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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가위의 첫 영화들, <열혈남아, 아비정전 합본 박스 세트>

<열혈남아>와 <아비정전>은 ‘왕가위’라는, 상업적인 홍콩 영화계에서 극히 찾아보기 어려운 시네 아티스트를 각인한 데뷔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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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가위 월드의 출발점

 

왕가위의 데뷔작과 두 번째 영화인 <열혈남아><아비정전>이 새로운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출시되었다. 기존 출시본의 판권 관계가 명확하지 않았던 터라, 어쩌면 ‘정식 출시’가 더 정확한 표현일는지도 모르겠다. <열혈남아><아비정전>은 ‘왕가위’라는, 상업적인 홍콩 영화계에서 극히 찾아보기 어려운 시네 아티스트를 각인한 데뷔작이다.

 

#1. <열혈남아>, 왕가위 영화의 시작

#2. <아비정전>, 작가로서의 왕가위의 출발점 또는 왕가위 영화의 원본 이미지

 

먼저 1988년 ‘홍콩 누아르’ 장르의 대중적 인기에 힘입어 만들어진 왕가위의 데뷔작 <열혈남아>(원제 '몽콕하문旺角?門')는, 왕가위를 오우삼과 임영동의 대를 잇는 ‘홍콩 누아르의 뉴 웨이브’로 오인(誤認)하게 한 영화다. (이후 이런 오인은 <아비정전>의 참담한 상업적 실패로 이어진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왕가위의 필모그래피 맨 위를 차지하는 동시에 가장 장르적 특성이 강력한 이 영화는 데뷔작부터 자신의 색깔을 선보인 왕가위 영화의 특성을 다시 발견할 수 있는 영화다. 동시에 이 영화는 <영웅본색>이 재개봉관에서 ‘재발견’된 것처럼 비디오 대여점에서 입소문을 통해 ‘재발견’되었다.

 

국내 개봉 당시 <영웅본색>이나 <첩혈쌍웅> 같은 뜨거운 ‘홍콩 누아르’를 기대했던 관객들이 극장 측에 환불을 요구하는 ‘환불 소동’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빚었던 <아비정전>은 왕가위라는 작가의 진정한 데뷔작이라고 할 수 있을 만한 영화다. 현재까지도 왕가위 영화의 등장인물 중에서 가장 강렬한 캐릭터인 아비(장국영)가 거울을 보며 'Maria Elena'에 맞춰 맘보를 추는 이미지로 기억되는 이 영화는, 애초 왕가위의 연출과 장국영, 유덕화, 장만옥, 유가령, 양조위, 장학우라는 당대 최고의 스타급 배우들이 출연하고 2부작으로 제작된다는 소식만으로도 제작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다. (당시는 영화 수입업자들이 캐스팅만으로도 홍콩 영화를 수입하던 시절.) 하지만 정작 공개된 <아비정전>은 스토리 라인이 명확하지 않은, 인간의 감정의 풍경을 담아낸 영화였던 것.

 

<열혈남아>: 왕가위식 건달 영화

 

마니아들이 <열혈남아> 리마스터링 버전에 큰 기대를 걸었던 것은 국내 개봉 당시 보고 들을 수 있었던 엔딩 신의 삽입 여부와 왕걸(王傑)의 엔딩곡을 들을 수 있는가의 문제였다. 당시 홍콩 영화는 종종 홍콩 국내판과 대만, 한국 등에 공개하는 인터내셔널판이 별도로 제작되곤 했는데, <열혈남아>는 비정한 왕가위 감독 버전의 엔딩이 홍콩판에, 반신불수가 된 소화(유덕화)에게 아화(장만옥)가 음식물을 먹이는 다소 감상적인 엔딩이 인터내셔널판에 수록되었다. 엔딩 크레딧에 흘러나오는 노래와 영화의 주요 장면 중 하나인 공중전화 부스 키스 신에 사용된 노래가 홍콩판과 대만판이 서로 달랐다. 국내 팬으로서는 자신들의 기억에 각인된 인터내셔널판 엔딩 장면과 노래를 서플먼트로라도 접하고 싶어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리마스터링판 <열혈남아>는 마니아들의 이런 요구가 절반만 수용되었다. 홍콩판(본래 왕가위 감독의 의도)을 바탕으로 한 이 DVD에서도 국내판 비디오에 수록된 엔딩을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인터내셔널판 엔딩곡과 공중전화 부스 키스 장면에서 흐르는 왕걸과 엽환의 듀엣곡은 DVD 언어 선택 메뉴에서 북경어를 선택하면 들을 수 있다.

