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이유 없어!"라는 말의 의미
“아~~무 이유 없어!”라는 죄민수의 유행어를 들으면 맥이 풀립니다. 벌써 저 소리가 클리셰가 되어 버렸구나. 전 사람들이 혁명가적인 뜨거운 감정을 담아 ‘아무 이유 없어’를 외쳐댔던 당시를 기억합니다.
“아~~무 이유 없어!”라는 죄민수의 유행어를 들으면 맥이 풀립니다. 벌써 저 소리가 클리셰가 되어 버렸구나. 전 사람들이 혁명가적인 뜨거운 감정을 담아 ‘아무 이유 없어’를 외쳐댔던 당시를 기억합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아무 이유 없어’ 또는 ‘아무 의미 없어’는 꽤 의미 있는 선언이었어요. 유익한 선언이기도 했고요.
수많은 예술가에게 그건 정말로 진실을 담은 설명이었습니다. 잭슨 폴락에게 “당신 그림은 무엇을 의미하는 거예요?”라고 묻는다면 그에 대한 가장 의미 있는 답변은 “아무 의미 없어!”일 것입니다. 실제로 많은 예술작품은 문장으로 완성할 만한 의미가 없습니다. 베토벤의 5번 교향곡이 ‘운명이 문을 두드린다’라는 의미를 위해 만들어졌나요? 그 작품이 과연 그런 의미를 담고 있습니까? 마찬가지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가 어떤 의미가 있는 작품인가요? 그런데도 사람들은 끊임없이 의미를 캤습니다.
안전한 구상화의 영역을 떠난 20세기 미술가들은 툭하면 그런 질문을 받았죠. “이게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작품인가요?” 역시 의미가 없는 것은 마찬가지인 코로의 풍경화는 그대로 받아들이던 사람들이, 몬드리안의 그림을 보면서는 작품의 의미를 요구했던 것입니다. 이런 사람들에 대한 미술가의 반응은 둘로 나뉘었습니다. 솔직한 사람들은 “아무 의미 없어!”라고 외쳤고 교활하고 장삿속이 밝은 예술가들은 거기에 마치 무슨 의미가 있는 양 요란한 장광설을 쏟아 부었지요.
“아무 이유 없어!”는 “아무 의미 없어!”보다 조금 더 급진적이었지만 역시 같은 부류의 선언이었습니다. 하긴 “이 작품을 만든 이유가 뭡니까?”는 쉽게 따분해질 수 있는 질문입니다. 물론 많은 예술가가 구체적인 목적을 가지고 작업을 합니다. 파시즘을 공격하기 위해서일 수도 있고, 자신의 성적 욕망을 만족하기 위해서일 수도 있고, 종교적인 믿음을 설파하기 위해서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돈 때문에 작업을 하는 사람은 더욱 많을 거고요.
하지만 그건 의무가 아닙니다. 세상엔 ‘목표’와 ‘이유’ 없이 태어난 수많은 예술작품이 있지요. 사람들은 대부분 그냥 하고 싶어서 소설을 쓰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춥니다. 나머지 이유는 그냥 부차적이죠. 너무나도 당연한 거죠? 하지만 그럼에도 대중은 여전히 그들에게 이해할 수 있는 이유를 요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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