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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발한 추리만화 『마인탐정 네우로』

마츠이 유세이의 『마인탐정 네우로』는 마계에서 내려온 네우로가 탐정이 되어 활약하는 만화다. 그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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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츠이 유세이의 『마인탐정 네우로』는 마계에서 내려온 네우로가 탐정이 되어 활약하는 만화다. 그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인간이 아닌 존재가 초능력을 써서 사건을 해결하는 것을 추리라고 할 수 있을까? 추리소설은 일반적으로 독자와 공정한 게임을 상정한다. 사건이 발생하고 그 사건을 탐정이나 경찰이 수사하면서 얻은 정보를 공평하게 독자에게도 알려준다. 그런 과정을 통해 범인이 만들어 둔 트릭을 논리적으로 파헤치는 것이 추리소설이 가진 본래의 즐거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초능력에, 마인이라니.

하지만 조금 너그러워져 보자. 추리물이라는 영역에는 이미 많은 것이 섞여 있다. 90년대부터 ‘하이브리드’라는 말도 익숙해졌고, 하나의 작품 안에 다양한 장르를 포함하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 되었다. 이를테면, 귀족탐정 다아시 경이 활약하는 『셰르부르의 저주』는 환상소설과 추리소설의 놀라운 조합이다. 마법이 존재하는 가상의 세계에서, 이른바 ‘환상적 이성’으로 범인을 추리하는 탐정 이야기도 엄청나게 재미있다. 최근 영화로도 각색되어 인기를 누린 『데스노트』는 어떤가. 데스노트로 범죄자를 죽이는 라이토와 그를 잡으려는 세계 최고의 탐정 L의 머리싸움. 초자연적인 설정과 능력이 설정부터 개입되었지만, 『데스노트』는 추리물이라고 하기에 충분하다. 처음에 범인을 알려주고, 범인과 형사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리얼하게 그려내는 서스펜스 소설도 넒은 의미의 추리물에 속한다. 사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범죄물이라고 했을 때 모두를 아우르는 게 더 나을 것이다.

인기를 끌었던 추리만화 『소년탐정 김전일』 『탐정학원 Q』 『명탐정 코난』 등은 정통적인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다. 『명탐정 코난』에서 어른의 몸이 아이로 줄어든다는 비현실적인 설정이 있기는 하지만, 사건이 벌어지고 그것을 독자와 함께 풀어간다는 기본 원칙은 충실하게 지켜나간다. 반면 『데스노트』는 라이토와 L이 서로에게 어떤 트릭을 구사하고, 어떻게 그 트릭을 무너트리는지 보는 게 즐거움이었다. 『마인탐정 네우로』는 설정과 증거를 모으는 과정이 초자연적이라는 것을 빼면, 대체로 전통적인 추리만화에 가까운 편이다. 마인의 능력으로 모든 것을 볼 수 있고, 마음대로 컴퓨터에 들어가 정보를 빼오고, 음식이나 가루 같은 것이 어떤 성분과 재료인지 쉽게 알아내지만 어쨌거나 그 정보를 독자와 공유한다. 나름의 규칙을 지키는 추리만화인 셈이다.

네우로가 세상에 내려온 건 그의 먹이가 ‘수수께끼’기 때문이다. 네우로는 이미 마계의 모든 수수께끼를 먹어치우고, 인간의 악의가 만들어낸 궁극의 수수께끼를 찾아 인간 세계로 왔다. 네우로가 처음 만난 인간은, 누군가에게 아버지가 잔인하게 살해당한 여고생 카츠라기 야코. 네우로는 아버지의 범인을 알려주는 대신 조건을 내세운다. 인간 세상의 수수께끼를 먹어치우고자 카츠라기를 탐정으로 내세워 사건을 맡겠다는 것이다. 말로는 부탁이지만, 그걸 거절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드디어 네우로는 카츠라기 야코를 내세운 ‘마계탐정 사무소’를 개설하여, 인간의 마음 깊은 곳에 숨은 수수께끼를 유혹하여 사건을 끌어들인다. 조폭이었던 고다이와 벽 속에 묻혀 머리카락만 남은 아카네도 탐정 사무소의 일원으로 합류하게 된다.

하지만 카츠라기의 역할은 무엇일까? 모든 사건을 해결하는 것은 네우로의 일이다. 카츠라기는 그저 자신의 얼굴과 이름만 빌려주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하지만 마계탐정 사무소는 네우로만으로 존재할 수 없다. ‘가장 잔혹하고, 가장 슬픈 사람’인 가수 아야 에이지아의 사건을 해결하고 나서 카츠라기는 알게 된다. 아니, 어렴풋이 느끼게 된다. ‘인간으로서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 마음’이 자신에게 존재한다는 것을. 네우로와 카츠라기는 각자 ‘범인의 외벽을 부수고 범인의 내면을 잡는’ 역할을 담당했던 것이다. 또한 네우로는 단지 수수께끼만을 찾아 인간 세상에 내려왔지만, 조금씩 생각이 바뀌게 된다. 어떤 자질과 욕망이 인간을 끊임없이 진화하게 하고, 그 진화야말로 마계에 없는 수수께끼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알게 된다. 수수께끼 말고는 인간에게 전혀 흥미가 없던 네우로가 드디어 인간에게 흥미를 느끼게 된 것이다. 카츠라기 역시 네우로와 함께 사건을 해결하면서 ‘더 인간을 알고 싶다’는 욕망을 느끼게 된다.

『마인탐정 네우로』는 끊임없이 새로운 사건을 만나가는 구성이지만, 절대적인 라이벌이 존재한다. 은둔형 외톨이인 아들을 조사해달라는 의뢰를 받고 조사에 나선 카츠라기와 네우로는, 배후에 괴도 X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세상의 모든 것을 훔칠 수 있고, 누구의 모습으로도 바뀔 수 있는 존재. 그는 인간이지만, 인간 이상의 능력을 지닌, 인간 이상의 악의를 지닌 존재다. 마인인 네우로조차도 X가 어떤 존재인지 정확히 알 수가 없다. 종족은 다르지만 X는 네우로와 같은 급 혹은 같은 유형의 존재다. 그리고 X가 알고 싶어 하는 것은, 바로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인지 하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악의가 어디에서 나오는 건지 알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인간에게서 그걸 찾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에, X는 네우로에게서 그것을 찾고자 한다. 인간이지만 인간 이상의 존재인 X와 마인이지만 인간에게 흥미를 느끼게 된 네우로는 필연적으로 라이벌이 되어야만 한다. 자신의 답을 상대방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마인탐정 네우로』는 마인이라는 존재를 통해 인간의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기발한 추리만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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