 

#1. 오프닝 크레딧 시퀀스, 멀티비전에서나 파란 하늘을 볼 수 있는 홍콩?

#2. 소화(유덕화)와 친척 아주머니의 전화 통화 장면에 불쑥 끼어든 인서트 컷. 영화에서 아화(장만옥)는 이렇게 뒷모습으로 처음 등장하고 소화의 집을 방문할 때는 마스크를 쓰고 있다. 이불을 뒤집어쓴 채 등장하는 소화 역시 처음에는 관객이 얼굴을 볼 수 없다.

 

<열혈남아>는 공개 당시 탄성을 모았던 스텝 프린팅 기법을 활용한 액션 시퀀스만으로도 왕가위 영화임을 분명히 한다. DVD 음성 해설을 진행하는 이동진 평론가에 따르면, 마틴 스콜세지의 <비열한 거리>에 지대한 영향을 받은 <열혈남아>는 분명히 홍콩 누아르의 영향하에 있기는 하지만 오우삼이나 임영동의 영화와는 분명히 다른 영화다. 일단 <열혈남아>에는 홍콩 누아르의 세계를 가로지르는 협(俠), 의(義) 등의 유교적 모럴과 무협 영화에서 비롯한 뜨거움이 없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소화에게는 창파(장학우)라는 돌봐주어야 할 동생이 있기는 하지만 그는 소화와 동등하게 의리를 나눌 만한 위치도, 남자다운 성품도 지니지 못한 인물이다. 오히려 그는 (본인의 의도와 달리) 소화의 삶을 갉아먹고 꼬이게 하는 인물이다.

 

#3. 소화와 아화의 식사. 왕가위는 사랑의 징후를 명확하게 보여주지 않는다. 하지만 평화로운 식사 장면, 담배를 주고받는 장면에서 감정을 주고받는 모습을 통해 관객은 두 사람의 사랑을 느낄 수 있다.

#2. 왕가위 영화에서 샷/리버스 샷의 관습적인 대화 장면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우며 데뷔작인 <열혈남아> 역시 인물들은 그다지 서로 마주보지 않는다.

 

소화와 창파의 관계는 실은 아버지와 미숙한 아들의 관계를 닮았다. 창파가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하면 소화가 수습하는 것이 이 영화의 한 축이다. <열혈남아>의 또 다른 이야기의 한 축은 소화와 아화(장만옥)의 관계다. 먼 친척뻘인 소화와 아화는 우연히 동거하며 가까워진다. 하지만 <열혈남아>에서 소화와 아화의 관계를 설명하는 연출 방식은 매우 왕가위적이다. 둘은 같은 공간을 쓰지만 거의 대화가 없다. 왕가위는 몽콕의 좁은 가옥 구조에서 밥을 먹고 손을 클로즈업하면서 표현해낸다. 이후 왕가위 영화에서도 클리셰처럼 사용되는 거울의 활용, 장만옥의 내레이션 등이 그런 예다.

 

#5. 소화와 창파(장학우)의 관계는 유사 부자 관계라고도 볼 수 있다. 창파는 '단 30분이라도 영웅이 되고 싶다'는 홍콩 누아르 세계 속 캐릭터이기도 하지만 실은 영웅의 반대편에 선, 많이 부족한 건달이다. 소화와 창파의 연대는 실은 패배자의 연대와 유사하다.

