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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면서도 소박한 뮤지컬 <킹 앤 아이>

그래서인지 뮤지컬 <킹 앤 아이>의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팀 내한이 확정됐을 때 여기저기 기대의 목소리가 컸다. 게다가 동양과 서양의 멋이 잘 어우러진 작품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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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팀이 내한한다고 하면 일단 기대를 품게 된다. ‘외국산’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은 아니다. ‘뮤지컬’이라는 장르 자체가 서양에서 시작된 데다 원작이 그 나라에 뿌리를 둔 만큼, 현지인은 스토리에 녹아 있는 다양한 ‘문화’를 ‘연기’가 아닌 ‘삶’으로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뮤지컬 <킹 앤 아이>의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팀 내한이 확정됐을 때 여기저기 기대의 목소리가 컸다. 게다가 동양과 서양의 멋이 잘 어우러진 작품이 아니던가.

화려한 뮤지컬 <킹 앤 아이>

‘율 브린너, 데보라 커’ 그리고 ‘주윤발, 조디 포스터’ 등의 주연으로 이미 뮤지컬과 영화로 유명한 작품이니, 스토리는 익숙할 것이다. 1860년대, 시암(타이) 왕은 자녀들에게 영어와 서구 문화를 가르치고자 영국 출신의 미망인 애나를 왕실 교사로 들인다. 전통과 관습에 젖어 있는 아이들은 처음에는 애나의 교육에 반기를 들기도 하지만, 서로 신뢰와 애정으로 돈독한 사이가 된다. 철저히 서구적인 애나와, 서구 문명을 알고는 있지만 권위적인 왕 역시 매번 의견 대립을 이룬다. 그러나 왕은 현명한 애나에게 외교적인 문제까지 의논하게 되고, 어느덧 애틋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데….

애나가 왕자와 공주들을 가르치는 모습

타이 왕실이 주 무대인 만큼 불교문화를 바탕으로 한 화려한 무대 연출은 그야말로 볼거리다. 실크 소재의 궁중 의상이며, 황금 불상, 화려한 건축양식. 특히 타이 문화에 관심이 많다면 그들만의 독특한 인사 방법이나 경극을 연상케 하는 타이 전통의 춤과 노래도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반면 애나의 화려한 의상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애나는 비치파라솔보다 풍성한 치맛자락의 드레스를 입고 등장하는데, 여행할 때, 일상적인 무대, 또 파티 등 때와 장소를 가려 풍성한 의상의 풍성한 멋을 유감없이 펼쳐 보인다.

타이의 전통 멋을 감상할 수 있는 무대

소박한 뮤지컬 <킹 앤 아이>

‘소박하다’라는 표현은 조금 우회적이라 하겠다. 애나가 시암에 도착하고, 수십 명에 달하는 왕의 부인과 70명이 넘는 왕자와 공주가 무대에 등장하는 모습은 잔잔한 미소를 머금게 했다. 그런데 이 잔잔함이 한 시간을 넘도록 이어진다. 스토리가 어느 정도 굴곡이 있고 사건도 있으면서 그렇게 흥미진진함을 유도해야 할 텐데, 참을성 있게 조용하다. 게다가 마지막 왕과 애나가 그 유명한 ‘Shall we dance?’에 맞춰 춤을 추기 전까지는 이렇다 할 특별한 춤과 노래도 없다. 그렇다 보니, 무대가 끝날 때까지 객석에서도 우렁찬 환호와 박수는 들리지 않는다.

더욱이 ‘오리지널 팀’에 대한 기대는 자막을 열심히 읽어야 하는 부담으로 되돌아왔다. 도대체 국립극장의 자막은 왜 이렇게 무대에서 멀찌감치 설치됐단 말인가? 물론 극장 나름의 구조적이고 기술적인 문제이겠지만, 그렇다면 이렇게 대사가 많은 작품은 피했어야 한다. 한쪽 눈으로는 무대를 보고, 다른 눈으로는 자막을 보는 고도의 기술을 지닌 사람이 아니고서야, 아무리 작품에 대한 사전 지식이 있다 한들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겠는가?

뮤지컬 <킹 앤 아이> 가장 빛나는 음악

앞서 말했듯 뮤지컬 <킹 앤 아이>에는 특별히 기억에 남는 춤과 노래가 없다. 애나를 제외하고는 가창력도 평범했다. 그러나 작품 전반에 흐르는 음악에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클래식과 팝 요소가 더해진 음악은 작품의 분위기는 물론 배우들의 표정과 느낌까지 표현한다. 대사가 아닌 자막으로 느낌을 이해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그야말로 훌륭한 길라잡이다. 오케스트라의 코믹한 연주에 객석은 자막에 앞서 따라 웃고, 포근한 느낌의 연주에서 왕과 애나의 애틋한 마음을 감 잡는다. 전체적으로 밋밋했던 극의 전개와 달리, 오케스트라는 홀로 뜨겁고 치열했으며, 아름다웠다. 아마 마지막 무대 인사 때도 가장 큰 박수를 받지 않았나 싶다.

'Shall we dance?'에 맞춰 춤추는 왕과 애나

뮤지컬 <킹 앤 아이> 기존 이미지 뛰어넘어야

뮤지컬 <킹 앤 아이>는 리처드 로저스(작곡)와 오스카 해머스타인 2세(작사) 콤비의 작품이다. 이들의 작품으로 <사운드 오브 뮤직>이 국내에서는 큰 사랑을 받았다. <킹 앤 아이>에서 애나의 음색이나 아이들을 모아놓고 가르치는 모습은 <사운드 오브 뮤직>의 장면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일까? 객석에는 중년 관객들의 모습이 많이 보인다. 작품에 향수를 느끼는 팬이 많다는 의미일 것이다. 또한 그것은 ‘율 브린너’라는 대형 스타에 대한 그리움이기도 하다. 그만큼 배우들에게는 ‘율 브린너’를 비롯해 ‘주윤발’이나 ‘조디 포스터’에 이르기까지 굵직굵직한 배우들의 이미지를 뛰어넘어야 하는 무거운 과제가 있다.

또한 이번 작품을 더욱 즐겁게 감상하려면 나름의 사전 인식이 필요할 것 같다. 일단 최근 내한했던 여타의 뮤지컬과 달리 크고 웅장한 쇼적인 면은 없다는 것. 뮤지컬에는 ‘율 브린너’도 ‘주윤발’도, 아니 그 비슷한 이미지의 멋진 배우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 따라서 백지상태의 새로운 마음이 필요하다. 또한 대사가 상당히 많은 만큼 내용이 가물가물하다면 한 번쯤 확인해 두는 것도 좋겠다. 무엇보다 세상에는 뜨겁고 열정적인 사랑 외에 잔잔하고 소박한 사랑도 있음을, 겉으로 확연히 드러낼 수는 없지만 나누는 말 한마디, 눈빛 속에 담긴 사랑도 무척 애틋할 수 있음을 기억하자. 뮤지컬 <킹 앤 아이>를 보고 감동한 사람들의 숨은 기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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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킹 앤 아이>
2007년 6월 2일 ~ 6월 9일
고양아람누리 한메아람극장

2007년 6월 15일 ~ 6월 24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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