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어렵사리 한 자리를 구했다. 주변에 자리한 쌍쌍의 연인들에게서 다소 안됐다는 느낌의 눈빛이 강렬하게 전해져 오지만, 신해철 씨에게 배운 걸 써먹는다. 그러든지 말든지.
정말 오랜만에 이름을 드러낸 이소라. 그녀가 2년 만에 소극장 무대에 선다기에 인터뷰를 하고자 섭외에 나섰다. 그러나 이번에는 언론에 사전노출을 꺼린다는 매니저의 말만 되돌아왔다.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니, 그녀가 삭발을 했다는 둥 소문이 흉흉하다. 감성적인 면에 다소 변수가 많기로 유명한지라, 그저 공연이 예정대로 진행되길 기대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공연을 보려고 했더니 티켓이 매진이다. 역시 업계 측의 말을 들어보니, 예매 시작과 함께 그야말로 숭숭 빠져나갔다고 한다. 그러나 이소라를 꼭 만나야만 했다. 계기가 됐든, 결과가 됐든, 어떤 형태로든 내 인생을 바꿔놓은 그녀가 아니던가.
아주 어렵사리 한 자리를 구했다. 주변에 자리한 쌍쌍의 연인들에게서 다소 안됐다는 느낌의 눈빛이 강렬하게 전해져 오지만, 신해철 씨에게 배운 걸 써먹는다. 그러든지 말든지. 드디어 무대가 열리고 역시나 검은 드레스를 입은 이소라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한마디 말없이 ‘tears’ ‘가을시선’ ‘기억해줘’가 이어지자 객석은 반가움도 잊고 그대로 무대에 빠져든다. 그리고 이어지는 익숙한, 그러나 애절한 멜로디 ‘처음 느낌 그대로’, 여기저기서 눌러놓은 듯한 신음소리가 터진다. “같이 할까요? 너무 우울해지는 것 같아.” 이런… 노래를 따라 부르다 무대가 열린 지 15분 만에 혼자 앉아 울고 말았다.
2005년 경희대 콘서트 때 (사진 출처: 좋은 콘서트)
해맑은 미소를 머금은 이소라는 1층, 2층, 베란다 석까지 시선을 건네며 손을 흔들어 인사한다. 공연은 물론이고 사람을 만난 일도 무척 오랜만이라서 무척 떨고 있단다. 그리고 아주 짧은 머리를 매만지며, 처음엔 정말 파르라니 깎은 머리였다고 쑥스러운 미소를 건넨다. ‘예쁘다’ ‘멋지다’ ‘괜찮다’ 등의 괴성이 여기저기서 쏟아진다. 진정한 인기는 공백기간이 있어도, 그 시간에 뭘 해도 사그라지지 않는 것이다. “소극장 무대가 마음은 오히려 넉넉한 것 같아요. 좀 못해도, 틀려도 괜찮다고 스스로 용서하는 거지.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아요. 내가 스스로 느껴”라고 말한 이소라는 ‘겨울, 이별’ ‘아로새기다’ ‘쓸쓸’을 점점 안정된 톤으로 노래했다.
“지금 준비하는 노래 두 곡은, 제가 쓴 가사지만 항상 어떤 소절을 노래할 때면 눈물이 나요. ‘다른 사람 친한 그댈 미워하는 나의 사랑이 모자랐나요 늘 생각해요’ 무슨 마음인지 알겠죠? 사실 사랑이 너무 깊어서 그런 건데, 사랑이 깊은 게 또 모자란 것이기도 하더라고요”라며 ‘믿음’과 ‘제발’로 모두의 눈시울을 또다시 적신다. 그렇다, 이소라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바로 그녀가 써 내려간 가사에 가장 공감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너무나 깊은 사랑, 언제나 하나고 영원하며 식지 않는, 처음 느낌 그대로의 사랑. 그러나 사랑에 대한 그 같은 믿음이 결국은 사랑을 더욱 힘들게 한다는 것을, 그 이해할 수 없는 모순을 아는 것이다.
한참 우울하던 무대는 연인이라면 누구나 함께 불러봤을 ‘그대 안의 블루’가 이어지면서 활기를 되찾는다. 오늘의 초대손님은 작곡가로 더 유명한 가수 심현보. 김현철 씨가 상태 좋을 때 썼던 노래라 남자 키가 아주 높다며, 김현철 씨도 지금은 제대로 못 부를 거라 우기고는 분위기를 한껏 띄워놓고 사라졌다. 덕분에 2부 무대는 좀 더 화사하다. ‘랑데뷰’와 ‘comedy’를 부르며 객석을 누비는 이소라. 나이가 드니까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다며 2, 3층까지 가지 못하는 걸 아쉬워한다.