#6. 왕가위의 창조적인 미장센 구성은 위와 같은 장면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데, 짧은 대화 장면인 이 장면에서도, 소화는 아화를 등지고 있고 아화는 거울 속에 어렴풋이 배치되어 있다. 아화를 떠나 창파를 구해야 하는 소화의 먹먹함과 떠나보내야 하는 아화의 절망감이 표현된다.

 

<열혈남아>의 액션 장면 역시 마지막 장면을 제외하면 비루한 건달들이 시답잖은 이유로 악다구니를 부리는 장면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소화와 창파의 연대는 그렇게 성립된다. 소화는 창파에게서 별 볼일 없는 아웃사이더로서의 자신을 본다. 소화의 창파에 대한 애정은 그렇게 성립된다. 죽기를 작정하고 벌이는 거사를 앞두고 고향의 어머니를 찾아간 창파는 '지금 새 아버지가 있으니 볼 수 없다'는 어머니의 답을 듣는다. 그가 버림받은 사람이며 소화 역시 그렇다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소화는 아마도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소심한 조폭 캐릭터일 것이다. 그는 영화의 초반부에 헤어진 연인과 마찬가지로 아화에게도 '아무것도 약속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의 지위와 삶을 직시하고 비관하는 건달이다. 그에게는 오직 아화만이 유일한 구원일 수 있지만 이미 그동안 살아왔던 삶의 무거움은 결국 아화를 파멸로 몰고 간다. <열혈남아>는 아마도 중화권 내에서 가장 모던한, 이 현대의 거장이 내디딘 인상적인 첫걸음으로 기억될 영화다. ★★★

 

<아비정전>: 발 없는 새

 

DVD 음성 해설을 진행하는 이동진 평론가는 <아비정전>을 왕가위의 진정한 데뷔작이라고 칭하며 필자 역시 이 의견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아비정전> 이후의 왕가위 영화는 모두 만들어지지 않은 <아비정전>의 후편 또는 변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1. 타이틀 시퀀스. 필리핀의 숲을 트래킹으로 잡았다. 이 장면은 영화 후반부에서 아비가 죽어갈 때 다시 등장해 허무함을 표현하는 데 한몫한다.

#2. 수리진(장만옥)에게 '작업' 거는 아비(장국영). 단순한 작업 코멘트로 볼 수도 있겠지만, 시간과 관계를 다루는 이 영화에서 중요한 대사다.

 

<아비정전>은 유난히 인물의 등을 자주 보여주는 영화다. 지구의 모든 실연(失戀)을 다루는 것 같은 이 영화에서 ‘등’은 인물의 감정을 대신하는 절절한 표정이라고 할 수 있다. 왕가위는 이 영화 이후에도 <화양연화> <2046> <중경삼림> <타락천사> 등에서 ‘등’이 등장하는 장면을 통해 감정의 깊이를 표현했음은 물론이다. <아비정전>에서 가장 핵심적인 장면이라고 할 수 있는, 아비(장국영)가 친어머니를 만나지 못하고 돌아서 걸어가는 장면에서, 우리는 아비의 절망적인 얼굴을 볼 수 없다. 대신 우리는 아비의 걸어가는 뒷모습을 슬로모션으로 볼 수 있을 뿐이다. ‘어머니에게 자신의 얼굴을 절대로 보여주지 않겠다’는 아비의 내레이션이 들려온다.

