지… 여기저기 신경 많이 쓴 모습이 역력하다. 또 영상과 조명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세심함도 엿보인다.

화려한 의상과 조명, 전통미도 볼거리

그래서 드라마보다 더 재밌을까?

첫날, 이영애 씨를 비롯해 드라마 주요 출연진도 공연장에 다녀갔다. ‘이제 배우를 넘어 뮤지컬도 한류 열풍이 불 것’이라 평했다고 한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면 드라마만큼 재밌지는 않았다. 일단 50회를 넘겨 방송된 드라마 내용을 세 시간 정도로 축약하다 보니, 짜임새 면에서 많이 부족하다. 전체적인 스토리를 담아내기에 급급한 나머지, ‘도대체 어떻게 될까?’라며 숨죽여 기다리는 이야기 전개도, ‘짠’ 하고 풀리는 통쾌한 클라이맥스도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는다. 장금이 엄마의 죽음에서 최 상궁 집안의 음모, 장금이의 성공기, 민정호를 둘러싼 삼각관계 등 스토리가 너무 방대해, 아마 드라마를 보지 않은 사람은 내용을 이해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다음으로 배우들의 역량 문제다. 주연에서 조연까지 모두 탄탄한 연기력을 지닌 베테랑 배우가 넘쳐났던 드라마와 달리, 뮤지컬은 엄청난 경쟁률의 오디션을 통과했다고는 하나 신인 위주다 보니 연기력에서 역시 빈틈이 보인다. 그런가 하면 무대에서 요리 경연을 벌이는 모습은 난타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고, 민정호 역의 원기준은 드라마 <주몽> 이미지가, 최 상궁 역의 이태원은 뮤지컬 <명성황후> 그늘이 짙어 ‘뮤지컬 <대장금>’에 대한 전체적인 순도를 떨어뜨린다.

마지막으로 뮤지컬이 드라마보다 뛰어날 수 있는 요소는 역시 노래다. 몇 마디 말로 표현해야 하는 느낌을 화려한 음악과 뛰어난 가창력으로 몇 배 더 강하고 진하게 파고들어 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의 가창력은 왜 이렇게 미진하단 말인가! 전체적으로 남자보다는 여자 배우들의 가창력이 부족한데, 특히 노래에 아무런 느낌이 없다. 장금이에게는 끊임없는 고난과 핍박이 있지만 절대 꺼지지 않는 희망과 사랑이 있지 않던가. 그러나 그녀의 노래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냥 음표가 있을 뿐, 밍밍하다. 또 이태원의 뛰어난 가창력은 오히려 겉돈다. <명성황후>에서는 모두가 성악 버전으로 노래했기 때문에 함께 돋보였던 이태원의 성량은 <대장금>에서는 ‘합창’을 무시하고 홀로 우렁차다.

민정호의 역동적인 무술 장면

그래도 대견한 뮤지컬 <대장금>

그렇다, 그래도 놀랍다. 국내외 뮤지컬 시장을 비교하자면 국내 시장이 딸리는 부분은 역시 무대연출 면이 아니던가. 하지만 이번에 뮤지컬 <대장금>에서 선보인 웅장하면서도 세련된 무대는 기술적인 진보를 확인케 했다. 또한 감성적인 음악이며 섬세한 조명, 화려한 의상, 역동적인 무술 장면 등도 세계무대에 나설 준비를 제대로 했다. 게다가 한국적인 전통의 멋, 역시 ‘우리 것’이라는 든든한 특수효과가 무대를 더욱 화려하게 만든다.

문제는 짜임새다. 필자를 비롯한 많은 관객도 자꾸만 드라마와 비교하는 우를 범하지만, 드라마는 원작일 뿐이다. 드라마와 뮤지컬이 어떻게 같을 수 있는가. 뮤지컬만의 독창적인 멋을 살리려면 원작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나야 한다. 잘라낼 건 과감히 버리자. 장금 엄마의 죽음이나 최 상궁 집안의 음모까지 다루지 않아도 충분한 스토리다. 내용을 축약하고 대신 극의 전개에 감칠맛을 더한다면 50여 회의 드라마가 내내 흥미진진했던 것처럼 세 시간의 뮤지컬도 지루할 새가 없을 것이다.

웅장하면서도 섬세한 무대연출

또한 배우들에게는 분명한 캐릭터를 희망해 본다. 장금이의 샘솟는 에너지에서 민정호의 한결같은 자상함, 금영이의 가려진 사랑, 그리고 최 상궁의 신랄함, 한 상궁의 어진 품성까지. 이미 아는 모습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잘 우려내지 않으면 객석에서는 바로 느낄 수 있다. 좀 더 깊은 맛, 더욱 절절한 느낌이 연기에서도 노래에서도 전해져 오길 기대해 본다.

뮤지컬 <대장금>은 예술의 전당 이후 대구 오페라하우스를 거쳐, 다시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오른다. 또 내년에는 중국에서도 공연될 예정이다. 뮤지컬 <대장금>도 한류열풍에 가담해야 하지 않겠는가. 아깝더라도 좀 뜯어고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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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대장금>
2007년 5월 26일~6월 17일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

2007년 7월 10일~7월 22일
대구 오페라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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