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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의 진짜 머리를 직접 뵐 수 있는 기회는 일본에 있으면 좀처럼 없다. 가까운 거리에서 대면하면서 처음으로 돼지머리가 그렇게 커다란 것이라고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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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의 진짜 머리를 직접 뵐 수 있는 기회는 일본에 있으면 좀처럼 없다. 가까운 거리에서 대면하면서 처음으로 돼지머리가 그렇게 커다란 것이라고 알았다.

"봐, 봐, 돼지가 웃고 있지? 웃을수록 재수가 좋은 거래"...라고 들었지만 무서워서 우는 얼굴인지 웃는 얼굴인지도 잘 모르겠다.

한참을 보고 있으면 당장 눈을 딱 부릅뜨고 "뭘 빤히 쳐다보고 있는 거야, 저리 가라!"라고 시비를 걸 것 같아서, 스쳐 지나가다 잘못해서 어깨라도 닿지 않게 되도록 멀리서 타인인 척하면서 지켜보기로 했다.

드디어 첫 체험의 고사가 시작되었다.

무당 아주머니가 노래를 부르고 사람들이 절을 하는 광경을 바라보면서 ‘우와~ 이것이 바로고사 의식이구나. 정말 신비적이네’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나도 돼지에 돈을 넣으라는 지시를 받지 아니겠는가?

도대체 어디에? 약간 울상으로 남편을 뒤돌아보니, 제스쳐로 "어디든 구멍에 집어넣어!" 라는 사인. 이미 돼지의 귀도 입도 넘치듯이 지폐가 뚫고 나와 있다. 조심조심 다가가, 엉거주춤한 자세로 콧구멍에 말아 넣고 그럭저럭 장사번창을 기원했다.

들으니까 한국에서는 돼지가 부나 복을 상징하는 것으로 인기도 사회적 지위도 일본보다 훨씬 높은 것 같다. 하기야 저금통이나 금 열쇠고리로 자주 보기도 하고, 돼지가 나오는 꿈은 길몽이라고 하고, 돼지띠 (일본에서는 멧 돼지띠) 사람은 재산 운이 좋다고 듣는다. 나도 삼겹살이든 돼지갈비든 보쌈이든, 돼지고기 요리를 먹으면 아주 행복하다.

어, 좀 의미가 다른가?

여담이지만 결혼하고 나서 남편은 나를 ‘돼지’ ‘뚱땡이’ 라고 거리낌 없이 부른다.

일본에서 젊디젊은 여성(본인) 에게 돼지라고 부르는 것은 굉장히 모욕적이다, 즉시 철회하도록 강하게 요청했는데, 한국에서는 돼지에는 귀엽다는 뜻도 있다고 끝까지 우긴다. 정말인가. 불리는 쪽이 별로 귀엽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으면 의미 없는 것이 아닌가. 계속 애칭을 바꾸라고 강하게 요구한 결과, 마침내 남편이 굽히고 애칭을 바꾸는 것에 성공했다. 새로운 이름은 <요돼> 라고 한다. 아아 다행이다. ····요코 돼지를 줄인말이잖아!

그런데 돼지와 같이 한국과 일본에서 인기도가 다르다고 느끼는 동물은 고양이이다. 일본에서는 애완동물로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이 아주 많으며, 주위에서도 개를 기르는 사람 다음에 많은 것 같다. 친구에 의하면 고양이는 프라이드가 높고 응석꾸러기인 점이 참으로 사랑스럽다고 한다.

한편 한국에서도 최근 여성의 애완동물로 인기가 있다고 하지만, 주위에서 고양이를 기르는 것을 그다지 보지 못했다. 한국 친구는 "어쩐지 무섭다" 라고 하고, 남편도 골목에서 고양이가 확 나오면 "우와!" 라고 싫어한다.

한국과 고양이와의 사이에는 무엇인가 깊은 사정이 있는 것일까?

그 밖에 일본에서 인기 있는 애완동물이라고 하면, 잉꼬 등의 새, 열대어나 금붕어 등의 물고기, 토끼에 거북이에 햄스터, 그리고 투구풍뎅이나 사슴벌레 등의 곤충도 많다.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이구아나나 뱀을 좋아하는 일부 마니아도 있다고 들었다.

우리 집에도 어릴 때부터 강아지를 비롯하여 남동생이 좋아하는 투구풍뎅이와 사슴벌레, 송사리 등을 기른 적이 있는데, 매번 처음은 아이들이 돌보긴 하지만 나중에는 어머니가 떠맡게 되어 어머니가 항상 싫어 하셨었다.

내가 초등학교 1학년 때 친구와 하교 길에 도랑에 케이스째 버려진 햄스터를 발견한 적이 있었다. 마침 선생님께 생명을 소중히 하라고 배웠던 바로 직후였기에 불쌍하게 생각한 청아한 마음의 우리는 햄스터를 주워 의기양양하게 집으로 가지고 돌아갔다.

그러나 집에 돌아가자마자 심하게 혼나서 다시 같은 장소에 돌려주게 되었다. 그것은 불쌍한 햄스터 따위가 아니고, 도랑에 놓인 함정에 걸린 시궁쥐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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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댁 요코짱의 한국살이 -두 번째 이야기 : 한국 아줌마 따라잡기
타가미 요코 글.그림 | 작은씨앗 | 2006년 12월

한국 아줌마의 길에 올라선지 어느덧 5년이라는 시간을 보낸 요코짱. 결혼 전 한국 생활 1년을 더하면 벌써 6년 째 맞이하는, 길다면 긴 시간을 보냈다. 이제는 한국 문화에 익숙해져 시장에서 능숙히 물건 깎는 모습도, 제트코스트 같은 버스타기에도 능숙할 것 같지만, 아쉽게도 아직은 미숙 투성이라는 서툰 주부 요코짱.

돼지꿈을 영문도 모른 채 남편에게 팔아 불노소득에 어리둥절하고, 참외를 접시에 어떻게 깎아 올려야 할지 고민하고, 한복 치마 속의 두 다리를 어찌할 줄을 몰라 당황하는 모습이 타인의 눈에는 귀엽기까지 하다. 여전히 문화의 벽에 부딪히며 한국에서 신기했던 것, 재미있던 것, 그리고 남편과 한일양국을 오가며 알콩달콩 꾸며가는 결혼이야기 등을 실감나게 엮었으며, 한국문화에 자신도 모르게 익숙해져 가는 요코짱의 모습에서 우리의 습관을 엿볼 수 있다. 1권에 비해 다소 높아진 듯한 난이도의 일본어는, 일어를 공부하는 독자를 위한 작가의 세심한 배려이다.

『새댁 요코짱의 한국살이』
타가미 요코 글.그림 | 작은씨앗 | 2004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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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영자가 알립니다.
'새댁 요코짱의 한국살이'는 작은씨앗 출판사와의 제휴에 의해 연재되는 것이며, 매주 수요일 총 3개월 간(총 13편) 연재될 예정입니다. 독자들의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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