이번에는 멤버 소개. 더 스토리의 이승환(피아노)이나 브레멘의 임헌일(기타) 등 각각 왕성히 활동하는 그들을 위한 즉흥 장기자랑이 시작됐다. 모두 손사래를 치며 뺐지만 결국 이소라의 입담에 걸려 피아노에서 기타, 베이스, 드럼, 퍼커션, 키보드, 다시 피아노로 돌아가며 멋진 기량을 선보였다. 태연한 척하지만 속으로는 한껏 긴장하며 자신의 순서에 맞춰 레퍼토리를 구성했을 그들의 맘을 생각하니 한편으로는 안타까웠지만, 덕분에 객석에서는 맘껏 웃을 수 있었다. 또 몇 마디 말로 무대를 재밌게 이끌어가는 이소라의 진행 솜씨는 여전히 녹슬지 않았다는 생각에, 다시 방송활동을 재개했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본다.
이제 무대는 끝을 향해 가고 있다. 특유의 웃음소리로 호탕하게 웃어대던 그녀도 마음을 가라앉히고 이승환(더 스토리)이 작곡한 ‘이제 그만’과 ‘아멘’을 노래한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마지막 무대는 ‘데이트’와 ‘청혼’, 그리고 ‘첫사랑’을 끝으로 객석과 함께 환하게 마무리 지었다. 덕분에 이번 공연은 전체적으로 화사한 느낌이 강하게 남았다.
상처는 치유되는 것일까? 시간이 얼마나 지나면… 무엇에 의해서… 재작년 경희대에서 했던 이소라 콘서트를 보고 혼자 심각하게 걱정했던 일이 있다. 당시 발매됐던 6집의 분위기도 그렇고, 종종 방송을 펑크 내는 일도 잦았고, 콘서트에서 전해진 그녀의 느낌도 너무 우울했기 때문이다. 나의 이 같은 고민에 한 평론가가 말했다. “별일 없을 거예요. 왜냐면 이소라 씨는 ‘노래’를 하잖아요.” 그래, 그녀는 노래로 자신의 혼란스런 마음을 토해내는 것이리라. 그리고 2년 만에 만난 그녀는 확실히 평화로워 보인다. 여전히 밖으로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지만, 삭발을 감행했지만, 이것 역시 치유의 한 과정일 것이다.
밀란 쿤데라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인간의 시간은 원형으로 돌지 않고 직선으로 나아간다. 행복은 반복의 욕구이기에 인간은 행복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상처를 치유한다’는 것이 삶의 이 같은 모순을 이해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저 삶에는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모순이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 아닐까. 소극장 무대에서 만난 이소라에게서는 오래전 코엑스 무대에서 봤던 분노나 경희대에서 봤던 우울함이 많이 옅어진 느낌이다. 그래서일까? ‘사랑은 비극이어라/그대는 내가 아니다/추억은 다르게 적힌다’라고 읊조리는 ‘바람이 분다’를 들으면서도 이제는 살며시 미소를 머금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이소라는 언젠가부터 봄의 초입에 항상 콘서트를 연다. 나 또한 봄날의 그 공연 때마다 그녀와 함께 분노하고 좌절하며 지내왔다. 그리고 어김없이 또 봄이다. 이소라의 ‘봄’ 노랫말처럼 ‘한 살이 또 늘었지만, 그래도 다행인 것은 그대도 그렇다는 것.’ 그래, 모두 이렇게 치유되는 것인가 보다. 곧 발매될 이소라의 7집 앨범이 기다려진다. 이번에 그녀는 어떤 노랫말로, 어떤 감성으로, 사랑의 그 깊은 울림을 노래할까…?
이번 이소라 콘서트는 가수 싸이가 대표로 있는 PSY 엔터테인먼트에서 기획했다. 티켓 값은 단돈 3만3천 원. 공연 티켓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요즘, 이소라처럼 존재감 있는 가수의 콘서트를 이런 가격에 만날 수 있다니,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조명을 제외하고 특별한 무대장치는 없었지만, 그래서 그녀가 노래 부를 때 짓는 격한 표정을 화면 등을 통해 읽을 수 없어 아쉬운 감도 있었지만, 부디 이런 멋진 공연이 많아지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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