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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만이 줄 수 있는 감동, 장한나 스승 미샤 마이스키 첼로 리사이틀

첼로. 사람의 목소리와 가장 닮은 소리를 내는 악기. 그래서 중저음의 부드럽고 우아한 첼로 선율은 편안함과 안정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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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로. 사람의 목소리와 가장 닮은 소리를 내는 악기. 그래서 중저음의 부드럽고 우아한 첼로 선율은 편안함과 안정감을 준다. 실제로 필자는 마음이 산란하거나 한밤에도 전혀 꿈나라로 갈 기미를 보이지 않을 때면 미샤 마이스키(Mischa Maisky)가 연주하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조곡’을 들으며 잠을 청하곤 한다. 그리고 그가 3년 만에 내한공연을 펼친다기에 기쁜 마음으로 달려가 보았다.

무대가 열리자 은발의 미샤 마이스키와 피아니스트 세르지오 티엠포가 등장한다. 연주에 앞서 확실하게 시선을 잡아끄는 마이스키의 의상. 역시 이번에도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다. 평소 연미복은 펭귄이 연상된다며 연주하기 편한 의상을 고집하는 마이스키는 그 편한 의상이 화려한 실크 블라우스라서 유독 무대의상에서 항상 주목을 받아 왔다.

이번에는 색상이 많이 차분해졌다. 그의 긴 웨이브 머리와 같은 회색 블라우스에 검은색 바지를 입었다(2부에서는 같은 디자인의 옷을 위아래 색상만 바꿔 입는 센스를 보여줬다). 그러나 디자인까지 심심하지는 않다. 퍼프소매에 굵은 주름이 진 블라우스, 술 달린 바지로 은근한 패션감각을 자랑한다.

라트비아 공화국 출신의 미샤 마이스키는 세계적으로 가장 사랑받는 첼리스트 가운데 한 사람으로, 장한나의 스승으로도 유명하다. 벌써 10여 차례나 내한공연을 펼쳤을 정도로 국내에서도 그 인기가 대단하며, 그 또한 곱게 한복을 차려입고 ‘청산에 살리라’와 ‘그리운 금강산’을 연주해 음반에 실을 만큼 한국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마이스키와 티엠포


프로그램에 예정된 곡은 모두 4곡. 베토벤 변주곡과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그리고 라흐마니노프의 엘레지와 첼로 소나타다. 흔히 마이스키의 연주는 남성적이면서 지나치게 기교적이라는 평을 받는다. 평균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결국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마이스키의 연주가 좋아서 이 자리에 모인 것이 아니겠는가? 따라서 감흥 또한 그의 기교만큼이나 화려하다.

우선 베토벤의 ‘사랑을 느끼는 남자들에게는’ 주제에 의한 변주곡은 모두 7개로, 마이스키는 때로는 발랄하게, 때로는 구슬프게 각각의 느낌을 살려 미묘한 변화를 들려준다. 클래식을 즐겨 듣지 않는 사람도 들으면 “아~” 하고 익숙함을 표현할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에서는 마이스키의 독특함이 더 살아난다. 악보는 물론, 기존 연주와도 또 다른 해석이다. 2부에서 이어진 라흐마니노프의 엘레지와 첼로 소나타에서는 마이스키의 낭만적이면서도 남성적인 감성이 여실히 드러난다. 특히 엘레지에서는 눈물이 쏟아질 듯한 애절한 선율이, 또 첼로 소나타에서는 격정적으로 휘감는 그만의 카리스마가 강하게 표현됐다.

예상치 못한 감동이 또 있었으니, 바로 함께 연주하는 티엠포의 실력이다. 공연에 앞서 기획사 담당자에게 이번 공연의 관람 포인트를 물어봤었다. 기획사측에서는 무엇보다 함께 내한하는 피아니스트 세르지오 티엠포와의 호흡을 들었다. 티엠포는 지난해 장한나가 내한공연을 위해 피아니스트를 찾고 있을 때 마이스키가 직접 추천했을 정도로, 뛰어난 연주 실력과 음악적 감각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평가대로 티엠포는 자유분방한 마이스키의 연주에 민첩하게 반응하면서도, 앞서지도 뒤처지지도 않는 절도 있는 연주를 선사했다. 거장의 거침없는 연주에 딸려갈 만도 한데, 티엠포는 기죽음 없이 섬세하게, 때로는 강렬하게 자신만의 느낌을 전달했다. 덕분에 객석에서는 각자의 기량을 뽐내면서도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최상의 하모니를 만끽할 수 있었다.

미샤 마이스키 첼로 리사이틀


그 감흥이 어느 정도였는지는 커튼콜 무대가 대변한다. 객석의 멈출 줄 모르는 뜨거운 기립박수에 마이스키와 티엠포는 10여 차례나 무대에 다시 올라야만 했고, 결국 4곡의 앙코르를 선사했다. 앙코르곡은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제, 그리고 쇼스타코비치와 쇼팽, 쇇로코피에프의 소나타였다. 역시 첼로와 피아노, 두 사람의 환상적인 호흡을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마이스키의 연주는 작곡가의 의도를 한참 벗어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악보에 적힌 악상기호대로 연주한다면 결국 모든 연주가 똑같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굳이 자클린 뒤 프레나 마이스키, 요요마, 장한나의 연주를 따로 들을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연주한 같은 곡은 모두 다른 느낌으로 새로운 감동을 주며, 음악은 이렇듯 연주자에 의해 매번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다. 클래식 음악이 몇백 년이 지나도록 사랑받는 이유도 계속되는 재해석,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끝으로 동행인의 감상을 인용한다. 평소 클래식에 큰 관심이 없던 그는 그 방면에 조예가 깊은 작가에게 물어봤다고 한다. “연주를 잘하는지 못하는지를 어떻게 알 수 있나요?” 작가가 말하길 “많이 들어보면 귀가 열립니다. 저 가수는 노래를 잘한다, 못한다 말들 하죠? 같은 이치입니다.” 그 뒤 집에 있던 음반과 유명 연주가의 음반을 비교해 들어봤더니, 정말 다르더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공연은 어땠을까? 그는 ‘정말 감동’이라며 필자보다 더 큰 박수로 환호했다. 마이스키의 평균을 벗어난, 화려하지만 깊이 있는 연주에 반한 이가 또 한 명 늘었다(^^).

미샤 마이스키 첼로 리사이틀
2007년 2월 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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