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첫 발은 가볍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작품으로. 그리고 관객으로서 톡톡히 대접받을 수 있는 소극장 공연이면 더욱 좋겠다.
특히 남자들 가운데 이런 부류가 종종 있다. 영화는 잘 챙겨보면서 유독 책이나 공연 보는 일은 연중행사로 여기는 이들이. 실제로 주변에 그런 남자가 있었다. 서점에 들러 새로 나온 어떤 책을 사야겠다고 했더니, ‘책이 무척 많은데 어떻게 그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느냐?’라고 묻는 사람이. 그는 사람들이 책을 골라 읽는 게 정말 신기하다고 말했다. 이런 남자도 있었다. ‘삼십 평생 공연장에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는.
그러나 상대적으로 여자들은 공연을 좋아한다. 공연을 보고 나서 그 공연에 대해 얘기하는 것도 좋아한다. 그러니 여자친구가 있는 남자들이라면 멀리서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이 시점에 극장을 벗어나 공연장으로 눈을 돌려 보는 것도 여심을 사로잡는 좋은 방법이다. 물론 첫 발은 가볍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작품으로. 그리고 관객으로서 톡톡히 대접받을 수 있는 소극장 공연이면 더욱 좋겠다.
연극 <그 남자 그 여자>
연극 <그 남자 그 여자>
라디오 드라마에서 베스트셀러까지, 수많은 남녀의 공감을 얻어냈던 이미나 작가의 『그 남자 그 여자』가 이번에는 연극 무대에 올랐다. 너무 뻔한 사랑 얘기인가? 그러나 세상의 모든 남녀는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모두 이 ‘사랑’에 절절맨다. 단편적으로 자신을 돌아보라. 사랑처럼 학습이 안 되는 것도 없으니, 첫사랑에서 지금의 사랑에 이르기까지 매번 비슷한 플롯인데도 똑같은 부분에서 웃고, 그 어느 즈음에서는 항상 화를 낸다. ‘그 남자(그 여자)’가 ‘내 남자(내 여자)’가 되면 우리는 상황을 제대로 볼 수가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무대에는 대학생 커플과 직장인 커플이 번갈아 등장한다. 연애는, ‘사랑’이라는 원재료는 같지만 시간의 흐름과 함께 필요한 자극과 드러나는 빛깔도 다르지 않던가? 따라서 두 커플의 사랑은 시작도, 고민하는 부분도, 해결하는 과정도 다르다. 객석의 80% 이상을 차지한 커플 관객들도 저마다 비슷한 상황에서 고개를 끄덕였을 것이다. 또한 같은 상황을 서로 다르게 바라보는 남녀의 시각을 통해 남자와 여자의 태생적인 차이를 인정하고, 또한 이해하고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연극 <그 남자 그 여자>의 또 다른 재미는 소극장의 열악함을 코믹함으로 승화한 데 있다. 두 커플을 제외하고 극을 이어가는 데 필요한 모든 배역은 단 한 명의 배우가 소화해 낸다. 프로그램에 ‘그네들 역’이라고 돼 있는 오창경 씨는 친구, 상사, 선배, 점원, 할머니, 운전기사 등 1인 10역 이상을 담당하는데, 어찌나 재빠르게 배역마다 개성을 잘 살려 연기하는지 객석의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또한 각 장면에 필요한 소품을 배우가 머리로 밀며 나온다거나 판자에 바퀴를 달아 오토레일처럼 표현하는 아기자기한 기발함에 웃음이 끊이지 않는 작품이다.
백마 탄 왕자를 꿈꾸는 여자
연극 <광수생각>
연극 <광수생각>
몇 컷의 장면, 그리고 몇 마디 말로 긴 여운을 남긴 만화 『광수생각』 역시 연극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 작품은 광수의 사랑 얘기에 심드렁해진 가족사까지 더해져 생각의 폭을 넓힌다. 특히 좋아하는 사람에게나 가족에게나 사랑을 표현하는 데 서툰 이라면 역시 공감의 깊이도 남다를 것이다. 운명의 장난처럼 항상 중요한 순간에 빗겨가는 인연, 어쩌면 다 알고 있으면서도 모르는 척 상처 내기에 바쁜 가족,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지나야만 손에 닿는 사랑. 물론 그 때문에 사랑은 더욱 소중한 것인지도 모른다.
