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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잘 모르는 이슬람의 참모습 - 『코란』

‘읽어라!’라는 의미의 코란이라는 이름은 이슬람교의 창시자이자 선지자인 무함마드(무하마드, 마호메트, 머호밋)가 명상에 들어가 대천사 가브리엘로부터 받은 첫 번째 계시를 가리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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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 대륙의 동쪽 끝자락에 터를 잡고 문명을 이어 온 한국인에게 이슬람이란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슬람, 알라신, 사막, 석유, 중동, 이라크전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탈레반… 우리에게 다가와 있는 이슬람의 모습은 어딘가 모르게 어둡고 두렵기만 한 먼 이국의 존재입니다만, 한반도의 역사를 가만히 들춰 보면 꼭 그렇게 낯선 문명만은 아니었습니다.

단순히 고려 시대의 벽란도 이야기와 낙타 그림과 같은 교과서 이야기만이 한국과 이슬람의 교류를 증명하지는 않습니다. 오래된 절의 입구를 지키는 천왕문 안쪽의 사천왕상에서 볼 수 있는 얼굴형과 수염은 분명히 아랍인의 형태며, 천문과 지리가 발달했던 아랍인이 남겼던 오래된 세계지도에 신라가 표기되어 있다는 사실은 이슬람권과 한반도의 간극이 분명히 맞닿아 있었음을 의미합니다. 다만 그 두 문명이 직접 얼굴을 맞대기보다는 범유럽권이라는 새로운 질서 속에서 서로 건너 마주 보아야 했던 역사가 있었고, 그렇기에 우리가 서로 바라보는 모습은 실제 대면보다는 조금 일그러진 것이 사실일 것입니다.

종교적인, 그것도 경전經典이라는 매우 깊숙한 책을 다루기에는 사실 일개 웹진 칼럼 필자로서는 두려움이 먼저 서는 것이 사실이지만, 한편으로는 그 이슬람이라는 존재를 알기에는 또 이만한 주제가 없다고 생각됩니다. 이라크 파병 연장이 의회 안을 맴돌고, 이주노동자의 증가 속에 여기저기서 예전보다 자주 이슬람인을 만날 수 있는 21세기 오늘, 감히 꺼내 드는 책은 이슬람의 유일한 경전, ‘코란’입니다.

이슬람의 경전을 가리키는 말로 우리는 ‘코란’이라는 단어를 쓰지만, 이는 주로 영어를 사용하는 비이슬람권에서 영어식 표기로 이슬람 경전을 부르는 말입니다. 실제 이슬람권에서 사용하는 정확한 발음은 ‘꾸으란’ 정도가 된다고 합니다. 로마자 표기로는 Qur’an이라고 쓰는데, 이는 아랍어 동사 qara’a(읽다)가 명령형 iqur’a가 된 것, 다시 말해 ‘읽어라’라는 말을 고유명사 형태로 바꾸어 경전을 가리키게 된 것입니다.

‘읽어라!’라는 의미의 코란이라는 이름은 이슬람교의 창시자이자 선지자인 무함마드(무하마드, 마호메트, 머호밋)가 명상에 들어가 대천사 가브리엘로부터 받은 첫 번째 계시를 가리킵니다. 글을 모르는 무함마드에게 갑자기 나타나 “읽어라!”라고 소리친, 그 깨달음의 순간이 이슬람 경전의 이름이 되었습니다. 코란은 그러한 의미로 경전을 여는 첫 번째 장을 가브리엘의 계시 그대로 옮겨 서술합니다.

읽어라!
참으로 은혜로우시고 자비로우신 알라의 이름으로,
온 세상의 주인이신 알라를 찬송할지어다.
참으로 자비로우시고 자애로우신 분.
심판일의 주재자.
당신을 우리가 믿고 당신에게 구원을 청하나니.
우리를 옳은 길로 인도하여 주소서.
당신께서 은총을 내려 주신 사람들의 길로.
노여움을 산 사람들이나 길 잃은 사람들이 간 그런 길이 아닌 곳으로.

