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도 상담을 해준다! - 『너, 외롭구나』 & 『천 개의 공감』
우리에게는 상담할 사람이 필요합니다. 충고해 줄 사람도 필요하고, 격려해줄 사람도 필요합니다. 책은 어떨까요? 책도 그렇게 해줄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에게는 상담할 사람이 필요합니다. 충고해 줄 사람도 필요하고, 격려해줄 사람도 필요합니다. 책은 어떨까요? 책도 그렇게 해줄 수 있지 않을까요? 요즘 유행하는 자기계발서라는 것도 그런 의미일 테고, 소설이나 에세이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그런 책도 일종의 카운슬링을 주는 것이겠지요. 자, 그렇다면 책이 그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까요? 답답하고, 아픈 마음을 보듬어줄 수 있을까요?
최근에 김형태의 『너, 외롭구나』를 보고 깜짝 놀란 기억이 납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얼굴을 홧홧하게 하는 것이 예사롭지가 않더라고요. 이 책은 카운슬러를 표방하는데, 뭔가 다르거든요. 무엇이 다르냐고요? 취업이 안 된다, 친구들이 나를 피하는 것 같다, 적당한 직장을 잡아야 하는 처지가 답답하다, 등의 고민이 있습니다. 보통의 경우, 어떤 말을 하나요?
조금만 참아라, 좀 더 기다려봐라, 따위의 말을 합니다. 그런데 『너, 외롭구나』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취업이 안 된다고 하면? 실력이 있느냐고 말합니다. 친구들이 나를 피한다? 재미가 없으니까 피하는 거라고 말합니다. 적당한 직장 타령? 세상에 ‘적당한’ 직장이 어디 있느냐고 쏘아댑니다. 한심한 소리 그만 하라고 말이죠.
이 책은 완전히 ‘바늘’입니다. 아픈 곳을 콕콕 찔러대는 것처럼 글을 쓰고 있거든요. 책을 보면서, 실제의 고민글을 올린 사람이 이 책을 봤을 때 어떤 마음이 들었을지 생각해봤습니다. 화가 났을까요? 처음에는 그랬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게 참 묘합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게 진짜 치료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모 개그프로그램에 보면, 기자가 소위 전문가라고 불리는 이들의 의견을 듣는 장면이 있잖아요. 그 다음에 기자는 뭐라고 정리하나요? ‘쓸데없는 소리’라고 말해버리지요.
기존에 있던 고민상담글을 떠올려봤습니다. 취업이 안 된다면? 취업대란 현상을 그렇게 길게 쓰지요. 부잣집 친구 때문에 고민한다면? 세상이 불평등하다는 것을 참으로 길게 쓰지요. 그 이유가 뭘까요? 그런 것도 위로가 되기는 하거든요. ‘이 세상의 문제’라는 식으로 말이죠. 그런데 그게 당사자에게 도움이 되나요? 특히, 당사자에게 문제가 있는 것을 두루뭉술하게 덮어버리고, 세상의 문제로 일반화해버리는 게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까요? 그것도 ‘쓸데없는 소리’, 즉 치료 불가능한 약이라고 생각됩니다.
김형태는 그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 소리를 해봤자, 지금 당장 방안에서 고민하는 청춘에게 아무 도움이 안 되지요. 더욱이 자기 스스로 문제를 만든 청춘이라면 더욱 그렇죠. 그래서 김형태는 참 날카롭게 글을 쓴 겁니다. 스스로 만든 고름을 찾아 터뜨리게 해주기 위해서죠. 그것부터 처리해야 문제가 해결되든 말든 할 테니까요.
