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⑦『로마인 이야기』, 나는 이렇게 읽었다 -『로마인 이야기』가 준 선물

사실 『로마인 이야기』에 도전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한 권의 책도 제대로 읽을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운 형편에서 열한 권(내가 읽을 당시에는 11권까지만 간행되어 있었다)을 몽땅 읽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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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로마인 이야기』에 도전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한 권의 책도 제대로 읽을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운 형편에서 열한 권(내가 읽을 당시에는 11권까지만 간행되어 있었다)을 몽땅 읽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로마인 이야기』를 가방에 집어넣고 외국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읽기 시작하면서 사정이 바뀌었다. 일단 첫 권을 단숨에 읽고 그날 밤부터 서울로 돌아오기까지 주제발표 한 시간을 빼고는 『로마인 이야기』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틈만 나면 읽으면서 일주일이 되지 않아 모두 읽고 말았다.

“로마는 세상을 두 번 통일했다. 한 번은 영토를 통일했고 또 한 번은 법률로 통일했다”라는 말이 있다. 법학도로서 민법이나 법학의 주요 개념과 용어가 로마법에서 유래하였다는 사실을 배우게 되었다. 그러나 『로마인 이야기』를 읽으면서 로마는 법률이 아니라 더 세세한 ‘매뉴얼 국가’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느 사소한 일까지 모두 규정에 맞도록 하게 되어 있었던 것이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위대한 장군이었지만 그가 죽으면서 대제국 마케도니아도 멸망하고 말았다. 그러나 로마의 장군이 전투 중에 죽어도 로마군은 끄떡없었다. 왜냐하면 그 다음 지휘자로서 계승할 사람이 누구인지 다 정해져 있었고, 전투와 행군, 숙영의 모든 방법이 세밀히 정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로마인 이야기』를 읽으며 또 하나 전율한 것은 바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전통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한 황제는 노예와 함께 돌을 등에 지고 로마의 언덕을 오르내렸으며 또 다른 황제는 평생 변방의 전투지역이나 식민지역을 돌아다니며 군인들을 위로하고 수비태세를 살폈다. 전쟁이 일어나 함선을 만들고 전쟁비용을 위해 돈이 필요할 때 로마의 유력자와 원로원 의원들은 기꺼이 국채를 사 전쟁비용을 댔고, 자신의 자식을 기꺼이 전쟁에 내보냈다. 호화로운 궁전에서 사치생활을 하다가 반미치광이가 되어 로마를 불태우며 기뻐한 ‘네로 황제’를 연상한 필자로서는 전혀 상상하지 못한, 황제와 귀족과 유력층의 헌신과 봉사, 기부와 희생의 수없는 사례와 문화, 전통을 보면서 로마가 천 년을 넘게 존속한 이유를 확연히 짐작할 수 있었다.

어디 그뿐인가. 작은 도시국가 로마에서 점차 이탈리아 반도를 통일하고 나아가 오늘의 프랑스나 이베리아 반도, 독일을 포함한 게르마니아 지역, 영국까지 점령하는 과정에서 로마는 복속된 주민을 지속적으로 포섭하고 포용해나갔다. 속주의 지배계층은 로마의 원로원으로 포섭되었고 심지어 그 가운데 황제가 된 사람도 여럿 있었다. 이런 포용의 정책 속에서 로마는 고대 지중해와 대서양의 거대제국을 건설하며 보편적 세계질서를 형성했던 것이다.

로마는 사실 2천 년 전, 까마득한 옛날에 존재했던 고대왕국이다. 그러나 그때 꽃피운 문명과 인류의 지혜는 오늘날과 비교해보아도 별로 손색이 없을 정도다. 『로마인 이야기』에는 천 년을 지속한 거대한 국가, 강성한 제국의 건국과 성장, 쇠퇴의 모든 이야기가 담겨 있다. 과거는 미래의 거울이라고 역사학자 E. H 카는 이야기했다. 로마 제국은 바로 우리의 현실과 미래를 비추는 거울이라는 사실을 『로마인 이야기』는 가르쳐주고 있다. 이제 제15권까지 출간되었다니 나머지 책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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