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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돼지 올리비아를 만든 작가 이언 포크너

올리비아 이야기는 본래 이언 포크너의 세 살짜리 조카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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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돼지 올리비아를 만든 작가 이언 포크너

 



올리비아 이야기는 본래 이언 포크너의 세 살짜리 조카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언 포크너는 처음에는 대략의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덧붙였는데, 좀 더 정성껏 하려는 성의를 갖게 되어 결국 완성도가 높은 올리비아 시리즈가 나오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도 엄마는 너를 사랑한단다』라는 제목으로 국내 출판된 올리비아 시리즈의 첫 작품, 『그래도 엄마는 너를 사랑한단다(원제: Olivia)』는 2001년 칼데콧 아너상 및 2000년 퍼블리셔스 위클리로부터 최고의 어린이책으로 선정되고 같은 해 패런츠 초이스 상을 수상했다.

작품을 완성한 뒤, 이언 포크너는 친구의 권유를 따라 윌리엄 모리스 에이전시에 작품을 선보였다. 에이전시에서는 그의 첫 작품의 그림에는 크게 만족했지만, 글만큼은 기성 작가로 대체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제시했는데, 이언 포크너는 자신이 창조한 캐릭터와 이야기를 대신해줄 사람은 필요 없다며 강경한 태도도 맞섰다고 한다. 결국 첫 작품에서 보인 고집 때문에 출판이 3년이나 늦어졌지만, 앤 슈바르츠(Anne Schwartz)라는 편집자로부터 연락을 받고 그의 첫 번째 그림책 『그래도 엄마는 너를 사랑한단다』를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




이 책의 가장 도드라진 특징은 흰색과 검정, 그리고 그 두 가지 무채색의 배합에 따른 채도를 조절하는 식의 단순한 색을 사용한 점이다. 다만 이때 활기 넘치는 발랄한 주인공 올리비아를 표현하기 위해서 사용한 색상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러시아 정치 포스터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빨강이다. 흰색과 검정의 무채색을 주조색으로 사용한 점에 대해 포크너는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내 생각에 흰색과 검정색은 유채색만큼이나 눈길을 사로잡는다고 봅니다. 물론 눈에 제공되는 시각 정보야 유채색보다 적지만, 바로 이 점 때문에 사람들은 포착하기 까다로운 세심한 부분까지 관심을 갖게 됩니다. 예를 들자면, 올리비아의 표정 같은 거 말이죠.” (Publishers Weekly, 12/18/2000 중에서)







그런데 세 가지 색이 쓰였음에도 이 책은 검정과 회색 사이의 미묘한 농담을 표현하고 따듯한 느낌을 전달하고자 4도로 인쇄되었다고 한다.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은 ‘놀라움의 요소’를 유지하고 있는 점이다. 예를 들자면 미술관에서 드가의 <무대 위에서의 발레 사연>을 보며 상상에 빠진 쎿리비아의 모습을 펼친 면(double-page spread)으로 보여준 뒤, 넘긴 뒷장에서는 무대 위에서 발레복을 입고 관객을 향해 인사하는 올리비아의 모습을 보여준다. 마찬가지로 잭슨 플록의 <가을 리듬 30번> 작품 앞에서 아리송한 표정을 짓는 올리비아를 보여주는 앞면에 이어지는 뒷장의 넘긴 면에는 올리비아가 자신의 벽 한쪽에 플록의 그림 기법을 흉내 내어 색을 흩뿌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SimonSaysKids.com과의 인터뷰에서 잭슨 플록의 그림을 실은 특별한 이유에 대해, 이언 포크너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의 그림을 보고는 ‘나도 5분 안에 저렇게 그릴 수 있어’라고 말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책 속에서 올리비아는 실제 이언 포크너의 누이 가족이 등장한다. 조카인 올리비아와 이안, 누나 부부, 그리고 고양이와 강아지가 등장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두 번째 남자 조카 윌리엄은 이 작품을 완성했을 당시 태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작품 속에서는 만날 수 없다. 이 점에 대해서는 책의 본문 앞쪽에 부친 작가의 말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진정한 주인공은 역시 올리비아다. 이 그림책을 그렸을 때 세 살이었지만, 이 책이 세상에 나왔을 때 여섯 살이던 조카 올리비아는 출판된 책을 학교에 들고 가서 반 친구들에게도 읽어주고 사인까지 해주었다고 한다. 즉 자신이 주인공(비록 돼지지만)인 그림책 덕분에 조카 올리비아도 스타가 된 셈이다. 한편 이언 포크너는 올리비아를 돼지 캐릭터로 그리게 된 동기를 묻는 말에 “돼지는 참 영리한 동물이니까요. 병아리보다는 돼지가 사람의 특성을 더 많이 가진 것 같아요. 개처럼 말이에요”라고 대답했다. 흔히들 하는, 돼지는 멍청하고 게으르고 식탐만 하는 동물이라는 편견이 이 작가에게는 없는 것 같다.

