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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현과 김지숙의 카리스마! <경숙이, 경숙아버지> & <졸업>

객석과 바로 호흡하는 연극무대. 카리스마 있는 연기로 좌중을 압도한 두 배우가 있다. 바로 조재현과 김지숙. 그들의 열연으로 요즘 연극계에서 가장 화제가 되는 두 작품, <경숙이, 경숙아버지>와 <졸업>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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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스마 있는 사람’이 있다. 존재감만으로 꽉 들어찬 느낌을 주는 사람. 카리스마(charisma)의 사전적 의미는 ‘대중을 심복시켜 따르게 하는 능력이나 자질.’ 그렇다면 대중 앞에서 대중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는 배우가 ‘카리스마를 지녔다’면 어떨까? 레이더망에 걸려본 사람은 알 것이다. 옴짝달싹 못하게 하는 그 장악력이 어떤 것인지!!

객석과 바로 호흡하는 연극무대. 카리스마 있는 연기로 좌중을 압도한 두 배우가 있다. 바로 조재현과 김지숙. 그들의 열연으로 요즘 연극계에서 가장 화제가 되는 두 작품, <경숙이, 경숙아버지>와 <졸업>을 살펴본다.

<경숙이, 경숙아버지>

6·25 전쟁이 터졌다. 경숙아버지(조재현)는 열심히 짐을 꾸린다. 그러나 울며 따라붙는 처자식을 남겨두고 홀로 피난길에 나선다. 셋이 움직이면 효율도 떨어지고, 그네들은 남아 전 재산인 집을 지키라는 것이다. (너무 이기적이지 않은가?)

전쟁이 끝나고 홀연히 돌아온 경숙아버지는 외간 남자만 남겨두고 또다시 정처없는 길에 나선다. ‘꺽꺽’ 소리를 내는 외간 남자는 쌀도 사주고, 경숙이를 학교에도 보내준다. 그러다 보니 경숙이 동생이 생겼다. 어느덧 돌아온 경숙아버지는 그저 웃기만 한다. “나무는 사람처럼 복잡하지 않다”라는 말만 남기고. (이 사람 제정신인가?)

경숙아버지는 ‘자야’라는 여자를 데리고 와 함께 살려다 도리어 버림받고 만다. 그리고는 경숙엄마 앞에서 ‘자야’ 없이는 못 산다며 울고불고 난리다. (이렇게 뻔뻔스러워도 된단 말인가?)

이렇게 이기적이고 뻔뻔스럽고 말도 안 되는 경숙아버지는 처자식을 버려두고 평생을 떠돈다. 게다가 그가 불러들인 ‘꺽꺽이’와 ‘자야’는 각각 ‘삼촌’과 ‘이모’로 경숙이 곁에 자리매김하지만, 정작 경숙아버지는 이제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알 수 없다. 묘한 것은 이 대책없는 인간을 아무도 미워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경숙아버지에 조재현을 캐스팅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다. 그의 카리스마, 흡입력 있는 연기에 관객은 경숙아버지의 ‘행실’을 자꾸만 까먹고 매번 웃음으로 그를 맞이한다. 하기야 그는 등장과 함께 이미 객석의 숨통을 틀어막았다. 그의 작은 체구에서 쏟아져 나오는 묘한 기운은 눈싸움에서 백전백승을 기록했을 법한 강렬한 눈빛, 예사롭지 않은 허스키한 음색이 더해져 극이 이어질수록 쇳가루를 당기는 자석처럼 객석의 마음을 잡아끈다.

조재현의 카리스마


또한 경숙이 역을 맡은 주인영(지난해 동아연극상 신인상을 받았다)을 비롯해 경숙엄마, 꺽꺽이, 자야 등 모든 배우의 농익은 연기도 기대 이상이다. 게다가 요소요소 코믹하고 재치 있는 설정에 소극장 안은 시종일관 웃음과 눈물이 뒤섞인다.

그러나 이처럼 무책임한 아버지가 전하는 ‘부성(父性)’이 요즘 사람들에게 얼마나 이해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역시 극 자체보다는 조재현의 카리스마, 그리고 덤으로 얻은 듯한 연기자들의 열연에 몰표를 던진다.

열연이 돋보인 경숙이 가족


<졸업>

더스틴 호프만 주연의 명화가 연극무대에 올랐다. 사이먼 앤 가펑클의 주옥같은 노래, ‘Scarborough Fair’와 ‘Mrs. Robinson’ 등도 울려 퍼진다. 그래서인지 중장년층 관객이 많이 보인다. 연극임에도 장면마다 모습을 바꾸는 무대 연출도 볼 만하다. 조명은 더욱 빛을 발했다. 특히 조명만을 이용해 엘리베이터가 위층으로 올라가는 모습을 표현하는 장면에서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그러나 중심은 역시 ‘김지숙’이다. 아들뻘 되는 벤자민을 유혹해버린 Mrs. Robinson 역의 김지숙에게는 요즘 말로 ‘포스가 물씬 느껴진다.’ 술에 취한 듯 느릿느릿한 몸짓, 그보다 더 늘어지는, 그러나 간단명료한 말투, 낮게 깔리는 콧소리, 허무하기에 더욱 끌리는 시선. 객석은 그녀의 몸놀림에 눈을 뗄 줄 모른다.

무엇보다 공연 전부터 기대를 모았던 ‘노출장면’은 기대에 부응함은 물론 신놼한 여운까지 남겼다. “벤자민, 드레스 지퍼 좀 내려줄래?”라고 말하고서 홀라당 옷을 벗고 가슴을 드러낸 그녀는 쉰을 넘겼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탄탄한 몸을 지니고 있었다. 게다가 조금의 주저함도 없는 당당함은 ‘야하다’ 등의 허튼 생각을 할 틈도 허락하지 않았다. 그녀가 내뿜는 카리스마는 파격적인 장면을 통해 더욱 극에 집중하게 하였다.

노출장면 때문에 19세 이상만 관람할 수 있었다


연극이 끝나고 몇몇 관객과 인터뷰를 했는데, 그들도 ‘야하다’는 생각보다는 ‘멋졌다’ ‘신선했다’ 등으로 감상을 표현했다. 뭐랄까? 요즘은 가수도, 모델도 연기를 하지 않는가? 그러나 이 같은 연기는 관록 있는 배우만이 줄 수 있는 고급 감동인 것이다.

마지막 무대 인사를 위해 검은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오른 김지숙의 모습이 아직도 아른거린다. 한쪽 다리를 뒤로 빼고 무릎을 구부려 인사하던 그녀의 모습, 그 자태… ‘이것이 진정 무대 위 화려한 여배우의 모습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 자신의 타이틀에 맞춰 모습이나 분위기를 견고히 다져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30년간 걸어온 ‘여배우’의 모습을 멋지게 과시한 김지숙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경숙이, 경숙아버지
2007년 1월 25일 ~ 3월 25일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졸업
2007년 2월 3일 ~ 2월 25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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