- 코란 제1장 개경開經의 장, 메카 계시 전 7절

이슬람의 시작이자 코란의 첫 장을 알리는 이 계시의 일화에는 대천사 가브리엘이라는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이슬람에 낯선 이들도 가브리엘이라는 이름은 전혀 낯설지 않습니다. 이 이름은 성경에도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아브라함의 자손’이라 불리는 셈족으로부터 발원하는 3대 종교, 유대교·기독교·이슬람교는 전해온 전승과 역사가 거의 같습니다. 이들은 모두 스스로 아브라함의 자손임을 밝히고, 아브라함 때부터 이어져 온 유일신 전통을 벗어나지 않습니다. 또한 신으로부터 임무를 부여받은 예언자, 선지자로 불리는 인물들이 각 시대와 상황에 맞게 인류를 올바른 길로 이끌려는 노력을 보입니다.

최초로 등장한 유대교에서는 모세가 대표적입니다. 유일신앙에 기초한 그는 종교와 사회를 일치시키는 이른바 율법 사회의 기틀을 만들고, 신과 유대 민족이 가져온 역사를 전승합니다. 그리고 그 뒤 세대에 나타난 예수(예수의 신격 혹은 예언자격에 대해서는 종교마다 차이가 크니 논외로 합니다)는 유대교의 선민사상, 신으로부터 유대 민족만이 선택받았다는 사상을 넘어서 인류 전체에 대한 신의 사랑을 전파합니다. 그리고 그 뒤를 잇는 무함마드는 앞선 시대의 예수가 신격화된 것에 반대하며, 그 또한 근동 역사 속에서의 위대한 선지자일 뿐임을 강조하고 천상의 유일신 하나만이 신앙의 대상일 뿐이라고 정의합니다. 이 세 가지 생각의 차이가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가 같은 뿌리에서도 다른 길을 걷게 된 가장 근본적인 차이일 것입니다.

그러한 공통분모 덕에 사실상 성경을 아는 이들이 코란을 접했을 때 그렇게 생소하지만은 않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노아의 홍수, 모세의 율법, 예수의 등장 등에 관한 역사적 서술은 코란에서도 똑같이 반복되며 주요 천사, 유일신 사상, 최후의 심판과 같은 핵심 주제는 3대 종교 속에 똑같이 나타납니다. 물론 단지 등장하는 역사적 사실Fact만이 같다고 해서 같은 범주에 두기에는 셋의 시각차가 너무도 큰 부분은 있습니다.

“그뿐인가, ‘우리들은 구세주, 신의 사도, 마리아의 아들 예수를 죽였다’고 말하고 있다. 어째서 잡혀 죽었겠는가, 어찌하여 십자가에 매달렸겠는가. 단지 그와 같이 보였을 뿐이다. 본래 이 점에 대해서 논쟁을 벌이고 있는 사람들은 그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다. 이에 관해서 그들에게 어떤 확실한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단지 제 나름대로의 억측에 불과하다. 아니 그들은 절대로 예수를 죽이지 않은 것이 확실하다. 알라께서 그를 자기 곁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알라께서는 위력 있고 총명한 분이시다….”

- 코란 제4장 여인의 장, 제157-158절

< 코란을 구성하는 114개의 장은 크게 두 가지 부류로 나뉘는데, 이른바 메카 계시와 메디나 계시입니다. 선지자 무함마드는 처음 메카에서 이슬람교를 창시해 전파하다가 박해를 피해 메디나로 잠시 몸을 피하는데(헤지라 원년), 초기 메카에서의 계시는 강렬한 계시에 의한 몽환적이고 빠른 서술로 형이상학적이고 종교적인 주제가 중심이 되고, 메디나 계시는 이슬람 세력이 어느 정도 세력화를 이루고 나서 정교일치의 사회 통치자로서의 계시, 이른바 사회 규범과 질서에 관한 세밀한 계시가 많은 것이 특징입니다.

아시다시피 이슬람 사회는 코란이 변질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된 만큼이나 그 사회 풍습과 양식을 타 종교문명보다 오래도록 유지해 온 특징이 있습니다. 심지어 최근에는 우주의 이슬람인을 위한 메카 방향 규정집까지도 낼 정도니 놀라지 않을 수 없는데, 이러한 모습은 코란 자체가 이슬람 사회의 모습을 매우 세밀하게 규정한 데에서도 비롯됩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위에서 언급한 메디나 계시에는 실생활 곳곳에 대해 자세하게 규범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처와 인연을 끊고자 맹세한 자는 4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만약 마음을 돌이킨다면, 참으로 알라께서는 관대하시고 자비로우시다.”

