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벤트가 마감되었습니다. 5월 11일 예정되었던 당첨자 발표가 5월 15일에 있을 예정입니다.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장애인 친구들 안녕? 나는 작가 고정욱이야. 누군지 잘 모르겠다고? 그러면 내가 쓴 책 가운데 가장 유명한 책을 하나 소개할까? 옛날에 MBC 텔레비전 <느낌표>라는 프로그램에서 선정된 『가방 들어주는 아이』야. 아하, 저기 저 친구 고개를 끄덕이는군. 맞아. 그 작품을 내가 썼어. 혹시 안 읽은 아이들을 위해서 내용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장애인 친구의 가방을 날마다 들어주게 된 석우가 친구의 고통과 아픔을 진심으로 느끼게 된다는 이야기야. 장애의 설움은 너무나 커서 비장애인 친구까지도 마음이 아프지.
그 밖에도 『아주 특별한 형』에서는 뇌성마비 주인공을 등장시켜서 중증 장애인들이 얼마나 이 세상을 꿋꿋이 살아가는가를 보여주었지. 유명한 피아니스트 희아를 다룬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휠체어에 비스듬히 누운 채로 그림 그리는 윤석인 수녀님 이야기 『누워 있는 피카소』 등이 다 내 작품이야. 그러면 눈치 빠른 친구들은 지금쯤 짐작할 수 있을 거야. 내가 장애를 소재로 하거나 주제로 한 작품만 쓴다는 사실을.
맞아. 나는 그런 작품을 주로 쓴단다. 그러면 또 궁금해지지? 이유가 뭘까 하고…. 내가 장애를 다루는 작품만 쓰는 이유를 말해줄게. 그건 바로 내가 장애인이기 때문이야. 무슨 장애냐고? 지금은 예방주사가 잘 개발되어 없어진 질병인 소아마비를 앓은 1급 지체장애인이란다. 그래서 난 내 의지로 단 1미터도 걸어보지 못하고 혼자 서지 못하는 삶을 살고 있어. 걷는 것이 일상인 비장애인은 그 느낌이 어떤지 상상도 할 수 없을 거야. 물론 장애인 친구들은 조금 짐작할 수 있겠지. 나는 장애가 있음에도 일반학교에 다녔고,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해서 박사 학위까지 받았어. 1992년에는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되어 오늘날까지 글을 쓰는 작가의 길을 걷고 있단다.
소설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어린이를 위한 동화를 많이 발표했지. 내가 동화를 쓸 때 거의 모든 작품에 장애인이 등장해. 주제도 대부분 장애인을 위한 것이야. 이처럼 장애에 관련된 동화를 쓰게 된 이유는 내가 장애인인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이 세상을 장애로부터 자유로운 곳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야. 그것은 이 세상을 향해서 끊임없이 싸우고 도전해왔던 내 삶의 작은 결론이기도 해. 나의 삶은 그야말로 장애로 인한 고통의 역사였단다. 대학 입시를 준비하던 고등학교 3학년 시절, 나는 의대 입학을 꿈꾸었지만 대학에서 장애인은 받을 수 없다고 거부당했지. 취직을 하려고 해도 장애가 있다고 안 뽑아주었어. 결혼을 하고 싶어도 장애가 있다고 아무도 거들떠보지도 않았고(하지만 오해는 마. 나는 지금 세 아이의 아빠니까.)
그러한 세상을 향해 나는 끊임없이 싸웠단다. 하지만 이룬 결과는 여전히 미미해. 그 점은 장애인 선배로서 항상 미안하게 생각해. 아직도 장애인은 버스를 타고 마음껏 원하는 곳을 갈 수도 없고, 지하철을 이용하기도 어렵지. 앞에서도 말한 취직, 결혼, 교육…,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문제도 해결될 기미를 거의 보이지 않고 있어. 그래서 내가 생각해낸 것이 바로 글로써 세상을 바꾸자는 거였어. 어린이들이 장애 문제를 진지하게 바라보고, 장애인을 친구로 받아들이게 하면 그 아이들이 주인이 되는 미래의 세상은 분명히 지금보다 좋은 세상일 거라 여겼지. 그래서 나의 작품이 속속 태어나기 시작했어.
