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연재종료 > 우리, 로마인 이야기를 말하다
③ 작가의 말 - 진정 로마인을 알았다
왜 로마사를, 그것도 열다섯 권씩이나 썼느냐고 묻는다면,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아주 간단하다. ‘역사를 쓰는 법’이나 ‘현세에 대한 문제의식’과는 전혀 관계없이, ‘소박한 의문’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이 발단이었기 때문이다.
왜 로마사를, 그것도 열다섯 권씩이나 썼느냐고 묻는다면,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아주 간단하다. ‘역사를 쓰는 법’이나 ‘현세에 대한 문제의식’과는 전혀 관계없이, ‘소박한 의문’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이 발단이었기 때문이다. 로마사라고 말하면 ‘쇠망’이라는 말이 돌아온다. 그것이 지금까지 일반적인 경향이었다.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의 영향이 아닐까 싶지만, 내 첫 번째 의문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쇠망했다면 그전에 우선 융성했어야 할 텐데, 왜 융성기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쇠퇴기만 문제 삼는가 하는 의문이었으니까.
그래서 우선 로마는 왜, 어떻게 해서 융성했는가를 알고 싶어졌다. 이 시기를 다룬 부분은 제1권부터 제5권까지인데, 이 다섯 권에서 묘사된 로마는 전쟁만 하면서 지내지만, 그렇기에 로마사에서는 ‘고도성장기’이기도 했다. 처음에는 왕정이지만 그 후 오랫동안 공화정 체제로 일관한 시대이기 때문인지, 이 ‘공화정 로마’를 다룬 근현대의 역사서와 연구서는 방대한 수량에 이른다. 프랑스 혁명의 영향인지, 근현대의 역사가와 연구자들은 공화정 시대의 로마를 선호하는 모양이다.
그 때문인지 공화정에서 제정으로 이행하자마자 일반 독자용 역사책에서 학술 연구에 이르기까지 모든 자료가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격감한다. 무엇 때문일까 생각해보았는데, 제정 로마 시대는 정치사의 통념에서 벗어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왕정에 이어 귀족정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원로원 주도의 공화정을 거친 뒤에는 민주정으로 나아가는 것이 정치사의 통념인데, 원수정이나 군주정이 되어버린 로마는 역사의 역행-바꿔 말하면 보수 반동-으로 여겨졌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시대에 살고 있다. 정치 이데올로기의 무력함을 알아버린 시대의 사람이다. 정치사의 통념 따위는 무시하고, 일반 사람들에게 선정이었느냐 악정이었느냐만 문제 삼으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원수정인 제정 시대를 지금처럼 소홀히 다루는 것은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도 이 시대는 융성기에 얻은 열매를 오랫동안 널리 맛보았다는 의미에서 로마 역사상 ‘안정성장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역사에 나타났다 사라져간 국가는 대부분 융성한 뒤에는 곧 쇠퇴하기 시작한다. 융성기와 쇠퇴기 중간에 오랜 안정성장기까지 누렸던 나라는 드물다. 그 때문인지 장수를 누린 국가에는 어김없이 안정성장기가 있다.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의 베네치아 공화국도, 고대 로마 제국도.
제정 로마의 두 번째 특색은 ‘팍스’(평화)를 달성했다는 것이다. ‘팍스 로마나’는 ‘로마에 의한 국제 질서’였다. 게다가 로마가 주도하는 이 평화는 오랫동안 넓은 제국 전역에 걸쳐 유지되었으니까 대단하다. 유럽과 북아프리카와 중동에서 200년 동안 전쟁이 없었다니, 그 후 2천 년이 지난 지금도 그것을 생각하면 한숨이 나온다. 이 ‘팍스’가 왜 어떻게 실현되었는지를 아는 것이 목적인 이상, 정치체제가 제정이라도 상관없다고 나는 생각했다.
여기에 빛을 비춘 것이 제6권부터 제10권까지 다섯 권이다. 다만 ‘로마에 의한 국제 질서’의 ‘아이디어 맨’은 율리우스 카이사르기 때문에, 그를 따로 떼어놓고는 이야기가 진전되지 않는다. 로마 제정을 알려면 카이사르를 다룬 제4권과 제5권도 반드시 읽어야 한다. 카이사르는 로마사가 공화정에서 제정으로, 즉 ‘고도성장기’에서 ‘안정성장기’로 이행하는 과정을 엮어낸 ‘연출자’였기 때문이다. 로마인들 자신도 사실상 최초의 로마 황제는 카이사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수에토니우스의 『황제 열전』도 카이사르부터 시작된다.
마지막 3분의 1은 제11권부터 시작하여 제15권으로 끝나는 시대인데, 여기서 비로소 로마사라면 반드시 머리에 떠오르는 쇠망의 시대에 다다른다. 로마의 쇠망을 논한 역사서나 연구서는 그야말로 바닷가의 모래알만큼 많지만, 황당무계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을 제외하면 그 모든 것이 다소는 옳다. 그것을 주워 모으면 로마가 쇠망한 요인을 손쉽게 알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한 번뿐인 인생을 남의 업적이나 주워 모으는 작업에 소비할 마음은 나지 않았다. 그래서 이 마지막 다섯 권에서는 특히 ‘왜’보다 ‘어떻게’ 쇠망해갔느냐에 중점을 두어 쓰기로 했다.
한 나라의 ?사도 한 사람의 생애와 비슷하다. 어떤 사람을 철저히 알고 싶으면 그 사람이 태어나 죽을 때까지 평생을 더듬어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내가 탄생에서 사망까지를 추적하는 이른바 통사(通史)를 쓴 것은 두 번째다. 『바다의 도시 이야기』라는 제목의 ‘베네치아 공화국 역사’가 첫 번째였고, 이 『로마인 이야기』가 두 번째다. 하지만 이 두 나라의 역사는 1천 년이 넘는 장수를 누렸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동시대의 다른 나라나 후세에까지 막대한 영향을 주었다는 점에서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다르다. 『바다의 도시 이야기』는 두 권으로 끝낼 수 있었는데 『로마인 이야기』는 열다섯 권이나 되어버린 이유는 바로 그것이다. 아니, 적어도 열다섯 권은 쓰지 않으면 로마 역사를 쓸 수 없었다.
나는 나 자신이 로마인을 알고 싶다는 생각에서 『로마인 이야기』를 썼다. 다 쓰고 난 지금은 진심으로 ‘로마인을 알겠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독자들도 다 읽고 나서 ‘알겠다’고 생각해준다면, 나에게 그보다 더 큰 기쁨은 없을 것이다. 책이란 저자가 쓰고 출판사가 만들고 그것을 독자가 읽어야만 비로소 성립되는 매체지만, 이 삼자를 연결하는 붉은 선이 바로 ‘마음을 공유하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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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오노 나나미> 저/<김석희> 역13,950원(10% + 5%)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구축한 세계제국 로마! 시공을 관통한 고대 1천년의 흥망성쇠를 통해 20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근원적 좌표를 낱낱이 주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