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쁜 소식 하나 알려드릴까요? 저 오늘 컨디션 최고예요!” 이문세의 컨디션은 정말 최고였다.
“기쁜 소식 하나 알려드릴까요? 저 오늘 컨디션 최고예요!” 이문세의 컨디션은 정말 최고였다. 그리고 그 기쁜 소식을 들은 관객들의 컨디션도 하늘을 찔렀다. 덕분에 메리홀이 있는 서강대는 공연이 진행되는 2시간 30분 동안 웃음과 환호와 감동으로 떠나가는 듯했다. 오랜만에 소극장 무대에 선 이문세. 그러나 그 위력은 건재함을 과시하듯 연일 매진 사례를 이어가는 <이문세 동창회>로 함께 떠나보자.
함께 부르는 음악회, 이문세 동창회(同唱會)
원목을 여러 각도로 덧댄 아담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무대를 보며 감탄하는 사이, ‘깊은 밤을 날아서’ 아카펠라가 이어진다. 그리고 드디어 이문세가 무대에 등장한다. 진에 레이스 달린 블라우스, 그리고 다소 타이트한 재킷 차림의 그는 도저히 나이를 가늠할 수 없다. 바로 ‘파랑새’와 ‘알 수 없는 인생’이 이어지자 분명히 대부분 부부 동반, 즉 30대 이상으로 가득 찼던 객석도 함께 나이를 잊고 후끈 달아오른다.
“사람들이 ‘이문세 씨 서강대 출신인 줄 몰랐어요’라고 합니다. 그 동창회가 아니고요, ‘동창(同唱)’, ‘함께 노래 부르자’는 거예요.” 오랫동안 <독창회>라는 타이틀로 대형 라이브 무대를 펼쳐왔던 이문세는 관객에게 일방적으로 보여주는 공연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공연을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소극장 무대에서 맨 뒷자리에 앉은 팬들까지, 관객 모두에게 하나하나 시선과 웃음을 건넬 수 있는 공연을 마련한 것이다.
관객과 함께하는 무대, 다채로운 이벤트
‘함께 부르는 음악회’는 말뿐이 아니었다. 먼저 이번 무대에 오른 곡은 사전 이벤트를 통해 팬들이 직접 고른 20곡이다. 결국 이문세의 15장 앨범에 수록된 2백여 곡 가운데 베스트 노래만 골라 감상할 수 있는 무대인 것이다. 그래서 이문세는 “2시간여 동안 20곡을 전해드리려면 시간이 없어요. 오늘은 저의 재치 있는 입담 대신 주옥같은 노래들로 꽉 채우겠습니다”라며 능청스럽게 웃는다. 워낙 잘 알려진 노래들이라 객석에서도 자연스레 노래가 흘러나오니, 그야말로 ‘합창’이 아닐 수 없다.
생각지도 못한 다양한 이벤트도 객석을 더욱 즐겁게 했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문자 메시지로 20곡 안에 없을 것 같은, 그러나 꼭 듣고 싶은 노래를 신청하는 시간이 있었다.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재밌는 것이, ‘옛사랑’이나 ‘사랑이 지나가면’처럼 너무나 유명한 노래를 신청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문세 오빠 정말 사랑해요”라며 ‘광화문여자’를 신청하거나 “이 노래 꼭 듣고 싶습니다”라며 ‘남들도 모르게’를 신청해 공연장을 한바탕 뒤집어 놓은 사람들도 있었다. 이문세는 “도대체 광화문의 어떤 여자니?”라고 허리를 꺾어가며 웃었다.