자신의 조카를 통해 생생한 어린이의 일상을 관찰한 작가가 그림책으로 옮겨놓은 조카의 일상 이야기에는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겪는 지극히 일상적인 사건과 그에 대한 생각이 투영되어 있다. 누나를 괴롭히는 남동생이 귀찮지만 가끔은 돌봐줘야 하는 아이의 상황, 어지르고 어수선하게 구는 아이들의 행동 패턴, 끊임없이 바뀌는 장래희망을 가진 꿈 많은 아이들의 심정이 담담한 이야기를 꾸려나간다. 내가 특히 좋아하는 장면은 끙끙거리며 다섯 권의 그림책을 들고 엄마에게 다가서는 올리비아의 모습이다. 잠들기 싫은 올리비아, 아직은 졸리지 않은 올리비아가 엄마에게 부탁한다. “오늘 밤에는 다섯 권만 읽어 주세요”라며. 하지만 엄마는 허리께에 두 손을 짚고 말한다. “안 돼, 올리비아, 딱 한 권만이야.” 그러자 올리비아는 애초 원하던 다섯 권을 네 권, 세 권으로 줄이며 엄마와 세 권으로 타협을 본다.

사실 아무리 아이가 예뻐도 다섯 권을 잠자리에서 읽어주는 것은 참 곤혹스러운 노릇이다. 올리비아의 엄마는 세 권을 모두 읽어주었는지 올리비아에게 이렇게 말한다. “넌 정말 엄마를 무척 지치게 하는구나. 그래도 엄마는 너를 사랑한단다”라고. 하긴 내 조카가 내게 “고모, 책 읽어줘”라고 부탁하는 순간, 나는 속으로 ‘아뿔싸, 올 것이 왔구나’ 하며 대단한 각오를 하게 된다. 이 책 저 책 읽어달라는 것이 너무 많다. 그래도 한동안 못 볼 때면 눈에 밟혀 많이 보고 싶지만 말이다. 어쨌든 여자 조카 올리비아를 위해 그림책을 그리게 되었다는 이언 포크너에게 나는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물론 내가 조카를 위해 그림책을 그리게 될 리는 없겠지만 말이다.

다재다능한 이언 포크너(Ian Falconer)


이언 포크너는 1959년 미국의 코네티컷 주에서 태어났다. 스탬포드(Stamford) 소재의 ‘롱 릿지 스쿨’을 다녔고, 14살 때는 가족과 떨어져 메사추세cm 주 소재의 케임브리지 스쿨 오브 웨스턴(the, Cambridge School of Western)에서 공부했다. 두 학교 모두 자유롭고 실험적이고 진보적이어서 이안은 그곳에서 예술적 관심을 키워나갈 수 있었다. 관용과 자유가 넘치는 분위기에서 10대를 보냈기 때문인지 이후 대학 공부를 하기 위해 들어간 뉴욕 대학교(New York University) 2학년 때 퇴학당하고, 파슨스 디자인 스쿨(Parson's School of Design)에서 공부를 지속한 뒤, 로스앤젤레스의 오티스 아트 인스티튜트(Otis Art Insititute)로 전학을 했다.

로스앤젤레스는 그야말로 그에게는 천사와 같은 곳이었다. 그곳에서 이안은 예술가로서의 경력을 쌓아나가기 시작했는데, 최초의 작업은 화가인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를 보조해주는 일이었다. 이처럼 호크니를 도와 오페라 무대를 꾸몄던 경력은 훗날에는 로스앤젤레스 오페라단의 <트리스탄과 이졸데>, 코벤트 가든의 <그림자 없는 여인>, 시카고 리릭과 샌프란시스코 오페라단의 <투란도트> 등의 오페라에서 무대 장치와 의상을 담당하는 데 기반이 되어주었다. 오페라 무대와 의상을 하는 동안, 이안은 고전, 무대 예술 등을 공부할 수 있었다.


