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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존재에 대한 의문을 풀어준 세 권의 책

'나라는 존재에 대한 해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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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누가 한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책의 의미를 가장 잘 표현한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유명한 분들이 책에 대해 정의한 문장만 모으더라도, 아마 두꺼운 책 한 권은 나올 만큼 많을 것이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누가 한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책의 의미를 가장 잘 표현한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유명한 분들이 책에 대해 정의한 문장만 모으더라도, 아마 두꺼운 책 한 권은 나올 만큼 많을 것이다. 그 표현들 또한 다양한 측면을 말해준다. 그러니까 책이 주는 의미는 다양한 것이리라.

그렇다면 사람들이 보통 책을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본적으로는 재미있어서 읽을 것이다. 세상 모든 일 중 무엇인가를 지속적으로 하려면 재미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의미로, 책은 읽는 이에게 지식을 전해준다. 책은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으며 독자에게 지식도 전해주고, 또 재미도 주고 감동도 준다. 재미로 읽은 책에서 지식과 감동을 얻어 인생이 바뀔 수도 있다는 게 책이 지닌 좋은 점이 아닌가!

나는 책 읽는 목적을 ‘차선의 선택’이라고 본다. 세상의 어떤 부분을 알려면 직접 경험하는 방법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동물을 알고 싶다면 동물이 사는 아프리카 초원으로 가서 동물을 직접 관찰하는 방법이 가장 좋다. 하지만 그러려면 시간과 돈 등 많은 자원이 들어간다. 이런 때에 선택할 방법이 독서다. 즉, 제일 좋은 방법은 직접경험이고 차선의 방법이 바로 독서라는 얘기다. 상대적으로 훨씬 적게 투자하여 간접경험을 많이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나는 살아오면서 어떤 ‘차선의 선택’을 하였던가!

보통 ‘내 인생의 특별한 책’이라고 하면 ‘이 책 덕분에 내 인생이 이렇게 바뀌었고, 지금의 내 모습이 있는 것이다’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적극적인 의미에 걸맞아야 한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 사람들은 청소년기에 읽은 세계 명작 같은 책을 꼽는 것이 보통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가? 하지만 아무리 골똘히 생각해봐도 내 인생을 바꿀 만큼 느낌이 있는 책은 없었다. 그동안 책을 헛읽었는지….

그동안 채널예스에 연재 중인 <내 인생의 특별한 책>을 꾸준히 읽어왔고, 그들 중 몇 명은 나의 블로그 친구여서, 나에게도 순서가 올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고, 만약 내가 원고를 쓰게 된다면 어떤 책을 선택해야 할지 생각해본 적이 있었다. 그런데 막상 머리에 확 떠오르는 책이 없었다. 어려서부터 꾸준히 책을 읽어오기는 했지만, 내 인생의 행로를 바꿀 만큼 무게 있는 책을 생각해낼 수 없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자 떠오르는 책이 있었다. 그리고 기다리던 순서가 내게도 왔다.

인간은 호기심이 많은 동물이다. 특히 어떤 기원에 대한 의문은 인간이 지닌 가장 보편적인 부분일 것이다. 당연히 나도 그런 부분에 흥미가 많다. 나는 이런 나의 호기심에 대답해 주는 책을 몇 권 만날 수 있었다. 내가 가장 큰 호기심과 흥미를 느낀 건 바로 ‘나’에 대한 의문이었다. 그러니까 나는 어떻게 대한민국이라는 땅에 태어나게 되었느냐 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의문을 풀어주는 책이 내게는 특별했다.

호모 사피엔스는 10만 년 전에 아프리카에서 생겨났다고 한다. 이는 ‘아프리카 기원설’로, 이후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고 하는 가설인데, 그렇다면 아프리카에서 생겨난 최초의 인간은 과연 누구일까? 성경에서는 인류의 조상 중 최초의 여성을 이브라고 부른다. 생물학에서는 인간의 여성 조상을, 성경에서 그 이름을 빌려와 ‘미토콘드리아 이브’라고 부른다. 여기에서 ‘미토콘드리아’라는 말은 ‘미토콘드리아 DNA’에서 나왔으며, 미토콘드리아 DNA는 모계로만 전달된다.

그러다 보니 유전학자들은 미토콘드리아 DNA를 연구해서 인류 최초의 여성을 찾아보고, 그 여성의 후손이 현재 지구상에 어떻게 분포해 있는지 알려 했고, 그 결과가 브라이언 사이키스의 『이브의 일곱 딸들(The Seven Daughters of Eve)』(따님, 2002)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많이 팔리지 않아 보이는 책이지만, 나는 빠져들어 읽을 만큼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특히 이브의 후손 7명의 삶에 대한 내용은 그 시대적 상황(구석기 시대)에 맞추어 그들의 삶의 궤적을 재미있게 그려내어 마치 소설을 읽는 것처럼 흥미로웠다. 이 책은 ‘학술서적은 딱딱하고 어렵다’라는 느낌이 전혀 없을 만큼 대중적이다. 그래서 나도 이런 책을 써보고 싶다는 그런 건방진 충동까지 느낄 수 있었다.

