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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x의 보랏빛 크리스마스 콘서트

연말에는 볼 만한 공연이 정말 많다. 특히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축복받은 연인들을 더욱 행복하게 하는 낭만적인 콘서트가 줄을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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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에는 볼 만한 공연이 정말 많다. 특히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축복받은 연인들을 더욱 행복하게 하는 낭만적인 콘서트가 줄을 선다. 그런데 유독 가슴 시린 노래만 부르면서 해마다 크리스마스 무대에 오르는 가수가 있다. 워낙 노래를 잘 부르는 가수라 한번 가볼까 하다가도 크리스마스에 청승인가 싶어 돌아서곤 했던 왁스 콘서트. 해가 갈수록 씩씩해지는 필자인지라 올해는 용기를 내봤다.

무대가 열리자 먼저 댄서들이 화끈한 춤으로 분위기를 띄운다. 이어서 하얀 눈처럼 요정 같은 의상을 입은 왁스가 웃음을 가득 안고 ‘좋은 걸 어떡해’와 ‘boi & girl’로 오프닝을 연다. 아이고? 예상과 다르다. 비트 있는 음악으로 무대를 연 왁스는 오랜만에 무대에 올라 무척 긴장되는데 객석은 더 긴장한 것 같다며 큰일이란다. 대부분 ‘왁스’ 하면 ‘슬픈 노래’만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팬들을 위해 좀 더 익숙한 무대가 이어진다. 조명이 꺼지고 ‘여정’의 전주가 나오자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탄성. ‘황혼의 문턱’과 ‘사랑하기 때문에’가 이어지면서 감기 때문에 다소 불안했던 왁스의 음색도, 비트 있는 음악에 어색해하던 객석의 분위기도 한층 자연스러워졌다. 왁스는 여세를 몰아 얼마 전 발표한 6집 앨범의 신곡을 노래한다. ‘두툼한 지갑’, ‘사람을 찾습니다’, ‘애주가’가 이어지는데, 객석의 반응으로 보자면 이번 음반도 성공적이지 않나 싶다.

이번에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보자며 산타 모자까지 썼다. 하늘에서는 눈이 날리고, 왁스 산타가 ‘Happy Christmas’와 ‘Santa Claus Is Comin' To Town’을 노래하는데, 남녀노소 모두 일어나 그야말로 함박웃음을 짓는다.

2부로 이어진 무대는 어땠을까? 아니, 이 노래는 Madonna의 ‘Hung up’? 민소매에 핫팬츠를 입고 등장한 왁스는 약간의 콧소리와 요염한 율동으로 마돈나를 패러디하더니(작년에는 Beyonce였다고 한다. 작년에도 왔어야 했다!) 내친김에 SweetBox의 ‘Don't Push Me’까지 도전한다. 특히나 이 노래를 부를 때는 객석으로 뛰어드는 바람에 그녀가 스쳐 지나는 자리는 난리가 났다.

어느덧 보라색 원피스를 입고 다시 무대에 오른 왁스(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그녀의 앨범 재킷은 모두 보라색이다. 가장 좋아하는 색이라고 한다)는 그동안 일본에서 활동했던 일을 얘기했다. 많이 힘들었던 만큼 국내에서 팬들이 준 사랑이 매우 컸다는 걸 체감했다며. 그러나 외로움은 겪을 때는 힘겹지만 사람의 감성을 한층 풍부하게 하지 않는가? 이어 ‘부탁해요’와 ‘사랑하고 싶어’를 노래하는데, 사랑의 깊이에 라이브의 울림까지 더해져 눈물이 날 지경이다. 자세히 보니 그의 눈가에도 눈물이 글썽하는가 싶더니 목까지 멘다.

또다시 ‘어쩌다 마주친 그대’와 ‘내게 남은 사랑을 다 줄게’, ‘오빠’로 무대를 뜨겁게 달군 왁스는 언젠가부터 이 노래가 항상 앙코르곡이 됐다며, 불멸의 히트곡 ‘화장을 고치고’를 끝으로 무대를 마무리했다. 왁스의 이번 콘서트는 다양한 분위기의 무대며 댄스에 연기, 콩트, 피아노 연주까지 선보이는 그의 노력이 유난히 돋보였던 공연이었다. 또한 화려한 무대 매너 속에 엿보였던 그의 겸손한 모습도 큰 매력이었다.

필자가 사내방송에서 일할 때 하루에도 여러 명이 ‘화장을 고치고’를 신청하곤 했다. 물론 노래는 좋았지만 사람들이 왜 이렇게까지 좋아하나 이해가 안 됐는데, 시간이 지나 이른바 ‘기능성 화장품’이라는 것에 관심이 갈 무렵 이 노래를 듣다 울어버렸던 기억이 난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젊은 날 노력해도 해독되지 않던 빌리 홀리데이의 음악이 나이를 먹으니 그냥 멍하니 듣고만 있어도 실타래가 풀리듯 세세한 부분까지 이해가 된다”라고 말했듯이….

그래서 왁스의 노래는 오래오래 사랑받는 것 같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해할 수 있는 폭이 커지는 깊이가 있기에, 당장 이별에 아파하는 젊은 층은 물론 중장년층의 가슴까지 울린다. 그러나 왁스의 노래를 듣다보면 궁금한 게 있다. 이렇게까지 절절한 사랑은 신의 축복일까, 아니면 삶의 형벌일까? 그 해답 또한 시간이 흐를수록 성숙해지는 왁스의 노래에서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왁스 크리스마스 콘서트 Wink & Smile
2006년 12월 22일 ~ 24일
건국대학교 새천년관 대공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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