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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유니에 대하여

아직도 유니의 얼굴이 이곳저곳에 보입니다. 그 사람이 유령이 되어 이곳저곳에 나타나기 때문이 아니라 케이블에서 하는 오락 프로그램 재방송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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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유니의 얼굴이 이곳저곳에 보입니다. 그 사람이 유령이 되어 이곳저곳에 나타나기 때문이 아니라 케이블에서 하는 오락 프로그램 재방송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죠. 가요 프로그램이나 뮤직 비디오 같은 건 비교적 빨리 사라지지만 ‘도전 스타 골든벨’이나 ‘스펀지’ 같은 연예 오락 프로그램의 재방송은 은근히 수명이 길군요. 그것도 뮤직 비디오처럼 미리 예고를 하고 나오는 대신 자연스럽게 다른 패널과 섞여 나오는 터라 유니의 등장은 그 평범한 일상성 때문에 더 소름끼칩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유니의 사진은 조금 다른 의미로 무섭습니다. 이 사람은 지금까지 섹스 어필을 일차적인 무기로 삼았고 인터넷에서 쉽게 검색할 수 있는 사진도 대부분 노골적으로 섹시한 포즈를 취한 것이죠. 섹시한 포즈를 취한 죽은 사람의 모습은 무섭습니다. 죽음과 섹스라는 두 개념이 은근히 궁합이 잘 맞기 때문에 더 그렇죠.

비슷한 이유로, 전 마릴린 먼로가 남긴 많은 사진을 편하게 보지 못합니다. 그 사람의 서글프고 힘겨운 삶과 비참한 죽음을 기억하지 않고, 철저하게 보는 사람의 성감을 자극하고자 조작된 그 사진들을 바라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에요.

다행히도 먼로는 좋은 사진도 남겼습니다. 어린 아이처럼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공중으로 도약하는 필립 할스만의 사진이 있고, 사진작가 이름은 잊었지만, 그랜드 센트럴 스테이션에서 찍은 그 멋진 사진도 있군요. 세계적인 일급 스타의 이점이죠. 먼로 주변에는 단순히 업자가 제공하는 섹시한 이미지 그 이상을 잡아낼 수 있는 눈을 지닌 일급 사진작가들이 있었습니다. 먼로가 남긴 사진들은 우리가 머릿속에 담은 먼로의 이미지보다 폭이 넓고 그중 좋은 사진은 먼로라는 자연인의 모습을 더 잘 잡아냈지요.

다시 유니의 이야기로 돌아가죠. 앞에서 전 그 사람이 출연하는 오락 프로그램의 재방송을 보고 소름끼쳤다고 했는데, 그건 당시 유니의 모습이 소름끼친다는 건 절대로 아니었습니다. 억지로 섹시한 척할 필요도 없이 다른 사람들과 분위기를 타고 어울리기만 해도 되는 프로그램이라 그 사람의 모습은 자연스럽고 편했지요. 유니가 그런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한 건 여러모로 다행이었습니다. 적어도 그런 오락 프로그램은 그 사람이 찍은 뮤직 비디오보다 유니라는 자연인 겸 연예인의 이미지를 훨씬 폭넓고 의미 있는 방식으로 남겼어요. 전 그 사람의 노래가 가물가물하고 뮤직비디오도 하나 정도밖에 기억하지 못하지만 ‘만원의 행복’에 출연했던 당시의 모습은 기억합니다. 요새는 비눗방울 미션을 수행했던 ‘아빠의 도전’ PD가 쓴 게시물 때문에 당시의 사진 캡처와 클립이 도는 모양이더군요.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우리의 이미지를 받아들이는 방식을 통제할 수 없습니다. 처음부터 가공된 이미지를 제공하는 것이 직업인 연예인의 경우라도 마찬가지예요. 아니, 더 심하죠. 그들의 이미지를 집어삼키며 먹고 사는 대중이란 두뇌가 없는 거대한 괴물과도 같은 존재라 일단 이미지를 삼키고 그에 따른 조건이 주어지면 낭떠러지가 보일 때까지 돌진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엔 방향 전환은 누구도 할 수 없죠.

그래도 그나마 오락 프로그램이 있어서, 그런 프로그램은 재방송과 인터넷을 통해 반복 감상이 가능해서 조금 숨통이 트입니다. 물론 오락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연예인이 솔직한 모습만 보여주는 건 아니죠. 하지만 이런 프로그램이 출연자에게 공식적으로 가공된 이미지 이상을 보여주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적어도 유니는 그런 덕을 보고 있지요. 덕택에 가공된 섹시 이미지 이외의 다른 모습이 인터넷에 돌게 되었으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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