이번에 출간한 개그맨 윤정수 아저씨의 이야기 『그래 이제 웃는 거야』(작은씨앗)도 비장애인인 아저씨가 청각 언어 장애인인 엄마와 아빠 밑에서 자라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훌륭한 어른으로 성장한 이야기란다. 윤정수 아저씨는 장애가 없지만 엄마 아빠가 장애인이기 때문에 장애의 고통을 함께 느끼며 살아온 거지. 그런 아저씨는 우리 장애인 친구들에게 위안이 되는 소중한 사람이야. 사고뭉치에 개구쟁이인 아저씨 이야기가 배꼽을 잡게 하지만 눈물나도록 슬프기도 해. 요즘 나는 정말 열심히 작품을 쓰고 정말 최선을 다해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나의 사명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래서 오늘도 열심히 작품을 쓴단다. 하지만 두려움도 있단다.
아무리 내 책을 읽은 어린이들이 장애인에 대한 편견 없이 이 세상을 이끌어 가려 해도 그 어린이들을 키우고 교육하는 부모들은 여전히 장애에 대해 편견을 지녔기 때문이야. 백지상태의 아이들 마음에 편견이나 냉대의 어두운 색을 칠해버리면 어쩔까 걱정돼. 이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더 개선하는 일은 나 한 사람의 노력만으로 되는 게 아니야. 이 크고 넓은 사회 전체가 함께 변화, 발전해야 하기 때문이지. 그러려면 이 편지를 읽는 장애인 친구들도 나를 도와줘야 해. 당당하게 밖에 나가고, 친구를 사귀고, 열심히 공부하고,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최선을 다해야 하는 거야. 그럼으로써 비장애인들이 장애인에 대해 이렇게 생각하게 해야 해. ‘아, 장애인들은 참 좋은 사람들이야. 열심히 살려고 애써. 저 사람들을 내 친구로 만들어야지.’ 많은 장애인 친구들이 노력하고 도와줘서인지 세상은 조금씩 변화하고 있어. 동료 작가들도 하나둘씩 장애를 소재로 한 작품을 써내고 있지.
서점에 나가 봐도 장애인을 다룬 감동적인 작품이 많아. 그러니 나도 힘이 나고 외롭지 않단다. 내가 아니어도 다른 작가들이 부지런히 이 세상 편견과 싸워 줄 테니까 말이야. 장애를 가진 친구들도 마찬가지야. 우리 주위의 작은 어려움에 좌절하지 않고 굳세게 싸워나가길 바랄게. 나부터 변하지 않으면 세상이 바뀌지 않기 때문이야. 더 이상 울거나 희망과 용기를 꺾어선 안 돼. 삶의 목표를 갖고 날마다 기쁘게 살아가야 해. 왜냐고? 나의 삶은 최고로 소중한 것이기 때문이야. 장애가 있건 없건. 사랑하는 장애인 친구들. 이제 우리는 헤어질 시간이야. 하지만 너무 섭섭해하지는 마. 내 책을 펼치면 언제든 거기에서 우리는 만날 수 있으니까. 그럼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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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편지를 쓰신 고정욱 선생님은 성균관대학교 국문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문학박사입니다. 어려서 소아마비를 앓은 선생님은 1급 지체 장애인으로 휠체어를 타지 않으면 움직일 수 없습니다. 하지만 현재 한국장애인연맹(DPI) 이사로 장애인이 차별 받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이 당선되어 작가가 되었고, 최근에는 장애인을 소재로 한 동화를 많이 발표했습니다.
● 개그맨 윤정수의 감동 다큐 동화 『그래, 이제 웃는 거야』
『그래, 이제 웃는 거야』는 청각장애를 가진 어머니를 위해 꿈을 이룬 ‘개그맨 윤정수’의 말썽쟁이 어린 시절 이야기를 토대로 그려낸 다큐멘터리 동화입니다. 부모가 장애인이어도 얼마든지 좌절하지 않고 멋지게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개그맨 윤정수 아저씨의 이야기는 이 땅의 수많은 어린이들이 본받아도 좋을 모범적인 모습입니다. 장애를 가진 이웃들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바로 잡을 수 있게 해주며,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소중한 계기가 되어 줄 것입니다.
● 그동안 알지 못했던 개그맨 윤정수 아저씨의 어린 시절 이야기
텔레비전을 통해서 항상 웃는 모습만 보아오던 윤정수 아저씨의 지금 모습과 꼭 닮은 어린 시절 사진과 함께, 주유소에 불을 낼 뻔 했던 아슬아슬한 경험, 머리에 붕대를 감고 학예회 발표장에 섰던 이야기 등 개구쟁이 시절 이야기들이 재미있게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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