- 코란 제2장 암소의 장(바까라), 제227절 (메디나 계시)


총 114장에 사용된 어휘만 7만 8천 개가 넘는 방대한 분량의 코란은 단순한 문자로서의 기록만이 아니라, 그 자체로도 일종의 성가聖歌와 같은 운율과 가락의 특징을 지닙니다. 이슬람 문화권에서 코란 암송을 하는 이유도 이러한 음운과 멜로디를 통해 또 다른 종교적 가르침을 잃지 않으려는 것인데, 한국에서는 들어볼 기회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아래 링크는 코란 제2장, 암소의 절(바까라)의 한 구절 암송을 담은 mp3 파일 링크입니다. 미처 문자로 전달되지 않는 코란의 음악성도 느껴볼 수 있습니다.

//www.mp3quran.net/media.php?file=//www.mp3quran.net/ajm/001.mp3

코란과 이슬람은 언뜻 생소해 보이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리 생소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고난의 길을 가는 이에게 ‘십자가를 지다’는 표현을 쓰는 것처럼 우리는 ‘첨단기술의 메카’라는 비유도 즐겨 쓰며, 오히려 그리스도의 보혈을 상징했던 술의 영문 명칭에는 이슬람 과학의 흔적인 Al이라는 접두사가 붙어 있음에 새삼 놀라곤 합니다. 코란은 한역판 책의 페이지만 70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라 그렇게 읽기 쉬운 책은 아니지만, 한편으로는 그 상세하고 쉬운 비유와 간략한 구절 덕에 술술 읽히는 책이기도 합니다.

얼마 전 이라크에서는 미국의 원조하에 시작된 교과서 개정 작업에서 코란 관련 부분을 빼겠다는 미국의 정책에 큰 반발이 일어난 적이 있습니다. 코란에 대한 그들의 이러한 모습을 광신도의 집착으로 봐야 할지, 자신의 신념과 종교를 향한 숭고한 마음으로 보아야 할지는 함부로 말할 계제가 아닐 것입니다.

당장 우리 주변에 늘고 있는 이슬람 신도와 함께 살아갈 국제화 시대의 미래를 대비한다면, 총으로 무장한 이슬람 과격파의 모습만이 아닌, 지금도 이태원 무슬림 성전에서 세계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는 순박한 웃음의 그 무슬림 또한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이른바 “칼이냐, 코란이냐”로 대표되는 이슬람에 대한 부정적 견해에 대해 코란에서 직접 따온 한 구절로 답변을 대신하며 글을 마무리합니다. 이 구절은 대천사 가브리엘이 예언자 무함마드에게 직접 전달하는 목소리로, 오히려 함부로 타인의 종교를 제멋대로 바꾸려 하는 종교인의 태도에 일침을 가하는 천사의 목소리입니다.

“만일 주님의 뜻이 있었다면 지상에 있는 모든 이들이 믿음을 가졌으리라. 그런데 그대는 사람들에게 강제로 신자가 되게 하려는 것인가?”

- 코란 제10장 요나의 장, 제99-100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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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우아하고 고고한 이미지가 되어버린 책 읽기가 어느 날부터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고, 그 뒤로는 어디 가서 취미가 책 읽기라고 말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책보다 좋은 것은 먼지 날리는 시골 비포장도로에서 하루 두 번 오는 버스 기다리며 담배 한 대 피우는 시간이라고 말하는 그는 나이가 좀 더 들고 감성과 지성이 경륜으로 불릴 쯤이 되면 포크 가수로 전업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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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선> 저27,000원(10% + 5%)

유일신 알라의 계시를 집대성한 예언자 무함마드 알리의 코란. 610년부터 632년 그가 타계할 때까지 간헐적으로 계시된 것을 모은 것으로, 무하마드의 종교적 직관과 체험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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