“박광수 씨가 몇 번 직접 다녀가셨는데, 재밌다고 하시더라고요.” 연극이 끝나고 공동 연출을 맡은 박광수 역의 김민교 씨를 만나봤다. “목도리 선물하는 장면 같은 건 직접 겪었던 일이라며, 자기 얘기랑 똑같은 게 많아서 깜짝 놀랐대요.” 연극 <광수생각>은 만화에 나오는 그림이며 옷이며 광수 캐릭터도 그대로 살렸다. 장면이 바뀔 때면 만화에서처럼 스틸 컷과 함께 광수의 독백도 이어진다. “한 장면과 그에 따른 긴 여운을 무대에서 관객과 직접 호흡할 수 있도록 스토리를 입히는 데 가장 주력했습니다.”
물론 이렇게 원작이 유명한 작품은 무대에 올리는 데 부담도 크다. ‘에이, 책이 더 낫다’
라는 말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연극 <광수생각> 또한 새 버전을 선보인 첫날 공연이어서 그런지 실수도 많고 연결도 자연스럽지 못한 부분이 많았다. 특히 배우들의 연기는 아직은 물이 오르지 않은 것 같아 다소 아쉬웠다.
좋아하면서도 표현 못 하는 광수
공연 보는 방법을 모르겠다면
요즘 만화가 원작인 공연이 많다. 연극 강풀의 <순정만화>,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 모두 원작이 만화다. “만화는 사람들의 쉼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공연은 왠지 무겁고 어렵다고 생각하잖아요. 그 쉼터를 무대에 올려놓고 싶었어요.” 김민교 씨의 말이다. 처음에 얘기했던 연중행사로 공연장을 찾는 이들도 비슷한 이유가 아닐까? 사실 생각보다 간단한 문제일 수도 있는 것이다. 아직 첫 발을 내딛지 못했다는 것, 또는 다음 발걸음을 어떻게 내딛어야 할지 방법을 모른다는 것.
무대도 만화나 영화처럼 편한 쉼터다. 처음에는 평이 크게 엇갈리지 않는 두루뭉술한 작품부터 시작해서 공감과 지지를 얻자. 특히, 이렇게 원작이 유명한 작품은 선택할 때 반은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연극 <그 남자 그 여자> <광수생각> 모두 한 달여의 공연을 끝내고 연장공연에 들어가는 만큼, 관객 평에서 입증이 됐다고 볼 수 있다.
앗, 공연은 티켓 값이 너무 비싸다고? 그래서 소극장 공연을 추천하지 않았겠는가! 소극장은 값이 싼 뒷자리에 않아도 대부분 무대가 다 보인다. 게다가 배우들이 눈을 맞추며 연기하는가 하면 가끔은 객석에 내려와 직접 참여를 유도하여서 그 기분이 남다르다. 또 하나 중요한 팁! 좀 더 씩씩하고 대담해져 보자. 배우가 무엇을 물어볼 때 팔 하나 번쩍 들고 큰 소리로 말할 수 있는 용기만 있다면 작은 선물은 물론 다른 공연 티켓도 거저 받을 수 있다. 이렇게 공연장을 찾다 보면 공연 보는 재미와 방법도 알게 될 것이다. 물론 좀 더 고급 정보는 <공연으로 보는 세상>을 열심히 읽으면 되겠다(^^).
연극 <그 남자 그 여자>
2007년 4월 6일 ~ 7월 1일
대학로 씨어터 디아더
연극 <광수생각> ver. 7.03
2007년 3월 9일 ~ 4월 29일
대학로 신연 아트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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