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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재미있어라 < 오! 재미동> 도서관

늘 지나가기만 하다가 아이들이 먼저 < 재미 1동 도서관>이라는 표지를 발견하고는 “엄마, 여기도 도서관이래, 한번 들어가 보자!” 해서 어떤 곳인가 구경해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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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같은 장소임에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찾는 이유가 달라지는 곳이 있습니다. 내게 충무로는 아마 그런 장소 중 하나가 아닐까 하네요. 학교 다닐 때는 친구들과 영화 보러 뻔질나게 드나들던 곳이었지만 아이를 낳고 아이들과 함께 나들이하러 다니다 보니 충무로에는 영화를 보러 간다기보다는 다른 체험학습을 하러 들르는 경우가 더 많아졌답니다.

오늘도 아이들과 충무로 근처 ‘샘표 지미원’이라는 곳에서 겨울방학 요리교실에 참가하느라 충무로를 찾게 되었지요. 오전에 요리교실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에 개찰구를 들어서니 통로에 < 오! 재미동>이라는 곳이 보였습니다. 늘 지나가기만 하다가 아이들이 먼저 < 재미 1동 도서관>이라는 표지를 발견하고는 “엄마, 여기도 도서관이래, 한번 들어가 보자!” 해서 어떤 곳인가 구경해보기로 했지요.

<오! 재미동> 도서관 입구


마침 점심시간이어서 그런가, 아니면 오늘 날씨가 너무 추워서인가 사람이 한 명도 없었어요. 길쭉한 공간 한쪽에 데스크가 있고 그 옆에는 각종 영화 DVD가 꽂혀있는 코너가 있었고 낮은 책장이 줄지어 있었는데 주로 영화, 문화, 디자인 관련 서적과 정기 간행물들이었어요.

아이들과 함께 책꽂이를 살펴보며 각자 맘에 드는 책을 골라보기로 했습니다. 저는 작년에 지하철 탈 때마다 열독했던 <필름 2.0>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더군요.^^ 아이들은 어디서 찾았는지 <고래가 그랬어>라는 잡지를 들고서 양쪽으로 길게 놓인 쿠션에 편안하게 누워서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오! 재미동>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는 아이들


<오! 재미동> 도서관에 진열된 책들


가끔 지하철의 도착과 출발을 알리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리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기웃거리거나 소곤거리는 소리 외에는 정말 조용한 공간이었기에 여기가 지하철 역 한가운데라는 사실을 잊고 어디 낯선 별나라가 아닐까, 라는 생각마저 들었답니다.

그렇게 지난 잡지를 열심히 읽으며 영화 속으로 빠져들 때쯤 갑자기 귀에 들리는 낯익은 음악 소리는? 얼마 전 아이들과 함께 본 영화 <미녀는 괴로워>에서 김아중이 멋지게 불렀던 그 노래, 바로 ‘Maria’였답니다. ‘도대체 어디서 들리는겨?’ 하고 눈을 들어 보니 DVD 코너 옆 주크박스 앞에서 아이들이 신기한 물건을 발견한 듯 웃고 있지 뭐예요.

“엄마, 이거 정말 재미있다. 100원 내면 자기가 원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건가 봐.”

둘째는 난생처음 보는 주크박스가 무척 신기한지 이따가 껌 사먹으려고 아껴두었던 동전을 3개나 집어넣고는 저에게 듣고 싶은 음악을 이야기하라고 하네요. 뭐 오늘은 엄마가 듣고 싶은 음악을 자기가 선물하겠다나요? ㅎㅎ 그래서 아이들 덕에 ‘Maria’ ‘거리에서’ ‘바람만 바람만’ 등등의 노래를 들으면서 귀도 호사하고 눈도 호사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답니다.^^

쥬크박스 앞의 아이


2004년 1월 3일에 개관한 충무로 영상 센터인 < 오! 재미동>은 서울시와 (사)서울영상위원회가 운영하는 미디어 뺼터입니다. 영화의 거리 충무로 지하철 역사 안에 있는 이곳은 영화 마니아를 위한 공간이라기보다는 일반 시민들이 쉽게 들어와서 편안하게 다양한 영상물을 즐기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되었다고 하네요.

재미 1동 도서관, 재미 2동 비디오방, 재미 3동 편집실, 재미 4동 재미동 극장, 재미5동 마루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공짜로 책도 보고 영화도 보고 또 친구들과 만남의 공간으로 이용하기도 하고 또 재미있는 행사가 연중 이어져서 시간이 허락한다면 즐거운 체험도 해볼 수 있는 멋진 공간인 셈이죠.

우리가 찾은 재미 1동 도서관 입구에 마련된 영상물 코너에는 각종 희귀 영화,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 등이 준비되어 있어서 회원으로 가입하면 자신이 보고 싶은 영화를 골라 도서관과 붙어있는 비디오방에서 얼마든지 감상할 수 있다고 하네요.

도서관 내 DVD 코너


도서관의 한쪽 벽을 장식한 사진을 보니 재미있는 프로젝트도 열리는 것 같았어요. 벽 한쪽을 빼곡히 채운 사진은 식빵을 태워서 모양을 내는 작업이었는데 자신이 원하는 그림을 종이에 그리고 가위로 오려서 식빵에 올린 다음 오븐 토스트에 구워서 식빵에 모양을 내는 작업이었습니다. 어쩌면 사람마다 그렇게 갖가지 다양하고 재미있는 생각이 나오는지 아이들과 구경하면서 집에 가서 우리도 꼭 해보자고 약속했답니다.^^

식빵 그림 그리기 사진


이젠 충무로의 재미있는 공간들을 아이들과 돌아다니다가 지친 다리를 쉬어가고 싶을 때면 걱정 없이 들를 곳이 생겼네요. 주머니에 동전 몇 개, 그리고 잠깐의 여유를 즐길 마음만 있다면 언제든지 충무로에 내려볼까 합니다.^^


< Tip> 오! 재미동 도서관
  - 홈페이지: //www.ohzemidong.co.kr/2004/01_library/01_library.asp
  - 운영: 오전 11시~오후 8시(매주 월요일, 공휴일 휴관)
  - 문의: 02-2273-2392/2398
  - 위치: 지하철 3,4호선 충무로역 지하 1층 개찰구 중앙 통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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