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낸 많은 사람처럼 저도 UFO와 같은 불가사의 현상에 남다른 애착이 있습니다. 당시 나온 어린이 잡지에선 늘 이런 현상을 소재로 수상쩍은 기사를 냈지요. 이런 걸 읽다 보면 지금 우리가 보는 세상이 결코 보기만큼 현실적인 곳이 아니라는 관점에 쉽게 중독됩니다.
이건 꼭 우리나라의 일만도 아니었어요. 70년대엔 불가사의 현상이 인기였고 그건 미국과 같은 나라도 마찬가지였지요. 90년대에 나왔던 <엑스 파일> 시리즈나 <블레어 위치> 같은 영화도 알고 보면 다 어린 시절에 그런 프로그램이나 기사를 보고 자란 어른들이 만든 것입니다. 어른들은 쓰잘 데 없는 것이라 생각하고 무시하는 이런 잡것도 다 나중에 피와 살이 되는 겁니다. 우린 아이들이 자라면서 접하는 것 중 어느 것이 나중에 이롭게 쓰일지 알 수 없어요.
인터넷이 생기면서 불가사의 현상은 새로운 터전을 잡았습니다. UFO로 검색하면 정말 온갖 종류의 자료가 잡히죠. 대부분 옛날 잡지에서 스캔한 것이지만 새로운 것도 많습니다. 요샌 동영상도 늘어났어요. 보스니아 생방송에서 잡힌 UFO, 중국 시내를 지나가다 갑자기 공간 이동하는 UFO… 최근엔 너무 선명해서 오히려 예의를 잃어버린 것 같은 별 모양의 UFO 사진도 있었지요.
| 지난 3월 프랑스 국립우주연구센터(CNES)에서 공개한 UFO 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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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이것들엔 이전과 같은 재미가 없습니다. 제가 나이를 먹었기 때문일까요? 아뇨. 그냥 시대가 바뀐 것뿐입니다. 요새와 같은 디지털 시대엔 무언가를 조작하는 건 너무 쉽죠. 물론 5,60년대에도 UFO 사진 조작은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요새처럼 쉽지는 않았어요. 사진에 찍혔다고 다 진짜라고 믿는 시대는 지나간 겁니다. 아무리 사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를 법한 평범한 사람이 집에 있는 카메라로 찰칵 찍었다고 주장해도 사진의 신빙성이 높아지지는 않습니다. 요샌 모든 사람이 전문가인 걸요.
‘모든 사람이 전문가’라는 말은 사실 그렇게 굉장한 말은 아닙니다. 특히 반대편에서는요. 조금만 지식이 있어도 가짜 동영상이나 사진을 만드는 건 쉬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그걸 모든 사람이 다 적발해낼 수 있다는 건 아니죠. 전 얼마 전에 위에서 언급한, 지나치게 선명한 UFO와 관련된 토론을 읽으면서 꽤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는데, 대부분 그 사진이 가짜라는 사실에 동의하고 있었지만 그 조작 방법에 대해서는 의견이 모두 달랐고 대부분 자신의 의견에 대해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포토샵 조작과 모형 사진은 전혀 다른 것이고, 그렇게까지 의견이 분명히 갈린다면 그들의 주장은 생각만큼 설득력이 없다는 거죠. 저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요? 전 그게 사실이기엔 지나치게 디자인이 할리우드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미학적인 접근법을 UFO 분석에 들이대서는 안 되겠죠.
꼭 UFO에 국한되는 일은 아닙니다. 연예인 사진에 대한 인터넷 사용자의 분석도 마찬가지죠. 예를 들어 그들이 집착하는 등신이나 다리 길이에 대한 분석은 대부분 쓸모가 없습니다. 3차원 물체가 2차원으로 옮겨지는 동안 어떻게 변하는지 제대로 알고 있지 않다면요. 그건 더 진지한 이슈에 대한 음모론적 접근법도 마찬가지입니다. 진실이라고 소개된 대상을 의심하기 시작했다고 해서 우리가 사실을 볼 수 있는 건 아니죠. 우린 그냥 더 많은 거짓을 봅니다. 가끔 어딘가에 숨겨져 있을 진실도 그 거짓들 사이에 묻히겠죠.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전 가끔 외계인들이 그 때문에 더 뻔뻔스럽게 지구에서 우주선을 몰고 다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가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어 인터넷에 올려도 다들 가짜라고 주장하며 그 조작 방법까지 설명할 것이며, 실제로 그들이 증명을 위해 조작한 사진이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을 수도 있을 테니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