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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가 필요해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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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자주 업데이트할 수 있는지, 그런 사소한 기약도 없이 운영자 레터라는 코너를 연 것은 바로 여러분과 대화하고 싶어서입니다

1. 4월 24일 화요일에 오래간만에 'PD 수첩'을 봤습니다. <버지니아 외톨이는 왜 대참사를 일으켰나?>라는 제목으로 이번 버지니아 공대 사건을 심층 취재한 내용이 방송되고 있더라구요. 조승희의 초등학교 친구가 기억하는 그의 어린 시절 모습은 똑똑했고, 수학을 잘 했으며, 숙제를 잘 해오는 성실한 학생이었습니다. 다만 세탁소일로 정신 없이 바쁜 그의 어머니가 걱정을 할 만큼 지나치게 말이 없었다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었습니다. 조승희의 친구는 취재진에게 조승희 이야기를 하면서 결국 울어버렸어요. “중학교에 가서도 내가 계속 연락하고 얘기했더라면 과연 그런 일을 저질렀을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아팠던 거지요.

문득 조승희가 십 년 넘는 시간 동안 키웠을 마음 속 괴물을 상상해 보았습니다. 입 밖으로 채 나가지도 못한 채 조금씩 커 나갔을 불만과 분노 그리고 추상적인 원망들. 표현되지 못했으니 누군가의 공감도, 이의도 없이, 교정도 없이 제 멋대로 자라났을 감정들, 그 괴물. 걷잡을 수 없이 커져버려 이제 자신을 키워준 숙주마저 삼켜버린 그 무서운 괴물을 다스릴 수 있었을 채찍은 어쩌면 대화가 아니었을까요?

2. 우리집엔 네 살 짜리 꼬마가 한 명 있습니다. 엄마가 아침에 출근을 해야 하는 터라, 7시 20분에는 일어나 옷을 입고 꼬마를 돌봐줄 할머니 집으로 가야 합니다. 그 꼬마는 아침잠이 많아 “아침이네, 일어나서 할머니집에 가야지”하는 엄마의 말에 한 번에 일어나질 않습니다. “싫어, 더 잘래”하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고, 할 수 없이 억지로 옷을 입히려 하면 으앙, 하고 울어버립니다. 그래서 엄마는 지각을 자주 합니다.

그 날도 꼬마는 완강하게 버티며 일어나자,라는 엄마의 말에 반항하듯 애써 눈을 꼭 감고 있었습니다. 엄마는 그 꼬마와의 대화를 시도해 보았습니다. “세민아, 세민이가 지금 일어나서 옷을 입지 않으면 엄마가 회사에 늦어. 그러면 엄마, 회사에서 혼 나. 세민이는 엄마가 회사에서 혼났으면 좋겠어?” 세민이라는 이름의 그 꼬마, 눈을 꼭 감고 씩 웃으며 “아니…”라고 얘기합니다. “세민아, 엄마 도와줘. 엄마 지각하는 거 싫으니까 지금 일어나서 할머니 집에 가자.” 그 꼬마, 벌떡 일어나더니 손수 옷을 입기 시작하네요. 네 살 박이 꼬마도 대화를 통해 서로의 생각을 확인하고 조율하는 것이 더 괜찮아 보였던 것이지요 . 무작정 일어나서 옷 입자가 아니라 엄마가 지금 이런 상황에 있으니 도와달라며 손을 내미니까 즐겁게 그 손을 잡아준 것입니다. 이게 바로 대화의 힘 아닐까요?

3. 얼마나 자주 업데이트할 수 있는지, 그런 사소한 기약도 없이 운영자 레터라는 코너를 연 것은 바로 여러분과 대화하고 싶어서입니다. 뭐 대단한 이야기를 할 만한 깜냥도 없고,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줄만한 재치도 없지만, 채널예스를 방문하는 여러분과 그냥 대화라는 것을 하고 싶습니다. “있잖아, 이번에 이런 행사를 할거야. 난 너희들이 이런거 좋아할 거 같아서 준비했어. 어때? 마음에 들어?” “요즘 그 책이 많이 읽힌다더라. 사실 난 그 책보다 이 책이 좋은데.. 왜 이 책이 더 좋냐면 말이지….” “너희들이 읽고 싶은 글은 뭐야?” ….

멍청하고 바보같이 보일 만큼 대화라는 명목으로 하찮고 소소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분이 비웃더라도 전 아랑곳하지 않고 시작합니다. 왜냐하면 대화를 통해 제가 점점 멋있어지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채널예스, 이 공간도 자꾸 자꾸 오고 싶은 곳이 되리라는 것도요. 대화의 힘은 그만큼이나 강력합니다. 그렇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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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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