5년간의 로스앤젤레스 생활을 접고 뉴욕으로 이사 간 이안은 뉴욕 발레단의 <스트라빈스키의 발레 음악들>과 보스턴 발레단의 <불새> 등에서 무대 디자인을 맡는 대형 작업을 계속해 나갔다. 더불어 그는 <뉴요커, The New Yorker>의 삽화 작업을 맡게 되었는데, 참고로 지금까지 그가 맡은 <뉴요커>의 표지는 무려 14건이나 된다고 한다.

예술을 사랑해서, 곧잘 자신의 작품 속에도 화가들의 작품을 삽입하곤 하는 이언 포크너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피카소와 마티스라고 한다. 조카의 크리스마스 선물로 만든 첫 번째 어린이 책 『그래도 엄마는 너를 사랑한단다』으로 칼데콧 아너상과 페어런츠 초이스상을 수상했을 뿐만 아니라 퍼블리셔스 위클리와 오프스프링에서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는 등 대성공을 거둔 이안의 캐릭터 ‘올리비아’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시리즈로 『서커스 곡예사 올리비아』『올리비아-잃어버린 인형』이 있다. 지금까지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활동하는 이언 포크너가 어린이 책을 직접 쓰고 그리면서 느꼈던 점은, 많은 경우 어린이 책이 어른들이 생각하는 아이들의 수준에 맞춰졌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우리나라 그림책 창작 붐과 관련해 작가들에게 생각할 것을 던져준다. 이언 포크너의 표현을 빌리자면, “어린이 책은 어른들의 생각과는 다른 영리한 존재인 어린이들의 조그만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표현해 내주는 기능을 담당해야 한다.”

돼지 올리비아, 서커스를 구하다


만약 내게 긴 막대를 타고 걸어가고, 어릿광대도 되고, 외바퀴 자전거도 타고, 외줄타기도 할 줄 아는 능력이 주어지고 딱 하루만 서커스 단원이 되어달라고 마법사가 제안을 하면, 나는 기꺼이 올리비아처럼 돼지가 될 것인가? 『서커스 곡예사 올리비아』를 읽으면서 든 생각이다. 사실 얼마 전 ‘태양의 서커스’ <퀴담, Quidam>을 통해 서커스를 가까이에서 처음 봤다. 워낙 튼실한 각본과 철저한 구성으로 서커스, 아크로바틱, 뮤지컬이란 장르를 총합하여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너도나도 황홀경에 빠졌던 두 시간이었다.

집으로 돌아온 이후에도 사 온 DVD를 보고, 음반을 들으면서 서커스의 아름다움을 음미했다. 아마도 이 책의 주인공 올리비아도 엄마와 남동생 이안과 함께 방학 동안 서커스를 구경했던 것까지는 사실일 것이다. 긴 방학이 끝나고 오랜만에 학교에 가면, 아이들은 그동안 어디를 갔고, 무엇을 했는지 떠벌리고 싶어한다. 일부는 사실이고 일부는 사실에 더해진 허구지만, 반 친구들 앞에서 일단 이야기를 시작하면 이야기는 양심의 한계선을 넘어서 허무맹랑한 거짓으로 부풀려지기 십상이다. 올리비아만 봐도 확인할 수 있다. 올리비아는 약간 허풍쟁이다.



동생들을 위해 팬케이크를 구워주었다고 자랑하며 엄마의 일손을 크게 덜어주었다고 너스레를 떨지만, 올리비아가 부엌에서 걸어 나오는 장면을 보면, 싱크대는 넘쳐나는 그릇과 여기저기 튀어있는 물로 엉망진창이다. 올리비아는 전형적인 여자애다. 그래서 멋없는 교복이 입기 싫어, 이 옷 저 옷(참고로 올리비아 옷은 죄다 빨간색이다. 물론 교복은 무채색이지만)을 꺼내 방 여기저기에 흩트려 놓았다. 리본으로 귀까지 묶고 치장하고 간 올리비아에게 방학 동안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는 것은 신바람 나는 일이다. 올리비아의 말에 따르자면, 올리비아가 서커스에 나가게 된 것은 극단 단원 모두가 귀가 아프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리비아가 단원들 대신 발탁된 것도 올리비아가 온갖 곡예를 할 줄 알기 때문이라니. 아이들의 낭만적인 허세가 개입하는 순간이다.



