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이가 어렸을 적에 좋아했던 책 중에 크로켓 존슨의 <해럴드> 시리즈가 있습니다. 해럴드라는 꼬마 아이가 자주색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리면 어느새 아이가 원하는 물건이나 장면이 나타나면서 끊임없이 이야기가 이어지는 책이었어요. 아이는 그런 요술 크레파스를 하나 갖고 싶다며 사달라고 조르기도 했었지요.
크레파스는 아니지만 그런 마법 연필처럼 어린이 책을 그리는 사람들의 무한한 상상력을 엿볼 수 있는 전시회가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바로 영국문화원이 주최한 <매직 펜슬> 전시회로 영국의 최고 아동도서 일러스트레이터 중 13인을 선정하여 영국 일러스트레이션의 황금기를 보여주는 다양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회입니다.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은 작년에 개관하여 다양한 전시와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어린이에게 친숙한 도서관으로 자리 잡아가는 곳입니다. 강남역 8번 출구로 나가 국기원 쪽으로 걸어가다 보면 맞은편에 노란색 건물이 반갑게 맞아줍니다.
| 노란색 건물의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
|
도서관 2층에 마련된 전시실로 올라가는 계단에서부터 영국 그림책 작가의 세계로 빠져들도록 인테리어가 재미있게 되어 있어요. 전시장 입구에 마련된 체험 부스에서, 아이들이 존 버닝햄의
『구름 나라』와 패트릭 벤슨의 『키 작은 펭귄 피트』를 읽고 한 장면을 상상하여 그림을 그려볼 수 있도록 해놓았답니다.
특히 『키 작은 펭귄 피트』는 장면마다 방문한 아이들이 직접 글을 써넣을 수 있게 해놓은 덕분에, 여러 꼬마 작가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작가의 그림과 함께 읽어 볼 수 있어 색다른 즐거움을 더해줍니다.
| 꼬마 작가들의 재미있는 이야기가 가득하다 |
|
전시장에는 날개가 달린 마법 연필이 천장에 달렸고 참여한 작가들의 원화와 함께 국내 번역본과 영어로 된 원본이 다양하게 전시되어 있어서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에 푹 빠져들 수 있습니다.
작은아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인 ‘로렌 차일드’의 부스 앞에서 자신이 읽은 책을 찾아보기도 하고 또 미처 읽지 못한 책을 읽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답니다. 또 얼마 전 <매직 펜슬> 전시회와 함께 열렸던 작가 ‘토니 로스’의 사인회에 다녀왔던 터라 ‘토니 로스’의 귀여운 작품 앞에서 아는 척도 하고 무척 반가워하더군요.
|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
|
전시장 한쪽 벽에는 커다란 포토 존이 마련되어 있는데, 윌리엄 메인의 『작은 요정 이야기』에 그림을 그려서 ‘마더 구스상’을 받기도 한 페트릭 벤슨의 멋진 숲 속 그림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제게 있어서 마술이란 아무것도 채워지지 않은 이면지를 가지고 시작하는 것이랍니다. 머릿결의 느낌을 전달하거나 독자들에게 옥수수가 다 익었음을 설득하는 일이 전부 다 흰 종이 위에 검은 선들로 가능하답니다. 그런 게 마술이 아닐까요?’라는 작가의 말처럼, 포토 존에 그려진 숲 속 풍경은 마치 금방이라도 새 울음소리가 들려 올 것만 같은 신비한 느낌이었습니다. 전시회를 둘러보고 나서 한쪽에 마련된 책 읽는 공간에서 따뜻한 오후의 햇살을 받으며 책을 읽는 한가로운 아이의 모습을 보며, 바로 지금 이 순간이 정말 소중하게 느껴졌답니다.
| 패트릭 벤슨의 마술이 만들어 낸 숲 속 |
|
참, 전시를 돌아보고 나서 설문지를 작성하여 제출했더니 작은 선물을 주었어요. 마술연필 전시회를 위해 특별 제작한 작은 스케치북이었답니다.^^
이 외에 3층 청소년자료실에서는 <내일을 꿈꾸는 10대들에게>라는 제목으로 10대 청소년을 위한 청소년 인생훈 전시도 열고 있었습니다. 청소년 자료실 한편에 마련된 이 전시는 청소년기에 인생에 도움이 될 만한 명언이 담긴 책 150권 정도를 골라 전시하고 있었는데요, ‘내 인생 최고의 조언’ ‘희망과 용기가 필요할 때 읽는 책’ ‘자아와 가치관을 찾아가는 책’ ‘나를 발전시키고 싶을 때 읽는 책’ ‘인생선배가 들려주는 인생철학’ ‘명사들의 조언’ 등으로 나누어 전시하고 있습니다.
| 청소년 인생훈 전시 <내일을 꿈꾸는 10대들에게> |
|
| 청소년기에 인생에 도움이 될 만한 명언이 담긴 책들 |
|
| 데일 카네기의 『카네기 명언집』 |
|
| ‘인생선배가 들려주는 인생철학’과 ‘명사들의 조언’ |
|
정호승의
『내 인생에 힘이 되어 준 한마디』, 숀 코비의
『성공하는 10대들의 7가지 습관』, 데일 카네기의
『카네기 명언집』, 구마가이 마사토시의
『꿈을 이루어 주는 한 권의 수첩』 등등의 책이 있었는데 이곳에 전시된 책 목록은 안내데스크에 신청하면 자신의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다고 하네요. 저도 신청했어요. 이제 사춘기로 접어든 큰딸과 함께 읽을 책을 한번 골라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말이죠.^^
작은 아이를 위한 <매직 펜슬> 전시회와 큰아이를 위한 인생훈 전시로 모처럼의 도서관 나들이가 더 알찬 시간이 되었답니다.
[Tip]
●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 홈페이지:
//nlcy.go.kr/
- 위치: 2호선 강남역 8번 출구 도보 5분 거리(국기원 맞은편)
- 전화: 02-3451-0800 / 둘째, 넷째 월요일 휴관
* 매직 펜슬 전시회 – 2층 전시관/ 4월 2일까지
* 인생훈 전시회 – 3층 청소년 자료실/ 4월 30일까지
* 매달 동화구연, 영화감상, 세계 문화 여행 등 각종 강의와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 중고등학생을 위한 봉사활동(도서관 자료 정리) 신청도 받고 있다.
* 단체에 한해서 도서관 견학 신청을 받고 있다.(문의: 02-3451-07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