리처드 도킨스를 생각하면 사람들은 당연히 그를 유명하게 한 『이기적 유전자』를 쉽게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나는 『조상 이야기(The Ancestor's Tale)』(까치, 2005)를 도킨스 최고의 책으로 꼽고 싶다. 2005년에 한국에서 출간된 이 책은 지구에 생명이 탄생한 이래로 인간까지 이어지는 진화의 계보를 수록하여 지구 동물의 진화사라고 할 만하다.

700쪽 가량의 많은 양에 빽빽한 글자…, 이 책에는 찰스 다윈 이후 150년간 발표된 진화에 관한 모든 이론이 등장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책의 대체적인 내용은 ‘호미니드’와의 만남부터 40번째 ‘진정세균’까지의 만남인데, 이는 우리의 뿌리를 찾으려는 진화의 긴 여정이다. 각 만남(랑데부) 단계마다 우리와 조상이 같은 현생 동물이 화자로 등장한다. 그러다 보니 독자는 엄청나게 많은 동물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 동물과 관련된 많은 이론이 등장하여 읽는 동안 잠시도 한눈팔 틈을 주지 않는다. 잠깐이라도 한눈팔면 내용의 흐름을 따라잡지 못할 정도로 방대한 내용을 도킨스식의 명쾌한 논리로 설파한 책이다. 아마도 이 책을 읽어본다면 자신의 지식이 한 뼘은 높아진 느낌이 들 것이다.

마지막으로 데스몬드 모리스의 『털 없는 원숭이(The naked Ape)』(영언문화사, 2001)를 꼽고 싶다. 이 책은 너무도 유명한 책이라서 내가 별도의 설명을 붙인다는 것이 우스울 정도다. 1859년 찰스 다윈이 『종의 기원』을 발표하자 전 세계는 충격에 빠졌다. 인간이 원숭이와 조상이 같다는 주장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다시 약 100년이 지난 후인 1967년 동물행동학자 데스몬드 모리스는 ‘인간과 동물을 같은 수준’에 놓고 이야기를 전개하는 내용의 책을 출간한다. 이 책은 찰스 다윈 이후 사람들에게 새로운 충격을 준다. 책의 내용에 박수를 보낸 사람도 있지만 비난을 하는 사람도 많았다.

여하튼 데스몬드 모리스는 이 책으로 남은 생애 동안 전 세계를 여행할 돈을 벌었다고 하니 상업적으로도 크게 성공한 책이다. 모리스와 같은 동물 행동학자는 동물의 행동이나 습성을 통해 인간의 본성을 밝히고자 하는데, 그것은 동물과 우리가 가까운 관계라는 것을 뜻한다. 이런 책을 읽으면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오만함을 벗어 던질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지금까지 3권을 소개했지만, 이런 책을 읽다 보면 책 속에 인용한 다른 학자의 책으로 이어져 ‘꼬리를 무는 독서’를 하게 된다. 또한 저자의 다른 책을 읽게 되는 일도 많다. 브라이언 사이키스의 또 다른 책 『아담의 저주』는 남성에게만 전해지는 ‘Y염색체’에 대한 책으로, 미래에 남성이 없어진다는 논리를 펼쳐서 남자가 읽으면 섬뜩해진다. 리처드 도킨스의 책 중에는 『이기적 유전자』 외에도 『눈먼 시계공』을, 데스몬드 모리스의 책 중에는 『벌거벗은 여자』『인간 동물원』을 추천하고 싶다.

‘인간’이란 존재에 대한 호기심은 사실 누구나 있는 것으로, 위에 소개한 책을 읽으면 아마 그 의문이 어느 정도 풀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도 위의 책을 통해서 나라는 존재에 대해 의문을 풀 수 있었다. 그래서 이 책들을 ‘내 인생의 특별한 책’으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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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으신 분들께서 제 직업을 생물학 쪽으로 오해할 수도 있어서 말씀드리면, 저는 정보통신 분야에서 컨설턴트로 일하는 사람입니다. 집에서 아이들에게 공부하라는 소리를 하기보다는 나 스스로 책을 읽으며 아이들에게 독서습관을 만들어주려고 노력합니다. 연간 100권 내외의 책을 읽으나, 학생 시절의 전공과도 전혀 다르고, 또 회사 업무와도 전혀 다른 책을 읽습니다. 주로 읽는 분야는 인간을 주제로 한 책, 그러니까 인류학, 생물학, 역사 등입니다. 언젠가 내 이름으로 책을 내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만 능력이 부족해 아직 엄두도 못 내며, 또 쓰고자 하는 책이 대중적이지 않아서 많이 팔리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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