이야기는 코끼리의 머리 위에 올라간 올리비아를 보여주는 곳부터 올리비아가 실제 관람했을 서커스에 더해진 맹랑한 허풍이다. 겁도 없이 사자 조련사 올리비아가 되기도 하고, 공중그네 타기 곡예사 올리비아가 되기도 하고, 그 무거운 몸으로 트렘펄린 여왕이 되기도 한다. 올리비아가 신이 나서 떠드는 자신의 서커스 기예를 이언 포크너는 좌우로 펼친 네 면의 그림이 되도록 길게 보여준다. 그 장면을 말로 설명하자면 이렇다. 공중그네를 타고 점프를 한다(뒷장으로) 왼쪽 면을 펼치면, 그네에서 떨어지는 올리비아의 모습 밑으로 트램펄린 위에 올리비아의 그림자가 비친다. 그리고 다음 면에서는 무게를 감당 못하고 아래쪽으로 푹 꺼진 트램펄린이 보이고, 오른쪽 면에서는 탄성으로 트램펄린 위로 튕겨 오른 올리비아의 몸이 공중에 떠있는 장면, 그리고 오른쪽 면을 펼친 장면에서는 다시 트램펄린으로 떨어진 올리비아가 나온다.

이번에는 물리적으로 오른쪽 펼친 면을 접어야 한다. 그러면 어느새 트램펄린의 탄성에 힘입어 다시 공중그네에 거꾸로 매달린 올리비아를 보게 된다. 올리비아는 반 친구들 앞에서, 자신이 서커스 극단을 살려준 유명인사가 되었다고 자랑을 늘어놓지만, 이야기 마무리 부분에서 “그러고 나서 우리 아빠가 나를 ‘이야기 끝’이라는 배에 태워 데려갔어요”라고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을 보이지만, 올리비아의 너스레를 끝까지 참아내는 반 아이들과는 달리, 올리비아가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한 선생님은 “그게 사실이냐?”를 반복하며 올리비아가 자신의 허풍을 시인할 때까지 양심 고백을 받아내고자 한다. 그러나 배짱 좋은 올리비아가 순순히 인정할 리는 만무하다.



집으로 돌아온 올리비아에게 엄마는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묻지만, 거짓말을 숨기기 위해서인지 올리비아는 “별것 안 했어요” 하며 둘러댄다. 올리비아가 잠들 시간, 방의 불을 꺼주는 엄마는 올리비아에게 뛰지 말 것을 당부한다. ‘불까지 꺼놓고 왜 뛰지 말라고 엄마가 말했을까?’ 나는 잠시 이 엄마의 말이 이해 안 되었다. 그러다 뒷장을 넘기는 순간, 침대 위에서 껑충껑충 뛰는 올리비아의 모습을 통해 트램펄린 흉내를 내고 있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결국 올리비아가 반 아이들 앞에서 했던 여름 방학에 있었던 일 중 엄마와 함께 서커스에 갔던 것만은 확실한 듯하다.

이 책은 거짓말을 통해서라도,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하는 아이들의 심리가 잘 포착되어 있다. 어른들의 눈으로 보기에는 뻔한 거짓말이지만, 나서고 싶어하고 인정받고 싶어하는 아이들의 심리야말로, 보편적인 그네들의 정서 아니겠는가? 물론 올리비아만큼 허풍을 떨어서는 곤란하겠지만, 적당히 과장하는 것이야 이야기꾼으로서 아이들의 잠재 능력을 계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알고 속아주는 것, 그것이 습관이 되지 않도록 조절해 주는 것, 어른으로서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우리 어렸을 때를 생각해 본다면, 가끔은 진짜 속아주는 척 해주었던 어른들이 얼마나 고마웠던가!

잃어버린 장난감에 보이는 올리비아의 애정


이집트 사막을 낙타를 타고 여행하는 꿈을 꾸던 올리비아, 엄마가 올리비아를 깨운다. 침대를 유심히 보면, 올리비아 옆에는 올리비아가 가장 좋아하는 인형이 나란히 잠을 자고 있다. 엄마는 오늘 축구가 있는 날임을 올리비아에게 알려준다. 녹색 유니폼을 대고 거울을 바라보는 올리비아의 표정이 참으로 심술궂다. 올리비아는 종이에 빨간 유니폼을 그려서 엄마에게 빨간색 유니폼을 만들어 달라고 조른다. 엄마가 올리비아의 팀은 모두 녹색 유니폼을 입기 때문에 올리비아가 빨간색을 입으면 달리 보여 안 된다고 하자, 올리비아의 대답이 재미있다. “그게 바로 제가 원하는 거예요.” 하여튼 못 말리는 고집불통의 꼬마 돼지 아가씨 올리비아는 축구 연습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엄마가 재봉질을 빨리 끝내기를 서성이며 기다린다.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올리비아. 하지만 역시 어린애다. 올리비아는 기다리다 지쳐 자신의 인형, 페리를 유모차에 태우고 밖으로 나간다.