 

<아비정전>은 기승전결의 드라마 작법을 해체해 버린 영화다. 영화에서 수리진(장만옥)과 루루(유가령)는 아비에게 실연당하고 아비와 그의 양어머니는 결별하며 아비의 친구(장학우)는 루루에게, 경찰관(유덕화)은 수리진에게 실연당한다. 그리고 아비는 허무한 삶으로부터 실연당한다. 영화는 각 인물의 관점에서 에피소드를 전개해 나가고 그들의 이야기는 느슨하게 이어져 있다. 이 영화는 온통 실연당하는 인물뿐이다. 그들은 그 실연의 고통에서 벗어나려고 하지만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고, 설사 벗어난다고 하더라도 고통은 내재해 있거나 더한 고통에 시달린다. 그리고는 (의식하지 못한 채) 타인에게 상처를 준다. <아비정전>은 마치 실연의 파노라마처럼 영화가 진행되고 왕가위는 그런 감정의 극단을 끌어낸다. <아비정전>의 인물들은 <중경삼림>에서 연인이 떠나고 미친 사람처럼 비누와 이야기를 나누던 경찰관 633(양조위)과 <화양연화>에서 앙코?와트 사원의 벽에 자신의 이야기를 전해주던 차우(양조위)과 같은 사람들이다.

 

#3. 경찰관(유덕화)과 수리진. 애틋한 감정이 솟아나는 이 장면에서는 지나가는 엑스트라를 찾아볼 수 없고 걸어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과 앞모습을 볼 수 있을 뿐이다. 인간과 인간의 관계가 하나의 소우주임을 표현하는 데 왕가위만한 연출력을 보여주는 감독은 보기 드물다.

#4. 아비와 양어머니. 아비는 생모를 만나고 싶어 하지만 쉽게 만날 수 없다. 양어머니는 생모를 만나려는 아비를 질투한다. 사랑하는 대상에게 반대로 표현하는 아이러니.

 

이 영화로 왕가위와 처음 만나게 된 크리스토퍼 도일의 촬영은 후미진 60년대 홍콩의 좁은 건물 사이에 고립된 인물들의 감정선을 훌륭히 따라간다. 왕가위 영화에서 인물들은 서로 바라보지 않는데 <아비정전>의 다양한 인물들이 그렇다. 그들은 뭔가 뒤틀려 있는 자신들의 사랑을 인식하고 제대로 말하지 못한다. 왕가위의 다른 영화 주인공들처럼 <아비정전>의 주인공들은 ‘순간’의 영원성에 영혼을 잠식당한다. 영화의 도입부에 바람둥이 아비가 수리진에게 접근해 1분간 수리진과 함께 아무 말 없이 시간을 보낸 후 내뱉는 대사는 이 영화의 정서를 단적으로 대변한다.

 

'1960년 4월 16일 3시 1분 전, 우리는 함께 있어요. 난 우리가 함께한 이 순간을 기억할 겁니다.'

 

수리진이 아비의 이 말 때문에 실연의 고통에 시달리듯, 경찰관은 수리진과 걸었던 그 순간 때문에, 아비의 친구는 루루와 눈을 마주친 몇 순간 때문에 심연에 깊은 상처를 담아놓게 된다. 영화는 그 순간의 감정이 영원히 지속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영화의 타이틀 롤인 아비는 사실 일반적인 영화에서는 ‘나쁜 놈’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아무런 예고 없이 실연을 통보하고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개념 없는 인간이며 죄의식을 갖지 않는 인간이다. 하지만 <아비정전>에서는 아비 역시 깊은 상처에 허덕이는 인물이다. 왕가위는 영화의 중반부에 이르러서야 그가 지닌 고통의 바닥을 보여주는데, 그는 어머니로부터 버림받은 사람이기 때문이며 그런 모성의 결핍은 그를 타인의 고통에 무감한 사람으로, 또 상처받기 싫어서 버려버리는 사람으로 만든 것이리라.

 

# 5. 이 영화에서 감정을 표현하는 데 가장 적극적인 루루(유가령)는 아비가 떠나가자 아비의 소재를 알고자 아비의 양어머니를 찾아간다. 하지만 여전히 아비의 소재를 알 수는 없다. 커튼을 활용해 고립감을 두드러지게 표현한 미장센.