또한 오늘 공연을 가장 먼저 예매한 관객을 소개하더니 “사람은 줄을 잘 서야 해”라며 그 뒤로 앉은 모든 관객에게 초콜릿을 선물했다. 이문세의 재치가 여기서 멈추겠는가. “어제 공연에서는 초콜릿 받은 사람이 옆 사람들한테도 나눠주더라.” 이렇게 결국은 모든 관객이 초콜릿을 나눠 먹었다. 또 하나의 독특한 이벤트! 임신 중인 부부를 일일이 찾아가 꽃을 선물하고 모두와 사진을 찍었다. 마이크는 옆에 있는 관객에게 노래 좀 불러달라고 맡기고는 그렇게 객석을 누비고 다녔으니 그 열기야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특별한 초대 손님
이번 <이문세 동창회>는 포스터부터 화제에 올랐다. 정준호, 박수홍, 김제동, 박경림, 이천수 등 장르를 불문한 많은 이가 함께 촬영에 임했기 때문이다. 3월 초, 합정동에 있는 연습실에 찾아간 적이 있다. 잠시 쉬는 틈을 타 포스터를 함께 찍은 인물들도 무대에서 만날 수 있느냐고 물었다. 대답은 역시 이문세다웠다. “서로 자진해서 오겠다고 하더라고요. 하도 그래서, 사실 저는 저만 하고 싶어요. 이 사람들이 한 번 와서 휩쓸고 가면 다시 제 분위기로 돌려놓긴 어렵거든요. 그래서 세지 않은 순한 분들만 모시려고 합니다(웃음).”
자, 오늘의 게스트는 누굴까? 풍부한 성량, 풍성한 몸매를 자랑하는 방실이가 아닌가. 이문세의 이 방대한 인간관계란. 더욱 재밌는 것은 ‘첫차’가 울려 퍼지자 관객들이 모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그 박진감 있는 멜로디에 몸을 실었다는 것이다. 이렇듯 화려한 무대 매너, 거침없는 말투로 객석을 휩쓸어버린 그녀는 예정과 달리 앙코르로 ‘뭐야뭐야’까지 확실하게 쐐기를 박고 사라졌다. 우려했던 일에 놀란 이문세는 자신의 진정한 팬은 어디서 찾느냐는 둥, 어떤 말로도 위로가 안 된다는 둥 내심 삐친 척도 한다.
직접 무대에 서지는 않았지만 영상으로도 많은 연예인을 만날 수 있었다. 듀엣곡인 ‘이별이야기’는 여자들이 서로 부르겠다고 싸워서 이렇게 영상으로 함께 불렀다는 것이다. 영상에는 황신혜, 정선희, 한고은, 최화정, 박미경 등이 나와 각자 독특한 느낌으로 노래를 선사했다. 이문세의 말대로 그에겐 음악과 함께 그 수많은 친구가 가장 큰 재산일 것이다.
그리고… 최고의 노래
화려하고 감각적인 무대와 영상, 다양한 이벤트, 그리고 배꼽 간수하기 힘들 정도의 유머. 이문세 콘서트는 ‘공연의 진수를 보여 준다’라는 평대로 정말 짜임새 있고 재미있었다. 그러나 역시 가장 큰 울림은 그의 노래였다.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광화문연가’ ‘옛사랑’ ‘난 아직 모르잖아요’ ‘소녀’ ‘해바라기’ ‘그녀의 웃음소리뿐’ ‘그대와 영원히’ 등 그의 목소리로 울려 퍼지는 주옥같은 노래에 모두 그 어느 때인가를 떠올리며 눈시울을 적셨다.
그뿐인가? 2부 마지막 즈음 블랙으로 빼입은 이문세는 ‘솔로예찬’ ‘그대 나를 보면’ ‘이 세상 살아가다 보면’, 그리고 대망의 ‘붉은 노을’까지 웨이브에 발차기, 각종 안무를 선사하며 이른바 ‘달리는 무대’를 선사했다. 비록 땀을 좀 많이 흘렸지만, 숨을 다소 헐떡였지만, 그래,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한 것이리라.
“올해는 12월까지 공연이 꽉 차 있어요. 올해는 공연 열심히 하고, 새 앨범은 내년에 선보일게요.” 서울 공연이 끝나면 강릉, 대구, 부천을 시작으로 <이문세 동창회> 전국 투어가 진행된다. 그리고 동경, 오사카, 뉴욕 등 월드 투어도 단행할 예정이다. 삶의 활력이 필요한가? 그렇다면 이문세 콘서트를 보자. 재밌게 웃고 슬피 울다 보면 열정으로 재충전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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