마침내 엄마가 눈에 틔는 빨간색 옷을 들고 올리비아 방으로 들어섰을 때, 불현듯 올리비아는 침대 위에 있어야 할 인형이 보이지 않는 것을 깨닫고 소란을 피운다. “내 인형 어디 있어?” 올리비아는 고래고래 소리를 질린다. 남 탓만 하면서 인형을 내놓으라고 소리치는 올리비아의 모습, 작가의 시선(독자의 시선)은 천장에서 아래를 바라보고 있다. 따라서 작가나 독자 모두 큰소리로 하소연을 하는 올리비아의 엄청나게 큰 입을 바라볼 수 있다. 이 대목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갑자기 커진 글자체다. 지금까지 글자체의 폰트보다 3배 정도 커졌을까? 이는 그에 비례해 올리비아의 목소리가 커졌음을 의미함은 설명할 필요가 없겠지만 말이다. 올리비아는 깔개를 들춰보고, 소파를 들어 올리고, 심지어 고양이까지 살펴본다. 동생 이안에게까지 트집을 잡는다. 한 술 더 떠 말귀도 알아듣지 못하는 윌리엄에까지 성질을 부린다.



그날 밤, 천둥이 치고 번개가 번쩍하는 무시무시한 분위기로 지금껏 하얀색이던 배경이 잿빛의 회색으로 변하고 만다. 올리비아는 괴기영화 속 한 장면에서처럼, 촛불이 흔들거리는 가운데, 피아노를 연습하고 있다. 그런데 어디선가 들려오는 으스스한 소리, 올리비아는 무섭지만 그 정체를 확인하고 싶은 심정으로 촛대를 들고 소리가 나는 곳을 찾아 나선다. 문 뒤쪽에서 들리는 이상한 소리. 올리비아는 덜덜 떨면서 문을 연다. 독자는 올리비아가 문을 여는 행위를 책장을 넘기는 행위로 참여하게 되는데, 뒷장을 넘기면, 창으로 들어온 옅은 빛이 만든 개의 그림자가 한쪽 벽에 커다란 그림자를 드리우고 으르렁거리는 제법 오싹한 그림이 펼쳐진다. 자, 이제 여기서 이언 포크너가 잘 쓰는 방법대로, 왼쪽 그림을 펼친다. 그럼 어떤 상황이 펼쳐지는지 그림으로서 설명(묘사)된다. 왼쪽 책장을 넘기면, 번쩍번쩍, 창문 밖으로는 번개가 여전히 치고, 개 한 마리가 올리비아가 가장 좋아하는 인형을 씹어서 여기저기 동강난 인형이 널브러져 있다.



다음 장면, 아마 아침일 듯싶다. 올리비아는 엄마, 아빠에게 망가진 페리 인형을 보여주며 눈물을 뚝뚝 흘린다. 개가 엉망으로 만들어 놓았다면서, 자신이 가장 아끼는 페리를 전처럼 해놓으라며 떼를 쓴다. 아빠는 울고불고하는 올리비아를 달래려고 세상에서 가장 크고 멋진 장난감 상점으로 데려가겠다고 말한다. 안심한 올리비아, 하지만 페리는 여전히 올리비아가 가장 좋아하는 인형이다. 그리고 지금껏 본 올리비아 시리즈에서 가장 진지하고 신중한 올리비아의 모습을 독자들은 만나게 된다. 망가진 인형 페리를 고치는 올리비아의 모습, 비록 여기저기 엉성하게 실로 기운 모습이라 우스꽝스러운 솜 인형 페리가 되었지만, 올리비아는 자신이 좋아하는 빨간 리본까지 페리 머리에 달아준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인형, 페리를 안고 자는 올리비아의 사랑스러운 모습, 어떻게 미워할 수 있을까? 예순이 넘으신 필자의 어머니에게도 『올리비아: 잃어버린 인형』을 보여드렸더니, 그림에 생동감이 있고, 올리비아가 천진난만해서 좋다고 하신다. 좋은 그림책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누구나 사랑하게 되는 법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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