#6. 주요 등장인물이면서도 이름이 없는 아비의 친구(장학우)는 루루를 사랑한다. 하지만 그의 사랑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이 장면에서 아비의 친구는 루루를 마주보지 못하고 말을 건넨 후 나가 버린다. 고정샷으로 촬영된 이 장면은 잠시 아비의 친구가 떠난 자리를 비춘다.

 

아비가 내레이션으로 주절거리는 '발 없는 새' 이야기는 이 영화 속 인물들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이야기다. 발이 없어 죽을 때가 되어서야 지상에 내려오는 새. 그 발 없는 새처럼 이 영화의 인간들은 삶을 살아가기는 하지만 끊임없이 부유한다.

 

세상에 발 없는 새가 있다더군.

늘 날아다니다가 지치면 바람 속에서 쉰대.

평생 딱 한 번 땅에 내려앉는데 그건 바로 죽을 때지.

 

<아비정전>의 탁월함은 이런 인물들을 묘사하는 방식에서 드러난다. 이 영화에서 과거가 드러나는 인물은 죽어가는 장면에서 인서트 컷을 통해 버림받은 과거가 드러나는 아비와 늙은 어머니 때문에 선원이 되지 못하고 경찰이 되었다고 말하는 경찰관뿐이다. 하지만 이 영화 속 등장인물들이 비슷한 종류의 상처를 겪은 것은 분명하다. 그들은 버림받지 않고 싶어 하지만 버림받는다. 왕가위는 그들의 미묘한 감정을 사물과 손 그리고 뒷모습 같은 독특한 표정의 대체물로, 그리고 그루브가 강한 배경음악으로 표현했다.

 

<아비정전>은 어떤 면에서 팝적인 감각이 돋보이는 <중경삼림><타락천사>보다 더 본질적인 왕가위 영화며, 진정한 작가로서의 왕가위가 시작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

 

 

<열혈남아>의 주요 장면을 활용한 메인 메뉴

장면 선택 메뉴

<아비정전>에서 가장 유명한 장국영의 맘보 댄스 장면을 활용한 메인 메뉴

장면 선택 메뉴

 

 

<열혈남아>: 소화와 창파는 존재하지 않아야 할 곳에 존재함으로써 고단함을 느낀다.

<열혈남아>의 마지막 장면. 다소 희망적인 인터내셔널 버전에 비해 잔혹한 결말 장면이다. <열혈남아>는 마틴 스콜세지의 갱스터 클래식 <비열한 거리>의 영향을 받기도 했다.

<아비정전>의 유일한 액션 장면은 전작 <열혈남아>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촬영되었다. 전작의 스텝 프린팅 기법은 찾아볼 수 없고 짧고 빠른 편집으로 평면적으로 촬영되었다.

<아비정전> 논란의 엔딩 장면, 본편에서 모습을 볼 수 없었던 양조위가 담배를 입에 문 채 머리를 빗고 밖으로 나가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애초 2부로 기획되었던 <아비정전> 본래 기획을 상기시키는 장면.

 

세월이 느껴지는 영상

 

작년에 출시된 리마스터링판 <중경삼림><타락천사> DVD의 영상 퀄리티가 꽤 만족스러운 관계로 같은 출시사에서 발매된 <열혈남아><아비정전> 리마스터링판 DVD에 대한 기대 역시 높았다. 하지만 이 두 작품의 영상 퀄리티는 <중경삼림><타락천사>의 영상 표현력에는 필적하지 못한다. 다만 그간 시중에서 유통되었던 (판권이 의심되는) 기존판보다 한층 깔끔해진 영상 퀄리티에 만족해야 할 듯하다. <열혈남아>는 저예산 데뷔작의 한계가 두드러져 보인다. 형광빛 조명을 많이 사용한 이 영화는 스타일리시한 화면이 인상적인 것이 사실이지만 동시에 고감도 필름을 사용하여 필름 입자가 꽤 거칠게 표현되었다. 그러다 보니 인물의 윤곽선도 분명하게 표현되지 않는다. 아마도 원본 소스 자체의 한계인 듯한 이런 모습은 <아비정전>도 마찬가지다. 60년대를 표현하려고 크롬빛의 색감을 강조한 <아비정전>은 더욱 어두운 장면이 많아 인물이 뭉개지듯 표현되는 장면이 꽤 많다. 이런 표현력 역시 당시 연출자의 의도가 반영되었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겠으나 어쨌든 최근작의 영상 퀄리티에 비견될 정도는 아니며 높은 리마스터링 퀄리티를 선보였던 <중경삼림><타락천사>의 리마스터링 버전과 비교하기도 어려울 듯하다. 아마도 홍콩 내 흥행 성적이 부진했던 두 작품의 원본 소스 자체의 한계인 듯하다. ★★★