「정말 계속 하는 말이지만, 남 탓하면 뭐합니까. 담임 탓하면 뭐합니까. 설령 그들의 잘못이었고, 당신만이 피해자라고 합시다. 손해 배상 청구할 겁니까? 청구해서 소송에서 이기면 지나간 세월을 돌려준답니까? 쓸데없는 과거에 집착하고 한탄하면서 소중한 오늘을 단지 내일 후회할 새로운 과거로 만들고만 있습니다.」(『너, 외롭구나』 중에서)
「스물세 살의 당신은, 오늘 하루도 하릴없이 보냈을 것입니다. 앞으로 5년 남은 시간 동안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 시간이 모자란다는 당신은 오늘도 별 시답잖은 일들로 하루를 낭비하고, 하나도 달라질 게 없는 내일을 위해 지금 쿨쿨 자고 있겠지요. 당신의 고민은, 고민이 아닙니다. 게으른 젊은이의 공상일 뿐입니다. 나태한 일상을 변통하기 위한 타성적이고 상투적인 문제 제기일 뿐입니다.」(『너, 외롭구나』 중에서)
김형태의 글은 날카롭지만 따뜻합니다. 애정이 보이거든요. 문제를 풀어보자는 진심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마나한 소리를 하는 것보다 확실히 더 어려운 일이지요. 그래서 이 책을 보고 놀랐던 겁니다. 처음에는 얼굴이 홧홧해져서, 종래에는 이렇게 대단한 카운슬러도 있는가 하는 생각에.
그 책을 본 이후로, 상담해주는 책은 많았지만 딱히 마음을 잡아끄는 책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들 왜 그리 하나같이 ‘휴식을 취하세요!’라는 똑같은 말만 하는지…. 그런데 이번에 본 김형경의 『천 개의 공감』을 보면서 다시금 괜찮은 책이 등장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책도 상담해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사례로써 말입니다.
이 책은 김형태의 『너, 외롭구나』와 많이 다릅니다. 김형태의 글이 직설적이며 또한 현재적이라면, 김형경의 『천 개의 공감』은 말을 길게 돌려서 합니다. 또한 현재보다는 과거를 밟고 미래를 향해 가려고 합니다. 아무래도 ‘정신분석’이라는 분야를 통해 글을 썼기 때문일 겁니다.
소설가 김형경이 정신분석이라? 무슨 얼치기 짓이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아닙니다. 김형경이 공부를 했다는 것도 있지만, 자신도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단정 지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런 심리지요. 나에게 도움이 됐던 것을 공부하고, 그럼으로써 내가 만났던 고마움을 다른 사람들도 겪어봤으면 좋겠다는 것 말입니다. 그렇기에 나쁘지 않습니다. 애정이, 또한 진심이 보이거든요. 이론에 따라 도식화한 점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또 한 명의 카운슬러로 생각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세진 님 역시 엄마처럼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점검해보세요. 예전에 그토록 싫어했던 엄마의 간섭, 지배, 통제가 엄마 입장에서는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했던 행동들입니다. 지금 세진 님 역시 엄마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아무런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 엄마에게 똑같은 것을 돌려드리려고 하는 것 아닌지요? 의존, 간섭, 지배, 통제 등이 가장 대표적으로 ‘사랑처럼 보이는 것’에 속합니다. 세진 님의 성장기에 엄마의 지배와 간섭이 진저리치게 싫었다면, 이제 와서 엄마에게 그와 똑같이 돌려주려는 무의식적 의도는 불손해 보이기도 합니다.」(『천 개의 공감』 중에서)
복잡한 일도 많고, 머리 아픈 일도 많은 세상입니다.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일도 어렵지요. 특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된다면, 하루하루는 전쟁터 같을 테지요. 그럴 때, 혼자 고민만 하지 마세요. 정면으로 돌파해보고 싶다면 김형태의 『너, 외롭구나』가, 이 문제가 과거부터 연결돼 있다고 생각해 긴 시간을 들여서라도 문제를 진지하게 바라보고 싶다면 김형경의 『천 개의 공감』이 있으면 될 테니까요. 책도 상담을, 그것도 아주 좋은 상담을 해줄 수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