 

 

<열혈남아>의 언어 선택 메뉴

왕가위가 잘 활용하는 소품 중 하나인 주크박스의 영화 속 장면을 활용했다.

<아비정전>의 언어 선택 메뉴

마찬가지로 왕가위가 주요 소품으로 활용하는 원형 벽시계를 활용한 디자인.

 

다양한 스펙 적용이 가능한 사운드

 

<열혈남아>는 광둥어 돌비 디지털 5.1채널과 DTS 5.1채널, 그리고 북경어 돌비 디지털 2채널을 지원하는데, 이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이 영화의 홍콩 국내 버전과 대만과 한국 등에 소개된 인터내셔널 버전이 서로 달랐기 때문이다. 국내 개봉판과 비디오판에 익숙한 감상자라면 북경어 버전으로 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아비정전>은 북경어가 지원되지 않고 광둥어 음성 트랙만 지원하는데, 8,90년대에 만들어진 홍콩 작품답게 서라운드나 우퍼의 활용도를 즐길 만한 장면은 거의 없는 편이다. 하지만 다채널 지원을 통해 왕가위 영화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사운드트랙의 표현도는 조금 더 향상되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열혈남아>의 전화 부스 키스 장면의 삽입곡 활용과 <아비정전>에서 영화에 독특한 정서를 부여하는 월드 뮤직을 비교적 깔끔한 사운드로 체감할 수 있다. ★★★

 

 

이동진 평론가의 수준 높은 음성 해설

 

정성일 평론가의 음성 해설이 반가웠던 <중경삼림><타락천사> 리마스터링 버전과 마찬가지로 <열혈남아> <아비정전>에도 국내 평론가의 음성 해설이 삽입되었다. 다만 정성일 평론가 대신 조선일보 기자로 활동하다가 퇴사한 이동진 평론가가 음성 해설을 지원한다. 정성일 평론가가 영화의 전체적인 의미와 세부 설정에 대해 자세하게 해설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면 이동진 평론가는 왕가위 영화의 여러 특징을 이 초기 영화에서 확인하고 'Shot by Shot'에 가까운 자세한 시퀀스 분석을 통해 차분하면서도 수준 높은 음성 해설을 들려준다. 왕가위 감독에 대해 관심이 많은 감상자라면 꼭 챙겨 들어볼 만한 내용이 가득 담겨 있다.

 

이 음성 해설과 각 영화의 극장용 예고편이 서플먼트의 전부여서 다소 아쉽다. ★★

 

<아비정전 열혈남아 합본 박스 세트>

감독 : 왕가위

주연 : 장국영, 유덕화, 장만옥, 장학우, 유가령

 

■ Spec
화면 Anamorphic Widescreen 1.85:1
음향 Dolby Digital 5.1 Surround

     DTS 5..1 Surround, Dolby Digital 2.0

더빙 광동어, 북경어

자막 한국어

상영시간 94분, 94분

지역코드 Dual Layer / Region 3
제작년도 2006년

출시일자 2007-01-23


Special Feature

이동진 평론가 음성해설

극장용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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